김범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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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한국인의 등산문화 댓글:  조회:13981  추천:181  2011-04-28
                      한국인의 등산문화   얼마 전 한국의 수도 서울은 중국·일본·태국 관광객들이 ‘1년 내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로 3년 연속 선정되었다. 천만 인구의 특대도시 서울의 매력은 도심을 흐르고 있는 한강, 수려하고 푸르른 산들에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환경과 밀접히 관련된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산을 유난히 사랑하는 한국인의 등산문화는 생활규범 속에 체화되었고, 대중화된 등산은 한국인의 중요한 생활문화이다. 최근 10년 동안 등산은 한국인의 생활체육 종목 중 1~2위를 차지하는 취미활동이다.      “오대산 소금강은 관동의 대표적 절경이며, 산중에 ‘관동 제1 명승지’ 구룡폭포가 있다. 소금강 등산 코스는 계곡물을 따라 이어졌고, 위험하고 가파른 곳에는 철 계단과 보호난간이 설치되었다. 이따금 길옆에 세워진 산중의 동식물 및 희귀나무 설명그림판이 보였고, 등산객이 계곡의 샘물을 먹을 수 있도록 설치된 수도설비가 있다. 산속에는 계곡을 가로지른 철다리난간과 공중전화·구급함이 설치되었고, 등산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발달한 등산문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이는 몇 년 전 강원도 구룡폭포 견학에서 체험한 필자의 등산 소감이다.     최근 한국등산지원센터의 등산실태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18~69세 인구 중 절반이 매달 1~2차 산에 오르며, 등산인구는 무려 1,800만에 달한다. 국토 64%가 산림이라는 자연적 조건과 주5일 근무제로 생긴 시간적 여유, 사회적인 ‘웰빙’ 붐으로 등산은 한국인의 국민운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편 IMF 외환위기 후 가장 급성장한 산업분야는 등산의류업체이며, 등산에 별로 ‘관심이 없는’ 신세대들조차 알바 수입으로 우선 마련하는 것이 등산의류다. 미상불 대중화된 레포츠로서의 등산 신드롬은 한국인의 생활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모 등산단체 홈페이지에는 ‘등산이 몸에 좋은 이유’가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등산은 젊게 사는 비결이며, 심신이 유쾌한 운동이다. 등산은 기분을 좋게 하며, 힘들게 할수록 성취감이 커진다. 등산은 심근을 단련시켜 강심장을 만들며, 심근경색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 등산은 폐 기능을 강화시키며, 폐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한다. 등산은 뼈를 튼튼하게 하고 관절 연골에 좋으며, 비만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한편 등산은 가족·친구 간 팀워크를 강화시키고, 바쁜 일상과 생활 속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특효약’이기도 하다.     가끔 헬기가 출동해 위험에 빠진 등산객을 구출하는 TV장면은 발달한 한국의 여가산업을 보여준다. 현재 대중운동 등산은 이미 범국민화되었고, 전 국민이 등산애호가로 불릴 정도로 주말이면 수많은 등산객이 전국의 산하를 누비고 있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한국인의 체화된 등산문화이다. 초면인 등산객들은 서로 친절하게 인사를 나누며, 여러 명이 함께 먹은 음식자리는 항상 깨끗하다. 또한 한사람 같이 비슷한 등산복장과 ‘전신무장’한 등산객을 보면, 단일민족 정체성과 올림픽·월드컵을 치른 스포츠 강국의 국민성이 감지된다.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한 것만 아니다. 가끔 TV뉴스에 보도되는 등산객의 추락 사고를 보면서 등산객의 안전보호 설치를 보강할 필요성과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등산’은 자제해야 한다는 노파심이 앞선다. 최근 봄철 등산객이 증가됨에 따라 국립공원 동식물이 피해를 입는 현상이 매스컴에 부각돼 아쉬움이 든다. 산중 약수터에서 샘물을 먹을 때마다 필자는 어느 지인이 들려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머릿속에 떠올린다. “한국인은 공용 바가지를 가신 후 물을 받아먹지만, 일본인은 물을 마신 후 나중에 바가지를 씻어놓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필자는 서울의 곽승지 박사와 북경에서 온 정인갑 선생님 두 분 부부와 함께 서울 관악산을 주파(走破)한 적이 있다. 몇 시간 동안 함께 등산코스를 오르면서 ‘지천(知天)’과 ‘이순(耳順)’을 넘긴 그들의 프로급 등산기량에 감복했고, 모처럼 번거로운 일상을 탈피해 산이 주는 향기와 매력을 향수하는 기회를 가졌다. 우리 일행은 4~5시간 동안 예정된 코스를 끝내고 아름다운 도시 과천에 도착, 시원한 막걸리와 맛있는 보쌈을 먹으면서 등산이 우리에게 준 희열을 만끽했다.          ‘등산애호가’인 필자는 한국인들과의 등산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프로수준으로 산을 잘 타고 체화된 등산문화에 감복하며, 연세가 지긋한 여성분들의 지구력과 등산기능에 내심 감탄한다. 공기 좋고 오염이 적은 산속에서 잠시 ‘자연인’이 된다는 것은 자연으로 향한 인간의 회귀본능으로,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되는 아름다운 진풍경이다. 이 또한 수많은 등산객들이 타이트한 일상에서 벗어나 힘들지만 심신이 유쾌한 등산을 즐기는 이유일 것이다.
34    한국 다문화사회의 인종차별과 민족위계 댓글:  조회:9593  추천:123  2011-04-25
                    한국 다문화사회의 인종차별과 민족위계                                                    현재 재한외국인 125만, 다문화가정은 18만 가구로 한국사회는 급속하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노동력 이주와 국제결혼이 급증되면서 다양한 문화와 공존하는 다문화사회는 한국의 새로운 현실로 다가왔다. 1990년대 이후 취업·결혼·유학 등으로 온 이주민들은 한국사회의 중요한 일원이며, 한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는 인종·언어·종교·문화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기시와 인종차별은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오랜 기간 ‘단일민족국가’에서 생활해온 한국인들은 타민족에 대한 거리감이 크기에 이주민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데 여전히 보수적이다. 한편 같은 한민족이고 동포인 한국인과 중국동포, 새터민(탈북이주민) 간에도 엄연한 민족위계가 존재한다. 중국동포는 다문화와 동포정책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존재이며, 염가의 외국인노동자로 취급받고 있다. 같은 한민족이지만 이주민의 보편적 특성을 지니고 있고, ‘한국국민’인 새터민은 한국사회의 타자화·서열화 대상이 되고 있다.   ‘다문화사회 문제점’으로의 인종차별   ‘단일민족’ 신화를 믿고 있는 대다수 한국인들은 순혈주의를 숭상하면서 혼혈인을 배척한다. 직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 상사의 폭언·폭행을 당하고, 한국인들은 피부색과 출신국가 등을 기준으로 이주민을 차별하고 기시한다. 대다수의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은 가정에서 인격적 무시를 당하며,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2세 혼혈아들이 겪는 인종차별은 더욱 심각하다. 흔히 한국인들은 흑인이나 유색인종은 천대하는 반면, 선진국 출신 백인들에게는 관용적이며 우호적이다.     현재 체류자격이 제한된 고용허가제하에 56만 이주노동자들은 3D업종에서 전전긍긍하면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특히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에 대한 임금체불과 강제단속·추방은 전형적 인종차별이다. 방문동거비자로 체류하고 있는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은 국적취득 전 결혼사유가 해소되면, 곧 불법체류자로 전락된다. 또한 피부와 언어·종교 및 생활습관이 다른 ‘외국인 며느리’에 대한 시댁식구들의 경제적·문화적 우월감 표출 및 인종적 멸시도 다문화가정의 갈등 요인이다.     다문화가정의 사회문제는 낮은 경제지위와 사회보장제도 미비, 인권과 강제출국에 따른 부부이별, 국적취득 등이다. 결혼이주여성은 가족 내 이중문화로 언어·문화적 갈등을 경험하며, 이는 다문화가정의 ‘불안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정부의 중시’와 언론의 부각으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배우자 국적에 따라 태도와 시선이 달라진다. 대개 한국인들은 백인종에게는 선망의 눈길, 피부색이 다른 개도국 이주민에 대해서는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오랜 기간 ‘단일민족국가’를 유지해온 한국사회에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는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을 유발하는 주요인이다. 평소 한국인들의 백인을 숭배하고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이중적 잣대’ 적용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즉 개도국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경제적 우월성, 문화적·종교적 차이에 기인된 편견과 오해, 타민족과의 생활 및 이질적 문화에 대한 경험 부족, 유교적 가치판단에 의한 인종차별, 단일민족으로서 뿌리 깊은 문화적 배타성, 관련법과 사회제도의 미비 등이다.     한민족인 중국동포와 새터민의 민족위계      현재 ‘순혈주의’ 혈통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의 인종차별과 민족위계는 최근 이주민 100만 시대의 다문화사회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이나 수용성은 출신국가별 차이, 언어를 비롯한 문화적·혈통적 동질성에 대한 기대 및 해당 국가의 경제발전 수준과 문화자본 가치를 기준으로 한다. 특히 문화적·혈통적 동질성 기대는 외국인 인종차별과 다른 민족위계를 형성하고 있다. 같은 한민족이지만 중국동포와 새터민은 한국사회에서 차별과 서열화의 대상이다.     한국의 다문화정책은 국적을 취득한 결혼이주민과 자녀 및 귀한동포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동포 및 다문화정책에서 모두 배제되고 있는 대다수 중국동포들의 소외감을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동포를 배제한 ‘다문화’ 논의와 귀화한 외국인 대상의 다문화정책은 ‘동포’도 ‘외국인’도 아닌 재한중국동포들은 한국사회의 차별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대다수의 재한중국동포들은 한민족으로 포용되기 보다는 대다수가 ‘불법체류자’나 ‘돈 벌러 고국에 온’ 염가의 외국인노동자로 취급받고 있다.     현재 2만명이 넘는 탈북이주민·새터민은 같은 한민족이지만, 한국사회의 차별대상인 이주자·소수자로 취급받고 있다. 1990년대 ‘귀순용사’에서 새터민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민간차원의 인식과 대응도 천차만별이다. 새터민의 대다수는 문화적 이질감으로 한국사회에 바로 적응하지 못해 빈민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KBS(1)가 방송하는 ‘남북의 창’은 한국사회에서 성공한 일부 ‘행운아’의 이야기로, ‘한국인’ 동화 중 새터민의 심리적 고통과 빈곤한 생활은 간과되어 있다.     반세기 동안의 냉전시대를 경유하면서, 이질화된 ‘한민족’으로 돌아온 새터민은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차별화와 문화적 서열화의 대상이다. 현재 대다수의 새터민은 최하층 영세민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면서, ‘한민족’으로 동화되는 과정에서 심리적 고통과 갈등을 겪고 있다. 그들은 한국사회에서 소외된 소수자로 한국 속 ‘오리엔탈리즘’의 대상이며, 이 시대 행운아와 거리가 먼 타자이다.     요컨대 ‘단일민족국가’인 한국사회에서 정체성과 피부색이 다른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기시와 인종차별의 주요인은 순혈주의에 입각한 민족배타성에 기인한다. 특히 개도국 출신에 대한 자민족중심주의와 인종주의적 문화적 경향은 한국사회의 사회통합에 걸림돌이 된다. 한편 같은 한민족이지만 차별대상인 재한중국동포에 대한 민족위계는 한중관계의 중개자, 민족통일의 교두보 역할을 할 200만 중국동포들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   한민족이며 '통일동반자' 새터민에 대한 타자화·서열화는 21세기 민족화합의 최대의 걸림돌이 될 것이며, 민족위계는 새로운 차별과 갈등을 양산할 것이다. 
33    ‘봄의 불청객’, 황사(黃砂) 댓글:  조회:6091  추천:109  2011-04-12
                                ‘봄의 불청객’, 황사(黃砂)                                               김범송 한국외대 외래교수/사회학 박사    봄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바로 한국 언론과 한국인들 사이에 자주 회자되며, 이웃나라에서 무료로 수출해주는 자연공해·황사다. 요즘 전철 속 잡상인들은 황사용 마스크를 파는데 열을 올리고 있고, 한국 언론들은 중국산과 황사를 한국인들의 생활근저를 ‘위협’하는 중국발 2대 ‘악재’로 지적하고 있다.      황토지대나 사막 등지에서 발생한 미세한 토양입자가 대기 중에 수송되어 낙하하는 자연현상인 황사는 중국의 신강의 타클라마칸 사막과 몽골고원의 고비사막, 황하 상류의 아라산 사막 및 몽골과 중국의 넓은 건조지대 등에서 발생하는 ‘모래바람’을 가리킨다. 황사는 한반도와 일본 및 미국 본토까지 영향 주는 공해로, 경제개발 및 환경문제와 직결되는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한반도에 불어오는 황사는 주로 아시아대륙 중심부에서 발원한다. 발원지에서 모래폭풍이나 강한 바람으로 황사 현상이 발생하면, 발생지역의 사막화가 급속하게 진행된다. 토양이 바람에 휩쓸려가면서 표토가 유실되고 비옥한 토양이 메말라 식물이 자라지 못하며, 식생이 파괴되어 토양의 사막화가 진행된다. 중국의 황하 중류에서만 매년 20억 톤에 달하는 토양이 유실된다고 한다.     황사는 시정 장애와 호흡기 질환, 눈 질환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황사에 포함된 미세입자들이 대기 중 화학반응을 일으켜 각종 산화물을 생성해 흡연자의 만성기관지염을 악화시키고, 노인과 영아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반면 황사 속에 섞여 있는 석회 등 알카리성 성분이 산성비를 중화함으로써, 토양과 호수의 산성화를 방지하고 식물과 해양 플랑크톤에 유기염류를 제공한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환경문제로 부상한 황사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자연공해이다.     현재 중국정부는 황사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황사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는 한국과 일본 등 국가도 피해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근본적 해결책은 없는 상태이며, 현재까지 가장 많이 이용되는 방법은 방풍림의 조성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2m 높이의 방풍림을 조성할 경우 방풍림 뒤쪽 20m 이내의 황사를 완화시킨다.     중국정부는 서부개발 프로젝트에서 생태환경 복원을 최우선적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15%가 넘는 1억 5000만㏊가 사막지역이므로, 이 방대한 지역에 단기간 전부 방풍림을 조성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황사로 인한 사막화의 확대가 가난한 지역주민의 목축 및 연료벌채 등 인위적 요인에 기인하며, 지역주민의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딜레마도 있다.     토양 사막화와 더불어 황사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우리 실생활에 등장하고 있다. 우선 황사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여있는 중국의 피해가 가장 크므로, 중국정부의 관련대안과 해결책이 시급하다. 또한 한국·일본 등 인접 피해국도 사막화 방지노력이 성공하도록 기술지원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고, 황사피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연구와 관측 및 예보기능의 강화조치가 필요하다.     중국과 몽골은 황사의 ‘발원국’이자 최대의 피해국으로서 심각한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환경문제는 국경을 초월하여 인류가 공동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류는 자신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환경친화적 자연과 공존해야지만, 때론 자연이 ‘선물’로 주는 공해를 정복해야 한다. 황사 피해로 인한 사회문제는 문명사회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 본문은 2011년 4월 11일 [人民日報 海外版/한국판]에 발표된 글입니다.                                                                 
32    다문화사회와 이주민 수용 댓글:  조회:5246  추천:134  2010-04-17
  1. 서론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외국인 이주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면서 이와 관련된 사회변화 진단과 다문화사회로 발전하는 미래 준비를 위한 각계의 대비책의 마련 노력들을 엿볼 수 있다. 오랜 세월 ‘단일민족’이라는 믿음을 유지해온 한국사회에서는 최근 들어 이주민의 증가와 이주 양상의 변화, 이주민의 한국사회와의 관계성 변화 및 정책 관심의 형성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다문화사회를 둘러싼 사회적 역동성이 급진전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사회에는 외국인 급격한 이주로 사회문제의 해결책 마련과 다민족·다문화사회에 대한 논의 및 정책담론 연구가 갈수록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21세기 진입 후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향후 외국인력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대될 전망이다. 한국의 인구변화 특징은 초저출산 현상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로, 저출산·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력과 이주민 유입은 급격한 인구감소와 고령화 정책대안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주민정책과 이주자 사회통합문제는 한국사회 현안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주자 사회통합의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주문제는 한국의 사회통합과 선진국 진입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2. 이주민에 대한 한국사회 수용 현실   1) 한국사회 주체인 국민이 이주민 수용의 소극적 태도   현재 한국사회 대다수 국민들은 다문화사회에로의 변화를 인정하지만, 급증하고 있는 이주민에 대해서는 한국사회구성원으로 수용하기 어려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랜 기간 ‘단일민족국가’에서 생활해온 한국인들은 타민족에 대한 거리감이 크기에 외국인을 사회주체로 받아들이는데 여전히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다. 그들은 외국인을 동료나 친구·이웃으로는 받아들이지만 혈연 및 가족관계로 받아들이는 데는 매우 소극적이며, 가족중심의 내집단 국민속성으로 인해, 외집단인 이주민을 ‘국민’으로 수용하는데 ‘심리적 장애’가 존재한다.   실제 생활 속에서 이주민 불신 및 소원관계가 그들을 사회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소극적 태도로 나타난다. 예컨대 지역주민들의 경우 급증하는 여성결혼이민자들을 (지역)사회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도나 역할에 대해서도 다소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이주민을 친구·이웃·동료이상의 사회구성원, ‘국민’으로 받아들이는데 상당한 시간과 사회통합과정이 필요하다. 결혼이민자 정책 추진이 5년이 넘지만 ‘사회구성원 통합’이라는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에는 아직도 미흡한 실정이다.   2) 선진국 지향성 및 개도국 출신자 부정적 편견   현재 한국사회에서 이주민 사회적 거리감이나 수용성이 출신국가별 차이, 언어를 비롯한 문화적·혈통적 동질성에 대한 기대 및 해당 국가의 경제발전 수준과 문화자본 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수용성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문화적·혈통적 동질성에 대한 기대는 중국동포와 새터민(탈북자) 거리감이 비교적 적으며, 경제발전수준에 따른 거리감 분화는 미국 등 선진국 출신자 거리감이 현저히 적은 특징에서 확인된다. 얼마 전 한국인이 사회적 거리감을 적게 느끼는 외국인 순서로 미국인·새터민·조선족이라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지역사회나 학교 등 일상 속에서 개도국 출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주자 집단에 대한 편견은 이들을 사회적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이주민여성은 결혼자체가 문제되는 불신의 대상으로 인식되며,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수행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자칫 개도국 출신자 범민족적 사회편견으로 비화되고 사회통합에 불안인소로 작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사회에 기여하는 생산적 주체가 아닌 ‘부담스러운 존재’라는 부정적 편견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크다.   3) 개방적 태도 결여 및 사회구성원 인정 소극적   현재 다문화사회에 대한 한국사회 수용성은 이주전개 양상과 이주민의 존재, 이와 관련된 사회변화 방향을 모색하면서 사회제도와 정책을 형성해가는 단계이다. 그리고 이주민에 대한 선입견 및 ‘막연한 위협’ 의식은 다소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이주민들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는 등 개방적 태도는 결여되어 있다. 현재 한국사회에는 결혼이민자와 외국인노동자 및 그 자녀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기시가 보편적으로 존재하며, 이들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데 여전히 소극적이다. 또한 이주민에 대한 문화적 다양성이나 시민권 보장에 대한 논의 및 정책에서도 배타적이고 자아·타자 집단적 구분이 현존하고 있다.   ‘한국인’의 자격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다양성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동화외의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접근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주민을 한국사회의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데 소극적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단일민족의 사유방식과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에서 기인되며, 한국사회의 독특한 수용성 과 보수적 국민성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생활 속에서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기시를 보이면서 ‘국민’ 자격 차원에서 이주민의 능력과 ‘자격’을 불신하며, 그들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는데 소극적 수용성의 경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4) 이주민 수용성 변화 및 긍정적 방향 전개 가능성   최근 시민권과 사회참여에 대한 이주자 요구가 본격화되면서, 이주민 수용성이 다른 양상으로 변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다양한 문화배경의 사회주체들이 공존하는 한국사회에서 이들 지간의 관계를 매개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중개자·촉매자가 부재하다는 점도 이주자 수용성 (긍정)변화의 전망을 어렵게 하는 이유이다. 학교생활 중 교사와 지역생활의 일선 정책·서비스 담당자에게 그러한 (촉매)역할이 기대되지만 그들 역시 이주민에 대한 태도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따라서 현재로선 수용성 변화에 대한 긍정적 기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 긍정적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이유는, 최근 다양한 국가출신 이주자들과 개인적·사회적 관계가 맺어지면서 이들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한국사회 국민의식이 점차 변화되고 이주민 부정적 편견과 선입견이 줄어들면서, 이주민 수용성에 대한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사회생활 속에서 이주민과의 소통과 이해를 증진하고, 사회적 문제점을 공유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사회적·정책적 제도의 형성이 시급하다.   3. 기존의 ‘다문화’ 정책의 문제점   1) 정책목표 혼란 및 정책대상 차별·배제   일반적으로 일본과 호주를 비롯한 선진국의 이주민정책은 합법적 이주자 일반을 대상으로 하지만, 한국의 ‘다문화’ 정책은 다양한 이주자 가운데 여성결혼이민자나 다문화가족 자녀와 관련되어 거론될 뿐이며, 이주자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외국인노동자(불법체류자 포함)는 ‘다문화’ 정책 논의의 핵심에서 배제되었다. 한국의 ‘다문화’ 정책은 특정한 이주민에 대해서는 자국 국민에 준하는 공식적 권한을 인정하지만, 그 외의 이주민은 일시적 체류자격만 부여하고 사회통합범위에서 차별·배제 모델을 유지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주민이 다양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차별·배제 모델 정책의 한계는 이미 한국사회에서도 경험되고 있다. 정책의 핵심적 대상으로 설정되는 결혼이민자나 국제결혼 및 다문화가족 자녀 등은 제도적으로 명확한 규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와 함께 이주민집단 부정적 편견이 엄연히 존재하는 한국사회에서 정책 추진 중 사회통합에 개도국출신의 이주민이 정책 중심이 되고 있다. 동남아 등 개도국 출신이 정책대상으로 선정된 것은 사회적 편견 공인과 해당자들에게 ‘낙인찍기’, 및 타자화의 발현으로 볼 수 있다.   2) ‘다문화’ 정책에서 배제된 이주민의 위상   다문화사회의 핵심은 이주민 등 다양한 문화배경의 사회주체들이 공존하면서 사회분야에 참여하고 활동하는 것이다. 각국 정부는 이주민을 단순한 교육과 보호대상이 아닌 정책파트너 및 국민으로 인정하고 정책참여 기회를 부여하고 있지만, 한국의 ‘다문화’ 정책에서 이주민은 국가나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사회주체가 아닌 일방적인 지원대상으로 간주된다. 주로 ‘국제결혼 피해자’와 ‘가족폭력 피해자’, ‘생활불안정 계층’으로 별도의 교육과 보호를 필요로 하는 존재로 설정되고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이주민의 모습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으며, 정책에 대한 이들의 요구는 정책과정에 수렴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주민을 직접적 대상으로 하는 정책에 이주민자신이 제기하는 문제를 수렴할 수 있는 정책기제마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정책중심이 되고 있는 결혼이민자는 자신과 관련된 정책 인지도가 30~40% 수준으로, 절반 이상의 결혼이민자가 자신대상의 정책 존재자체를 모를 정도로 관심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서비스 참여율은 더욱 제한되어 서비스별로 20% 결혼이민자만이 참여한 경험이 있을 뿐이다. 현재 이주민 사이에서는 정부 주도 ‘다문화’ 정책이 이주민 자신보다는 오히려 국가와 공무원 및 기업체 편향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3) 동화 지향성 및 시민적 통합에 대한 간과   현재 ‘다문화’ 정책의 핵심은 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족 자녀를 위한 서비스에 집중되어 있으며, 한국어 교육과 요리 강습 및 생활예절 교육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한국문화를 강조하고 문화적응과 동화 지향의 성격이 강하다. 물론 한국어 교육은 생활적응과 사회통합에 필요하고 정책적으로 중요하지만, 다문화사회에서는 문화적 다양성 가치를 인정하는 풍토가 우선적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현재 ‘다문화’ 정책은 이주민 현안을 다루고 있으며,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사회통합을 모색하는 정책 면모는 갖추지 못하고 있다. 다문화사회 정책은 다양한 민족 및 문화적 배경을 지닌 자들을 사회주체로 인정하고 함께 활동하기 위한 정책제도를 만들어가는 일련의 과정에 그 의미가 있다.   최근 ‘다문화’ 정책에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한국국민의 다문화주의 의식 제고’, ‘다문화사회로의 통합기반 강화’ 등 정책추진이 계획되고 있지만, 구체적 추진방안은 부재한 상황이다. 실제 일반시민의 ‘다문화’ 프로그램은 축제나 풍물 교류 등 일부 일회성 행사에 불과하다. 다문화 교육과정도 다문화가정 자녀 별도의 교육에 집중하는 현재의 정책 방향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정책추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담당자가 참여하는 교육과정은 간과되었고, ‘다문화’ 정책과 사회통합과의 관련성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4) 정부주도형 ‘다문화’ 정책의 문제점   우선 관주도형 다문화주의 정책 담론을 살펴보면, 2006년 4월 ‘혼혈인 및 이주자 사회통합 지원방안’과 ‘결혼이민자 사회통합안’이 채택되었다. 2006년 5월 법무부가 개최한 ‘이민정책, 외국인과 평화롭게 공존’ 공청회에서 ‘외국인노동자 정책’이 아닌 ‘이민정책’이라고 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이다. 서울출입국관리소는 2010년 이민자 사회통합프로그램을 확대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주의 사회통합대상은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들이며, 결혼이민자 관련 ‘다문화’ 정책은 이들이 ‘한국인’으로 제 역할을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들의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는 다문화주의가 아닌, ‘한국인 동화’의 정책적 성격이 더 강하다.   ‘다문화’ 정책에서 배제된 중요한 주체는 장기체류 외국인노동자들이다. 현재 정부의 다문화사회의 정책 논의는 합법적으로 유입된 이주민들로 국한되었고, 사회통합정책을 실시할 당위성을 바탕으로 다문화주의 정책 논의들이 전개된다. 외국인노동자 관련 정책은 외국인노동자와 접촉하는 한국인에 대한 교육이 전부이며, 이러한 사회교육은 한국 내 모든 소수인종을 위한 것으로 외국인노동자를 ‘수혜의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4. 바람직한 다문화사회 사회통합정책 『로마인의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다민족·다문화’ 제국이었던 초강대국 로마가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경쟁력으로 ‘개방성’과 타민족에 대한 포용력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이민세대와 다인종의 국가로서 ‘멜팅 포트(melting pot)’라고 불리는 미국의 초강대국으로 발전한 인소로, 이민세대와 다문화의 융합을 지적한다. 현재 56개 다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의 고도성장 동인으로, 다문화로 이뤄진 다민족의 화합 및 조화를 꼽을 수 있다.   최근 2만 달러시대를 맞아 선진국 진입을 노리는 한국이지만 오랜 세월 유지해온 ‘단일민족국가’ 속성인 외국인 배타주의를 고집하고 있다. 이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다문화사회 사회통합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주민에 대한 포용과 바른 시각 및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래에 다문화사회 바람직한 (한국)사회통합정책 및 정책방향으로, 본인의 견해를 다섯 가지로 요약하여 제언한다.   1) 문화다양성·사회통합정책으로의 전환이 시급   최근 한국사회는 외국인 100만 시대를 맞이하면서 본격적으로 ‘다문화’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로, 외국인정책 추진에 있어 사회적 합의와 사회통합과정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재의 정책은 다문화사회 본질과 정책추진 방향에 대한 체계적 검토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문화다양성을 ‘사회구성의 기본원리’로 인정하는 근본취지와는 달리 정부주도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다문화사회 정책은 이주민 현안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고, 문화다양성을 인정하며 사회통합을 모색하는 ‘다문화’ 정책 면모는 갖추지 못하고 있다.   향후 편향적 이주민 현안 대응의 정책에서 벗어나 문화다양성을 인정하는 다문화사회 사회통합정책 정착을 위해 문화적 다양성에 기초한 사회적 통합을 모색하기 위한 사회통합정책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다문화사회 현실 진단과 가능성 예측 및 정책추진에 구심점 역할을 하는 정책기제 마련이 중요하다. 한편 정부주도형 일방적 정책추진보다는 관·민이 협력하여 이주민 당사자를 중심으로 문화다양성을 인정하는 전제하에, 전사회적 주체들의 공동참여를 바탕으로 사회통합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다문화사회 정책제도화 및 정책기제 마련이 급선무   현재 한국에서는 정부 부처별로 다문화사회의 관련 정책이 추진되고 있고, 각 부처가 사안별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정도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제정의 사회적 기반이 결여되어 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회주체가 존재하는 다문화사회에서는 사회분야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활동하는 사회적 기반의 형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회주체들이 공동 참여하는 사회질서 구현을 위해 정부정책에서 이주민의 사회적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면에서 일본의 다문화공생정책에서 지역사회주체인 주민으로서의 이주민 위상을 강조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주민 증가 현실에 부합되는 다문화사회 구현을 위해 이주민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정책제도화와 관리시스템 마련 및 정책기제가 형성되어야 한다. 우선적으로는 이주민을 지역사회 주민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역할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현실적 대안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다문화가족 자녀의 교육정책을 통해 미래 인적자원으로서의 위상과 역량을 발현할 수 있도록 교육제도와 학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3) 시민적 사회통합 형성 및 ‘다문화 시민’ 교육 확산   다문화사회의 궁극적 지향은 사회주체인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사회주체들과 공존하면서 사회문화적 통합을 구현해 가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다양한 문화배경의 사회주체와의 공존을 위해 다문화적 시민통합이 정책적으로 다뤄져야 하지만, 다문화 정책을 추진하는 한국사회에서 시민적 통합의제는 간과되어 있다. 오랜 기간 단일민족국가를 지향해온 한국사회에서는 다민족 구성원들이 생활을 공유한 사회경험은 거의 없었고, 한국사회 ‘시민’의 정체성은 민족적 동질성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다문화사회 ‘다문화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을 확대·운영하고,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파트너십 형성이 중요하다.   최근 다문화교육에 대한 관심은 이주민들의 사회적응을 목표로 하는 교육정책과 이주민 자녀들의 교육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다문화교육 프로그램들은 다양한 문화적 주체들의 공존보다는 이주민들을 일방적으로 한국의 주류사회에 편입 또는 동화시키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체계성과 사회통합성이 결여되어 있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다문화교육은 ‘다문화 시민’ 교육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소수집단인 이주자와 다수자인 한국인을 공동으로 대상하는 광범위한 시민교육으로 확대·추진해야 한다.   4) 법무부 중심의 ‘이민청’ 설립 추진 필요성   현재 외국인정책에 관여하는 정부부처는 10여 개에 달한다. 법무부와 외교통상부가 주무 부처로 활약하고 있고, 외국인노동자와 관련해 노동부가 참여하고 있다. 그 외, 보건복지부·여성부·교육인적자원부·행정자치부 등 부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어느 정부부처가 외국인정책을 주도하고 궁극적으로 책임을 지는 등 역할분담이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우선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을 외국인 영주권 부여, 귀화 및 국적회복 등 이민문제를 포함한 국가간 인구이동의 종합관리부서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 이민자가 급증하는 다문화사회에서 외국인 정책 제반 업무를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의 조직과 인력으로만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이민청’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독일ㆍ아일랜드 등 ‘단일민족국가’에서도 이주문제 중시 일환으로 이민청을 설립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민청’과 같은 종합기능의 이민행정기관을 설립하여 외국인 인재유치와 영주권 부여, 국민의 해외이주 및 귀화, 재외동포의 출입국 관리와 국적회복 등 사안들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5. 결론   현재 이주민 유입 급증으로 법무부 출입국 업무량이 대폭 증가됨에 따라 독립적이고 체계적인 ‘이민청’ 설립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통합기능의 ‘이민청’ 설립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다문화사회의 진척과 외국인 유입이 급증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종합기능의 이민행정기관을 설립하여 외국인 우수인재 유치와 영주권 부여, 자국민의 해외이주 및 외국인의 귀화, 재외동포 체류관리와 국적회복 등 사안들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특별행정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다문화시대에 진입한 한국사회가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2010년 이후 전면적인 재외동포정책을 실시하고, 외국인노동자 차별과 선입견을 버리고 그들을 다문화사회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 국제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들에 대해서도 ‘한국인’ 동화지향성보다 다문화사회 사회주체로 포용하며, 관ㆍ민이 협력해 이주민을 주체로 문화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사회통합을 위한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가 바라는 사회통합정책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사회적ㆍ제도적 보장이 될 것이다. * 본문은 지난 3월30일 저자가 한국외국어대학에서 <다문화사회와 이주민>의 내용으로 특강을 한 원고를 요약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31    북한 '화폐개혁'의 의미와 전망 댓글:  조회:5550  추천:132  2009-12-05
  최근 북한정부가 ‘화폐개혁’을 전격 단행했다는 보도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금번 ‘화폐개혁’ 특징은 신 · 구권 교환비율을 1:100로 정했으며, 1인당 · 가구당 신권 교환규모를 제한한 것이다. 북한정부는 이미 1차 화폐개혁과 3차 화폐교환을 진행했는데, 이번 조치는 ‘화폐교환’이지만 그 효과는 개혁 수준에 버금간다. 우려스러운 점은 본격적 화폐교환이 시작되면서 시장물가가 10~20배 폭등하는 등 ‘개혁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환율 현실화로 종합시장에서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돈이 장마당(시장)으로 유입되었다. 북한주민들은 장마당과 종합시장에 의해 생활을 영위했고, 국가경제자원이 개인경제부문으로 유출되는 현상이 심각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 교수는 금번 ‘화폐개혁’이 “정부가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고, ‘불법’ 부유층을 단속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즉 북한정부는 신구 화폐교환을 통해 시장유통 화폐를 줄이고, ‘불법’ 자산가의 부를 줄이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북한 ‘화폐개혁’ 분석은 다양하다. ‘시장통제 강화’와 시장경제 도입으로 이완된 사회기강 잡기, 극심한 인플레이션 해결 등이다. 심지어 대중(對中) 무역에서 사실상 ‘화폐가치를 상실’한 본국화폐에 자존심이 상한 것이 ‘화폐개혁’ 원인으로 지적된다. 현재 북한정부의 ‘화폐개혁’ 공식입장 설명은 없지만, 시장 활성화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 해소를 위한 ‘화폐개혁’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중요한 것은 (美)달러나 (中)위안화를 보유하고 있는 권력층은 ‘개혁’ 영향권 밖이지만, 일반주민이나 중소상인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최근 북한주민들은 부족한 물품을 암시장 · 장마당에서 구입하고 있으며, ‘7.1 조치’는 북한주민을 너나없이 장터(시장)로 내모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시장경제’ 대두는 빈익빈부익부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경제위기를 해소하는데 기여한 시장 활성화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북한경제의 가장 큰 변화는 계획경제와 사(私)경제의 이중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가격 현실화이다. 만성적 경제난으로 국영유통망의 물자가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농민시장과 암시장의 가격이 증폭되었다.   금번 ‘화폐개혁’은 시장 활동으로 모은 돈을 끌어내 경제 활성화를 의도하지만, 장기적 경기침체와 외부 상품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혁 효과’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개혁’ 과정에서 돈을 제대로 바꾸지 못한 주민들의 구매력이 위축돼 시장이 침체에 빠질 수 있다. 또한 ‘식량배급제 폐지’와 물가 · 봉급 현실화 등 개혁조치는 ‘상당한 후유증’을 동반할 것이며, 물자의 절대적 공급부족으로 암시장 재활성화와 공장 · 기업소 등 국영부문의 생산품이 시장에 유출되어 국영유통망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북한경제는 식량·에너지·외화난과 함께 공장가동률은 30%에 불과하며, 소비재 공급이 부족하고 암거래와 ‘지하경제’가 번창하다. 따라서 사회 · 경제 · 정치 안정을 위한 경제시스템 변화가 불가피하다. 최근에 등장한 ‘신사고’ 경제전략 목표는 산업전반을 현대적 설비로 바꾸고, 새로운 경영방식으로 북한경제를 빠른 시간 내에 선진경제 대열에 합류시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당의 경제전략은 실리를 보장하는 원칙에서 경제관리를 혁명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는 노동신문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다.   북한화폐는 이미 저장수단 가치를 ‘상실한 상태’로, 주요 거래는 외환으로 실행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시장과 직접 연계되고 중국산을 수입하는 대중(對中) 무역은 당분간 위축될 것이지만, 주로 공식경제부문과 연계되고 달러 기준으로 거래되는 남북한 거래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경제 발전은 ‘내부 문제’의 해결만으로 부족하므로, 외자 유치 등 대외 교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만 ‘화폐개혁’의 실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30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월드컵 중계' 댓글:  조회:5146  추천:140  2009-12-03
  지난여름 세계가 주목한 월드컵 예선에서 남북 축구대표팀은 ‘죽음의 조’에서 이란 · 사우디 등 중동강호를 전승하고, 월드컵 본선에 동반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남북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무대에 나란히 진출했고, 남과 북이 공동으로 만들어낸 축구잔치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부여받았다. 이 또한 내년여름 남아공월드컵 중계를 남북의 7000만 한민족과 700만 해외동포가 기대하는 이유이다.   2000년 정상회담 이후 남북은 모두 9차례 국제종합대회 개막식 공동입장을 이뤄냈지만, 최근 남북관계 악화로 2008베이징올림픽 개막식 공동입장은 결렬되었다. 이 또한 동반 진출에 성공한 남아공월드컵에서 ‘코리아 형제’의 (성적)귀추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가 된다. 남북의 동반 진출은 초대 우루과이월드컵 이후 70년 만에 이룬 쾌거로, 해외동포를 비롯한 7.700만 한민족의 스포츠경사이다. 또한 경색된 작금의 남북관계 속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이뤄낸 것으로, 남북 축구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스포츠잔치이다.   관영통신 중국신문사는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축구대표팀에 본인이름이 새겨진 손목시계와 ‘인민 · 공훈체육인’ 칭호를 하사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정부는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에게 ‘인민체육인’ · ‘공훈체육인’ 칭호와 국가훈장을 수여하며, 평생 동안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한편 허정무 한국 감독과 더불어 ‘2009년 아세아 축구감독상’ 후보에 오른 김정훈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1966년 ‘8강’ 이상의 좋은 성적을 희망하며, 북한축구의 새 역사를 창조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북한 남자대표팀이 2010남아공월드컵 본선경기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북한정부가 ‘월드컵 중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어 축구팬들의 화제로 회자되고 있다. 중국의 대표사이트 야호(雅虎) 스포츠뉴스는 “조선영수 김정일은 월드컵 본선에서 본국 대표팀의 이긴 경기만 중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잇달아 충칭쓰보(重慶時報)와 온바오닷컴 등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비슷한 내용의 뉴스를 전달했다.   베이징 신징바오(新京报)는 ‘북한 전문가’ 마이크 브린이 최근 영국 일간지 ‘더선’과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조선중앙텔레비전은 내년 월드컵에서 본국 대표팀이 이기는 경기만 중계하고, 다른 국가팀의 경기는 중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월드컵 본선 진출팀 중 ‘약체’인 북한 대표팀이 기타 대륙강호들과의 경기에서 승리하지 않는 한, 북한 축구팬들은 ‘월드컵 중계’를 보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한국 중앙일보는 “김정일, 북한의 친애하는 지도자” 저자인 마이크 브린의 인터뷰를 재인용해 ‘월드컵 중계 불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즉 북한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한다면 북한주민들은 ‘월드컵 중계’를 시청하지 못할 것이며, 이긴 경기도 하이라이트로 좋은 경기 내용만 편집하고 상대팀의 응원단은 물론 경기장에 걸린 광고판도 지울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생방송 중계권료를 지급할 능력’이 없어 남한의 생중계 화면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북한 지도층은 위성 생중계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야흐로 ‘강성대국’을 달성하고 핵무기 제조에 성공한 국가가 ‘생방송 중계권료 지급능력이 없다’는 마이크 브린의 말은 신빙성이 적고 어불성설이다. 또한 ‘월드컵 중계 불가능성’ 보도가 사실이 아닌 ‘추측’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왜냐면 지구촌 스포츠축제이자 한민족 스포츠잔치인 월드컵(본선)을 한반도 이북의 2천400만 한민족이 ‘생방송 중계’를 보지 못한다면, 스포츠축제(잔치)로의 진정한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29    MB정부 저출산 대책, '한국인 늘리기' 댓글:  조회:5292  추천:112  2009-11-28
  최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재로 ‘제1차 저출산 대응 전략회의’를 열고 자녀의 양육부담 경감, 일 · 가정의 양립기반 확대, ‘한국인 늘리기’ 등 저출산 대책의 3가지 기본방침을 제시했다. 자녀양육과 교육부담 경감 및 여건 개선을 통한 출산율 향상과 개방적 이민정책을 통한 해외 인적자원 유치가 바로 MB정부의 저출산 대책의 핵심이다. 한편 정부는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6세에서 만5세로 낮추고 셋째 자녀부터 대입 및 취업에서 우대혜택 부여, 부모의 정년연장 등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MB정부 저출산 대책이 참여정부와 비교되는 것은 국적제도와 이민정책을 저출산 대응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며, 출산지원 정책을 기존 저소득층 위주에서 중산층으로의 확대도 주목된다. 저출산의 가장 큰 문제가 생산가능 인구감소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의 출산율을 높이는 동시에 개방적 이민정책을 통해 외국인력을 유입할 필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외국인 100만 시대를 맞이한 한국사회는 농어촌에 확산된 다문화가정과 급증하는 외국인노동자로 인해 ‘단일민족 · 순혈주의 붕괴’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금번 MB정부가 자녀의 양육부담 경감과 유연한 근무형태 확산 등을 통한 일 · 가정의 양립기반 확대, 다양한 가족형태 지원과 개방적 이민정책 추진원칙을 제시했지만 취학연령 단축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존 정책의 ‘재탕’이다. 과거에도 보육시설 확대, 임신 · 출산 여성 우대, 자녀양육 부담 완화 등 저출산 대책을 추진했지만 출산율 제고에 실패했다. 참여정부가 제출했던 취학연령 단축으로 부모의 양육부담 감소를 기대하지만, 학부모와 유치원 등 사교육 시장과 부처 간 시각차 등으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 대책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복수국적 허용과 개방적 이민정책을 통한 ‘한국인 늘리기’이다. ‘한국인’ 문호개방은 선진 일류국가 도약과 ‘글로벌 코리아’ 지향에 걸 맞는 이민정책이다. 한편 ‘한국인 늘리기’ 저출산 대책은 출산장려책 한계와 경제위기 여파로 합계출산율 1.0명 이하로 하락될 우려 및 우수한 인적자원의 유치 없이는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국내 상황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저출산 대책으로 제시된 해외 우수인재 유치와 개방적 이민정책으로 더욱 많은 해외 인력과 엘리트들이 ‘한국인’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정부의 ‘한국인 늘리기’ 저출산 대책 요점은 복수국적 허용과 외국인 고용 유연성 강화이다. 하지만 해외 우수인재 유치와 복수국적 허용이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동포를 포함한 외국인노동자를 철저히 배제한 ‘엘리트주의’ 이민정책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과 우려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현재 한국의 외국인노동자 정책기조는 일정 기간의 체류와 합법 취업을 허락한 후 기한이 만료되면 이주민을 방출시키는 ‘단기순환정책’으로, 자칫 외국인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저출산 대책’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 늘리기’가 진척되면 이중국적으로 한국국적을 포기하는 한국인이 줄어들고, 중국동포 등 해외 인력의 유입은 증가될 것이다. 한편 정부는 한국사회의 이슈로 떠오른 다문화가족과 외국인근로자의 체류자격과 취업 등에 대해 더욱 고민해야 한다.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개정안의 입법예고는 외국인 우수인력에 대한 ‘인재유치’라는 인구유입 흐름의 반영이다. 최근 국적법 개정안과 더불어 영주권 부여가 동포들의 관심사로 부상한 시점에서, ‘복수국적 자격’을 상실한 중국동포 등 재외동포들에게는 영주권 활성화가 바람직하다.   최근 저출산 · 고령화의 가속화로 한국사회는 외국인력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대될 전망이다. 한국 인구구조 변화의 특징은 출산율의 급속한 저하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이다. 해외 인력 유입과 이주민은 급격한 인구감소와 고령화 정책대안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주민정책과 이주자 사회통합문제는 한국사회 현안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편 저출산 · 고령화의 해결책으로 외국인력 유입은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이며, 따라서 우수인재 유치와 단순인력 유입이 조화를 이루는 체계적 이민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인 늘리기’는 단순히 저출산 대책만이 아닌, 차별 없고 평등한 재외동포정책과 맞물려 이주민과 재외동포를 포용하는 개방적 이민정책으로 거듭날 때 비로소 한국의 사회통합에 기여하고 나아가 경제성장의 디딤돌로 활용될 수 있다.
28    조선족 도시공동체의 민족교육 위기와 대안 댓글:  조회:5779  추천:179  2009-11-21
  조선족의 대도시 이주는 그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거주지를 형성한 반면, 기존 조선족의 집거지구는 총체적 해체위기를 맞게 되었다. 비록 새로운 거주지의 형성으로 집중 · 산개된 도시공동체가 촉성되고 있지만, 민족어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민족교육의 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다. 도시 진출 후 민족교육의 환경변화로 조선족후대들이 민족어를 상실하고 주류민족에 동화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도시 민족교육의 열악한 환경은 현재 조선족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이며, 향후 조선족사회의 변화 · 발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도시학교의 수용 가능한 학생수는 전체 조선족학생수의 10%밖에 안 되며, 대도시에서의 조선족학교 설립은 매우 어렵다. 소수민족 혜택지구가 아닌 대도시에서는 학교설립 인가획득이 어렵고 소수민족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조선족사회가 민족 대이동에 따른 교육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이며, 중국의 소수민족정책 역시 민족자치를 허용하는 집거지역에서만 시행되는 정책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공동체 민족교육에 대한 정부의 중시가 부족하기 때문에, 조선족학교는 폐교만 있을 뿐 신설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특히 대도시의 교육환경 변화로 민족교육이 위기에 봉착했고, 도시 민족교육의 위기를 몇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도시에 진출한 조선족들이 먹고사는 일에 바빠 그동안 자녀의 교육문제에 소홀했다. 해외 출국한 부모의 경우 가정교육이 뒤따라가지 못해 자녀가 기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둘째, 대도시에 민족학교가 적고 민족교육 여건의 미비로 자녀를 한족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으며, 또한 젊은 부모들이 자녀를 한족학교에 보내려는 의지가 강하다. 셋째, 교사의 이직(離職)과 학교 설립 · 운영문제 및 학생수의 감소로 인해 조선족학교의 경쟁력이 하락되고 있다.   최근 청도 등 도시에서 민족학교가 설립 · 운영되고 있지만, 정원이 넘치고 학비가 비싸 대부분 조선족들은 자녀를 한족학교에 보내고 있다. 이러한 도시의 교육환경에서 민족어와 민족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많은 조선족학자들은 이러한 교육환경이 지속되고 교육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민족문화의 상실과 민족동화는 곧 기정사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도시에 진출한 많은 조선족들의 삶은 윤택해졌지만, 자녀들의 교육문제와 더불어 민족정체성 상실을 체감하면서 ‘득’과 ‘실’을 따져보는 조선족들의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유이다.   아래에 도시 민족교육의 부실화에 따른 민족동화의 가속화 등 조선족사회 교육위기 및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발전대안을 제언한다.   첫째, 인구이동과 학생수의 감소로 조선족학교의 폐교율은 60%에 달했고, 도시에서의 교육환경 변화와 학교설립의 어려움으로 민족교육은 위기에 봉착했다. 따라서 조선족사회는 교육환경만 탓하지 말고 민족학교의 설립에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당지정부의 지지와 도움만 바라서는 새로운 거주지에서의 민족교육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민족학교 설립을 위해서는 현지에 정착한 기업가들과 조선족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둘째, 자녀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한 부모의 해외출국은 조선족사회에 대량의 편(무)부모 결손자녀들을 양산했다. 부모의 ‘사랑을 잃은’ 이들에게는 특수한 교육방식과 효과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다. 예컨대 학교와 가정이 연합하여 학생 심리상담소를 개설하고 결손자녀 가장학습반을 꾸려 자녀 교육방법과 가장의 책임감을 유발하는 강좌를 개설하며, 학생들의 과외 사회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조선족사회 교육위기의 중요한 원인은 중견 교사들의 현직 이탈이며, 교사부족으로 인한 자격미달의 기간제교사 채용은 교육의 질 저하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정부차원에서 교육지원 자금투자를 증가해야 하며, 교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학교자체가 교사들의 종합자질 제고에 힘을 모으고, 경쟁시스템을 도입하여 우승열태의 제도를 마련하야 한다. 그리고 일정 범위 내에서 타민족의 우수한 교사들을 영입하여 새로운 교수환경을 마련하고, 조선족학생들의 한족학교 유실을 막아야 한다.   넷째, 도시 조선족학교 설립 및 지방정부 인가가 어려운 것은 조선족들의 국내 대이동에 대한 소수민족정책 부재와 지역제한의 한계에서 기인된다. 도시 민족교육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조선족사회가 단합하여 교학수준과 종합기능을 겸비한 조선족학교를 설립하고 조선족학생들을 유치해야 한다. 그리고 조선족들의 한족학교 입학과 중국어교육이 ‘대세’라면, 차선책으로 온라인 학교와 방과후 및 주말 한글학교 등 우리말글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 본문은 지난 10월 19~20일 단동에서 개최된 조선족-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관련 논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27    독일에서 만난 한인들, 그리고 '라인강' 댓글:  조회:5591  추천:153  2009-11-04
1. 독일 뤼데스하임에서의 2박3일 심포지엄(강연회) 금년 3월 필자는 6.15 유럽공동위(6.15 공동선언실천 유럽지역위원회) 박소은 위원장으로부터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해외동포와 민족통일>이란 심포지엄의 주제발표자로 초청을 받았다. 6.15 유럽공동위는 민주와 통일운동 단체들과 관련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2005년에 베를린에서 결성된 한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목적하는 통일운동연대조직으로, 초대위원장에 박소은 여사가 선임되었다. 금번 심포지엄은 6.15공동성언 9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6.15 유럽공동위의 주최 하에, 초청 연사(演士) 위주의 강연회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금번 독일 방문일정 중, 라인강변의 유명한 포도주 산지 뤼데스하임에서의 2박3일 강연회 행사가 가장 중요한 일정이었다. 5월 31일 오후 2시 “중국동포와 한(조선)반도와의 상생관계”의 내용으로 필자가 강연했는데, 오전 중 일정으로 12km의 라인강변 도보 산책과 유적지 답사로 모두들 피곤해할 것이라고 은근히 걱정했지만 발표와 토론 중에 졸고 있는 이들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금번 독일 강연회 특징은 느긋한 분위기 속에서 참가자 전원이 발표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했고, 포도주 시음과 도보 산책 및 와인파티를 곁들여서 여유롭게 진행된 것이다. 이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내용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한국의 심포지엄과는 대조적이었다. 2. 독일의 한인 1세대, 광부와 간호사 현재 독일에는 1960~70년대 독일(주로 서독)로 이주한 광부와 간호사 주축의 1세대를 중심으로, 약 5만명의 한인(수백명 중국동포를 포함)들이 생활하고 있다. 1963년에서 1977년까지 약 2만명의 한국인들이 독일에 노동이민자로 진출했다. 하지만 당초에는 정책적인 모집대상국이 아니었던 한국인의 이주는 거의 전적으로 광부와 간호사라는 직업으로 제한되었고,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엄격한 순환시스템 하에서 그들은 이주민의 설음을 겪어야 했다. 3년 동안 고정된 일자리에서만 일해야 했던 그들은 초기에는 복지혜택(연금, 자녀수당, 별거가족수당, 노동보호조치 등)을 받지 못했으며, 비유럽 출신의 ‘소수인’으로서 주류사회에서 배제되는 사회적 기시와 일상차별을 경험해야 했다. 존경스러운 것은 광부와 간호사 중심의 한인 1세대 이주민들은 단합과 집단적·공개적 정치투쟁을 통해 합법적인 체류(영주)권을 얻어냈고, 근면한 노력과 인내로 결국 독일인들의 인정을 받게 되었다는 점이다. 각종 서명운동과 다양한 한국인 공동체의 결속 및 독일사회에 대한 열린 관심 등은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현재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선 한인 1세대들은 여전히 한민족의 생활문화와 정체성을 지키고 있지만, 이들 1세대와 이미 독일 주류문화에 적응된 2세대들 사이에는 문화적 갈등과 삶의 가치관 및 조국관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 해외동포로서 그들 역시 정체성의 고민과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다. 3. 엥겔스 생가와 故 노무현 대통령 분향소 5월 29일, 독일에서의 첫 방문지가 바로 인구 20만의 작은 도시 부퍼탈에 있는 엥겔스(Engels Friedrich, 1820~1895) 생가(生家) 박물관이었다. 엥겔스가 태어난 생가에는 현재 작은 비석이 세워져 있고, 세 번째 생가가 박물관으로 만들어져 국내외의 방문객들에게 개방되고 있었다. 19세기 독일의 경제학자·철학자·정치가였던 엥겔스는 칼 맑스를 협력해 과학적 사회주의 및 사적 유물론을 창시한 위인이며, 1848년 2월 맑스와 공동으로 “공산당선언”을 발표했다. 한편 그가 친구인 맑스의 정신적·물질적 활동을 경제적으로 후원한 ‘푸른 잎’의 귀감으로서, 더욱 후세들의 존경을 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필자의 사견이다. 부퍼탈의 한식점에서 맛있는 ‘아시아특색’의 정심식사를 마치고, 필자와 김원희 선생은 서독의 수도였던 본(BOON)의 한국대사관(분관)에 임시로 설치된 노무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았다. 우리는 당지 영사관 직원의 배동 하에 고인의 명복을 삼가 빌었으며, 생전에 ‘서민대통령’으로서 대북 포용정책을 펼치고 재한중국동포들을 몸소 찾아주셨던 고인의 은덕을 기렸다. 조문행사가 끝난 후 필자는 경건한 심정으로 대사관 (분향소)방문록에 첫 외국인 조문객으로 이름을 남겼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 집정시기 참여정부가 해외동포들에게 베풀어준 (방문취업제 등)재외동포정책의 소중함을 재삼 실감했다. 4. 독일의 개인주의와 한국의 가족주의 현재 독일을 비롯한 유럽사회에서는 개인주의가 삶의 가치관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개인주의란 ‘개체로서의 개인이 사회보다 선행하여 실재’하며, ‘인생의 가치와 권리 측면에서 개인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정의가 가장 일반적이다. 개인주의는 르네상스 이후 근대 유럽에서 태어난 사상 및 삶의 가치관이며, 개인과 개인주의는 민주주의와 함께 유럽문화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 현재 유럽사회에서 삶의 보편적 가치관으로 인정받고 있는 현대적 개인주의는 유럽의 종교와 학문적 유산, 문화·전통적 인소들이 융합되어 오랜 세월의 시련과 투쟁으로 이뤄진 것이다. 독일사회에 고착된 개인주의는 개인의 존재와 권리를 우선시하는 반면 가족 관념은 담백하며, 이는 한국사회에서 신성시되는 가족주의와 현저한 대조를 이룬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삶의 이데올로기로 군림한 가족주의는 그 자체의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는 반면, 사회적 문제로서의 가족이기주의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한국의 가족주의는 충(忠)과 효(孝)를 기반으로 하는 동양의 유교문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외세의 침략과 문화적 압력 속에서도 고유의 정체성과 생활문화를 지켜왔고, 가족을 토대로 하는 민족공동체를 지키는데 기여했다. (독일)개인주의와 (한국)가족주의는 두 나라의 국민성과 근본적 사고방식과 가치관의 차이를 형성하고 있으며, ‘동전의 양면’처럼 각기 장단점을 갖고 있다. 독일인들은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의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으로 남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생활하는 반면, 외로움과 ‘정’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5. 온고지신, 유대인 강제수용소 6월 2일, 필자는 뮨헨 근처의 다하우 강제수용소를 견학하면서 히틀러와 나치의 극악무도한 파쇼적 만행을 실감했다. 다하우 강제수용소는 나치독일의 강제수용소로서 최초로 개설된 곳이며, 뮨헨 북서쪽 약 16킬로미터 떨어진 다하우의 군수품 공장 대지에 세워졌다. 다하우 강제수용소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와 함께 수많은 유대인들을 살해한 나치독일의 강제수용소 상징이다. 다하우 수용소는 생체실험이 실행되었던 강제수용소로 유명하며, 수감된 죄수들을 의학실험에 사용하기 위해 최초로 실험실을 세운 곳이다. 현재 다하우 수용소에는 각종 생체실험이 실행된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전시관과 학살 장면을 찍은 영화를 상영하는 소극장이 있으며, 가스실과 시체 소각로도 그대로 남아 있다. 한편 같은 전패국인 일본은 독일의 과거사에 대한 참회와 나치의 유대인 학살정책에 대한 철저한 반성 및 역사적 과오에 대한 회개를 본받아야 할 것이다. 몇 년 전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해방 60주년 기념식이 베를린에서 거행된 적 있었다. 당시 강제수용소 생존자들 앞에서 나치독일의 과거사에 대해 ‘치욕’을 느낀다고 말한 슈뢰더 전 독일총리의 연설은 독일정부의 진솔한 참회와 약속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최근까지 강행한 일본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신사(神社) 참배와 더불어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있는 일본의 우경화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현재 강제수용소는 독일인들이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는 온고지신의 ‘추모단지’로, 후세들의 교육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6. 에필로그 독일에 대한 인상은 한마디로 ‘푸르다’이며,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독일의 대지는 온통 ‘푸른 색’이었고 녹화가 잘 되었다는 점이다. 푸르른 하늘과 길가의 울창한 숲 및 도시에 우거진 푸른 나무들을 보면서 독일의 발달한 환경녹화산업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독일의 환경녹화 중 99%는 인공림으로, “전 독일인들이 나무만 베어서 팔아먹어도 3년은 산다”는 속설의 의미를 납득했다. 아름다운 자연풍경 속에 자리 잡은 2~3층의 양옥들과 말들이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자연목장 및 도농(都農)차별이 사라진 전원풍경을 보면서 필자는 1970년대 한국의 유명가수 남진이 부른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는 꿈의 현실화를 실감했다. 한편 법과 사회제도 및 일상규칙 준수를 최우선시하는 독일인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에서 선진국의 사회문화를 절감했으며, 독일 전역에서 수많은 장수노인들을 보면서 이미 초고령사회에 근접한 독일사회에서 고령화 대책 마련이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었음을 체감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여행에서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감하면서 배우는 지식은 그래서 더욱 값지고 수확이 큰 것이다. 금번 7박8일의 독일강연·관광을 통해 해외동포인 독일동포들의 현황과 희망, 통일독일의 정치·경제적인 현황과 역사문화 및 인정세태를 다소나마 이해하였다. * 본문은 한국 <호서문학> 2009년도 겨울호에 발표·예정된 것으로, 2009년 7월 <흑룡강신문> 주간특집 ‘월드코리언’ 내용을 수정한 것입니다.
26    안중근과 손중산, 그리고 '동북아공동체' 댓글:  조회:5098  추천:119  2009-10-30
  100년 전 하얼빈역에서 정의의 총탄으로 조선침략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격살한 안중근 의사는 한민족의 민족영웅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국제평화주의자 안중근’은 아직 낯 설은 존재이다. 이런 의미에서 안중근 의사가 옥중 집필한 미완성 유고 “동양평화론”에 나타난 평화주의 신념, ‘동아시아공동체’에 대한 맹아적 인식을 재조명하는 중 · 한 · 조 3개국의 공동학술회의는 그 의미가 심원하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안중근의 애국 · 애족적 거사는 이토 히로부미가 ‘한중 공동의 적’이라는 시각에서 대서특필되었고, 중국인들은 안중근 의사를 ‘한국의 국혼(國魂)’, ‘아시아 제일의 의협(義俠)’이라고 불렀고, 주은래 총리는 안 의사의 의거에 대해 “중 · 조 양국 인민의 일본제국주의에 대항한 공동투쟁은 이때를 기점으로 시작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한편 안중근 의사는 조선과 중국에서는 민족주의 화신 및 애국충절의 상징으로 추앙받지만, 치욕과 심중한 타격을 당한 일본에게는 ‘현대 정치의 아버지’를 살해한 조선의 ‘편협한 자객’으로 인식된다.   20세기 항일민족영웅 안중근은 민족독립운동가, 국제평화주의자의 식견을 가진 동양평화론자, 독실한 천주교신자로 평가된다. 그동안 남과 북은 ‘민족 제1의 공적을 처단한 민족영웅’인 민족주의자 안중근에 집중조명을 해왔으며, 안중근의 동양평화사상은 간과되어 왔다. 한편 중국 근대민주혁명의 선구자이며 삼민주의를 제창한 중국의 국부(國父) 손중산은 아시아인민의 자유와 광명을 위하여 분투한 혁명자로 추앙받는다. 그동안 손중산의 삼민주의는 각광받아왔지만 동양평화론과 같은 맥락에 있는 대아시주의는 간과되어 왔다.   안중근의 유고 동양평화론은 중 · 한 · 일 3국 관계를 ‘대등한 국가관계’로 보았으며, 이웃국가에 대한 침략과 영토 확장을 비판하고 평화적 공존을 주장했다.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은 동양3국이 평등하고 상호 협력하는 동맹관계를 건립해야 한다는데 취지가 있다. 한편 동양3국이 협력하여 서방제국주의 확장을 저지해야 한다는 대아시아주의와 오직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를 견지해야만 세계대동주의로 나갈 수 있다는 손중산의 국제주의사상은 안중근의 평등한 3국동맹 건립 및 동양평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기본사상과 같은 맥락에 있다.   국제평화주의자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에서 나타난 동양평화사상과 동북아평화체제를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은 시대를 초월한 ‘탁월한 발상’이며, 오늘날 동북아지역공동체의 주장도 안중근의 동양평화사상과 맥을 같이하며 별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또한 민족주의자이자 세계주의자인 손중산의 대아시아주의는 당시 일본이 선양한 대아시아주의 침략이론과 본질적인 구별이 있다. 그의 대아시아주의는 아시아국가가 연합하여 구미열강의 침략에 대항하고, 아시아국가의 평화공존을 주장했다는 점에 역사적 · 현실적 의의가 있다.   안중근은 완전한 인물이 아니다. 그의 동양평화사상 역시 인종주의와 일본맹주론에서 자유롭지만 않다. 그를 무조건 영웅시하기보다 그의 삶과 죽음, 사상과 행적을 연구하고 그 의미를 공유하려는 노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단순히 ‘국권 침탈의 원흉을 척살한 민족영웅’이라는 원초적 민족주의 후광에서 벗어나 동양평화론이 ‘편협한 민족주의나 지역주의가 아닌, 보편적 가치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하면서 국제평화주의자 안중근에 대한 심층적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20세기 안중근의 동양평화사상이 민족독립과 국권보호를 전제로 한 평화사상이었다면, 21세기 ‘동북아지역공동체’는 평등한 국가관계와 상호 협력을 전제로 하는 미래지향적인 범아시아적인 정치 · 경제협력공동체로 볼 수 있다. 안중근과 손중산의 동양3국의 동맹건립과 평화체제구축의 발상을 온고지신의 차원에서 21세기 동북아공동체의 건립을 모색해나가는데 디딤돌로 삼아야 할 것이다. * 본문은 지난 10월 25~26일 대련대학에서 개최된 “안중근과 동양평화”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필자가 발표한 <지정토론>을 요약한 것입니다.
25    TV에서 본 '국회의원'과 국회에서 만난 국회의원 댓글:  조회:5741  추천:167  2009-10-15
  “가끔 신성한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與野) 국회의원들의 격렬한 몸싸움을 하는 장면들이 KBS 9시 TV뉴스에 보도될 때마다 필자는 퍽 곤혹스럽다. 평소 ‘점잖은’ 국회의원 양반들이 나라의 중요한 법안이나 개혁안을 제정하고 통과시키는 신성한 장소에서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전투장면’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평소 구호처럼 외치는 ‘상생의 정치’는 과연 말로만 하는 슬로건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아직 한국의 정치문화에 대해 완전히 터득하지 못한 필자에게는 여간만 난해한 일이 아니다.” 이는 최근 한국에서 출간한 졸저에 수록된 “이방인이 본 대한민국 불가사의”란 졸문 중의 내용이다.   ‘정치엘리트’인 국회의원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치인 대표로서 권력의 상징이며, 그 나라의 정치인 이미지와 정치수준을 반영한다. 하지만 TV뉴스에 비춰지는 한국의 국회의원은 ‘싸움꾼’의 형상이 다반사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신성한 국회에서 막말을 하고 드잡이를 일삼고 심지어 무기를 들고 행패를 부리는 모습은 국민들의 빈축을 사기에 충분하다. 오죽하면 ‘자꾸 싸우면 국회를 폭파하겠다’는 시민의 협박전화까지 있었겠는가? 한국 국회는 독재시대 다수당의 횡포를 연상케 하며, 국익을 외면하고 당리당략에만 연연하는 한국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기대하는 공인(公人)이라는 신분을 잊고 있는 것 같다.   한국 국회의원들의 국회에서의 ‘용맹한 모습’은 외국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는 단골소재이다. 최근 외교 분야 전문지 미국의 포린폴리시(FP)는 한국 국회를 “세계에서 가장 무질서한 의회”로 평가했고, ‘한국 민주주의는 종합격투기를 통해 이뤄진다’고 조롱했다. 미국 NBC방송은 한국 국회의원들의 몸싸움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킹 오브 더 힐(몸싸움 장면이 많은 TV 만화극)’에 비유했고, 영국 BBC방송은 웹사이트에 “집단으로 싸우는 한국 정치인들”이란 제목으로 동영상을 올렸다. 미국의 한 여성잡지는 여성 국회의원들의 싸우는 사진을 소개하면서 ‘한국 정치인들이 미친 고릴라처럼 싸운다’고 풍자했다.   얼마 전 서울에서 개최된 제3회 세계한인정치인포럼에 참가한 필자일행은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박진 위원장의 초대로 국회를 견학했고, 국회 만찬회에서 7~8명의 국회의원들을 만났었다. 웅장한 베이징인민대회당에 비해 한국 국회는 아담하고 정결했다. 정숙하고 위압감을 주는 국회에서 필자로 하여금 가장 궁금하게 한 것은 이 ‘신성한 장소’에서 국회의원들의 ‘싸우는 이유’와 ‘용기’였다. 만찬회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국회의원들의 청산유수와 같은 말재주와 여성 국회의원들인 민주당 신낙균 국회 여성위원장과 자유선진당 대변인 박선영 의원, 한나라당 송영선 · 정옥임 위원의 명함 · 사진처럼 밝고 상냥한 모습이었다. 필자는 여성의원들의 상냥하고 매너 있는 모습을 보면서 국회 청문회와 TV 토론장에서의 날카로운 이미지 및 국회 회의장에서 ‘드잡이를 하는 모습’을 도무지 연상할 수 없었다.   만찬회에서 발언하는 국회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재외동포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금년 2월에 통과된 재외동포 참정권을 거론했다. 모처럼 여야가 입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곧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재외동포 정치인들에게 공손한 태도로 명함을 교환하면서 자신을 홍보하는 국회의원들의 ‘효율적인 처사’에 감복했다. 한편 국회 만찬회에서 보여준 여야의 ‘화기 및 협력적 모습’이 재외동포와 전 국민이 시청하는 TV에서도 나타난다면 한국의 정치는 명실상부한 ‘상생의 정치’로 거듭날 것이며,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굴려봤다.   대회 첫날 김형오 국회의장이 주최한 환영만찬에서 보여준 국회의원들의 상대에 대한 배려와 상호 존중의 화기애애한 모습은 TV에서 본 ‘국회의원’ 이미지와 너무나 판이했다. 워낙 그들 역시 고등교육을 받은 정치엘리트이므로,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교양 있는’ 처사가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 다만 국회 회의장에만 들어가면 ‘싸움꾼 용사’로 탈바꿈하는 것이 이상하고 난해할 뿐이다. 평소 점잖고 매너 있는 그들이 국회의원으로서의 당리당략에 집착하고, 불신과 반목질시 및 야유를 일삼는 대한민국 정치풍토와 관행에 휘말리면서 ‘TV의 싸움꾼’으로 전락된 것이다. 이 또한 국회의원 ‘양면성’을 초래한 주요인이다.   국내 정당간의 내홍(內訌)을 잠시 제쳐놓고, 재외동포 정치인 대표들에게 보여준 여야 국회의원들의 상대에 대한 배려와 화기 및 협력적인 ‘상생의 모습’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국회의원들의 만찬회에서 보여준 점잖고 교양 있는 처사와 상호 신뢰의 모습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재현되고 그것이 재외동포와 전 국민이 주목하는 TV뉴스에 보도된다면, 대한민국 정치인의 이미지는 크게 변화될 것이며 한국 국회의원에 대한 외국 언론의 보도와 한국 국민들의 ‘인상 속 이미지’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전환될 것이다.
24    700만 재외동포를 활용할 바람직한 재외동포정책[연재 4] 댓글:  조회:5110  추천:114  2009-10-13
  서론   “전세계 176개 나라에 700만 이상의 주재원이 있다”고 말한 권영권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700만 재외동포는 ‘한민족의 소중한 국가적 자산’이므로 ‘경제가 최대의 화두’인 이 시기에 재외동포가 쌓아온 기반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7년도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2007)상반년 재외동포는 704만으로, 7백만이란 수치는 남북한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된다. 또한 규모면에서 중국·이탈리아·이스라엘·인도에 이어 세계 5위이며, 인구대비 비율로는 이스라엘·이탈리아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민족 재외동포들은 고국(모국)과 해외의 한겨레 사이에 중요한 가교역할을 하고 있으며, 고국의 문화를 해외에 홍보하고 한민족의 전통문화와 생활습관을 유지하면서 한민족의 얼을 지키고 있다. 4000개의 재외 한인단체와 50여개 경제인단체들이 세계의 방방곡곡에서 한민족 네트워크의 근간이 되고 있고, 재외동포의 활동영역은 한국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발판이 된다. 700만 재외동포가 세계화시대 ‘한민족의 소중한 자산’인 이유이다.   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700만 재외동포는 자신들의 피타는 노력과 강한 생활력으로 거주국 현지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었고 생활의 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미 재외동포들의 개척정신과 창조성, 한민족 특유의 근면성과 친화력으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으면서 고국의 위상을 높였다. 재외동포의 경쟁력은 고국(모국)인 한국의 국가경쟁력으로 발돋움하고 있으며, 한국의 사회통합과 한민족의 민족화합에 적극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21세기 세계화시대에서 재외동포들의 존재와 활약은 ‘21세기 위대한 한민족시대’에 거대한 공헌을 하게 될 것이지만, 관건은 ‘구슬 서 말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한국정부가 700만 재외동포 인적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 가에 달려있다. 세계화시대는 인적자원 역량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이며, 글로벌시대에서 재외동포와 본국 동포간의 교류협력과 네트워크 강화는 세계적 추세로 되고 있다. ‘모든 유대인은 한 덩어리’라는 뜻으로 유명한 유대인공동체 ‘하베림코트 이스라엘’, 6000만 화상(華商) 네트워크 결속, 아일랜드의 8000만 아이리시 네트워크, 1800만 인교(印僑) 등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성공적인 사례들이다.   한국정부가 재외동포정책을 적극 추진한 것은 불과 10여년밖에 되지 않는다. 1996년 국무총리 직속의 재외동포정책위원회가 설치되어 재외동포와 관련된 정책이 실시되었지만, 1997년 재외동포문제 전담기구인 재외동포재단 설립을 재외동포정책 시점으로 볼 수 있다. 초기 한국정부의 재외동포문제는 19세기 후반과 일제시대 피동적으로 고국을 떠난 디아스포라(離散) 문제가 아닌, 한국국민들의 해외진출 지원차원에서 시작됐다. 1965년 미국 이민법의 개정으로 해외이주가 급증되면서 헌법에 ‘국가는 관련 법률에 의해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재외국민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1980년대까지 한국정부의 재외동포정책은 재외국민에 한정되었다. 1990년대 중국 및 구소련 국가와 수교이후 동포들의 대량적 고국방문이 이어지면서 재외동포정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었고, 1997년 재외동포재단 설립에 이어 1999년 재외동포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이 공식적으로 제정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 재외동포정책은 거주국에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현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2004년 참여정부는 국무총리를 책임자로 하는 재외동포정책위원회를 성립하고 재외동포정책의 기본목표를 설정했다.   현재 재외동포 거주국의 사회제도와 정치상황 및 경제발전수준이 다르므로, 고국(모국)에 희망하는 ‘동포정책’ 역시 상이하다. 시민권을 획득한 외국국적 동포와 한국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재외국민이 다수인 미국의 경우, 영주권 여부에 따라 재외동포정책에 대한 요구수준이 다르다. 일본의 경우, 친남(親南)적 민단과 친북적 조총련의 존재로 인해 동포사회가 양분되어 있다. 21세기 진입 후 이 양대 조직의 갈등·대립의 분열양상이 점차 완화되어 ‘화합의 기류’가 형성되었지만, 남북 간 화해기류 및 경색국면에 따른 모국의 정치기후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따라서 남북이 ‘하나’로 되어 민족화합을 이루는 것이 일본 동포사회의 ‘분열’을 종속 짓는 해결책이 된다. 중국과 구소련지역 국가의 경우, 과거 사회주의국가였고 냉전시대의 장기적 지속으로 고국의 동포사회와 오랫동안 단절된 상태였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고국에 대한 제한적인 출입국이 아닌 ‘자유왕래’이며, 동포사회 재정지원과 출입국 편의 및 취업기회 확대이다. 반면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단체활동이 활발한 미국·일본 등 동포사회는 활동지원과 참정권 부여, 이중국적 허용문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MB정부는 선진국의 재외동포들을 대상한 동포정책 추진에는 적극적인 반면 중국이나 구소련 지역의 동포들을 대상한 동포정책에는 진전이 없으며, 외국인노동자 수급대책만 있어 동포정책 차별화의 지적을 모면하기 어렵다. 최근 세계적 경제위기 하에 한국 국내실업이 증가되면서 중국동포정책은 방문취업제 등 동포정책을 적극 추진한 참여정부 시기에 비해 크게 후퇴하고 있다. 반면 불법체류 외국인을 단속하여 추방해야 한다는 정부의 지침과 중국동포의 입국·취업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되어 많은 재한중국동포들은 경제위기 여파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 고국의 40만 중국동포들은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3D업종에서 묵묵히 고국 건설에 이바지하고 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이 귀국하면 한민족의 정체성 유지와 한·중 관계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중국동포들의 불법체류를 줄이고 고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주고, 제한된 업종이 아닌 모든 업종에서 취직이 가능토록 정책이 개선되어야 한다.   본고에서는 기존 한국정부의 해외교포정책에서 재외동포정책으로의 발전과정을 살펴보고, 중국동포정책을 비롯한 재외동포정책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현재 전 세계에 산재되었고 부동한 정치제도와 사회경제의 발전수준 및 역사문화 배경을 갖고 있는 재외동포의 ‘동포정책’에 대한 희망사항과 ‘차별 없는’ 동포정책을 제언한다. 한편 700만 재외동포의 ‘중요한 이유’를 분석하고 글로벌시대에 걸 맞는 재외동포정책, 즉 재외동포의 거주국 사회지위와 역할을 적극 활용할 정책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본 논문의 연구취지이다. 재외동포 현황 단위: 천명 1997 1999 2001 2003 2005 2007 아시아·호주 2798 2811 2671 3240 3590 4040 미주 2209 2271 2376 2433 2393 2341 유럽 523 551 596 652 640 645 중동 7 6 7 7 7 9 아프리카 3 4 5 5 8 8 총계 5541 5645 5664 6637 6638 7044 2 자료: 외교통상부 2007   결론   첫째, 재외동포정책은 활용 및 ‘상생의 정책’이 되어야 한다.   양창영 교수는 전 세계에 산재된 700만 재외동포는 고국(모국)의 지원 없이 각자가 갖은 곤란과 역경을 이겨내고 스스로 거주국에서의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았고, 고국과 재외동포간의 유대적 작용 및 한국기업의 해외진출의 발판이 되고 있다고 재외동포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재외동포의 개책정신과 창조성 및 한민족 특유의 근면성과 친화력으로 인해 이뤄진 국제사회의 위상이 국력의 상징이 되었고, 재외동포의 경쟁력은 고국의 경쟁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민족의 소중한 자산’인 재외동포의 정부정책은 우선적으로 ‘활용정책’이어야 한다. 최근 한국정부가 매년 개최하고 있는 한상대회와 한인회장대회 및 한인정치인포럼 등 행사들은 재외동포와 모국사회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동포사회와 고국간의 ‘상생관계’로 발전될 것이다. 700만 재외동포를 활용하는 동포정책은 ‘글로벌코리아’ 이미지를 확산하고, 한국의 경제발전과 대외진출에 크게 도움을 줄 것이다. 장기적 안목에서는 한민족의 사회통합과 21세기 대세인 민족통일에서의 재외동포 ‘중요한 역할’을 인정하는 전제하에, 경제·문화·정치 등 전면적인 교류와 상호 협력의 동포활용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둘째, 글로벌시대에 걸 맞는 ‘재외동포 통합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정부는 “국가브랜드 10대 추진과제”에 ‘재외동포 통합네트워크’ 구축사업을 포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바람직한 동포정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재외동포의 네트워크 형성은 정부의 예산과 재외동포재단의 힘으로만 이뤄지기 어렵다. 그것은 가장 기초적인 데이터베이스(DB) 구축작업도 관련 자료가 각 부처에 분산되어 있고, 관련 자료를 동포사업을 주관하는 부서로 통합해야 되기 때문이다. 현재 재외동포 관련 업무가 정부 부처에 분산되었고 ‘부처이기주의’로 인해 원활한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로 ‘하나가 되는’ 글로벌시대에서 700만 재외동포를 네트워크화시키는 전략적 구상과 방안 및 정부의 추진의지가 확정되어야 한다. 정부는 새로운 전략과 예산 및 인력을 투입해서 글로벌시대에 걸 맞는 ‘코리안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즉 ‘소통하는 세계, 하나의 네트워크’란 슬로건의 일상화·보편화가 이뤄져야 한다.   셋째, 차별 없는 전면적인 재외동포정책이 실행되어야 한다.   21세기 진입 후 한국정부는 재외동포정책 추진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산업연수제에서 고용허가제 및 방문취업제 실시, 재외국민 참정권 부여와 이중국적 허용 검토와 동포청 신설 등 동포정책은 현재진행형으로 볼 수 있다. 기존 재외동포정책의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현존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균형적인 재외동포정책이 실시되어야 한다. 요컨대 모든 재외동포에게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재외동포정책의 전면적 실행을 위해서는 현행 방문취업제 규제사항의 대폭적 완화가 필요하며, 외국국적동포 차별과 선입견을 버리고 그들을 다문화사회의 사회구성원으로 인정·수용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중국을 비롯한 모든 재외동포들에게 고국 자유왕래와 합법적 취업기회가 부여돼야 한다. 현행 방문취업제는 한민족의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재외동포정책 일환으로서 획기적인 재외동포정책으로 동포정책사에 기록될 것이다. MB정부는 재외국민 위주의 ‘교포정책’과 차별적 동포정책에서 벗어나 차별 없고 평등한 미래지향적 재외동포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재외동포와 고국(모국)사회가 공존공생의 발전관계가 되는 지름길이다.   넷째, 21세기 다문화사회의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외동포의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그들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동포정책은 바람직하지만, 기존의 국제결혼과 해외인력을 유입하는 이민정책 역시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고착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노동력의 해결과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될 수 있다. 최근 MB정부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정책 기조를 ‘규제관리 중심’에서 개방과 교류로 전환하여 동포사회를 포함한 외국의 우수한 인재와 자본을 쉽게 유치할 수 있는 외국인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후진국의 재외동포를 위한 동포정책은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정부는 종합기능의 이민행정기관을 설립하여 외국의 고급인력 유치와 영주권 부여, 자국민 해외이주와 외국인 귀화, 재외동포 체류와 취업관리 등 사안들을 통괄적으로 처리하는 특별행정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민족·다문화사회로 발전해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국제결혼이민자와 자녀에 대한 ‘한국인 동화’ 지향보다 그들을 다문화사회 일원으로 포용하고, 사회통합을 위한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다섯째, 700만 재외동포의 이익을 대변하는 ‘동포청’을 설립해야 한다.   재외동포를 대상하는 ‘동포청’ 신설문제는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여전히 정부의 추진의지가 박약하고 정국의 불협화음으로 출범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재외동포가 ‘동포청’ 설립을 요구한지 어제오늘의 아니지만, ‘막대한 예산’과 인력자원 및 여야당의 정략과 관계되는 ‘민감한 문제’로 결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재외동포가 희망하는 ‘동포청’은 현재 여러 부처에 분산된 재외동포업무를 총괄하는 시스템을 갖춘 독립적 정부기구로, 현재의 재외동포재단보다 격상된 전문적 행정부서이다. ‘동포청의 설립’은 제외동포가 자유롭게 고국(모국)에 투자하고, 한국의 중소기업이 해외 진출 시 도움을 줄 수 있는 고국과 재외동포들이 ‘상생의 정책기구’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동포청’이 명실공히 재외동포를 위한 정부기구로서 재외국민만을 위한 ‘교민청’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요컨대 재외동포를 활용하는 전담부서로 대통령 직속의 ‘재외동포정책추진위원회(장관급)’를 설립하여 독자적으로 동포정책을 제정하고 재외동포교육을 지원하는 등 동포사업을 통괄적으로 추진하게 해야 한다.
23    한국정부의 재외동포활용정책과 정책과제[연재 3] 댓글:  조회:5098  추천:112  2009-10-10
  한국정부의 재외동포활용정책과 정책과제   1) 한국정부의 재외동포활용정책 추진 현황   ‘재외동포의 중요성을 인식’한 한국정부가 최근 세계한상대회(7회)와 세계한인회장대회(10회) 및 세계한인언론인대회(1회), 세계한민족포럼(10회)과 해외한민족학술회 및 해외교포정책포럼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재외동포들과의 화합과 교류를 촉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이는 한민족의 정체성 강화와 재외동포의 거주국 내 권익신장 및 고국(모국)과의 교류협력에 일조될 것이다. 특히 금년에 제3회를 맞는 세계한인정치인포럼은 해내외의 정치리더들의 교류와 ‘화합의 장’으로, 그간 정부가 경제와 학술적 교류에만 치중했던 ‘전례를 타파했다’는 의미에서 중요성이 더해진다고 볼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이러한 한인대회와 정책포럼들이 해외에서 온 동포대표들에게 정부의 동포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고, 구체적인 동포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 및 동포정책에 대한 재외동포 의견정취는 소홀히 하면서 단순한 ‘화합의 장’으로서의 ‘상징적 행사’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MB정부는 재외교포정책으로 참정권 문제와 이중국적 문제를 주로 취급하고 있다. 2009년 2월5일 공직선거법과 국민투표법 등 참정권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2012년부터 240만 재외국민이 총선·대선에 투표를 할 수 있게 된다. 개정법에 따르면 외국의 영주권자나 일시 거주자인 유학생과 상사주재원 및 외교관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미국의 시민권자와 일본에 귀화한 일본동포 및 중국국적을 가진 조선족동포들은 투표자격이 없다. 따라서 ‘참정권 부여’는 재외국민에게 해당하는 교포정책으로 진정한 재외동포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외국에 장기간 거주한 재외동포들의 성숙한 판단력의 투표 여부 및 동포사회가 정치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재외교포사회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MB정부가 선진국의 재외국민을 대상한 해외교포정책에는 적극적인 반면, 중국 등 동포들을 포함한 재외동포정책은 별로 진전이 없어 재한동포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커져만 간다. 언론과 정치권이 재외국민 참정권 문제에 집착하면서 참정권과 무관한 중국동포들의 체류·취업 규제와 가족초청 제한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참정권 문제만이 재외동포정책의 전부가 아니다’는 재한동포들의 지적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이후 미국 등 해외방문에서 재외동포의 이중국적 허용에 대해 “정부는 신중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MB정부의 재외동포정책은 한국의 IT산업과 금융 등 신성장산업에 필요한 재외동포 엘리트들을 적극 스카우트하고, 교육·금융·과학기술 분야 등 글로벌화가 미흡한 분야에서 해외의 고급인력을 유치하여 이들에게 이국국적을 허용하는 등 재외국민을 대상한 ‘재외교민정책’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OECD의 대부분 국가에서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이중국적자가 병역 및 납세의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며, 한국의 국민정서는 아직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이미 중국국적을 소유하고 있는 재한중국동포들은 이중국적보다는 합법적 체류와 취업이 보장되는 영주권제도를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700만 재외동포 중 한국어 구사가 가능한 재외동포는 10% 좌우로, 이민 4~5세까지 내려간 CIS지역의 동포는 물론하고 일본·미국의 동포2~3세는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힘든 정도이다. 중국의 대도시와 연해지역에 진출한 재중동포4~5세는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적어져 민족동화의 위기에 놓여 있다. 결국 언어를 모르면 민족문화와 역사를 잊어버리고 민족의식과 한민족의 정체성은 사라지게 된다. 재외동포에게 한민족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경쟁력 있는 글로벌 인재양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글로벌시대 각국은 재외동포의 권리보장과 인적자원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향후 재외동포 교육지원을 확대하고 인적자원으로 개발·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재외 한국학교와 한국교육원을 운영하고 있고, 재외동포재단은 동포들이 자생적으로 운영하는 한글학교에 매년 60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고 한다. 한편 한민족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영주권자와 시민권자 자녀, 입양인과 국제결혼여성 자녀에게 모국어와 고국의 역사문화를 가르치는 것이지만 국외에 일시 체류하는 재외국민에게만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현실로, 재외동포교육은 ‘관심 밖’이라는 동포들의 비판을 정부는 새겨들어야 한다.   “176개 나라에 700만 이상의 주재원(재외동포)이 있다”고 말한 권영권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경제문제가 가장 중요한 화두인 현 시점에서 700만 재외동포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년에 제8회를 맞이하는 세계한상대회는 국가경제의 발전과 재외동포들과 상생 및 공동발전의 취지에서 출발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온 3천여 명의 재외동포 기업가들이 참석한 2007년 부산 한상대회의 전체 상담액의 규모는 6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정부는 기존의 오프라인사업인 한상대회를 온라인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세계한상정보센터’를 만들어 1년 내내 재외동포들과 본국동포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터’ 역할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08년 10월 제주도에서 개최된 제7차 한상대회에서 운영위원들의 주도하에 ‘모국에 달러 보내기 운동’을 시작되었는데, 한국은행의 2008년도 통계에 따르면 재외동포들이 고국에 송금한 금액이 2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한상대회의 문제점은 행사 후 정부가 지속적인 추적으로 한상들의 실적이나 개선책 등을 제때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며, 이는 향후 한상정보센터를 통해서 충분히 보완하고 지속적인 교류와 소통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한상대회에 참가하는 기업이 주로 중소기업 위주이므로 앞으로는 대기업 및 재벌기업도 참여하게 하여 보다 큰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동포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미국의 한 경제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3년도 재외동포의 자산가치가 한국의 전체 GDP의 4분의 1이 된다고 한다. 그만큼 재외동포는 막대한 재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경제가 급속한 발전을 이룬 데는 화상(華商) 자본이 밑바탕이 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고, 이스라엘의 뒤에는 미국사회의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유대인 네트워크가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일랜드가 국민소득 4만 달러가 넘는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발전한 것은 해외의 아이리시(아일랜드 재외동포)의 적극적인 모국지원과 ‘동포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글로벌시대를 맞아 재외동포 가운데 ‘우수한 두뇌’를 유치해야 하며, 다문화시대의 한국사회에서 해외 인력을 적극 유입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재외동포를 바라보는 정부의 보수적 관념과 한국국민의 인식 및 시각이 아직도 20세기 냉전시대 및 ‘단일민족’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현재 한국정부의 재외동포정책은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고, 동포정책에 참여하는 관련 부처와 기관 및 단체들의 분산화·중복화·이중화가 심각해 동포사업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재력낭비가 심하다. 700만 재외동포들의 ‘민족적 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재외동포정책의 연속성과 정부부처의 일원화 및 ‘차별 없는 평등화’가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2) 재외동포가 한국정부에 희망하는 ‘동포정책’   연합뉴스 곽승지 박사는 현재 전 세계에 산재한 700만 동포사회는 이민역사와 정치제도 및 경제발전수준에 따라 고국(모국)에 대한 재외동포정책 희망사항과 요구수준이 다르므로, 이는 한국정부의 동포정책 일관성과 정책 제정의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재외동포들은 시민권과 영주권의 획득 여부에 따라 모국에 희망하는 동포정책이 부동하며, 중국이나 구소련지역의 동포들은 오랫동안 고국과 단절된 상태에서 1990년대 탈냉전 이후 비로소 고국방문 및 취업이 가능해졌다. 현재 이 지역 동포들의 이주배경과 정치적 상황 및 경제적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모국발전에 기여한 미국 등 재외동포들은 참정권과 이중국적 및 동포청 설립 등의 동포정책을 기대하는 반면, 중국과 CIS지역의 동포들은 출입국 편의와 합법적 체류 및 취업기회 확대 등의 동포정책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민단과 조총련으로 양분화된 일본 동포사회는 분단된 모국(고국)의 화해와 협력 및 민족화합을 바라며, 독일 등 유럽지역 동포들은 재외동포교육지원 확대 등을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재외동포가 희망하는 부동한 수준의 ‘동포정책’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목적·취지하에, 2008년 MB정부의 출범 초기 미국의 한 시민단체가 제안한 “미주(美洲)동포사회가 한국정부에 기대하는 동포정책”의 내용과 2009년 재한중국동포언론단체가 제안한 “미래지향적 중국동포정책”의 내용을 비교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 미주동포사회가 한국정부에 기대하는 ‘동포정책’   참정권 부여와 이중국적 허용: 현재 OECD국가 중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주지 않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상술한 동포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은 세계화시대에 모국과 재외동포 힘을 결속하는 ‘Key Word(관건)’이다.   대통령 산하 ‘재외동포위원회’ 설립: 대통령께서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대통령 직속의 ‘동포청’ 신설 약속을 실천에 옮겨주기 바란다. 외교통상부내에 ‘재외동포위원회’를 둔 것은 큰 실망이다. 1천만 재외동포시대를 열어 갈 ‘새로운 독립기구’가 출범해야 한다.   재외동포기본법 조속한 통과: 재외동포기본법은 동포사회의 발전과 사회지위를 인정하는 모국의 지원책으로, 모국과 재외동포사회의 ‘윈-윈(Win-Win)’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재외국민보호법 제정: 모국과 재외국민 관계는 부모를 떠나 독립한 자녀와 같고 모체와 태아 같은 불가분의 사이이다. 재외국민보호법 제정은 모든 재외국민의 소원이다.   ‘한민족 Network 위원회’의 활동 촉구: 정부여당인 한나라당이 재외동포정책으로 추진하는 ‘한민족 Network위원회’의 출범과 활동에 미주동포사회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재외동포재단 활성화: 2007년의 ‘조승회 총기난사 사건’은 미국동포사회는 물론 한국사회에도 커다란 충격을 준 사건으로, 이는 동포2세의 정체성 교육에 대한 국가차원의 관심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언어와 문화를 잊은 재외동포는 모국과 멀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국가적 손실이다. 한국인의 미국 이민역사는 1세기가 넘었으나 아직까지 한국정부의 정체성 교육 관심부재로 Program 진행 장소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재외동포 출신 국회의원 배정: 2008년 총선에는 재외국민을 대표하는 동포출신의 비례대표(국회의원)도 배정해주기 바란다. 240만 재외국민을 대변할 비례대표 배정은 시대적 요청이며, 700만 재외동포를 결속시키는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   재외동포 방문자 의료정책 제정: 모국을 방문하는 미주동포는 갈수로 증가되고 있지만 병이 났을 때 재외동포 관련 의료보험이 없어 곤란을 겪는 일이 많다. 정부는 재외동포 방문자들이 ‘간단한 절차’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정책을 제정·추진해주기 바란다.   (2) 재한중국동포언론단체가 제안한 ‘미래지향적 중국동포정책’   정부방침에 순응하고 체류기간이 오래된 동포부터 영주권을 부여해야 한다.   정부가 규정한 업종에서 일정기간 근무한 동포와 일정규모의 자금을 고국에 투자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동포에게 우선적으로 영주권을 부여해야 한다. 한중 수교 전 입국한 동포들은 18년 이상 고국에 체류하고 H-2 체류자격을 갖고 있지만, 취업과 부부·가족 간의 결합 및 노후보장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으므로 이들에게 우선 영주권을 줘야 한다.   고국유학을 희망하는 중국동포(자녀)에게 정부는 입국규제를 해서는 안 된다.   중국동포가 자녀를 고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유학·교육을 원할 때에는 한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하고 등록금 면제 등 모든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한국에 유학 온 자녀를 방문하려는 부모에게는 즉시 방문비자를 내줘야 하며, 한국에 거주할 곳이 없는 재외동포 자녀를 위해 기숙사 등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경제적으로 지원해주기 바란다.   불법체류자 근절을 위한 철저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한국국내 실업자의 수가 증가되면 국내체류 외국인노동자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 중국동포의 가족초청이나 입국을 제한해 동포들에게 고통을 안겨줄 것이 아니라, 먼저 불법체류자부터 철저하게 근절시켜야 한다. 불법체류 재외동포를 위한 자진출국 프로그램이 실시되어야 하며, 정부는 불법체류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동포의 귀화제도를 개선해 동포2세들이 쉽게 귀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한국국적을 취득한 동포자녀부터 우선 영주권·국적을 취득하게 해야 한다. 국적을 취득한 동포가 자녀를 초청을 할 경우 정부는 입국규제를 완화하고, 동포2세가 귀화신청을 위해 3년간 합법체류를 해야 하는 현행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부모가 국적을 취득한 동포자녀에게 귀화신청을 허락하고, 귀화를 신청한 재외동포의 합법취업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중국동포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동포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정부의 자진귀국프로그램에 협조해 귀국한 후 규정에 따라 재입국한 동포에게 영주권을 우선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할 경우, 최소한 5~6만의 국내체류 외국인노동자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중국동포에 대한 정부의 까다로운 규제를 완화하고 방문취업(H-2) 체류자격 동포도 고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며, 현유의 건설업 취업인증제는 폐지돼야 한다.   재한동포의 귀국을 장려하기 위한 기술교육 프로그램이 추진되어야 한다.   불원간 고국 자유왕래를 허락하고 재외동포에 대한 출입국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 한편 재한동포들이 체류기간이 만료되면 자발적으로 거주국으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술교육과 자영업 개업에 관한 교육프로그램 등 본국에서의 재정착을 위한 취업교육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귀국동포들이 거주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취직과 본국에서 한국기업(상품)의 프랜차이즈점포를 낼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MB정부의 재외동포정책은 한국국적의 재외국민을 중심으로 하는 차별 및 편파적이고 ‘부자’만을 위한 불평등한 동포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 세계 700만 한민족의 정체성을 가진 재외동포정책은 편중되지 않고 ‘빈부’ 격차와 차별이 없는 동포정책, 즉 평등하고 균형적인 탕평책(蕩平策)이 필요하다. 이른바 탕평책이란 ‘조선시대 영조·정조 집권 시기 붕당(朋黨)간의 과열된 정쟁을 지양하기 위해 편중되지 않은 인사정책과 각 정치세력간의 균형을 도모한 평등정책’을 지칭한다. 탕평책의 중요성은 권력집단간의 세력균형 도모만이 아닌, 붕당행위 배제와 안정된 정국을 기초로 의리·명분보다는 ‘민생대책’에 주력했다는 점이다. 700만 재외동포에 대한 한국정부의 탕평책은 고국(모국)사회와 동포사회의 분열과 대립·갈등을 줄이고 화해와 공존 및 ‘상생의 관계’를 지향해갈 수 있을 것이다.
22    최근 10년간의 중국동포정책 및 향후 과제[연재 2] 댓글:  조회:5252  추천:111  2009-10-09
최근 10년간의 중국동포정책 및 향후 정책과제 1) 1999년 재외동포법 발표와 2004년 (법)개정안 통과 김대중 대통령 집정시기 국민의 정부는 우여곡절을 거쳐 1999년 8월 “재외동포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동법 제2조에 재외동포 정의를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던 자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로 규정하여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즉 1948년 이전 중국 및 구소련지역으로 이주한 200백만 조선족동포와 50여만 고려인동포 및 일본의 20만 무국적동포들이 재외동포법에서 배제되었고, 재외동포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동포로서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한편 재외동포법은 미국 등 선진국의 재외동포와 구소련지역의 고려인과 중국국적의 조선족동포를 차별한 ‘동포차별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차별과 불평등의 재외동포법에 항의해 한국의 시민단체들과 재한중국동포들은 동포법 개정을 위한 시위와 농성을 벌여왔다. 1999년 8월23일 ‘중국동포의 집’ 조연섭·문현순·전미라 3인동포가 청구인으로 헌법재판소에 재외동포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200만 중국동포 조선족에 대한 재외동포로서의 재인식과 법적 확인을 거쳤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2001년 11월29일 재외동포법 제2조 제2호와 동법 시행령 제3조가 정부수립 전후를 나눠 국외로 이주한 동포를 차별하는 것은 헌법 11조의 평등원칙에 위배되므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기존 재외동포법이 중국과 구소련지역의 재외동포를 차별하고 공정성의 결여로 인해 헌법의 ‘평등원칙 위배’라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2004년 2월 제16대 국회에서는 재외동포법 제2조 제2호를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던 자(대한민국정부 수립이전 국외로 이주한 동포를 포함)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로 하는 개정안을 통과했다. 2004년 3월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개정된 재외동포법을 대통령령으로 공표하였다. 물론 재외동포 관련 법률은 개정되었지만 각종 원인으로 중국과 GIS지역 동포들은 동포정책의 혜택을 실감하지 못했고, 많은 재한동포들은 불법체류자로 전락해 단속과 강제추방을 피하면서 ‘전전긍긍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동안 한국정부가 여러 가지 동포정책을 개정했지만 중국과 구소련지역 동포들은 재외동포법의 혜택에서 여전히 배제되었고, 고국에 연고가 없는 무연고동포들은 브로커에게 비싼 수수료를 지불하고 ‘불법입국’을 해야 했다. 2) 2004년 고용허가제 실시와 2007년 방문취업제 시행 2002년 3월 한국정부는 ‘불법체류자 종합방지대책’을 발표해 불법체류자 자진신고기간을 설정하고, 2003년 3월31일까지 출국을 유예해주는 정책을 펼쳤다. 이 기간 당시 불법체류자 93%에 해당되는 25만6천여 명이 자진신고를 했고, 8천78명이 신고기간에 자진출국을 했다. 한편 산업연수생제도는 송출비리 등으로 불법체류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았고, 고용허가제 도입은 2002년 대통령 선거공략으로 등장했다. 외국인고용허가제는 2003년 8월17일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1년간 시범실시 후 2004년 9월부터 정식 실시되었다. 외국국적의 동포취업정책은 취업관리제에서 고용허가제 특례형태로 운영되었고, 2004년 고용허가제가 시행됨에 따라 방문동거사증으로 입국한 재외동포는 고용지원센터를 통해 건설업과 서비스업·제조업 등에 취업할 수 있었다. 기존 외국국적의 동포인력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동포 간 차별로, 중국과 구소련지역 동포가 재외동포법의 적용에서 배제되었던 것이다. 중국 등 재외동포에게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이 부여되면 국내 노동시장에서 현실적으로 혼란이 발생될 것으로 예측되어, 그 차선책으로 특례고용허가제가 실시되었다. 정부는 2005년 제1차 동포귀국지원프로그램을 실시해 약 6만명을 합법화시켰고, 2006년 제2차로 자진귀국프로그램을 추진해 약 2만6천여 명을 합법화시켰다. 방문취업제는 기존 동포정책의 차별과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개선책이며, 중국과 구소련지역 무연고동포에게 방문취업(H-2) 복수비자를 발급해 방문취업이 가능토록 한 재외동포정책이다. 현행 방문취업제는 체류기간 내 재입국허가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출입국이 가능하다는 등의 이점과 중국동포에게는 시험과 추첨을 거쳐야 하는 번다함을 동반하고 있었다. 그동안 정부는 재미·재일 동포는 재외동포법 혜택으로 출입국과 체류활동(취업 등)에 정책규제나 제한이 없는 반면, 중국과 구소련지역의 동포에게는 재외동포자격의 입국을 허가하지 않았고 취업도 여러 가지로 규제하였다. 정부는 단순노무활동에 종사하는 동포를 재외동포법의 혜택대상에서 제외시켰고, 중국과 구소련지역의 동포들은 전문직종 종사자라도 재외동포자격(F-4)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다. 현행 방문취업제는 향후 모든 재외동포에게 재외동포자격을 전면적으로 부여하기 위한 과도기적 재외동포정책으로 볼 수 있다. 한국정부는 재외동포법 시행령의 개정 및 개선책을 추진해왔지만 여전히 현행 시행령 제3조 ‘대한민국 수립 이전의 국외 이주동포를 포함한다’는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개정된 법률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999년 재외동포법 제정 후 한국정부는 재외동포정책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산업연수제에서 고용허가제, 방문취업제 시행에서 재외동포법 전면 실행에로의 변천과정은 현재진행형으로 볼 수 있다. 재외동포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현존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불원간 재외동포법의 전면적인 실시는 불가피하다. 현행 방문취업제도는 결과적으로 이민 및 동포정책의 완정화와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중차대한 재외동포정책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3) 재외동포법 전면적 시행이 이상적인 재외동포정책이다 윤인진 고려대 교수는 외국국적동포 문제는 단지 노동력의 수급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되고, 재외동포와 고국간의 유대강화 및 다문화시대에 걸 맞는 재외동포정책 추진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남북한 사회통합과 통일정책의 차원에서 접근을 모색해야 하며, 외국인력의 정주화와 사회문화적 통합문제까지 고려한다면 중국동포 등 재외동포인력에 대한 활용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외동포인력을 한국의 국내시장의 수요에 알맞게 활용하면 노동력 문제의 해결과 동포들의 민족공동체 발전 및 해외 한민족공동체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방문취업제를 실시해 해외동포 인력의 비중을 늘리는 것은 단기적·장기적 측면에서 모두 바람직하다. 최근 한국정부의 중국동포정책은 큰 진전이 없는 반면, 중국동포를 비롯한 재외동포에 대한 ‘자유왕래 보장’에 따른 재외동포법의 전면 실시로 인해 ‘재외동포들의 대거 입국으로 인한 노동시장 혼란’의 우려가 한국 국내에 팽배해 있다. 2007년 방문취업제 시행당시에도 중국동포 등 재외동포의 대량 입국은 ‘국내 노동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한국정부는 무연고동포에 대해 잠정 쿼터제를 실시하여 동포들의 입국을 규제했다. 재외동포 및 외국인력 유입문제는 다문화사회에 진입하고 저출산·고령화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적시적인 이민정책의 일환으로, ‘취업이민’의 유입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건설근로자의 수요는 더욱 증가될 것이며, 해외인력의 안정적인 수급은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부상되고 있다. 2010년 이후 중국의 1인당 GNP가 약 3000달러(중국동포, 약 4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해외노무를 통해 일정한 경제자본을 축적한 동포들이 경제발전이 빠른 (중국)연해지역과 대도시로의 진출이 확대되면서 맹목적 한국입국 붐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결국 방문취업제의 성공적 정착은 향후 몇 년 후 재외동포법 전면 추진의 환경 조성과 ‘정책적 보장’이 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불원간 재외동포법이 전면적으로 실행되어 자유왕래와 합법적 취업이 보장되면 동포들 자신들이 자율적으로 출입국시간을 결정하고, 국내 노동시장 수요에 따라 재입국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현유의 방문취업제 성공적 정착을 위해 국내 취업지원단체와 동포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하여 입국 전 취업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무연고동포들이 무작정 입국해 장기간 구직 못하는 현상을 피면해야 한다. 또한 ‘자유왕래’의 출입국 제도를 활용해 겨울철에 취직이 잘 안 되는 건설업 등의 경우 우선 귀국하고, 노동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즌에 재입국해 취업활동을 지속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컨대 모든 재외동포에게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성공적 재외동포법의 시행을 위해서는 현행 방문취업제의 규제가 대폭적으로 완화되고, 현재 동포사회에서 사회문제로 된 무연고동포 선발 한국어시험은 불원간 폐지되어야 한다. 21세기 다문화시대의 한국사회가 사회통합을 이루려면 전면적 재외동포정책이 실시되어야 하고, 외국국적동포의 차별과 선입견을 버리고 그들을 다문화사회의 사회구성원으로 수용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중국을 비롯한 모든 재외동포들에게 고국 자유왕래와 합법적 취업기회가 부여되어야 한다. 이 또한 다민족·다문화사회로 발전하는 한국사회의 당연한 책무이며 시대적 대세이다.
21    남북의 월드컵 동반 진출, 축하한다 댓글:  조회:4669  추천:149  2009-06-19
  꿈이 아닌 현실이 기적같이 발생했다! 남북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지구촌의 최대 축구잔치인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란히 올랐다. 남과 북은 중동강호 이란과 사우디를 물리치고, ‘죽음의 조’에서 1~2위로 월드컵에 동반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는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7회 연속 (월드컵)본선에 진출하는 동시에 ‘축구변방’인 조선(남자)대표팀이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고, 남과 북이 공동으로 만들어낸 축구잔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월드컵 역사상 분단국가가 동반 진출한 것은 1974년 (서독)월드컵에서 당시 분단된 동·서독에 이어서 두 번째이다.   그동안의 월드컵(예선)에서 강세를 탔던 중동강호 사우디와 이란을 제치고, ‘약체’인 조선대표팀이 다크호스(黑馬)로 등장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1950∼60년대 조선(남자)축구는 아시아 최강 전력을 자랑했고,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는 유럽축구강호 이태리를 전승하면서 아시아 최초로 8강에 진출해 세계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그 후 조선축구는 국제무대에서 점차 존재감을 잃어갔고, 1998년~2002년 월드컵에는 출전을 포기했다. 금번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한국과의 홈경기를 두 번이나 중국 상하이에서 치르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다. 그만큼 역경 속에서 이뤄낸 쾌거이기에 더욱 값지고 괄목상대를 받게 된 것이다.   조선대표팀에는 ‘인민루니’로 불리는 정대세(일본)와 홍영조(러시아), 안영학(수원삼성) 등 3~4명의 프로리거들이 있었지만, 박지성과 같이 유럽 최고의 명문클럽에서 뛰고 있는 월드스타들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11명’의 끈끈한 팀워크와 탄탄한 조직력, 국내파 골키퍼 리명국을 포함한 ‘철벽라인’이 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뛰어난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강한 정신력과 역경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강인한 의지가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을 꿈에도 그리던 월드컵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며, ‘기적을 창조’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어려운 경제적 환경과 여건 속에도 축구의 진면모를 보여준 조선대표팀이 ‘동병상련’의 연변팀에게 주는 계시가 크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다.   금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라이벌이자 ‘동반자’인 남북 대표팀의 격전과 페어플레이 스포츠정신 속에서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조 내에서 가장 강력한 적수인 이란전과의 경기에서 남북 모두가 역경 속에서 이뤄낸 ‘값진 무승부’는 결과적으로 (본선)동반 진출에 중요한 작용을 했다. 일찍 ‘승자의 여유’를 찾은 한국이 끝가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두 경기(사우디와 이란전)에서 거둔 무승부는 결국 한국대표팀의 무패진출 쾌거를 이룩함과 동시에 같은 조의 조선팀의 진출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유럽스타’ 박지성이 뽑아낸 두 차례의 동점골은 천금 같은 골이었고, 이 또한 월드스타가 발산한 특유의 매력이다.   지난 세월 남북관계가 반목과 질시를 거듭해오는 와중에도 국가대항전 종목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축구는 남과 북의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스포츠 가교’ 역할을 해왔다. 일제 강점기(1929~1946년) 서울과 평양에서 진행된 ‘경평축구’는 한민족의 의 동질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냉전시대를 경유하면서 1990년 10월에는 ‘남북통일 축구대회’로 부활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은 모두 9차례의 국제종합대회 개막식에서 공동입장을 이뤄냈지만,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개막식 공동입장이 결렬되었다. 이 또한 동반진출을 이뤄낸 남아공 월드컵에서 ‘코리아 형제’의 (성적)귀추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최근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실험 및 개성공단 존폐위기 등 급격하게 냉각된 남북관계 속에서 남북이 함께 이뤄낸 동반 진출은 긴장된 남북관계를 완화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았다는 점에서, 축하해야 함이 마땅하다. 남북이 나란히 본선에 오른 것은 1930년 초대 월드컵 우루과이 대회 이후 70년 만에 이룬 쾌거이며, 해외동포를 비롯한 7.700만 한민족의 (스포츠)경사이다. 또한 한민족의 동질성과 강인한 의지 및 정신력을 축구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요컨대 금번 월드컵 동반 진출은 경색된 작금의 남북관계 속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이뤄낸 스포츠 잔치로, 남북이 ‘하나’가 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겨루게 되는 유럽대표팀과 남미 강호들의 벽은 높다. 현재 남과 북에 모두 존재하는 골 결정력 부족과 ‘허점이 보이는’ 수비라인을 시급히 보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남과 북이 2002년 홈에서의 ‘4강 신화’와 아득히 먼 시대의 ‘8강 기적’을 하루빨리 잊어버리고, 머나먼 아프리카 남아공에서 새로운 기적(16강 진출)을 다시 한 번 이뤄내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20    토지는 농민들의 중요한 자산이다 댓글:  조회:4621  추천:131  2009-02-21
  개혁개방 이후 산업화 · 도시화의 진척에 따라 젊은 세대들이 인근도시와 연해지역으로 대량 진출했고, 최근에는 해외출국 열조로 많은 이들이 외국으로 떠나면서 농촌인구 급감과 농촌교육이 붕괴되고 있다. 농촌 황폐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고, 조선족농촌은 바야흐로 ‘노약자 천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현재 조선족농촌의 가장 큰 문제는 대량적 인구이동과 도시화의 추세로 농민들이 ‘생존의 땅’ 토지를 포기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에 진입하면서 조선족농민들이 대대손손 전해 내려온 농사일을 포기하고, 더 윤택한 생활을 위해 도시와 국외로 진출하는 인구이동 현상을 별로 탓할 바는 못 된다. 이는 시대의 발전추세로 도시화 · 산업화의 결과이며, 더 좋은 삶을 추구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농민들이 조상들이 개척한 땅, 삶의 근거지이었던 소중한 땅을 너무 소홀하게 포기하는 현상이다.   더욱 엄중한 것은 최근 많은 조선족농민들이 토지를 타민족에게 양도하거나 소유권을 포기한 채 도시진출 및 해외로 무작정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화와 해외출국에서 기인된 인구이동과 농촌 황폐화 현상, 토지유실 상황이 심화됨에 따라 도시에 진출한 ‘농민공’ 임시노동자들은 돌아올 근거지를 잃게 된다. 도시진출의 가속화는 민족동화에 따른 민족해체와 정체성의 혼란 등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민족의 뿌리가 있는 농촌과 ‘땅’을 잃게 되면, 민족정체성 위기의 심각화와 함께 대륙 속에 서서히 동화되어 민족성과 정체성을 상실해갈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뿌리를 잃은’ 민족은 구심력을 잃은 갈대 및 부평초와 같은 유랑자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한편 조선족농민들이 ‘토지소유권 포기’ 현상과 대조적인 것은 중국의 농촌정책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농촌개혁으로부터 시작된 개혁개방 이후 집단생산의 농업체제에서 토지사용권 사유화로 전변되면서 생산 자율성과 효율성이 크게 제고되었다. 중국정부는 농업 · 농촌 · 농민문제(三農)에 대한 중시로, 농촌정책을 조절하고 신정책을 출범하여 농민들의 생활수준 제고에 일조하고 있다. 2006년에는 농민들의 부담인 농업세를 철저히 취소했고, 드디어 제17차 3기전체회의에서 “농촌개혁발전의 중요문제 결정”을 반포하였다.   중국사회과학원 정신철 교수는 “민족애환이 잠겨있는 이 땅은 민족공동체를 유지하는 생활터전이었으며, 조상들이 얼이 스며있고 민족역사가 투영되어 있다”고 지적하였다. 현재 농민들의 ‘버림을 받고 있는’ 토지는 오랜 기간 우리에게 생존필수의 의식주를 제공해주었고, 민족교육의 장소로서 ‘민족문화를 고스란히 지킬 수 있는 근저’로 되었다. 정 교수는 건국 이후 “조선족농민의 생활이 타민족보다 더 풍요롭고 민족교육수준이 높은 중요한 원인이 바로 조상들이 개척한 땅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토지(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삼농문제 전문가 리수산 연구원은 정부의 농촌개혁 추진에 따라 조선족농촌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고, 농촌발전을 위해 ‘조선족농민들은 소중한 토지를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즉 과학기술과 인적자원으로 농업을 활성화시키고 관광농업·생태농업·중심농촌 건설로, 인구이동으로 인한 농촌 황폐화 등 농촌의 당면문제를 해결하고 ‘농촌번영’을 이룩해야 한다. 李 연구원은 “농촌에 휴가 · 민속 · 환경보호의 경관을 마련함으로써 도시에 진출한 조선족이 ‘돌아오는 마을’로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연길시 이란진 련화촌에서 발생한 토지관리 분쟁문제가 언론에 보도되어 사회적 화제로 부상했다. 토지를 임대한 갑방이 계약을 어기고 “토지개발 이용에서 불법적인 양도 및 판매하는 현상이 발견”되면서, 원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토지유실과 타인에게 (재)양도됨에 따라 ‘원주민들의 불이익’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이는 계약서의 “친환경적이고 과학영농으로 두레농목시범단지를 조성한다”는 토지사용의 목적과 위배되며, 토지양도는 “농업발전을 위한 것으로, 비생산적인 이념전파에만 몰두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원주민들의 불만이다. 현지 정부의 조속한 해결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땅’을 잃은 농민들이 도시진출에서 실패할 경우, 도시빈민층이나 남의 땅을 부치는 ‘소작농’으로 전락할 수 있다. 최근 조선족사회에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도시화는 그로서의 이폐(利弊)와 장 · 단점을 갖고 있다. 중국정부의 사회주의新농촌 정책과 농촌개혁 추진은 조선족농촌에 현존하는 사회문제해결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다. 농민들은 자신들의 중요한 자산인 토지의 사용관리에서 더 이상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한마디로 토지소유는 민족집거지와 정체성 유지에 중요한 기반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19    사이코패스의 '희생양'이 된 중국동포 댓글:  조회:5007  추천:173  2009-02-09
    요즘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문제로 화두가 된 유행어가 사이코패스(Psychopath)라는 말이다. 사이코패스는 ‘정신병의 일종으로 반사회적 성격장애자’를 일컫는 말이다. 발생원인은 ‘뇌의 전두엽에 이상이 오는 것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코패스들은 대개 이중적인 성격의 소유자로서 충동적이며 도덕성과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다. 순간적 충동으로 반도덕적, 반사회적 행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의 성향은 서구식 ‘묻지마 범죄’와 유사하다.   사이코패스의 특징은 무고한 희생자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못하며, 피해자에 대한 아무런 감정과 미안함이 없고 본인의 범행에 대해 반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 사이코패스들은 악명 높았던 살인범 유영철과 정남규, 보성 연쇄살인범 어부 오종근 등이 있다. 요즘 ‘뉴스인물’이 된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사건도 ‘사이코패스 범죄’에 속한다. 지난 2004년에 검거된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정신감정을 통해 ‘희생자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범죄라는 것이 처음으로 확정되었다.   연쇄살인범 대다수가 사이코패스의 성향은 갖고 있으며, 이들을 ‘두 얼굴의 인격체’라고 부른다. 주목되는 것은 요즘 한국사회를 경악케 한 연쇄살인범 강호순에게 살해당한 네 번째 희생자가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 매장된 중국동포 여성이라는 점이다.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추적하면서 경찰이 골프장에 매장된 시신 발굴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현재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시신 발굴이 갈수록 난항에 부딪치면서, ‘골프장 공사과정에서 시신이 유실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결과가 나와서 더욱 안타깝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강호순에게 피살된 부녀자 7명 중 3명이 노래방 도우미로, 범죄자가 범죄행각의 초반 범행대상을 모두 노래방 도우미로 선택했다는 점이다. 노래방 도우미 중 세 번째로 살해당한 피해자가 바로 ‘골프장에 매장’된 중국동포이다. 상대적으로 노래방 도우미들은 생활 형편이 어려운 여성들로, 자신을 방어하거나 범죄피해를 당했을 때 구제방법이 취약하다. 특히 2006년 음악산업진흥법이 출범된 후 노래방 도우미 고용행위가 불법으로 금지되면서, 업주와 도우미 모두 사소한 범죄피해는 신고를 못하고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강호순이 범행초기 노래방 노우미를 표적으로 삼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현재 재한중국동포 여성들이 성폭행과 흉악범죄의 사각지대에 노출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얼마 전 중국동포여성 K씨는 식당 동료의 성폭행을 피해 달아나다 3층에서 떨어져 중태에 빠졌다. K씨는 인근 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중국동포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폭행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범죄자들이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 외국인여성, 특히 불법으로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중국동포 여성들의 ‘약점’을 악용하여 그녀들을 범행대상자로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서울에서 ‘묻지만 범죄’로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3명의 중국동포 여성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고, 피해자 13명 중 6명이 중국동포 여성들이었다. 2008년 1월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참사에서는 중국동포 10여 명이 숨졌고, 2007년 2월 여수 출입국관리소 화재 때도 중국동포를 포함해 10명의 외국인노동자가 사망했다. 이처럼 무차별 살인의 ‘묻지마 범죄’나 ‘인위적’ 화재참사,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무고한 중국동포들이 피해자가 되었다. 이는 (재한)중국동포들의 생명안전이 그만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화재 및 고시원 참사, 성폭력 범죄를 통해 재한중국동포 여성들의 힘겨운 삶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고시원 쪽방이나 식당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묻지마 범죄’와 성희롱 · 성폭행의 표적이 되고도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까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열악한 환경과 차별 · 경시에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는 중국동포 여성들이 이번에는 사이코패스의 ‘목표’가 되었다. 중국동포들은 이번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 성범죄에 노출되는 ‘직업 선택’에 심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돈 버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생명안전이기 때문이다.   현재 고국에서 취업하는 많은 중국동포 여성들이 식당에서 일하고 있지만, 일부는 다방이나 노래방 등 서비스업종에서 ‘불법취업’을 하고 있다. 이는 성폭행 등 성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곳으로,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 또한 범죄자들이 노리는 ‘약점’이 되고 있다. 한국의 외딴 골프장에 억울하게 묻혀있는 중국동포 원혼(冤魂)을 삼가 위로하면서, ‘묻지만 범죄’나 사이코패스들의 흉악범죄에 중국동포들이 ‘희생양’이 되는 비극이 더 이상 발생하지 말기를 바란다.
18    존폐위기에 놓인 남북경협의 상징, 개성공단 댓글:  조회:4330  추천:126  2009-01-31
  개성공단 사업은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한 아태평화위원회의 합의서 체결로 공식화되었다. 개성공단은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과 토지가 결합한 남북경협의 모델케이스이다. 개성공단의 성공적인 추진은 남북의 경제적 이익과 번영은 물론 ‘통일 KOREA’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대안(모델)이 될 수 있다. 또한 북한이 시장경제를 직간접으로 체험·학습할 수 있는 교육장으로, 남북통일 이후까지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개성공단은 일방적 대북지원이 아닌, 남북한 모두에 평화와 번영을 기약하는 상생의 국가적 프로젝트이다. 북한은 개성을 경제회생의 발판으로 구조적 문제를 타개하고,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특히 핵실험 이후에도 생산과 수출, 북한 노동자들의 수가 꾸준히 늘어남으로써 개성공단은 명실상부한 ‘남북경제공동체 시험장’이 되고 있다. 한편 ‘개성특구’라고 불리는 개성공단은 북한주민들에게는 ‘희망’의 상징하며, 냉전시대의 이념을 떠나서 남북이 ‘하나로 되는’ 통일시험장으로 간주되고 있다.   북한정부는 군사분계선에서 제일 가깝고 군사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지역인 개성지구에 주둔하고 있는 인민군 1개 사단을 후방으로 이동배치한 후, 개성지구를 공업지구로 선포하고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경제특구다운 ‘특구’를 성공적으로 운영해보려는 북한의 파격적 조치는 북한 ‘시장경제의 첫 신호탄’으로 일컫는 2002년 7월의 ‘7.1경제관리개선조치’에 힘입은바가 크다.   게다가 ‘7.1 조치’ 이후 중국의 홍콩특구를 벤치마킹하여 북한정부가 큰 기대를 걸고 추진한 신의주특별행정구가 국내외의 각종 원인으로 좌절되었고, 1991년 12월에 나진·선봉 자유무역지구가 인프라 부족과 외국인투자자 인센티브 결여 등으로 실패한 상황에서 개혁개방의 일환으로 추진한 개성공단(특구)에 대한 기대는 확실히 컸던 것이다.   개성공단은 시범단지 생산 2년 만에 월간 생산액 1천만 달러, 수출액 250만 달러의 남한 전용공단으로 발전하였다. 2008년 8월 현재 개성공단은 79개 업체가 가동 중이며, 3만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고용되고 있다. 개성공단은 2천만의 소비시장과 구매력을 보유한 수도권의 시장 인근에 위치했고, 인천·서울에서 60~70km 떨어진 지리적 인접성이라는 이점이 있다. 아울러 북한의 개혁개방 일환으로 추진된 경제특구로 (공단)진출한 남한기업들은 북한정부의 정책상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인위적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점도 있다.   반면 개성공단은 아직 많은 문제점과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개성공단 경제활동의 제도적 보완과 원산지 표기 및 전략물자 반출문제 등 선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되어 있다. 개성공단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지역으로 전략물자 반출 및 원산지 규정(WTO 규정 제9조)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분단으로 인한 비경제적 측면의 제약을 받고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의 정책변화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의 영향을 받는 것이 가장 큰 딜레마이며, 현재까지 미국이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도 개성공단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게는 수출규제와 이윤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얼마 전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통한 모든 육로통행을 엄격하게 제한·차단하겠다는 통지문을 남한정부에 보내온 것은 남북관계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지난번 군사실무회담에서 북측이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지 살포를 거론하면서 개성공단에 끼칠 악영향을 경고한 후, 개성공단을 볼모로 대남 압박을 강화한 것이다. 지난 10년 한국정부가 추진해온 남북경협의 최대 성과인 개성공단 사업이 존폐위기에 놓인 것이다. 현재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을 타개할 열쇠는 한국정부의 손에 있으며, 정부가 10.4 선언과 6.15 공동선언의 이행 및 준수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만으로도 사정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대남 강경자세는 일부 ‘불순한 동기’를 지닌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지 살포에 대한 MB정부의 방임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전단지 살포의 피해자는 그간 대북지원을 추진해온 민간단체들과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한기업들이다. 궁극적으로 이는 남북경협의 성과를 상징하는 개성공단의 존폐위기로 직결된다.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남북관계의 시금석’, 개성공단이 고사위기에 직면했다. 북한정부는 지난 2008년 3월 개성공단의 당국자들을 추방했고 7월에는 금강산 관광을 중단한 후, 현재 정부차원에서의 대남 인적교류를 전면 차단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최악의 상황은 개성공단 폐쇄로, 이는 남북경협의 전면 중단과 퇴보를 의미한다. 목전의 경색국면을 풀기 위한 해법은 정부가 대북정책의 비현실성을 인식하고, 남북관계가 최악의 사태로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대책으로서 기존의 대북정책 기조를 전환시키는 것이다.   한반도는 반도이지만, 남북경협이 중단되고 대북교류가 막힌다면 남한은 ‘섬’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경의선과 동해선의 개통은 남한과 대륙을 육로로 연결시켜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개성공단의 (핵심)비전은 개성의 제조업과 서울의 금융, 인천의 물류를 연결시켜 개성공단을 동북아 경제협력의 물류중심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개성공단에서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토지와 값싼 노동력을 결합하여 민족경제공동체의 기반을 조성하면 한반도 평화체제가 앞당겨질 것이다.   한마디로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은 상징과 실리성을 겸비한 상생의 프로젝트이며, 남과 북이 모두 소중히 여겨야 할 귀중한 자산이다. 아울러 개성공단은 21세기 민족통일의 시험장이 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7    항공기 안에서 본 한 · 중 문화의 ‘융합’ 댓글:  조회:5079  추천:141  2009-01-28
  몇 년 전까지 해도 필자는 가격은 타항공사에 비해 좀 비싸지만, 최선의 서비스와 쾌적한 기분을 만들어주는 아시아나(亞航) 비행기를 타고 서울과 북경을 부지런히 드나들었다. 필자가 타본 여러 나라의 항공기 가운데에서 아시아나 항공사의 서비스는 단연 으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서비스도 괜찮은 중국국제항공(CA)을 자주 이용하는데, 한 · 중 문화가 ‘융합’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주요인이다.   한 비행기 안에서 대범하고 예쁜 중국인 쿵제(空姐, 비행기 여승무원)와 예의바르고 스마일 봉사로 고객을 즐겁게 해주는 한국인 스튜어디스의 우질 서비스를 동시에 받을 수 있어 기분이 즐겁고, 아울러 중 ·한 두 나라의 문화를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얻을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 된다.   승객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관심사는 티켓가격과 안전보장이며, 기내(機內)음식과 서비스 역시 관심사의 하나이다. 간과할 수 없는 중국국제항공(CA) 항공기의 특징은 한 · 중 이중 서비스를 동시에 받을 수 있고, 기내음식도 한식과 중식이 ‘짬뽕’되어 있는 것이 특색이다. 이 또한 필자가 CA 항공기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특이한 것은 이 한 · 중 음식문화가 ‘짬뽕’된 기내식이 현재 한 · 중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중국동포를 비롯한 대다수 승객들의 구미에 맞고, 중국인이나 한국인 승객들이 모두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것에 놀랍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비행기 안에서 나눠주는 기내식 세트를 열어보면, 참새는 작아도 오장육부가 구전하듯이 모든 메뉴가 거의 빠짐없이 마련되어 있다. 우질 쌀로 된 밥과 소고기와 시래기를 볶은 중국식 요리와 포장된 한국산 농협김치 및 종로 떡 방에서 만든 떡 세트와 빵이 마련되어 있으며, 그 외에도 주스와 광천수(鑛泉水)가 비치되어 있다.   아시아나의 기내식의 특점은 한국산 고추장을 서비스로 주는 볶음요리 특색의 중식(中食)과 스테이크 위주의 서양식으로 구분된다면, CA의 기내식은 완전히 중 · 한식이 ‘짬뽕’된 것이 그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맛있는 중식요리가 조금 느끼한 것이 ‘옥에 티’라고 하면, 개운하고 매콤한 한국산 김치는 중식의 느끼함을 반감시켜준다. 그래서 서로의 부족함을 보충해주는 중 · 한 음식문화의 ‘짬뽕’으로 만들어진 (CA)기내식을 탑승한 한 · 중 두 나라 승객들이 너나없이 맛있게 먹는 이유가 아닌 가고 생각해본다. 아울러 중 · 한 스튜어디스들의 하모니(조화)적인 서비스와 한 · 중 승객들의 어우러진 하나의 모습에서 필자는 한 · 중 문화의 융합과 ‘짬뽕’의 매력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   최근 중국의 대부분의 항공사들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에 다녀오고, 한국의 스튜어디스들의 스마일봉사와 우질 서비스에 호감을 느끼면서 각 항공기마다 1~2명의 한국인 스튜어디스를 기용하고 있다. 대개 한국인 스튜어디스들은 2~3국의 언어를 알고 있고, 한국인과 중국인의 구미에 잘 맞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또한 한국의 스튜어디스들이 인기가 많아 중국의 항공사들에게 중용되고 있는 주요원이며, 최근 한국인 여객들도 중국국제항공을 자주 이용하고 있는 원인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고도로 발달된 서비스정신과 ‘고객을 황제’로 모시는 체화된 봉사정신이 그녀들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좀 딱딱한 모습의 중국인 승무원들의 서비스를 ‘세미(semi) 프로’라고 한다면, 항상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최선을 다하는 한국인 스튜어디스들의 우질 봉사는 일류 · 프로급이다. 이 또한 최근 들어 중국의 항공사들이 한국인 스튜어디스들을 적극적으로 스카우트해가는 직접적인 원인이며, 최근 항공업계에서 강하게 불고 있는 또 다른 ‘한류’이기도 하다.   한 · 중 음식문화가 ‘융합’된 기내식이 맛있는 또 다른 이유는 기내의 질 높은 고급서비스와 갈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깔끔한 유니폼을 착용한 아름다운 스튜어디스들의 세심하고 살뜰한 서비스는 여객들의 기분을 즐겁게 해주며, 쾌적한 식사분위기를 마련해준다. 식사전후에는 각종 음료와 커피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 또한 한 · 중 문화가 융합된 우질 서비스와 한 · 중 음식의 ‘짬뽕’ 에 대다수의 여객들이 매력을 느끼는 이유이다.   가끔 고급호텔에서나 환경이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우질 서비스를 받으면서 하는 식사가 그 맛이 일품일 뿐 아니라, 오래 동안 기억 속에 남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것이 모든 이들이 우질 서비스를 선호하는 원인이며, 이 또한 고급서비스가 갖는 매력이다.   한 · 중 음식문화를 비교해볼 수 있는 기내식이 맛있는 다른 이유로, 그 적당한 양(量)을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탑승 전의 끼니는 적게 먹거나 거르기 일쑤이며, 따라서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이 가장 맛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탐욕을 삼가고 ‘적당히 끝내는 것’이 아름다운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최근 들어 국제항공의 단골이 된 필자는 항공기 안에서 중 · 한 양국의 문화가 융합된 서비스와 음식문화를 즐기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한 · 중 양국의 여객들의 편안한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따라서 부동한 사회문화에 대한 상호 이해와 서로 다른 문화의 ‘융합’이 가지는 진정한 함의를 곰곰이 되새겨보고 있다.
16    아버지, 힘내세요 댓글:  조회:4748  추천:158  2009-01-27
  현대사회에서는 어머니의 모성애는 갈수록 부각되고 어머니에 대한 노래와 예찬은 많지만 가장으로서 남편, 세대주인 아버지에 대한 찬미는 그리 많지 않다. 아버지의 숨은 노력과 가정을 위해 일생을 바치는 헌신정신은 ‘응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가정에서는 떳떳하고 사회에서는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평소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인생의 쓴맛을 묵묵히 감수해야 하는 것이 이 시대의 아버지들의 고민이자 책무(責務)이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성숙한 인생 및 사명감을 지닌 삶을 사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사회에서는 유용하고 믿음직한 동량지재로, 가정에서는 자상하고 다정다감한 남편 및 아버지로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매일 10여 시간 이상 컴퓨터 속에서 살면서 하루에도 수없이 바탕화면에 있는 나의 귀염둥이들을 클릭한다. 그들은 나에게 방불히 이렇게 말한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고 말이다. ‘거북 인생’을 편달하고 재촉하는 동기부여는 한마디로 ‘아버지가 되었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이다.   얼마 전까지 한국에서 가장 흥행한 광고노래 인기순위 1위는 “아빠 힘내세요”이었다. OECD 국가 중 ‘스트레스 1위’인 한국의 아버지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힘이 되는 노래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아버지’들이 직장 스트레스와 일상의 압력을 이겨내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는 그들에게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이 있고, 자랑스러운 아버지로서의 자긍심과 사명감이 있기 때문이다. 가정이 화목하고 자식들이 올바른 인격체로 성장하려면, 모성애와 부성애의 적절한 조화와 균형이 필수적이다.   모계사회 이후 인간의 생활방식이 채취로부터 사냥과 수렵, 농업과 목축으로 바뀐 후 아버지는 곧 권력과 지배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가정과 사회는 아버지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가부장적 제도가 확립되었다. 오랜 기간 우리사회에서는 아버지와 군주 및 스승은 곧 일체로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이었다. 하지만 산업화 ·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오랫동안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억압을 받았던 여성의 지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아버지의 권위는 서서히 하락되었으며, 가장으로서 아버지는 점차 무력해졌고 ‘사회적 약자’로 추락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수많은 아버지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그들의 막강한 권위와 위엄은 사라졌다. 경제위기가 올 때마다 그들의 어깨는 무거워지고 돈주머니는 엷어지는 반면,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된다. 최근에는 중년의 한창 나이에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인생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운명’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여성파워가 커짐에 따라 우리시대의 아버지들은 권위가 위축되고, 자신의 고통스러운 심정을 하소연할 곳이 없다. 오직 심신의 피곤을 풀 수 있는 것은 술뿐이다.   미국의 링컨대학에서 학생 5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아버지와 TV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라는 설문에 무려 68%가 아버지 대신 TV를 선택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아버지의 존재는 뉴스와 오락프로를 제공하는 TV만도 못했다. 최근 한국의 가정순위 1위가 자식, 2위는 엄마, 3위는 파출부, 4위는 강아지, 5위가 아버지라는 ‘슬픈’ 이야기가 유행되고 있다. 일찍 권위와 위엄의 상징이었던 아버지의 존재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아울러 ‘펭귄 아빠’와 ‘기러기 아빠’들의 급증으로 아버지들은 점점 ‘쓸쓸한 외톨이’로 변해가고 있다.   군인들이 등장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사회자가 지금 이 순간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말하라고 하면, 99%가 ‘어머니’를 외친다. 이는 아버지 존재가 어머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아버지의 존재가치가 ‘절하’되었다는 반증이다. 호주제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당당했던 아버지의 존엄과 가정에서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낙동강 오리알’의 신세가 되었다. 최근 ‘아버지의 기를 살려주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이다.    최근 사이버 공간에 ‘아버지닷컴’이 개설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힘겹게 살아가는 이 시대의 아버지들께 삶의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사이트를 개설했다는 운영자의 설명이다.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토론장’에는 아버지들의 말 못할 고민거리가 넘쳐난다. 요즘 아버지들은 급변하는 인터넷 · 디지털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있고, 격세지감을 느끼면서 올바른 아버지상을 상실하고 있다. 늘 직장일에 바쁘고 구조조정으로 인한 해고 걱정으로 전전긍긍하며, 가정과 자녀의 성장에는 관심할 여유가 없다.   얼마 전 신문에서는 ‘아버지가 마시는 술잔의 절반은 눈물과 한숨’이라고, 이 시대 아버지들의 우울하고 힘든 모습을 묘사했다. 직장 불안이 우리시대 아버지를 더욱 주눅 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집안의 권위로 상징되던 아버지는 점차 사라지고, 오늘날의 아버지는 위축되고 고립된 모습이다. 아버지의 위기는 곧 가정의 위기이자 우리사회의 위기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 ‘기둥이 무너졌다’고 말하는 것은 가정에서의 아버지의 역할과 중요성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와 경기불황의 여파로 수많은 기업들이 부도나고, 회사들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우리시대의 많은 아버지들이 직업을 잃고 길거리에 내 몰리고 있다. ‘가족을 부양할 능력을 잃은 가장’ · ‘식솔들을 거느리지 못하는 남편’이라는 딱지가 붙은 수많은 가장들이 설자리를 찾지 못하고, 가장과 남편으로의 존엄과 권위를 잃어가고 있다.   2009년 기축(己丑)년은 ‘소’의 해이며,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말이 있다. 날로 팍팍해지고 각박한 우리들의 삶에서 소처럼 부지런히 일하는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없다. 지금이야말로 힘과 권위를 잃고 어깨가 처진 이 시대의 아버지들에게 불러야 할 노래가 있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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