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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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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유령들의 전당 댓글:  조회:2292  추천:6  2014-12-03
유령들의 전당 - 다큐 '야스쿠니'   영화 '야스쿠니'는  일본 거주의 중국인 감독  리잉씨가 97년부터 10년간 공들인 작품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관한 영상을 모아 2007년에 만들어진 중일합작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작품은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되고, 32회 홍콩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일본 내에서 상영과 철회, 재상영, 감독에 대한 살해 위협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나의 영화들은 인간이 삶과 죽음의 문제를 어떻게 직면하는가에 대해 여러 방면에서 살펴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는 전쟁을 위해 죽어가고 희생한 사람들을 사당에 모시기 위한 거대한 무대이지만 나의 눈에는 전쟁에 대한 망각과 여러 가지 기억들 그리고 전쟁을 위한 거대한 가면으로 비쳐집니다. 전쟁의 유령은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에서 나는 그 유령을 찾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리잉 감독이 밝힌 연출의 의취이다. 영화감독 리잉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유신 이후 '천황'의 이름으로 벌어진 전쟁에서 숨진 군인들의 ‘영령’을 모신 곳이다. 이곳에는 인간어뢰를 비롯해 자살특공대가 사용했던 각종 무기 등이 전시돼 있다. 심지어 침략전쟁의 말 그대로 주구였던 군견과 군마를 애도하는 추모비마저 서 있다. 신사는 1869년에 도쿄에 세워졌다. 그리고 1879년에 야스쿠니 신사라고 새로 이름이 붙여졌다. 야스쿠니 신사는 원래 천황과 내전에서 죽은 사람들과 일본 평화를 위해 그들의 삶을 희생한 사람들을 숭배하고 애도하기 위해 세워졌다. (아이로니적인것은 야스쿠니는 평화로운 나라를 의미한다.) 서남전쟁과 같은 국내갈등, 청일전쟁, 로일전쟁, 1차 세계대전, 9.18사변,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에서 천황을 위해 죽은 약 250만 명의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과 출신, 그리고 죽은 날짜와 장소가 새겨진 기록과 함께 모두 사당에 모셔졌다. ​야스쿠니 신사를 둘러싼 큰 정치적 론쟁은 1978년 이후부터 되여왔다. A급 전범이 야스쿠니에 안치된 250만 명 사이에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1975년 이래로 행해진 몇몇 일본 총리의 신사 방문은 헌법상의 정교분리와 관련,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영화는 야스쿠니 신사를 종신하고 있는 전쟁세대를 비롯해 그들과 그들의 영향권아래에서 보고 듣고한 젊은이들의 행태를 여과없이 비쳐준다. ​영화는 하늘에서 바라본 야스쿠니의 전경으로 끝난다. 신의 눈에 비친 유령들의 전당(戰黨). 야스쿠니를 통해 본 일본 정신의 실체는 바로 그 가면 뒤에 숨겨져 있다.     ☞ 김혁 문학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    
9    슬로우모션으로 넘는 삶의 릉선 댓글:  조회:3038  추천:11  2014-09-02
​ . 영화평 .   슬로우모션으로 넘는 삶의 릉선 장률의 신작 “경주”   김 혁 (소설가, 영화수집가) ​ 영화 포스터   장률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슬로우 모션이라는 단어를 배우게 됐다. 슬로우 모션(slow motion), 촬영에서 영상의 효과를 실제보다 느린 속도로 재생하는 기법을 말한다. 장감독의 거의 모든 영화는 그야말로 슬로우 모션을 보는듯한 느림과 여유가 있다. 이번의 신작 “경주”에서도 그 “느림”의 미학은 계속된다. 천천히 우려내는 차, 주인공이 진지하게 한수 펼치는 태극권, 밤길을 천천히 달리는 자전거, 지어 비가 내려 마당에 널어 말리던 차잎을 거두어 들이는 녀주인공의 동작마저 느리다. 그만큼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신작들속에서 속도를 거부한 감독만의 여유와 개성이 보인다. “경주”는 중국조선족 출신 장률감독의 열번째 작품이다. 서른여덟 살의 데뷔작 단편 “11세”부터, 장편 “당시(唐詩)”, “망종”, “경계”, “중경”, “이리”, “두만강”, “풍경”까지 그는 경계에 선 사람들의 모습을 특유의 영상언어로 그려냈다. 시대와 지역을 관통하는 통찰력과 그만의 영상언어는 세계 3대 영화제를 비롯하여 전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속되는 주목속에 그가 내놓은 이번의 신작 “경주”는 충동적으로 떠난 짧은 경주 려행에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인연과 사연들에 대해 보여준 영화이다.       영화의 한 장면   북경대학에서 동북아 정치학을 가르치는 교수 최현은 절친한 선배의 장례식에 참가하려 한국을 찾는다. 장례식을 마친 그는 7년 전 그 죽은 선배와 함께 갔던 차집이 생각나 충동적으로 경주로 향한다. 차집을 찾은 최현은 차집의 주인 공윤희를 만나게 된다. 최현은 자전거를 한 대 빌려서는 경주의 곳곳을 돌아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제날 아련한 추억을 다시 불러낸다. 추억을 담고 있는 하나의 매개체 때문에 이곳을 다시 찾게 되였고 그 일로 경주에서 뜻깊은 하루를 보내게 된다. 영화는 최현의 시선을 통해 흡사 관광가이드처럼 경주를 관광한다. 관객들은 그의 여정을 2시간이 넘게 따라가며 그가 겪게 되는 모든 일에 동참 한다. 영화에는 신민아나 박해일과 같은 한국의 유명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신민아는 상큼한 이미지로 신세대가 좋아하는 배우요, 박해일은 소설로 알려진 “국화꽃 향기”에서 년상녀와 죽음을 넘어선 열애로 중국인들에게도 익숙한 배우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남선녀같은 배우들을 기용했다고 하여도 영화 “경주”는 관객들이 기대했던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그저 추상적이면서도 평범한 일상의 공간을 담담한 영상언어로 이야기해 나가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인연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장감독은 느리고 절제된 시각으로 우리들의 삶을 정의하고 일상의 발견을 이야기하고 있는 소박한 색조를 지니고 있는 신작을 우리앞에 선물했다.      영화 포스터   절주가 빠르고 컴퓨터그래픽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출연하는 상업영화에 길들여져 있는 관객들에게 있어서 “경주”는 마냥 지겹기만 한 영화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시간30분이라는 단편영화로는 굉장히 긴 시간 내내 느릿느릿 여유로운 호흡으로 진행되는 “경주”, 영화속 주인공의 려정은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임에도 그속에 담겨있는 이야기가 상당히 느린 템포로 전개되기 때문에 결코 짧게 느껴지지 않는다. 기교를 부리지 않는 정적인 화면, 느린 화면을 통한 관찰자적 시점에서 려행지를 바라보는 과정은 장르적 재미를 원했던 일반 관객들에게는 지루할수 밖에 없는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작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타포(은유와 상징)들을 발견해 내고 시시콜콜 보여주는 이러한 정적인 순간을 우리의 익숙한 일상과 대입해서 본다면 신선한 재미를 발견할수 있을것이다   서두름을 삼가하고 감상해 본다면 영화 “경주”의 매력은 다양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다양한 에피소트, 우연같지만 자연스러운 상황설정, 순간순간에서 삽입해 넣은 코믹함, 인물들의 작은 심경변화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감성 묘사, 절제되고 여백이 풍부한 대사, 아름다운 도시의 경관을 누비면서 보여주는 영상미… 그속에서 짙게 배여나오는 장률감독의 삶의 철학을 들 수 있다. 영화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에피소트들로 다양한 관중을 향해 작품을 열어놓았다. 때문에 다양한 추론이 가능할것이다.      1박2일 동안 주인공의 주위를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인연들을 통해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일상 개그로 양념해 펼쳐내고 있는 영화 “경주”는 어찌보면 한 지식인의 일탈이다. 일탈이란 흔히급박한법인데 그 일탈마저도 잔잔하게 담아낸다. 커다란 일탈은 없지만 아슬아슬 일탈을 꿈꾸는 사람의 심리를 담았다고 할까. 북경에서 온 주인공다른 세계에서 온 이방인처럼 특이하고 유별난 행동으로 사람들로부터 핀잔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영화의 전반 흐름처럼 주인공도 역시 그 특유의 느림을 보인다. 선하면서 살짝 멍한 외모에 소처럼 느릿느릿움직이면서 세상 물정도 잘 모르는 많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주인공의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복잡하기도 하고 애매하기도 한 캐릭터가 장감독의 메가폰아래에서 립체적으로 그려진것이다.   상당히 느슨한 영화이자 은유가 가득한 영화로서 “경주”는 삶의 불확실성, 인연의 신비함과 소중함, 사랑과 욕정, 분노와 그리움 인간의 본성등에대해 세세하게 렬거하며 다양한 메시지들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으면서도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 속에 흐르는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의 기류들을 놀랍도록 세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또한 “경주”는 과거와 현재, 추억과 현실, 오해와 사실등을 버무리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와중에  재밌는 에피소드들을 가미해 영화에 웃음을 준다. 동북아정세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교수에게 똥이라 답변하는 주인공, 주인공을 한국영화 스타로 생각하는 일본아줌마 관광객들, 어설픈 태극권 시범을 보이는 남자, 차집벽에 붙어있는 해학적인 춘화. 여러 개의 비유적 코드를 숨겨두고있지만 장감독은 그속에서 무엇보다 기억과 죽음이라는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로 성기게 엮어서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느린 분위기속에서도 끝없이 자살을 비롯한 죽음을 급박하게 거론한다. 영화는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친한 선배의 죽음, 이어 옛 사랑이 말해주는 락태, 공항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 귀띔을 주던 모녀의 자살, 오토바이를 타고 주인공의 앞을 스치던 폭주족들이 사고, 녀주인공 남편의 자살, 언젠가 찾았던 길녘 점쟁이 할아버지도 죽고 없다... 또 천년도 훨씬 지난 옛 신라 왕족들이 잠들어 있는 왕릉이 이곳 저곳에 널려있는데 영화에서는 그 거대한 무덤 옆에서 련인들이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고 또 그 곁에서 천진란만한 꼬마들과 견학 온 아이들이 즐겁게 그 무슨 유원지처럼 뛰여 놀고 있다. 그들과 왕릉을 배치시키면서 삶과 죽음이 그렇게 언제나 맞닿아 있는 것임을 은연중에 보여준다. 영화는 이렇게 삶과 죽음이 함께 하는 공간 경주에서 엇갈리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내고 있다.     열번째 작품을 내놓은 장률감독   “중경”, “두만강”, “이리”, 그리고 “경주”까지 장률 감독의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만한 이 네 작품은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지명을 작품의 제목으로 정해 달았다. 장률 감독은 어느한 인터뷰에서 "나는 공간에 어떤 느낌이 있어야 이야기가 나온다. 더불어 그 공간에 어울리는 인물도 떠올리게 된다" 라고 이야기를 한적 있다. 그런 의미에서 촬영공간을 경주를 선택한것은 현명해 보인다. 경주는 천년의 력사를 지닌 신라의 수도로 유서깊은 력사적 공간이다. 경주는 도심 한 가운데 왕릉이 있고 그 옆에는 고분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온 도시에 도합 155개의 거대한 릉이 자리잡고 있다고한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장소, 다시 말해 경주를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독특한 공간으로 감독은 설정하고있는것이다. 따라서 영화의 주인공들은 속도를 거부하는 공간, 고대의 흔적이 도시를 점령한 경주라는 곳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여 그에 걸맞는 이야기들을 펼채내고 있다.     영화의 한 장면   녀주인공 공윤희의 집은 창을 열면 눈앞에 초록색의 거대한 릉이 보인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릉이 보여요”라는 녀주인공의 대사는 그녀 역시 죽음의 흔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의미한다. 취한 녀주인공은 그 무덤에 엎드려 말한다. "나 들어가도 돼요"  윤희는 자신의 고통을 숨기면서 사는 녀자이다. 홀로 작은 차집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는 남편의 죽음으로 인한 리별의 아픔과 그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모습은 바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경주와 닮아있다. 창문을 열면 바로 거대한 왕릉이라는 무덤이 보이는 곳에 사는 윤희에게는 죽음이 바로 곁에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것이다. 영화의 곳곳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장감독은 그렇다고 그 죽음을 어둡고 고통스러운 모습으로만 이야기 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그 무슨 하나의 안식처인듯 무덤우에 편하게 엎드리고 무덤과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눈다. 무덤을 가까이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죽음을 좀 더 관조적이고 무덤덤하게 바라보며 죽음의 일상화와 성찰에 관해 이야기한다. 고분의 부드러운 릉선처럼 커다란 명제를 절제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참 부드럽다.   장률감독의 해학과 영화 도입부의 계기를 보여준 영화속 춘화   “경주”는 호불호가 크게 갈릴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정말 천천히 가는 영화인데 그때문에 이런 스타일의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무척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고 상당한 이질감을 느낄수도 있을것이다. 반면 작품속에 담겨져 있는 은유와 상징들을 읽고 해석할수 있는 영화적 년륜과 안목을 지닌 관객들에게 있어서는 영화가 끝난후에도 진한 여운을 남겨주는 그런 작품으로 될것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혹자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그저 그런 영화를 보았다고 생각될 수도 있고 혹자는 한편의 아름다운 영화를 보았다며 훈훈해 질수도 있는 극과 극의 반응을 기대할수 있는 영화, 유려한 영상, 배우들의 호연이 멋지게 조화를 이룬 가운데 느린 호흡속에 삶에 대한 짙은 련민을 부드럽게 보여준 “경주”이다. "예술세계" 4월호   ☞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    
8    스크린, 안중근을 이야기하다 댓글:  조회:4282  추천:13  2014-08-22
. 칼럼 .   스크린, 안중근을 이야기하다 김 혁 1 할빈역에서 민족침탈의 괴수 이또 히로부미를 응징한 민족영웅 안중근에 대해서 우리는 지난 1970년대말 조선영화를 통해서 비로서 접했다. 1979년에 나온 조선영화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는 백인준이 씨나리오를 쓰고 인민배우 출신의 엄길선이 연출, 조선영화촬영소에서 만든 2부작 항일혁명예술영화이다.         영화는 시대 상황을 생생하게 재연하면서 한개인의 문제와 력사적 사건을 따로 떼여놓지 않고, 주인공의 운명과 민족의 운명을 현실문제까지 련관지어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조선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유명배우가 총출연하고 막대한 제작비와 수천명의 조연배우들이 동원, 특히 이또 히로부미를 저격한 력사의 현장인 중국 할빈에서 촬영해 사실성이 뛰여나는 등 조선영화 가운데서도 수작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에서 근자에 내놓은 안중근 관련영화로는 “도마 안중근”이다. 안중근의 세례명 “도마”로 이름한 영화는 이또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이 감옥에 수감된 뒤 수사과정에서 검찰관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의 삶을 되돌아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안중근이 왼손 약지를 잘라 “단지동맹”을 뭇고 독립에 대한 결의를 다지며 마침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게 된 과정을 년대순으로 보여주면서 의협심과 용기 있는 행동으로 자신의 사명을 끝까지 수행하는 안중근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다. 한국 개그맨 출신 MC인 서세원이 씨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을 맡았고 유오성, 고두심등 유명배우들이 출연, 역시 중국에서 현지 촬영을 했다.   민족독립운동의 화신격인 안중근의 력사적인 의거를 스크린에 올리는 작업은 그 오랜 이전부터 시작됐다. 일찍 1928년에 벌써 안중근을 소재로 한 영화 “애국혼”이 제작되였다. “한국 항일영화의 효시”로 지칭되는 영화 “애국혼”은 한국 영화인들이 중국에서 제작, 상영했다. 당시 일제의 영화 검열이 강화되자 정기탁등 한국의 영화인들이 중국의 상해로 이주해 영화운동을 전개했는데 “애국혼”이 그 작품 가운데의 하나다. 전창근이 각본을 쓰고 정기탁이 감독과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안의사의 민족혼을 생생하게 묘사해 반일감정이 높아가던 당시 중국 관객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다음1946년 안중근의 일대기를 서술한 전기영화 “안중근 사기”가 상영되였다. 한국이 국권을 회복한 뒤 처음 선보인 영화는 애국지사 안중근의 의거를 소재로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난 우리 민족이 그의 독립정신을 회상하며 민족재건의 동력을 얻고자 했다. 그 뒤로도1959년에는 “고종 황제와 의사 안중근”, 1972년에는 “의사 안중근” 을 제작, 대아의 삶을 살다 간 민족영웅의 일대기는 영화인들이 다투어 제작한 소재였다. 2 하지만 안중근 소재의 영화들은 그 애초의 훌륭한 시도에 반하여 관객들의 실망을 자아낸 경우가 많다. 조선의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의 경우 영화의 진행은 설명이 많고 평면적이다. 중요한 대목에서 반드시 주인공의 대사나 나레이션으로 상황을 설명하면서 교육과 선전의 효과를 강조하고 극대화하고있는데 이는 영화의 전반 흐름을 흐트러뜨리고 몰입도를 방애한다.     조선영화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우), 한국영화 "도마 안중근"(아래)의 안중근 의거장면   한국의 “도마 안중근”은 더구나 관객들로부터 물의를 빚었다. 영웅 안중근을 그려내려 했으나 안중근의 인간적인 고민이나 풍모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고 오로지 인물의 신화화에만 골몰한다. 게다가 독립투사가 쌍권총을 쏘며 애써 쿨한 모습을 짓는 향항 갱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안중근을 인격적인 실존 인물이 아니라 액션 영웅처럼 천박하게 부각한데서 실존 인물의 사실감과 영화의 격은 휘발되고 말았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민족이 애대하는 영웅을 소재로한 작품이라 그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이라 할가? 상기 영화들에 대해 관객들로서는 락공 (落空)의 실패작으로 보면서 커다란 유감을 토파하고 있다.   3 중국의 장예모 감독이 안중근 의사를 조명하는 한·중합작영화의 메가폰을 잡는다고한다. 한·중 친선협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장감독이 메가폰을 잡게 될 영화의 대본은 안중근 연구의 권위자인 단국대 석좌교수 김영호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쓰고 한·중 량국의 톱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하는 합작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한다. 세계 무대에서 지명도가 높은 장감독에 의해 영화가 만들어지면 안중근 의사의 삶과 의거의 정당성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한국의 매체는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지난 1월 안의사의 의거 장소인 할빈역에 표지석을 설치해 달라는 한국의 요청에 대일 력사투쟁에 한국의 공조를 희망하는 중국이 재빨리 안중근 기념관 개관으로 화답한 시점에서 영화는 “안중근 의사의 민족애와 동양평화 사상을 전해가며”, 영화를 통해 “한·중 우호 협력을 강화하하는데 한몫 할것이라”고 매체들은 분석하고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5세대 감독인 장예모는 소개가 필요없는 영화계의 거장이다.  장감독은 동방문화의 진수와 정서를 깨쳐 알고 자신의 모든 작품에 거쳐 늘 소재로 삼아왔다. 지난 1998년 중국 자금성에서 “서구문화가 낳은 무대예술의 결정판”이라 불리는 오페라“투란도트”를 무대에 올려 그 특유의 감수성과 해석으로 격찬을 받았듯이 해외와 손잡은 풍부한 경험도 갖고있다. 만약 장예모가 메가폰을 잡는다면 거장의 손끝에서 한민족 영웅의 양상이 어떻게 부각될지 찬반의 론란가운데 관객들의 기대치는 증폭되고 있다. 한·중·일 삼국의 역학관계에 안중근 의사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있는 시점에서 그를 소재로 중국과 한국 나아가 아시아가 공감, 공조의 뉴대로 삼을수 있는 좋은 영화가 나오기를 바란다.     2014년 3월 30일 “청우재”에서    "문화시대" 2014년 4월호        ☞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    
7    절단 댓글:  조회:2574  추천:11  2014-06-18
。 微电影 。 절 단   (미니시나리오)   김 혁 ... 황소 한 마리  지름뜬눈으로 관중을 본다  털부숭이 나그네 지릅뜬 눈으로 소를 본다  붉은 춘추내의를 입은 털부숭이 나그네가 고함 지른다  소가 영각한다  피의 분수  소가 쓰러 진다  소의 가죽을 벗긴다  소의 네 각을 뜯는다  소고기를 달구지에 싣고 시장으로 간다  소의 가죽을 피혁공장에 가져다 바친다   피혁공장차간에서 기계손이 소의 가죽을 절단한다  가죽을 붙힌다  드디여 형태를 이루는 빨간 소가죽구두  와중에 자막이 나타난다 "절 단" 빨간 소가죽구두를 신은 여자의 발이 어데론가 분주히 걸어간다.  정형미용원 간판이 클로즈업된다  수술대에 누운 여자  의사가 여자의 코를 절단한다  실리콘을 붙힌다  미용원에서 나오는 소가죽구두를 신은 발  클로즈업되는 여자의 코.  흰 가제가 붙여져 있다.   빨간 소가죽구두를 신은 발이 아스팔트길을 벗어난다  황토길에 오른다  오솔길에 오른다  사과배밭이 펼쳐 진다  사과배 가지를 절단하는 늙은이의 손  절단한 사과배가지를 배나무가지에 붙인다.  여자가 사과배나무아래 서서 전지를 하고있는 로인을 올려다 본다  여자의 코를 말없이 지켜보는 수염발 흰 로인  로인의 손에서 전지가위가 떨어져 나간다.  나무아래로 떨어져 꽂히는 가위 가위를 뽑아드는 손,  남자의 손이다  30대중반의 털부숭이 남자 가위를 로인에게 넘겨준다  남자, 여자의 얼굴에 자기얼굴을 가까이 들이 댄다  여자의 코를 유심히 들여다 본다  그러는 남자를 여자 콱 밀쳐 버린다.  남자 헤실헤실 웃는다 여자 과수원 곁의 막사로 들어가 버린다  여자 트렁크를 들고 나온다.  로인은 나무우에서 남자는 나무아래서 그런 여자를 지켜본다  과수밭을 되돌아보는 녀자의 눈  눈물이 고여 있다  다시 로인의 손에서 떨어져 내리는 가위  남자의 발등에 꽂힌다  남자는 아무런 감각도 없이 떠나는 여자를 지켜본다. 과수나무아래   로인과 털부숭이 남자가 술을 마신다  남자가 못나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운다.  그러는 남자에게 로인이 술을 권한다  남자 울면서 받아 마신다  남자의 발에 그냥 가위가 꽂혀 있다. 털부숭이 나그네가 고함 지른다  피의 분수  소가 쓰러 진다  너부러지는 소를 보며 야릇하게 웃는 나그네  발에는 그냥 가위가 꽂혀 있다.  나그네 소의 목에서 박아넣은 칼을 뽑아낸다  발에서 가위를 뽑아든다  수건으로 땀을 훔치고 나서 가위가 꽂힌 왼쪽 발을 들여다 본다  가위로 그 발을 찌른다  한번!   두 번!  세 번!  나그네가 발목을 떼여낸다  클로즈업되는 발  의족이다.   나그네 의족을 집어 팽개친다  한쪽 발로 절뚝이며 어데론가 걸어간다.  쓰러진 소  나 뒹구는 의족  소의 목에서 피가 슴배여 나온다  의족에서 피가 슴배여 나온다? 비가 내린다  비가 피를 씻어 내린다  비가 내린다  비속에 배가 떠있다  배는 넘실이는 파도에 실려 밤길을 헤친다  배의 선창밑에 한떼의 사람들이 불안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그 속에 코에 가제를 붙힌 얼굴도 보인다.  이때 밝혀지는 불빛  두리모자를 쓴 나그네의 얼굴 하나가 선창 입구에 나타난다.  나그네가 메가폰을 들고 무어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선창속이 삽시에 수라장이 된다  순라선의 조명빛속에 하나 둘 련행되여가는 밀입국자들  홀연 코에 가제를 붙힌 여자가 경찰의 손에서 벗어나려 시악을 쓴다  경찰의 팔뚝을 문다  경찰이 비명지르는 사이 갑판 한쪽으로 도망간다.  총소리가 울린다.  여자가 다리를 붙들고 갑판우에 쓰러진다   병원  코에 가제를 붙힌 여자가 누워 있다.  침대곁에 클로즈업되는 빨간 소가죽 구두  한 짝 뿐이다. 과수원   로인이 과수를 절단하고 있다.  사과나무가지를 베여 배나무에 붙힌다  과수나무아래에 선 여자의 발  로인을 쳐다본다  로인도 여자를 내려다 본다  로인의 손에서 떨어져 내리는 가위  여자의 발에 꽂힌다  여자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창백한 얼굴로 로인을 쳐다본다  사과배꽃이 하얗게 지천으로 피여있다. 황소 한 마리  지릅뜬눈으로 관중을 본다  다섯 살 동이 사내애가 지릅뜬 눈으로 소를 본다  붉은 춘추내의를 입은 사내애가 고함 지른다  소가 영각한다  피의 분수  소가 쓰러 진다  소의 가죽을 벗긴다  소의 네 각을 뜯는다  소고기를 달구지에 싣고 시장으로 간다  소의 가죽을 피혁공장에 가져다 바친다  소를 실은 달구지뒤에 사내애가 앉아 있다. 피혁공장차간에서 기계손이 소의 가죽을 절단한다  가죽을 붙힌다  드디여 형태를 이루는 아동용 구두 새 구두를 신은 아이의 발이 어데론가 분주히 걸어간다.  그 곁에 힘겹게 애을 따라가는 남자의 발 하나, 여자의 발 하나 네 개의 발이 발이 아스팔트길을 벗어난다  황토길에 오른다  오솔길에 오른다  과수원이 펼쳐진다  로인이 과일을 따고 있다.  세사람 그런 로인을 지켜본다  클로즈업되는 사과배 로인을 도와 사과배를 딴다.  사과배를 달구지에 싣고 간다   과일즙 공장  기계손이 사과배의 껍질을 벗긴다.  기계손이 사과배를 썬다  드디여 유리용기에 담겨져 완성품이 된 과일즙  종이 박스에 담는다  점착제로 박스의 뚜껑을 붙힌다.  와중에 제작 배우와 감독 시나리오의 이름이 자막으로 오른다. ☞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    
6    불량소년 댓글:  조회:2259  추천:15  2014-06-18
  . 시나리오 .     불량소년   김 혁 시놉시스- 고등학교 애 하나가 살인하고 경찰서에 자수한다. 죽인 사람은 자기 아버지다. 그의 친구들인《비디오공주》,《연변잭슨》,《뚱뚱컴》이 하나하나 경찰서로 찾아와 검문에 응한다.  그 과정에 성장기 한 소년의 마음의 여정을 따라 흔들리고있는 중국조선족공동체의 현황이 여실하게 펼쳐진다.  주인공 국영이는 어머니가 한국으로 품팔이를 떠나고 아버지와 함께 살고있는 고등학교 애이다. 그의 친구들인《비디오공주》,《연변잭슨》,《뚱뚱컴》모두가 아버지가 한국으로 노무를 나간 편부모 자녀들이다. 아침마다 간식용으로 요구르트를 챙겨주기도 하며 아버지가 자상하게 대해주나, 그는 어머니가 무능한 아버지 때문에 한국 가서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아버지를 고깝게 대한다. 하여 아버지가 아침마다 주는 요구르트를 넝마 줍는 거지에게 주어버린다. 아버지는 매일이고 비디오를 빌려 한국드라마만 본다.  자전거를 사달라는 그에게 구두쇠인 아버지는 중고품을 사준다.  아버지에 대한 국영의 불만은 점차 쌓여만 간다.  국영에게는 드라마나 요리 만들기에 집착을 보이는 아버지보다 친구들의 아버지처럼 세대주다운 아버지를 보기가 소원이다. 그 와중에 친구 《연변잭슨》은 중국학교로 전학 가고, 국영의 가정교사였던 《뚱뚱컴》의 할아버지는 조선족학교가 폐교된 뒤 울화의 술만 마시다가 쓰러진다. 국영의 꿈속의 연인이었던 안마 원 집 누나는 영업이 잘 안되어 한국으로 시집간다. 국영의 마지막 한 가닥 희망은 작문콩쿠르에 입상하는 것이다. 입상자들은 한국방문을 갈 수 있고 그러면 어머니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 친구들은 입상하나 그는 등수에 들지도 못한다. 울며 집으로 들어서던 그는 뜻밖에도 자기의 여자친구인 《비디오공주》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한다. 밤, 국영은 요리를 즐겨하는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는 프라이팬으로 잠든 아버지의 머리를 강타한다. 아버지를 헛간으로 숨기던 그는 뒤늦게 야 헛간에서 아버지가 사놓은 새 자전거를 발견한다.  국영이는 새 자전거를 타고 경찰서로 가서 자수한다. 구치소에서 국영이는 뭘 먹고싶으냐는 친구들의 물음에 요구르트를 사달라고 한다.  국영이 눈물을 머금고 달기도  시기도 한 요구르트를 마신다.   등장인물-    국영- 주인공, 초중(고등학교) 3학년 학생, 어머니가 한국으로 노무를 떠난 편부모 학생  아버지- 국영의 아버지, 실업자 《비디오공주》- 주인공의 급우, 공부여가에 어머니의 비디오방일을 거들어 주고있음 《연변잭슨》- 주인공의 급우, 부모가 모두 한국으로 나가고 이모의 집에 얹혀 삼.                《지붕우의 미아(迷兒)》댄스 팀 팀장 《뚱뚱컴》- 주인공의 급우, 비만으로 고민하다 체념해버린 애.               주특기- 컴퓨터 다루기.  누나- 족발안마 원 안마사, 국영이네가 세주는 방에 족발안마 원을 차리고 있음 《뚱뚱컴》의 할아버지-  모 향촌 학교 원 교장  外《비디오공주》의 어머니 《연변잭슨》의 이모  댄스 친구들, 경찰, 넝마 줏는 영감     #1 파출소 취조실- (국영 철제의자에 앉아있다.  나이 지긋한 경찰이 들어선다. 국영 자세를 바로 한다.  경찰 의자를 끌어당겨 마주앉는다. ) 경찰: 왜 그랬냐? (국영이 경찰을 바라본다. 아무대답도 없다.) 경찰: (다시 묻는다) 왜 그랬냐? 국영: (마지못해) 그저요 경찰: (소리를 높인다) 왜 그랬냐고? 주인공: 그저요 (경찰 담배를 꺼내 문다. 라이터를 켠다. 라이터의 불이 일지 않는다. 경찰 라이터를 내던지더니 와락 달려들어 국영의 뺨을 친다. 한 대 한 대 치면서 말을 뱉는다.)  경찰: 내가 경찰생활 13년에 네 같은 놈 첨 본다. 우리 파출소에 규정이 있지. 범인을 함부로 구타 못한다는. 허지만... 매 한 대에 내 노임 한 장씩 날아나도 니같은 지아빌 죽이고도 뻔뻔한 후레놈 새끼 가만둘 수 없다. 가만둘 수 없어! (국영 부어오른 얼굴로 경찰을 쳐다본다 타이핑 소리와 함께  주인공의 신상명세가 자막으로 뜬다.) 별호: 《장국영》 성별: 남 연령: 16세 ××학교 초중 3학년 1반 범죄경위: 살인 (국영의  눈동자에 눈물이 괴어오른다.  국영의 흐릿한 시각 속에 화면이 바뀐다. ) #2 주방, 아침- (라디오 뉴스소리가 들린다  가스레인지에 불이 확 인다 칼 도마 위에서 식칼이 춤을 춘다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는다 전기밥솥에서 김이 피어오른다 주걱으로 밥을 푼다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낸다 수저를 챙겨 놓는다 익숙한 솜씨로 일을 마치고 일껏 마련한 아침상을 바라보는 사람, 아버지이다.) #3 침실- (침실의 벽에 붙어있는 홍콩스타 장국영의 사진 국영이가 마구 엎드린 채 아직도 잠에 곯아떨어져 있다. 아버지 들어와서 두드려 깨운다) 아버지: 국영아, 국영아! 해가 한발 떴다. 또 지각하곤 이 애비 탓하지 마라. (국영이 마지못해 일어난다.) #4 주방- (아침상에 마주앉아 풍성한 아침상을 시들하게 지켜본다.) #5  집 앞, 아침,-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서는 국영 아버지가 따라나오며 무언가 쥐여준다.  요구르트이다.) 국영:(귀찮아하며)싫어요 아버지: 넣어둬, 세 번째 수업시간 끝날 참이면 얼시덩 먹어라. 몸에 좋으니깐. #6 거리- (달려가는 자전거  국영이 달리다가 호주머니에서 요구르트를 꺼낸다.) #7 길 녘의  쓰레기통- 국영이 팬더 모양의 쓰레기통 위에 요구르트 두 개를 가지런히 놓는다.  다시 자전거를 몰고 달려간다.  클로즈업되는 요구르트.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는 주인공의 모습위로 자막이 뜬다) #8 파출소 취조실. (단아한 용모의 여학생이 앉아 있다.) 여학생: (조금 긴장한 기색으로 머뭇거리다가) 걘 좋은 애였어요.  (여학생 말머리를 흐리며 흐느낀다.  타이핑 소리와 함께  주인공의 신상명세가 자막으로 뜬다.) 별호: 《비디오공주》 성별: 여 연령: 16세 ××학교 초중 3학년 1반 #9 비디오방, 낮- (《비디오공주》 대여 점에 앉아 비디오를 되감는다.  국영이 손에 테이프를 들고 들어선다.) 《비디오 공주》: 벌써 다 봤냐? 국영: (심드렁하게) 응. 《비디오 공주》: (비디오를 넘겨받으며) 뒤 부분 그냥 볼래 국영: (역시 심드렁하게) 응. 《비디오 공주》: 근데 넌 취미가 독특하다. 다른 남자애들은 비디오라면 성룡의 쿵후편 같은걸 보는데... 여자들처럼 《겨울연가》가 뭐니. (몸을 일으키며) 참, 나 일등 재밌는 걸 추천해 줄게 (선반에서 테이프를 꺼내어 내민다) 《반지의 제왕》 3이 나왔다.  국영: (머리를 젓는다) 그냥 보던 쪽으로 줘. (임대료를 낸다) 《비디오 공주》: (국영의 손을 밀친다) 그냥 넣어둬 동창끼리  국영: (매장 안쪽에 돈을 뿌려 던진다. 비디오방을 나서다 말고 문가에서) 사실 이 비디오 내가 보는 거 아냐.  《비디오 공주》: 누가 보는 건데? 국영: 울 아부지 #10 족도관 (足道館) 앞- (비디오 테이프를 들고 가던 국영 집 부근의《족도관》앞에 멈춰 선다.  안마사가 하얀 수건 수십 장을 빨래 대에 널고 있다.  빨래 대에 브래지어도 한 장 걸려 있다. 국영 멍한 눈길로 그 광경을 지켜본다. 안마사 돌아서다 국영이와 눈이 마주친다. 국영이 덴겁해 눈길을 돌리며 길 가는체 한다.  안마사 빨래를 널고 나서 《족도관》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해바라기 씨를 한 줌  움켜쥐고 깐다.) #11 건물 모퉁이- (국영이 건물모퉁이에 숨어 안마사의 모습을 넋 놓고 훔쳐본다.) #12 국영의 집- (아버지 비디오를 본다. 드라마《겨울연가》 보면서 아버지 눈물을 흘린다  국영이 자기 방에서 나온다. 아버지 급히 눈가를 훔친다.) 국영: (아니꼬운 어조로) 아부지, 비디오 이제 그만 보세요. 아버지: 왜? 국영: 하필이면 때 지난 《겨울연가》애요.  아버지: 네들은 몰른다. 얼매 잘 맨든 영환지. 남조선 사람들 영화 하난 정말 잘 맹근단 말이. 국영: 그럼 이제 다시 나에게 비디오 심부름 같은 거 시키지 말아요. 아버지: 그야 비디오방 네 같은 반 애네 집에서 하는 거니 그런 거지 뭐. 그 뭐더라 《비디오공주》인지 하는 애.  국영: 볼려면 이제 주제 좀 바꿔요. 남들이 웃어요. (아버지 그냥 본다. 국영 리모콘으로 비디오를 꺼 버린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며 방문을 소리나게 쾅 닫아 버린다.)  아버지: 허! 그 눔 참  (다시 켜놓고 본다.) #13 파출소- (귀에 헤드폰을 꽂은 애가 앉아 있다.  내레이션으로 곡이 흐르고 애가 곡에 맞추어 머리를 흔든다. 경찰이 들어오고 애가 덴겁해 헤드폰을 뺀다.)  남자애: 걘 나쁜 애가 아니었어요.  (타이핑 소리와 함께 신상명세가 자막으로 뜬다.) 별호: 《연변잭슨》 성별: 남 연령: 16세 ××학교 초중 3학년 1반 #14 옥상- (노래 소리 시끄러운 가운데  국영이 《연변잭슨》등 과 함께 댄스를 추고 있다.  곡이 끝나자 애들이 그 자리에 난간에 기대어 캔 콜라를 마신다.  《연변잭슨》: 이대로 하면 이번 학기 댄스콩클 등수 먹을 것 같다. (국영을 가리키며)국영이  브라보! 진보가 빨라. 국영: (시뚝해 하며) 내가 누구니? 장국영이 아니니. 이름만 봐도 음악세포 있는 거 알리 잖냐. 댄스친구1: 그래서 니 이름이 국영이냐? 너네 아부지가 국영회사서 짤리고서 국영회사 이름 달아 지었다던데 (일동 웃는다. 국영이 금세 시무룩해진다.) 친구2: 그래도 국영이네는 한국서 돈 부쳐보내는 엄마 땜에 이곳서 족발안마집도 차려놓구 돈 잘 버는 아버지에 호사 땡! 이다! 《잭슨》:  씨베, 또 족발안마냐. 한 집 건너 안마 원인데 댄스 친구1: 이곳 사람들 술집 말고 뭘 차릴 줄 아는 거 있냐? 한국 가서 떼돈 벌어 갖고 돌아와선 차린다는 게 술집이요 사우나 그리구 다방이지.  《연변잭슨》: 국영아 니 엄마 나간지 얼마 됐더라? 국영: 6년째다 《연변잭슨》:(댄스친구 1을 보고) 넌? 니 엄만 더 오래되지? 댄스친구 1: 비슷해 7년 댄스친구2: 울 엄만 어떻고. 니들 엄마 서울이면 울 엄만 대구다. (다른 친구를 돌아보며)정말 니 엄마도 대구 쪽이었지.  댄스친구3: 그래 아부지구 엄마구 한꺼번에 나갔지. 아버지는 배타고 엄마는 대구에서 일자리 찾구.  댄스친구 1: : 대구 나가는 판이야 대구! 어른들은.  아버지와 엄마가 함께 나갔어. 내가 유치원 대반 다닐 적에 나갔다. 어쩌지? 이제 부모가 어떻게 생겨 먹었던지 가물가물 잊어질까 하는데. 고아가 따로 있냐? 이런 게 바로 고아지. 댄스친구 3: 그래. 나도 전화로 아는 엄만 그저 목소리만 익숙해. 이제 그만 와달라고 전화로 애걸해도 안 와. 몇 해만 더 기다려라. 엄마가 떼돈 벌어 가지고 가서 그때 우리 잘살자 그러면서 댄스친구 1: 떼돈 벌어오면 또 어쩔 건데. 있어야할 때 없는 엄마가 그때가면 소용없을지도 모르는데 《연변잭슨》: 씨베, 여하튼 부모들 우리들과 마음의 번지수가 달라 댄스친구 1: 그래. 알고도 모를게 우리 부모 맘이야. 세모 돌인지? 네모 돌인지? 《연변잭슨》: 우리 부모들 모두가 정오 표를 내야 돼 국영:(혼잣말처럼) 그러고 보니 우린 다리 부러진 노루 한자리에 모인 거구나 댄스친구 1: 그러게 우리팀장이 팀 이름도 근사하게 지었지.《지붕우의 미아(迷兒)》 《연변잭슨》: (으스대며) 나야 뭐 춤 빼고 춤밖에 아는 거 있냐. 재미없어 모든 게. 그저 댄스 하나만 빼고. 그 왼 씨베, 아무런 맛도 없네 댄스친구 3: 근데 다른 팀은 어떤 쪽으로 준비한대? 댄스친구 2: 또 사랑 아니면 리별이겠지. 국영: 우리가 선제한 것도 그저 그렇잖아 결국 사랑이지 댄스친구 1: 야 근데 니들 그 《분노한 메주》팀 얘기 들어 봤냐? 댄스친구 3: 무슨 얘기?? 댄스친구 1: 《분노한 메주》팀 팀장하고 한 팀 애 좋아하는 거 댄스친구 3: 그 새침데기 같은 애하고  댄스친구 1: 그래 댄스친구 2: 하필이면 그 애하고 좋아 한다냐. 팀 이름처럼 꼭 메주 같은 넘 하구 댄스친구 1: 문제는 그게 아니고 댄스친구 2: 그게 아니고 뭔데? 댄스친구 1: 극 비밀인데 니들만이 알어. 나가서 말하면 절대 안돼 국영: 뭔데? 신비한척하며 그러니? 댄스친구 1: 고 새침데기가... 일동: 고 새침데기가? 댄스친구 1: 메주의 애기를 밴 거야! 일동: 얼씨구! 우와~ 그게 정말이야? 사실이야? 진짜야? 국영: 어른들 말에 얌전한 개  골로 빠진다더니 댄스친구 2: 확실해. 둘이 셋방까지 맡고 살았다는 정보가 있어. 《연변잭슨》: 좆나게 한심한 넘들. 걔가 몇 살인데? 울하고 동갑 아니야? 댄스친구 1: 울보다 한 살 더 많을까? 국영: 걔들 부몬 뭘 한다냐? 애들한테 관심도 없다냐? 댄스친구 1: 부모 같은 소리하고 있어. 출국한지 언젠데  댄스친구 3: 어휴 이제 어쩐 다냐? 걔들은? 댄스친구 1: 학교 그만 뒀잖아. 원인은 그거야. 《연변잭슨》: 가도 한참 갔구나. 좆나게 너무 갔어  댄스친구 1: 간 거야 그 애들 부모지 기실은 《연변잭슨》: 됐다. 씨베, 남 말 그만해. 걔들도 우리하고 같은 처지야. 사실 난 걔들이 부러워. 국영: 야 팀장 넌 또 왜 이래?  《연변잭슨》: 나도 걔들처럼 세집 나와버렸음 좋겠다.  댄스친구 1: 왜? 너 이모 잘 해주잖아.  《연변잭슨》: 잘 해는 준다만 아무리 잘한들 부모만큼만 하겠냐. 명색이 교원이랍시고 말끝마다 그저 훈계야. 훈계. 소리가 사이렌이애요 사이렌.   기실 이모네 쓰고 사는 집 울 엄마 부쳐보낸 돈으로 산 집이야. 그 덕에 불때는 집 스팀 집으로 바꾸고 신세 고쳤지. 그래도 날 은근히 시끄러워하는 눈치가 보이데.    내가 엄마하고 삼촌 사이에서 비빔밥처럼 비비 우며 살아야할 리유가 뭐야? 엉? 집 들어가기가 씨베, 정말 싫어. 아예 pc방 전세 내고 거기서 살가보다. 씨베, 나하고 함께 셋방 맡을 여자앤 없냐? 댄스친구 1: 큭큭, 셋방 집 같은 소리하고 있네. 어떤 앨 또 미혼모 만들어 볼려고 국영: 됐다. 시시껄렁한 소리 그만하고 본제로 돌아가 댄스친구 2: 그래. 다른 팀 보다 더 나은 곡 선제하자 그게 화제였지. 《연변잭슨》: 여하튼 좆나게 신나거나 새로운 것이 보이는 쪽으로. 씨베, 사랑은 이젠 신물나. 그렇찮아도 귀찮아 죽겠는데 사랑이요 리별이요 이런 노랜 관두자. 관둬 국영: 이별은 더 싫은 거구 댄스친구 1: 그래. 지금 사람들 머리 싸매고 덤벼야 하는 주제는 싫어해 국영: 그럼 사랑이나 이별 주제를 빼고 어떤 주제로 춤을 만들어 보겠니 댄스친구 3: 이건  어떠냐?   지금도 이해할수 없는 얘기로   넌 핑계를 대고 있어 댄스친구 1: 아이고 증조구식이잖아 댄스친구 3: 아냐 가사를 바꿔 하는 거야. 출국만 하면 우리 자식들은 감감 잊어버리는 우리 아버지 엄마들께 하는 노래야. 노래 말에서 《너》라는 단어를 《엄마》로 바꿔 불러봐 - 내게 그런 핑계를 대지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엄마가 지금 나 라면은   웃을 수 있니  혼자 남는 법을 내게 가르쳐 준다며  농담처럼 진담인 듯 건넨 그 한마디  이렇게 쉽게 날 떠날 줄은 몰랐어  아무런 준비도 없는 내게   슬픈 사랑을 가르쳐준다며  엄마는 핑계를 대고 있어 (애들이 공감하며 따라 부른다. 옥상에서 춤 무대가 벌어진다.  문득 춤이 둑 멎는다. 옥상입구에서 실팍한 여인이 허리에 두 손을 올린 채 그들을 노려 보고 있다. 애들이 일제히 《연변잭슨》을 바라본다. 《연변잭슨》: (낮은 소리로) 귀막아 이제 사이렌이 울린다.  이모: (째지는 소리로) 이 놈들아!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15 족도관 (足道館) 앞, 낮- (비디오 테이프를 들고 가던 국영 또《족도관》앞에 와 멈춰 선다.  노출이 대담한 옷을 입은 안마사가 수건을 빨래 대에 널고 있다.  국영 멍한 눈길로 그 광경을 지켜본다. 안마사 빨래를 널고 나서《족도관》앞 층계에 쪼그리고 앉는다. 해바라기 씨를 한 줌  움켜쥐고 깐다.  안마사의 눈과 집 건물 모퉁이에 숨어 훔쳐보던 국영이의 눈이 서로 마주친다. 국영이 덴겁해 도망친다.) #16 꿈 - 《족도관》앞 미모의 안마사 누나가 해바라기 씨를 까고 있다. 해바라기 씨를 땅에 버린다.  주문을 외운다. 해바라기가 집 높이처럼 자라나고 지붕 갓처럼 큰 해바라기 꽃이 핀다.   해바라기 꽃대를 돌며 안마사 누나가 관능적인 춤을 춘다 국영이 해바라기 꽃술 위에 누워 춤을 감상한다.  #17 파출소- (몸집이 실팍한 애가 앉아 있다.)  남자애: 걔가 그런 일을 치다니요. 걘 좋은 애였는데요   (타이핑 소리와 함께 신상명세가 자막으로 뜬다.) 별호: 《뚱뚱컴》 성별: 남 연령: 16세 ××학교 초중 3학년 1반 #18 《뚱뚱컴》의 집- (《뚱뚱컴》 컴퓨터 앞에 마주 앉아 있고 곁에 국영이 서있다. 초콜릿 파이를 먹으며 컴퓨터를 다룬다.  백두산 그림이 나오고 국영이와 중년여인의 사진이 나온다.) 국영: 울 엄마야. 미인이셔.    엄마가 부쳐준 돈으로 백두산 유람 갔었는데 웬일인지 천지를 못 봤어. 그후도 작문에서 대상 따먹고 또 집체로 갔는데 역시 못 봤지. 날씨가 유독 잘 해주지 않는 거야. 모두들 뜻깊게 천지 앞에서 가족 사진 남긴다던데... (《뚱뚱컴》포토샵으로 그림을 합성한다. 국영이 곁에서 초콜릿 파이 포장지를 찢어 넘겨준다. 맑게 개인 백두산 천지 앞에 국영과 어머니의 모습이 합성된다.)  국영: (흥분하며)《뚱뚱컴》 너 정말 천재야. 연변의 빌게이츠다. 저녁 내 한턱 쏘마. 양고기 뀀 사 줄게. #19 국영의 집- (국영의 컴퓨터 화면에 백두산 천지 가의 합성사진이 깔려있다. ) #20 주방- (술상이 차려져 있고 영감 한 분과 국영의 아버지가 대작하고 있다. ) 아버지: (술을 권하며) 김교장님, 우리 애 부탁합니다.  영감: (곁에서 국영과 놀고 있는 《뚱뚱컴》을 보며) 교장은 무슨, 그냥 뚱뚱이 할배라 불러주오. 학교 다 폐교되고 교장자리 말아먹은 지 몇 해 잘 되우다 . 영감: (아버지에게 술을 권하며) 성 쌓고 남은 돌한테 애를 맡겨서 감사하오, 자 한잔 받으시오.   아버지: (미안쩍게) 난 원래 술 담배라면 꼼짝 못합니다. (요구르트 병을 들어 보인다) 이것으로... (국영이를 부른다) 국영아, 네 와서 한잔 붓으려무나. 김교장이 네 가정교사 맡아주셨는데 (국영이 술을 따른다. ) #21 골목길- (아버지와 국영이 곤드레만드레 취한 영감을 어깨를 부축하여 바랜다. ) 아버지: (바래고 돌아서며) 촌 학교지만두 수학 올림픽에 애들 몇이나 키워보내신 선생이시다. 다 좋은데 술에 넘 착착해 가지고.  국영: 그러잖아도 학교 내는 돈이 많은데 이젠 돈 잔뜩 주고 가정교사까지 청하니... 아버지: 네 엄마 뜻이다. 그러게 공불 착실하게 해얀다. #22 주방-  (아버지 술상을 치운다) 국영: (주방 문가에서 멈칫거리며) 아버지 아버지: 왜? 국영: 저, 나 자전거 사고 싶어 아버지: 너 자전거 있잖냐. 아직두 탈만한 거 국영: 그런 증조구식 말고요. 지금 애들 다 타는 거. 아버지: 빨리 자라. 밤이 늦었다.  국영: (볼멘 소리로) 사줘요? 안 사줘요? 아버지:  이따가 보자 #23 뜰, 아침-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서는 국영 아버지가 따라나오며 무언가 쥐여준다. 요구르트이다.) 국영:(귀찮아하며)싫어요 아버지: 넣어둬라, 세 번째 수업시간 끝나문 얼시덩 먹어라. 몸에 좋다는데 #24 거리- (달려가는 자전거  국영이 달리다가 멈춰서 호주머니에서 요구르트를 꺼낸다. 길 녘의 팬더 모양의 쓰레기통 위에 요구르트 두 개를 가지런히 놓는다.  넝마주이를 하던 영감 하나가 냉큼 요구르트를 가져간다.) #25 파출소- 《비디오 공주》: 걔가 아버지를 좀 싫어하는 눈치가 좀 보이긴 했는데... 잘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비디오만 본다고 좀 신경 쓰는 거 같았어요. #26 골목길, 밤- (비디오방에 네온사인 간판이 불 밝혀져 있다. 국영이 비디오 테이프를 든 채 창문으로 비디오방을 들여다본다.  《비디오 공주》홀로 앉아 책을 본다. 국영이 얼른 들어간다.) #27 비디오방 - 《비디오 공주》: (들어서는 국영을 보고 웃으며) 다 봤어? 재밌대? 국영: 몰라  《비디오 공주》: 뒷부분 그냥 본대? 국영: 응. 세 번째 다시 본다. 중독이야. 씨-  아낙네들처럼. (《비디오 공주》웃는다. ) 국영: 근데 넌 왜 그냥 혼자냐? 엄만 어데 가고? 《비디오 공주》: 엄마가 몸이 안 좋으셔. 하루종일 앉아 있으려니 오죽 답답하겠니 그래서 내가 좀 도우려는 거야.  국영: 아버지가 한국 가서 잘 벌잖아. 그만 두라 해. 요즘 비디오방들 잘 되는 거 같지도 않은데  《비디오 공주》: 엄마 맘이야. 아버지가 한국서 고생하시는데 어떻게 펄쩍하니 앉아 돈 깍지만 기다리겠냐며 그냥 하셔. 좀 힘들긴 해도 엄마 몫은 나와.  국영: 누구나 다 우리 아부지보다는 나아.  《비디오 공주》: 니 아버지가 어때서? 너한테 잘해 주잖아?  국영: 니들은 몰라! (비디오 방 둘러보며) 혼자서 무섭잖냐. 이제 밤마다 내가 와서 동무해  줄까? 《비디오 공주》: 걱정 붙들어 매셔. 난 괜찮으니 너나 잘하세요.  (국영 비디오를 빌려들고 임대 값을 치른다.) 《비디오 공주》: 됐다, 그냥 가져다 봐 국영: 이거 내가 보는 거 아니다, 그러니 울 아버지 돈이야. 《비디오 공주》: (웃으며) 참, 한 집안에서 뭐 네 돈 내 돈 있니 국영: 그래. 사실 울 엄마 돈이지. 울 아부진 한 게 없으니까 (《비디오 공주》의 어머니 비디오방에 들어선다.)  어머니: (국영이를 보고) 국영이 왔구나. 이젠 우리 집 단골이네.  (어머니 국영에게 테잎 하나를 건넨다. ) 국영: 먼데요? 어머니: 새 영화다. 아버지 가져다 보이셔. 보너스야. 뭐더라 《천국의 계단》   아버지가 좋아하실 거다. 국영: 아이고 이렇게 곁에서 구제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아부지가 종일 비디오만 먹고사는 거지.  어머니: (웃으며) 난 그런 분들이 좋아. 그런 분들이 계셔야 우리 비디오방도 먹고 살 것 아니냐. 근데 국영아. 너 왜 자꾸 아버질 흉볼 가하고 그래? 그럼 못쓴다. 아버지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는 거야.  (국영 아무 말도 없다. 머리를 숙여 보이고 나서 비디오방을 나간다.) #28 족도관 앞, 낮- (국영이 또《족도관》부근에 멈춰 선다.  안마사가 수건을 빨래 대에 널고 있다.  국영 멍한 눈길로 그 광경을 지켜본다. 안마사 빨래를 널고 나서 《족도관》 앞 층계에 쪼그리고 앉는다. 해바라기 씨를 한 줌  움켜쥐고 깐다.  안마사의 눈과 집 건물 모퉁이에 숨어 훔쳐보던 국영이의 눈이 서로 마주친다. 국영이 덴겁해 도망친다.) #29 골목길- 안마사: (날래게 쫓아온다) 서랏! 서! 너  거기 못서? (국영이 멈춰 선다) 안마사: (국영의 팔뚝을 부여잡는다. 헐떡이며) 너였지? 국영: (떨떠름해서) 뭐? 뭐 가요? 안마사: 시치미를 뗄 작정이냐? 가자 니 부모한테 가 국영: (그냥 오리무중에 빠져) 왜요?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안마사: 가자 일단 니 부모들 앞에 가서 얘기해 (등뒤에 국영의 아버지가 나타난다.)  아버지: 내가 걔 부모요. 무슨 일인데 안마사: (깜짝 놀라며) 어머 주인님, (국영이와 아버지를 번갈아 보며) 그럼 얘가 주인님 자제 분이셨어요? #30 족도관 응접실- (안마사 아버지와 국영에게 음료를 권한다.) 안마사: (어쩔 바를 모르며) 빨래들이 자꾸 잃어지는 바람에 아버지: 그럼 우리 앨 여자들 빤쓰나 훔치는 그런 나쁜 놈으로 안 모양이구만 안마사: (부자연스럽게 웃으며)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애가 날 보자 달아나기에...  아버지: (몸을 일으키며) 남의 귀한 자식 억울하게 몰지 말고 셋방 값이나 날래 무오. 보름이나 밀렸네 (국영이를 향해) 가자! 안마사: (국영이를 보고 낮은 소리로) 미안해! (국영이 빙그레 웃는다) #31 국영의 방, 밤- (《뚱뚱컴》의 할아버지 국영이의 공부를 지도하고 있다. 영감: 작문 짓기에 취미 있는 걸 보매 너 문학가가 소망이냐? 국영: 아뇨 그냥 써 보는 거예요. 나 대상 몇 번 먹었다구요. 이번에도 꼭 등수 들어야겠는데... 영감: 너무 상에 집착해도 못 쓰느니라. 국영: 대상이나 우수상타면 수상자들은 한국 갈 수 있대요. 그러면, 그러면 어머니를 불 수 있잖아요! (영감 사색에 잠긴다) #32 응접실-   (아버지가 영감 앞에 봉투 하나를 내민다.) 영감: 먼데? 아버지: 약소하지만두 약주 사 드십쇼. 우리 국영이 잘 해주시는데 영감: (돋보기를 벗으며) 내가 돈보고 이런 줄 아나.  아버지: (그냥 내민다.) 그래두... 영감: 우리 며느리가 시골에 혼자 있다고 모셔 왔소만은 솔직히 이 딱딱한 시내 사람들 속에서 내 얼마나 갑갑하겠소. 그래서 재미로 하는 거네.  아버지: (머뭇거리다가) 그럼 오늘저녁엔 이만하시고 약주나 한 잔 드시죠 영감: (화색을 띠며) 음 그건 괜찮아! #33 주방- (영감 거나하게 취해 있고 아버지 곁에서 요구르트를 만지작거리며 응수해 주고 있다.)  영감: (취기 어린 어조로) 50년 교령을 가진 학교였다우. 내가 마지막 교장이었지.   운동장 둘레에 백양나무 우거지고 하-얀 곱돌(滑石)이 박힌 화단에 백일홍이 곱게 피던 정말 정이 붙는 학교였는데... 아버지: 시골마다 있던 학교들이 이젠 옛말로 사라지는구먼요. 영감: (악청 지르며) 경신년 토벌 때 일본 놈들이 불질러 폐허로 만든 것을 다시 복구해 냈던 학교였어.  영감: (후둘 거리며 한 잔 비운다.) 그렇게 일본 놈들의 탄압 속에서도 식을 줄 몰랐던 우리 교육열이,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나? 엉?  (영감 또 한잔 따르는데 국영의 아버지 말린다.) 아버지: 과하심다. 교장님. 오늘은 이만 하지요 영감: 교장? 학교도 지켜 못 낸 몸이 무슨 교장? 그냥 뚱뚱이 할배라 불러주오. 속이 타 들어가는데 이 눔 술이라도 마셔야지 (한 잔 따라 마시고 나서 홀연 교가를 부른다)      구름이 흘러가는 언덕아래   두 겹 창문 아담한 작은 기와집   겨레의 얼을 키우는 우리네 모교... (《뚱뚱컴》이 들어온다. 할아버지를 당긴다.)  《뚱뚱컴》: (볼멘 소리로) 그만 마셔요. 몸도 좋지 않으면서 (국영의 아버지를 보고) 울 엄마가  이젠 술 좀 권하지 말래요. #34 골목길- (국영이와 《뚱뚱컴》이 할아버지를 부축해 모셔드리고 있다.  영감: (혀 굽은 소리로) ... 백양나무 우거지고 하-얀 곱돌이 박힌 화단에 백일홍이 곱게 피던 정말 정이 붙는 학교였는데.. #35 환몽- 학교마당에서 애들이 일매지게 줄 서서 할아버지의 훈시를 듣고 있다. 홀연 애들이 요술처럼 하나둘 사라진다. 할아버지의 격앙 높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무성영화에서처럼 입만 뻐끔 인다. #36 파출소- 《연변잭슨》: ... 아버지가 자전거를 사주지 않는다고 화내는 거 본적 있긴 한데요... #37 학교 대문 앞, 늦은 밤- (밤 복습을 끝낸 아이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국영이와 《비디오 공주》 자전거를  끌고 나온다.  급우들이 둘의 다정한 모습에 휘파람을 불며 지나간다.  웃으며 자전거를 끌고 가던 국영이 문뜩 멈춰 선다. 뒤를 돌아다본다.   국영이의 아버지가 구석 쪽에 자전거를 끌고 서있다.  《비디오 공주》 급히 먼저 가버린다. ) 국영: (아버지에게로 다가가) 오지 말라는데 왜 또 왔어요? 유치원 애인가 뭐 아버지: 그래두 밤이 깊어지면 위험해  국영: 뭐가 위험해요? 아버지: 빨리 가자, 내 맛있는걸 잔뜩 만들어 놨다. 우리 아들 영양보충 단단히 시켜야지.    #38 밤거리-  (국영이 혼자서 자전거를 빨리 타고 간다. 아버지 힘겹게 따라온다. ) 아버지: 누가 쫓냐. 좀 천천히 타라. 넘어질라. 국영: (그런 아버지를 보다가)  아부지. 우리 내기해요. 누가 더 빨리 타나. 내가 이기면 자전거 사 줘야 해요.  아버지: (생각하는 듯 하다) 좋아. 대신 내가 이기면 올 기말고시  10등 안에 등수 드는 걸 약속해라.  국영: 좋아요! #39 네거리-  (두 사람 필사적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국영이 조금 앞서 가는 듯 하나 아버지 겨우 따라 잡는다.  슬로모션으로 달리는 자전거.  밤 깊어 조용한 가로등 밝은 거리에서 두 사람의 웃음이 구은다. ) #40 꿈 - 국영이 아버지를 앞지르고 자전거를 탄다. 오토바이를 앞지른다. 승용차를 앞지른다. 모두들 국영이를 놀랍게 지켜본다.  새 자전거를 신나게 타고 가는 국영이.   멋진 자전거는 바퀴가 네 개이다. #41 국영의 집, 아침, -  (뜰에 자전거 한 대가 놓여져 있다.)  국영 : (버럭 소리지른다.) 누가 남이 타던 중고품 사 달랬어요? 아버지: (걸레로 꼼꼼히 닦으며) 이거 새것과 마찬가지야.  국영: 지금 자전거 뭐가 비싸다고 그래요? 똥값이에요. 똥 값! 남들 우리 집 돈 많은 줄을 아는데 중고품이나 타고 다니니 내 체면이 막 구겨지잖아요.  아버지: (사색이 되어) 돈이란 거 아껴 써 낭패 없다. 하물며 어떻게 모은 돈인데. 니 엄마가 외국 가서 피땀으로 번 뼈 돈 아니냐!  (국영 막무가내로 자전거를 끌고 간다. 아버지가 따라오며 싫다고 뿌리치는 그의 호주머니에 요구르트를 넣어 준다. ) #42 거리- (국영 달리다가 멈춰서 호주머니에서 요구르트를 꺼낸다. 길 녘의 팬더 모양의 쓰레기통 위에 요구르트 두 개를 가지런히 놓는다.  넝마주이를 하던 영감이 또 요구르트를 가져간다.) #43  옥상, 한낮- (애들이 댄스에 열기를 올리고 있다.  댄스가 끝나자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피운다.) 국영: (《연변잭슨》을 보고)나도 한 대 주라 《연변잭슨》: 희한하네. 오늘은 어찌 된 일이냐. 이제 기저귀 갈았니?  (국영 서투르게 담배를 붙여 피운다.)  《연변잭슨》: (국영이를 보며)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국영: (연신 기침을 하다가 담배를 땅에 힘껏 메쳐 던진다.) 나 원 열 받아서  《연변잭슨》: 무슨 일이냐 말해라. 우리 《지붕 우의 미아》끼리 뭐 못할 말이라도 있냐  국영: 있잖아 울 아부지,  자전거 사달라니까 글쎄 남들이 실컷 주물고 난 중고품을 사 준거야.  《연변잭슨》: 니들 집 나라구제명단에 오를 집도 아니고 왜 그런 다냐?  댄스친구 1: 혹시 저 앞거리서 넝마 줍는 영감태기 걸 되 산 거 아닌감? 국영: 몰라. 알고도 모를 사람 우리 울 아부지야.  댄스친구 1: 니 아버지 비디오 임대료 값 체불해서 그러잖냐? (애들 허리 까부라지게 웃는다. 국영이 댄스친구1을 못마땅하게 쏘아본다. ) 《연변잭슨》: 됐다. 스톱! 마지막 소절 한번 맞춰 보자. 씨베, 우리 이모 또 사이렌 울리기 전에  (요란한 곡조가 울리고 애들 다시 춤동작을 맞춘다. 댄스친구1 자꾸 국영이를 보며 웃는다. 국영이 참지 못하고  녀석한테 달려들어 한 매 친다. 댄스친구 1 반격하고 둘이 멱을 잡고 땅에 뒹군다. 애들이 말리고 옥상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44 밤, 국영이네 집 마당- (얼굴에 생채기가 난 국영이 과일칼을 들고 나온다.  자전거 바퀴를 찌른다.  씨근덕거리며 미친 듯이 찌른다.  드디어 자전거 바퀴가 터지며 피시식~ 김이 새나간다. 국영이 이를 앙다물고 자전거를 지켜본다.)  #45 아침, 국영이네 집 마당- 아버지가 자전거를 손질해 놓았다.  국영이 타지 않고 절뚝이며 간다. 아버지가 자전거를 밀고 쫓아온다. #46 거리- 국영이 택시를 불러 탄다.  아버지 멈춰 선다. 멀어져 가는 택시를 지켜본다.  호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낸다.  요구르트이다.  그 요구르트를 내려다보며 한 숨 짓는다. #47 오후, 족도관 앞- (안마사《족도관》앞 층계에 쪼그리고 앉아 해바라기 씨를  깐다.  아직도 얼굴에 생채기 난 국영이 다리를 절뚝이며 나타난다.  안마사 지나가는 국영이를 손짓으로 부른다. 국영이 멈칫하며 다가간다.  안마사 웃으며 해바라기 씨 한줌 내민다. 국영 어색하게 받는다. 곁에 앉으라고 한다. 국영 부자연스레 층계에 앉는다.) 안마사: 저번엔 미안했어 국영: 괜찮아요 안마사: (국영이를 지켜보며) 아버지를 꼭 떼 닮았네 국영: (부끄러워하며 해바라기 씨만 까다가) 아뇨 엄말 닮았어요. 안마사: 꼭 아버질 닮은 상인데  눈도 그렇고 입도 그렇고  국영: 아뇨 엄말 닮았대두요. 안마사: 왜 아버질 닮았다면 싫어? 국영: (아무 말도 없다가) 잘돼요? 족도관 안마사: (한 숨을 쉬며) 잘 될 리가 있겠냐? 지천에 널린 게 안마 방인데. 셋 값도 안 나온다. 그래서 니 아부지가 성화다 .어린년이 겁 모르고 투자해 놓고 자기 깨지고 남 부서뜨린다고  (국영 동정의 눈길로 안마사를 쳐다보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머리를 숙여 버린다.) 안마사: 얼굴이 왜 그래? 싸웠어? 국영: (머리 숙이며) 아뇨 안마사: 싸웠지? 응? 자 내 발목 볼까? 심하게 절던데 자, 날 따라와 (국영의 손을 잡아끈다) #48 족도관- 안마사: (싫다는 국영의 발목을 잡고 안마해 주며) 내 손이 약손이야. 이 짓하고 밥 먹는데...   (숙인 안마사의 패인 옷깃 사이로 가슴의 윤곽이 보인다.)  국영: (덴겁해 눈길을 돌리며 묻는다) 어떻게 해요? 안마사: 뭘? 국영: 장사 잘 안돼서  안마사: 글쎄다. 나야 남보다 가방 끈이 짧지, 인물도 평범하지, 하니깐... 국영: 아뇨 예쁜데요 안마사: 하니깐 나중에 이래저래 안 되면 한국으로 시집가는 수밖에 (고개 들어) 나 예뻐? 국영: (머리를 끄덕인다) 예! 안마사: (웃으며) 이만한 용모면 한국 영감태기가 날 데려갈 것 같애? (국영 아무 말도 안 한다.  족도관 간판에 드리운 갓 등이 작은 불빛을 쏘고있다.) #49 비디오방- (족도관의 네온사인이 비디오방 네온사인으로 변한다. 국영 비디오방에 들어선다.《비디오 공주》 홀로 비디오를 보고 있다.)  국영: 또 혼자냐 《비디오 공주》: 응, 엄만 친척집에 가셨어. 외삼촌이 낼 한국으로 떠난대(국영이를 보고) 《천국의 계단》 다 봤대?  국영; 몰라 나 이제 그런 시시껄렁한 심부름 안 해.  《비디오 공주》: 아이고 그럼 우리 단골 한 분 잃게 되겠네 국영: (TV화면을 보며) 혼자 뭘 보냐?  《비디오 공주》: 응 한국 영화야 《클래식》 국영: 요즘 감독들은 왜 이런 영화만 만들고 이래? 좋은 세월에 하필이면 사람들에게서 눈물 짜내야 시름 놓아요. 누구한테 눈물 빚이라도 졌나? 《비디오 공주》: 넌 그래 울지 않고 사냐?  국영; 그래. 남자는 피를 흘리지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 어느 이름난 사람이 말했던 거 같애 《비디오 공주》: 난 잘 울어 국영: 여자니깐.  《비디오 공주》: (리모콘으로 비디오를 끈다. 정서가 하락되어) 나 아빠 노무 떠날 때 엄청 울었다.  국영; 난 엄마가 떠날 때  울지 않았어.  《비디오 공주》: 어쩜 사람이 그렇게 독하니? 국영: 독한 게 아니고 그때 엄청 어려놔서 뭐가 뭔지 몰랐던 거지. 여하튼 나 울음 같은 거 몰라. 아부지가 죽어도 울 것 같지 않아. 《비디오 공주》: 애두 참, 못됐다.  국영: (멈칫거리다가 신비한 기색으로) 야, 그거 있냐? 《비디오 공주》: 뭐? 국영: (목청을 한껏 낮추며) 그런 비디오. 《비디오 공주》: 그런 비디오라니 뭐? 국영: 그거 몰라? 야한 비디오 《비디오 공주》: (국영의 어깨를 때리며) 미쳤어,  미쳤어! 야가 오늘은 왜 이래? 국영: 비디오방들에선 다 그런 거 몇 개쯤은 감추어놓고 단골들 빌려준다던데  《비디오 공주》: 우리 집엔 그런 거 없어요. 그런데 있다면 너 볼려구? 국영: 응 볼려구 《비디오 공주》: 참 못됐다. 그러지마 남들이 욕해. 엄마가 곁에 없으니 애를 버렸다고  (국영 금세 시무룩해진다.)  《비디오 공주》: (다시 비디오를 켠다) 영화감상수준 좀 높여라. 이 영화 봐. 참 좋은 영화야. 진짜 참사랑이란 뭔지 알려주는 그런 영화야.  (둘이는 비디오를 본다. 화면에 키스장면이 나온다. 《비디오 공주》덴겁해 비디오를 끈다. ) 《비디오 공주》: (얼굴이 빨개지며) 이젠 늦었으니 문 닫아야겠어. 너도 집에 가  (《비디오 공주》가게를 정리하고 국영이 거들어 준다. 서투르게 쌓은 비디오 테이프가 와르르 무너지며 비디오 테이프 사태가 진다.  국영과 《비디오 공주》쪼그리고 앉아 줍는다. 서로의 호흡을 느낀다. 국영이《비디오 공주》 의 얼굴에 입술을 가져다 댄다.  《비디오 공주》마다하지 않고 잠자코 있는다. 둘 이는 서투르게 입을 맞춘다.  클로즈업되는 비디오방 벽에 붙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포스터. ) #50 꿈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포스터. 포스터 속 포옹한 인물이 국영이와 《비디오 공주》로 바뀐다. #51 아침, 국영이네 집 앞- (아버지 국영의 호주머니에 요구르트를 넣어 준다.) #52 거리- (국영 달리다가 멈춰서 호주머니에서 요구르트를 꺼낸다.  팬더 모양의 쓰레기통 곁에 넝마주이를 하던 영감이 서있다.  국영 꺼냈던 요구르트를 다시 호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영감 시무룩해져 국영이를 쳐다본다.  국영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린다.) #53 교실, 점심시간- (애들이 왁작 떠들며 도시락을 먹는다. 국영이 의 옆을 지나치는 척 하며 《비디오 공주》의 책상에 요구르트를 놓아준다. ) #54 주방- (아버지 프라이팬을 닦다가 이맛살을 찌푸린다.  그런 아버지를 국영이 지켜본다.) 아버지: 프라이팬이 넘 낡아서 이제 음식 못해 내겠구나 (회심에 잠겨) 하긴 니 엄마가 쓰다가 두고 간 거니깐. 니 엄마가 간지도 이제 몇 해째냐?  (아버지 프라이팬을 구석 쪽에 소중히 간직한다.)  아버지: (국영이를 보며) 가자, 오늘은 밖에 나가 한번 먹자 국영: (눈을 둥그렇게 뜨며) 외식요? 아이고 아부지가 웬일이세요? 깍쟁이 넘버원 울 아부지가.  아버지: (그냥 회심에 잠겨)  엄마가 돈 부쳐왔어.  국영: 한 달에 한번, 목구멍 때 벗기는 날이군요. #55  양고기 꼬치 집, 밤- (빈 양고기 꼬치대가 수북히 놓여있다. 국영이 콜라를 마시고 아버지 요구르트를 마신다.) 아버지: (빨대를 지근지근 씹다가) 니 엄마가 한국에 일하러 나가게 된 건 다 이 요구르트 때문이란 거 넌 아냐?.  (국영 머리를 후딱 쳐든다.)  아버지: (양고기를 구우며) 지금은 이렇게 백수가 됐지만 이전엔 아버지가 번 돈으로 먹고 살만했어. 그런데 아버지가 남한테 이자 돈을 놓았거든. 엄마가 그렇게 반대했지만두 말이야   그런데 그 사람이 쫄딱 망해 뿌린거야. 그 사람 뭐 하던 사람이였냐면 (요구르트 병을 쳐든다) 이런 걸 만들던 사람이였다!   그 사람이 이자는커녕 본전도 물기 어려워 대신 요구르트를 대용으로 갚겠다고 했어. 온 집안에 요구르트 박스가 꽉 찼댔다. 그러다 안 되니 야밤도주로 달아나 버렸지. 우린 요구르트에 전 재산을 날려 버렸던거야.      #56 추억-  (요구르트 박스로 꽉 찬  방에 아버지 멍하니 앉아있다. 어린 국영이가 그 곁을 엉금엉금 기여 다닌다.)    아버지의 내레이션: 난 원쑤처럼 요구르트를 먹어댔다. 멀쩡하던 우리 집을 풍지박산 낸 그 사람의 즙액을 빨아먹는다 생각하고 말이야. #57 플랫폼- (플랫폼은 노무송출을 나가는 사람들을 바래느라 눈물바다가 펼쳐져 있다. 국영의 어머니도 노무송출 대열에 끼어 있다.  아버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국영이를 안고 어머니를 바랜다 국영이 요구르트를 먹느라 여념 없다.  기차가 멀리 떠나버리고 아버지의 눈 귀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아버지 그냥 철모르고 먹어대는 국영의 입에서 요구르트를 떼 낸다. 땅바닥에 메쳐버린다.  그제야 국영이 울음을 터뜨린다. ) #58 다시 양고기 꼬치 집- 아버지: 근데 한국 나가서 엄마가 또 요구르트 만드는데서 일한대. 운명이지 운명이야.  (국영이 아버지를 지켜본다.) #59 비 내리는 옥상- (비속에 《연변잭슨》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다. 그 모습을 애들이 지켜보고 있다) 댄스친구1: (《연변잭슨》 의 귀에서 헤드폰을 빼내며) 됐다 그만해라 무슨 일인지 말해야 알 거 아니냐. 비오는데 다 불러놓고 《연변잭슨》씨베, 나더러 전학하래 국영: 누가? 《연변잭슨》: 울 이모가 댄스친구: 어디로 전학하는데? 《연변잭슨》: 돈만 대면 좋은 학교 어디라도 갈 순 있지만 문제는... 댄스친구 2: 문제는? 《연변잭슨》: 이모가, 그 《사이렌 이모》가 나더러 중국학교 가라는 거야.  댄스친구 1: 왜 그런 다니? 네 이모는 국영: 요즘에야 중국학교 가는 애들 푸술하지 않냐? 뭐 이상한 일이 아니지 댄스친구 2: 요즘 중국학교 가는 바람 불잖아 중국어 확실히 배워둬야 장래 사회에 나가서도 길이 열린다는 거야. 댄스 친구 3: 우리 반에도 중국학교 간 애 몇이 잘 된다.  《연변잭슨》: 니들도 나 중국말 못하는 거 알지. 씨베, 한어 하면 음조 다 틀리는 거 댄스친구 1: 그래 완전히 음치지 음치 《연변잭슨》: (울상이 되어) 씨베. 나 춤 빼고 아는 거 춤밖에 없는데... 댄스친구 1: 무슨 방법 없을까? 《연변잭슨》:방법이라니? 댄스친구 1: 니 이모 말려내는 법 《연변잭슨》:  누가 이겨요? 그 어거지 대왕을? 매일이고 집에 불난 것처럼 난리 칠걸. 씨베, (악청을 지른다) 전학수속 까지 다 해 논거야 이미! (모두들 말을 잃는다) 《연변잭슨》: (울상이 되어) 어쩌냐? 난? 우리 《지붕우의 미아》는 또 어쩌고?  (애들의 어깨를 하나 씩 부여잡으며 묻는다) 나 없이도 해 낼 수 있어 응? 해 낼 수 있어 응? (애들이 머리를 떨군다.) 댄스친구 1: (입 속으로 웅얼거리며) 니가 없이야  우리 팀 대가리 떨어진 파리지.  (《연변잭슨》애들을 둘러보다 다시 헤드폰을 귀에 꽂는다. 춤을 추기 시작한다.) 《연변잭슨》: (격렬하게 춤추며) 와라 이리와! 나와 춤 한번 춰 바! 씨베, 마지막으로 추는 거야 와라 이리 와라! (애들이 하나둘 다가간다. 《연변잭슨》의  정서에 옮아 비속에 춤을 추기 시작한다.) #60 환몽- 《지붕우의 미아》들이 비속에서 춤을 추는데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물이 발목을 덮고 종아리를 덮고 나중에 애들이 손 만 내놓은 채 허우적거린다. #61 국영의 집, 낮- (아버지가 눈물을 훔치며 .드라마를 보고 있다. 드라마가 끝나자 비디오 테이프를 절반 빼고는 멍하니 앉아 있다. 무슨 생각이 났던지 몸을 일으켜 국영의 방으로 들어간다) #62 학교대문 앞 골목- (국영이 자전거를 끌고 교문을 나서는데 댄스친구 1 자전거를 끌고 다가온다. 댄스친구 1 국영을 향해 손을 내민다. 국영 의뭉스런 눈길로 바라본다.) 댄스친구 1: 우리다 사회서 말하는 《편(偏)부모 자녀》 아니냐. 우리끼리 싸우지 말자.  이젠 《잭슨》도 곁에 없는데... (국영 그 손을 잡는다. 둘이 나란히 걷는다.) 댄스친구 1: 《연변잭슨》이 간지도 이젠 한 달이 넘었구나.  국영: (한 숨을 쉬며) 한달 반이야. 댄스친구 1: 걔가 없으니 우리가 정말로 미아가 됐구나. (이때 한 무리의 애들이 다가온다 댄스친구 1: (긴장해 하며 낮은 소리로) 걔들이야. 《메주 팀》 《메주 팀》팀장 : (국영이를 부른다) 야, 일로 와봐  (국영이 마지못해 다가간다. 댄스친구 1 그 사이에 줄행랑을 놓는다) 《메주 팀》팀장 : 너 댄스하는 애 맞지. (발로 자전거를 툭툭 건드린다) 거 뭐라 더라  뭐《지붕우의 미아》? 지붕우의 에미없는 넘들은 아니고. 하기야 요즘세월에 니같은 넘들이 쌔고 버렸지.     니들이 우리 팀 꺾어볼려고 아주 난리가 났다면서. 근데 그 짹슨인지 찍슨인지 하는 놈은 안보이네. 그놈 중국학교 갔다면서 웃기는 넘, 이제 제  랩도 우리말 랩은 못하겠구나.  (국영이 흘겨본다) 《메주 팀》팀장 : 이 놈 봐라 너 봤냐? (국영의 머리를 툭툭 친다) 눈  깔아. 너 눈 못 깔아? (국영이 그냥 노려보자 《메주 팀》팀장 자전거를 넘어뜨린다.) 이 새끼 아주 교양 덜 된 놈이로구나. 애들아 얠 《체조》 좀 시켜줘라 (떼거리들이 모여들어 국영이를 에워싸고 발길질한다.)  #63 국영의 방- (아버지 서투르게 컴퓨터를 켠다. 화면이 밝아지며 국영이와 어머니가 천지가 에서 웃고 있는 합성 사진이 드러난다.  아버지 그 사진을 멍하니 지켜본다. 문득 국영이 들어선다.) 국영: (짜증나는 목소리로) 뭐해요? 내 방에서 아버지: (와뜰 놀라며) 너, 너 어째 벌써 왔냐?  국영: (아버지의 시선을 피하며) 그저요. (침대 위에 아버지를 등지고 누워 버린다. ) 아버지: 어째 벌써 왔냐고?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 국영: (이불을 머리위로 덮어쓰며) 그저요. 아버지: (침대 곁에 앉으며) 너 어데 아푸냐? 배냐? 머리냐? 병원 갈까? 아님 뭐 먹고픈 거라도 없냐? 아부지 해줄께. 국영: (짜증나 버럭 소리 지른다) 아버지가 싫어 그래요. 나가요! 나가! (아버지 멍해졌다가 아무 말도 없이 방을 나간다. 국영이 이불을 젖히고 멍든 눈을 어루만진다. 컴퓨터를 말끄러미 지켜본다. 메인화면의 합성사진이 보인다. 국영이 소리 없이 운다.) #64 환몽(幻夢) - 컴퓨터 합성사진 속의 어머니가 나온다. 침대 곁으로 다가가 국영이를 보듬어 안는다. 안고 쓰다듬어준다. 국영이 울면서 어머니에게 몸을 맡긴다. #65 족도관 앞 낮- (손 하나 빨래 대에 널린 여자의 속곳을 훔친다 급급히 품에 쑤셔 넣고 종종 걸음을 놓는다. 다름 아닌 댄스친구 1이다  이때 족도관에서 안마사가 나오다 의심쩍은 눈으로 그 뒷모습을 지켜본다.)  안마사: 여봐요. 게 좀 서요 (댄스친구 1 급기야 줄행랑을 놓는다. 안마사 소리치며 뒤를 쫓는다. 골목길에서 댄스친구 1 분리 수거함 뒤에 숨는다. 안마사 스쳐 지난다. 댄스친구 1 오물을 뒤집어 쓴 채 일어선다) #66 골목길- (댄스친구 1 안도의 숨을 쉬며 다른 골목길로 접어드는데 주먹하나 날아온다. 국영이다.) 국영: (댄스친구 1의 품에서 브래지어 하나를 뒤져낸다) 치사한 새끼 (국영의 주먹에 뒹구는 댄스친구 1. 한참 후, 둘이 벽에 기대여 거친 숨을 몰아 쉰다. 국영: 너 왜 그렇게 살아? 응? 댄스친구: (입 귀를 실룩거리다가) 솔직하게 말할게 너 제발 다른 데 가서 말하지 마라.    나 할아버지하구 함께 있다. 엄마고 누나고 이모고 다 나가버렸어. 남은 거란 할아버지하고 나. 쇠통 남자 꼬라지들뿐이야. 여자들이 곁에 있으면 좋겠어 국영: (그의 뒤통수를 또 한번 후려친다) 그렇다고 여자 옷 훔치나? 엑 못 봐줄 새끼! 나도 아부지하고 살아. 남들도 다 네 같으면 여자속옷 공장서 횡재하겠다 새까! (이때 골목길 저쪽에서 안마사 다가온다. 국영이 급히 브래지어를 감춘다) 안마사: (댄스친구 1 유심히 뜯어보며) 너였지 방금? 국영: (앞에 나서며) 왜 그래요 누나?  안마사: (옆구리에 손을 지르며) 놓쳤어. 변태새끼 놈 거이 잡다가 (다시 댄스친구 2를 뜯어본다) 국영: (능청스레) 얜 나하고 함께 있었는데요 뭘, 우리 같은 댄스 팀이래요. 얘가 보기엔 좀 그렇게 보여두 전혀 그렇지 않은 애라고요 안마사: 내 못살아 영업 방 하나 차렸는데 영업은 안되고 , 별 치사한 변태새끼들 땜에 속곳조차 남은 게 없고. (푸념 질하며 사라진다) 1 댄스친구: 감사해! 국영: (뒤통수를 후려치며)감사는 무슨, 이제 밤이 되면 다시 가서 걸어 놔 #67 옥상- (《비디오 공주》와 국영이 옥상에 서있다.) 《비디오 공주》: 주제가 뭐니? 이렇게 옥상에 불러놓고 국영: 너 내 친구 맞지? 《비디오 공주》: (머리를 까딱인다.)  국영; 그럼 내 요구 한번 들어 주라 《비디오 공주》: 뭔데 설마 저번처럼 그런 테이프 빌려달란 건 아니겠지 국영: 나 심각하다.  《비디오 공주》: 말해봐! 국영: 이번 작문 콩클 너 참가하지 마라.  《비디오 공주》: 무슨 소리야. 선생님 이미 명단에 뽑았는데 국영: 그럼 등수 들지 말라. 대충 응부해.  《비디오 공주》: 왜?  국영: 우리 반에 작문 실력 나와 맞짱 뜰 사람 너 밖에 없어. 좋아한다면서 친구 위해 한번 희생해 주라. 《비디오 공주》: 뭐야? 뭐가 뭔지 쇠통 모르겠어. #68 파출소- 《뚱뚱컴》: 걔 아버진 걔를 위해서 전문 요리를 배웠대요.    그런데 걘 그런 아버지 모습을 싫어했어요. 사실 그렇게 매일 밥상 가꿔주는 아버지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69 슈퍼- (국영의 아버지 식기 매장에서 프라이팬을 들고 유심히 고른다. 남자가 식기를 깐깐히 고르는 모습에 판매원 조용히 웃는다. 프라이팬을 사들고 돌아서다 자전거매장 코너를 본다.  아버지 자전거들을 한동안 지켜본다.) #70 주방, 저녁- (아버지와 국영이  식사를 한다.)  아버지: 오늘 만든 채가 더 맛있을 거다. 국영; 왜요? 아버지: (프라이팬을 쳐들어 보이며 희열에 넘쳐) 오늘 아버지가 새 프라이팬 샀거든, 맘먹고  산 거다. 국영: (혼자소시로) 못 말려 (국영의 밥그릇에 연신 채를 집어준다) 많이 먹어라. 엄마 없다고 때를 제대로 못 갖춰먹는 애들이 젤 불쌍해 보여. (국영이 슬며시 아버지가 집어준 채를 다시 내려놓는다.) 아버지:(머뭇거리다가) 국영아, 저 컴퓨터 국영: 뭐요?  아버지: 컴퓨터에 깐 그림... 국영: 《뚱뚱컴》이 만들어준 겁니다. 아버지: 참 잘 맹글었다. 국영: 걔 울 반서 《컴도사》예요. 걸 알고 걔 아버지가 한국에서 돈 부쳐줘서 컴도 젤 좋은 거로 샀어요. 아버지: 잘 맹글었다. 심통 맹글었어. (심각한 얼굴빛으로)그런데... 그런데 그 사진에 왜 나는 없냐? #71 음향매점- (국영이와 《비디오 공주》 영화테이프들을 고른다.  국영 곁에서 거들어 쇼핑바구니를 들어준다.  국영 호주머니에서 요구르트를 꺼내 권한다.) 《비디오 공주》: (받다가)  근데 너한텐 어떻게 매일 요구르트가 있니? 국영: 널 주려고 내가 그냥 산다.  《비디오 공주》: 피, 거짓말 《비디오 공주》: (국영이가 또 한 병 꺼내 권하는데 떠밀며.) 너도 마셔 국영: 안 마셔  《비디오 공주》: 마셔 몸에 좋대두 국영: 사실 우리아버지가 매일 두 병씩 넣어준다. 난 싫지만두.  《비디오 공주》: 어머 자상하셔라. 그러니까 중뿔난 내가 아니고 네가 마셔야는 거야. 마셔 국영: (마지못해 한 모금 마시다가) 이런 들큼한걸 왜 마시니? 꼭 우리 아부지 같애. 《비디오 공주》: (이상한 기색으로) 뭐가 니 아버지 같은데 국영: 이 요구르트 맛이 울 아부지 닮은 데 있단 말이다. 콜라처럼 쏘는 맛도 없고, 녹차처럼 개운한 맛도 없고, 어쩐지 맛이 간 거 같애 시쿨기만 한... .  《비디오 공주》: 얘가 왜 이래? 얼마나 좋은 아버진데 국영; 난 아부지가 싫다 《비디오 공주》: 왜? 국영; 엄만 아부지 땜에 한 국가서 고생고생 하시는 거야. 무능한 아부지 땜에  (《비디오 공주》테이프를 살펴보다가 머리를 들어 심각한 낯빛으로 국영을 쳐다본다.)  국영: (화제를 돌리며) 작문 콩클 눈앞이구나. 이번 콩클서도 한방 확실히 쏴 야는 건데 《비디오 공주》: (걱정스레 쳐다보며) 이전처럼 차분하게 해봐. 너 잘 할거야 너 될 수 있어. #72 비디오방 문 앞, 낮- (《비디오 공주》의 어머니가 비디오방 앞에서 위를 쳐다본다 국영의 아버지가 걸상에 올라서서 비디오방의 네온사인간판을 살펴보고 있다. 《비디오 공주》의 어머니 콜라를 들고 나와 권한다. 아버지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일을 재우친다. 아버지의 이마에 땀이 맺힌다.  《비디오 공주》의 어머니손수건을 권한다. 아버지 쑥스러워하면 땀을 닦는다. 국영이와 《비디오 공주》나란히 자전거를 밀고 나타난다.) 국영: 아버지 계서 뭐해요? 아버지: 간판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누나. 고쳐 볼려구 《비디오 공주》: (낮은 소리로) 얼마니 좋니 아버지가 곁에 계셔서 국영: (까닭 없이 볼 부어 하며) 쳇! #73 족도관 앞, 낮- (아버지와 안마사 문 앞에 말없이 서있다. 두 사람 다 흐린 기색이다. 안마사가 불안해서 연신 해바라기 씨를 깐다.) 아버지: 이번 주까지 세 값 못 내면 나도 방법 없소. 자릴 내야지 안마사: (해바라기 씨를 권하며)한 달만 더 참아주면 안되겠어요. 조금 시간이 지나면 방법이 있을 거예요.  아버지: (밀치며) 그걸 누가 믿어? 난 당할 만큼 당한 사람이라고.  안마사: 야 넘 딱딱하시다. 겨우 한번 밀린걸 가지고 그래요. 나도 사정이 딱해서. 아버지: 나도 사정이 있소. 애 엄마가 한국서 번 돈으로  겨우 셋방 집 하나 맡고 세주는데 것 마저 잘 못하니 애 엄마께 부끄럽소.  안마사: 잘 될 거예요. 모두  아버지: (돌아서다 말고) 알아두오 이 집 위치가 좋아서 영업하려는 사람 줄지어 서있다는 걸. (건물 모퉁이에서 국영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74 국영이네 집, 밤- (《뚱뚱컴》의 할아버지 국영의 공부하는 모습 지켜보고 있다.) 영감: 낼 작문경색 한다지 국영: 네  영감: 등수에 들 자신 있냐 국영: 네, 나 작문 하나만은 잘해요. 대상은 장담 못해도 우수상쯤은 따먹을 거 같아요. 영감: 짜식! (대견하게 어깨를 두드려 준다.) 좋아! (아버지 들어온다) 아버지: 이제 그만하시죠. 약주나 좀 드시고... (영감 머리를 젓는다.) 아버지: 아니 한잔만 드십시다. 처음이네요. 술 마다하는 모습 영감: (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왠지 속이 더부룩한 것 이 좋잖네. 그만 가서 좀 누우려네 (나가다가 국영이를 돌아보며) 낼 작문 잘 쳐라! #75 작문콩쿠르 경색 장- 국영이 열심히 답안지를 쓰고 있다.  《비디오 공주》도 댄스친구 1도 보인다. 국영이《비디오 공주》를 보고 V 자세로 손가락을 펴든다. #76 밤, 국영이네 집- (아버지 드라마를 보고 있다. 국영이 방에서 나와 아버지 곁으로 다가간다) 국영: 아버지, 나 좀 할말이... 아버지: (드라마에 빠져 눈 굽을 훔치며) 가만 긴요한 대목이다. 좀 있다 보자  (《뚱뚱컴》이 홀연 들이닥친다.) 《뚱뚱컴》: (울며) 할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쓰러졌어요. 엄만 집에 없고...   #77 《뚱뚱컴》의 집- 《뚱뚱컴》의 할아버지 피를 토하고 쓰러져 있다.  국영의 아버지 들쳐업으려나 무거워 쩔쩔 맨다 국영 아버지를 와락 밀치고 자기가 업는다. #78 비 내리는 골목길- 아버지가 거리에서 택시를 부른다 국영이 할아버지를 업어 택시에 눕힌다. 멀리 비디오방의 네온사인간판 꺼져있다. #79 《뚱뚱컴》의 방- (《뚱뚱컴》할아버지 컴퓨터의 화면에서 웃고 있다.  《뚱뚱컴》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고 국영이 뒤에서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다.  《뚱뚱컴》 초콜릿 파이를 씹다가 울음 터뜨린다. ) #80 족도관 문 앞, 낮- (인부들이 족도관의 간판을 내리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국영이 놀란 기색으로 다가간다.) 국영: 왜 이래요? 인부: 왜긴? 영업 그만뒀지.  국영: 네에? 이곳 사람들은요? 인부: (귀찮아하며) 몰라 #81 국영이네 집- (아버지 드라마를 보고 있다) 국영: 아버지 족도관 문닫았어요? 아버지: (드라마에 빠져) 쪼끔만, 요긴한 대목이다. (국영이 리모콘을 들어 TV를 꺼버린다. 아버지 빼앗아 다시 켠다. 국영이 또 한번 끈다.) 아버지: (목청 높인다) 얘가 왜 이래? 안 하던 버릇하면서 국영: 족도관 문닫았어요? 문 닫았는 가고요? 아버지: 응 국영: 왜요? 아버지: 왜긴? 장사가 안돼 그랬겠지 (아버지 다시 TV를 켠다) 국영: (리모콘으로 또 한번 TV를 끈다.) 아버지가 쫓았죠? (성을 내려던 아버지 놀란 기색을 짓는다. 국영의 눈에 눈물이 가득하다.) 국영: (울며) 아버지가 쫓은 거야. 씨- 분명 아버지가 쫓은 거 맞죠? #82 족도관 앞- (간판을 철수해 버린 집 앞에 국영이 멍하니 서있다.)  #83 환몽- (무연한 해바라기 밭. 국영이 밭으로 달려간다. 국영: 누나- 누나- 밭 복판에 누나가 서있다. 국영 달려가 누나의 손을 잡는다.  누나가 아니라 한 구의 허수아비이다.) #83 교정 게시판 앞- (애들이 몰려 작문콩클 경색 결과를 본다 국영 애들을 밀치며 게시판 앞에 다가간다.  국영의 얼굴이 잔뜩 흐려진다.) #84 옥상- (옥상에서 국영이 건물아래를 내려다 보고있다. 그 곁에 《비디오 공주》가 서있다) 국영: 내 이름이 뭐니? 《비디오 공주》: (어리둥절해) 왜 그래?  국영: 내 이름이 뭐냐고 《비디오 공주》: 니 이름 국영이지  국영: 그래 내 별명이 장국영, (난간을 잡고 훌쩍 몸을 기울이며) 나 지금 장국영이처럼 뛰어내리고 싶어! (《비디오 공주》덴겁해 잡아당긴다.) 국영: (울부짖는다) 왜? 왜? 결과가 이런 거야? 《비디오 공주》: 무슨 로봇이라고 번마다 장원하겠니. 됐다 그만해. 국영: (야비하게) 넌 니가 등수에 드니깐 배부른 타령하는 거지. 《비디오 공주》: 얘가 무슨 소릴 해. 난 네가 입상하길 얼마나 바랐는데. 됐어 다음이 또 있잖아 국영: 다음? 다음이 언젠데? 또 한해 기다려야 잖아. 《비디오 공주》: 상이 네게서 그렇게 중요해? 국영: (이를 물며) 중요해! 니들은 상 타는 거 그저 명예쯤으로 생각하지만 난 아니야.  《비디오 공주》: 그래 뭔데? 국영: 입상하면 수상자들 한국방문 갈 수 있잖냐.  나 그걸 노린 거야. 그걸 노린 거라고. (주저앉으며 머리를 싸쥔다) 입상하면 한국 갈 수 있잖아. 한국 가서 엄말 볼 수 있잖냐구.  (울음을 터뜨린다.) 《비디오 공주》 어쩔 바를 모르는데 국영이 벌떡 몸을 일으킨다.  국영: (야비하게 웃으며) 근데 너 왜 입상했어? 왜 입상했냐구?  너 지금 날 웃는 거지? 이 꼬라지 웃는 거지.? 정말 우리 팀서 댄스 추는 그 호박골 새끼도 상 하나 먹었더라 그 골빈 새끼도 다 등수 타는데 내가 왜 못타? 내가 왜? 옳다! 니들 짜고 든 거지. 짜고 들어 날 골탕먹이는 거지  《비디오 공주》: 야, 진정해! 나 상 탔다지만 겨우 가작상이야; 사실 나도 우수상 타고 싶었어. 대상 타고 싶었다고. 그런 마음 누가 없겠니. 나도 대상 타고... 한국 가서 아버질 만나고 싶었다고. (말머리를 잇지 못 하고 흐느낀다) (국영이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멍한 눈길로 《비디오 공주》를 지켜본다.) #85 국영의 집- (옥상에서 내려 온 국영이 문을 와락 열어 젖히며 들어선다.  응접실을 들여다보던 국영이 그 자리에 굳어진다. 응접실에서 아버지와 《비디오 공주》의 어머니 나란히 앉아 TV를 보고 있다. 일그러지는 국영의 얼굴) #86 주방-  (아버지 밥상을 차려놓고 홀로 앉아 있다. 국영의 방으로 다가간다. 문을 노크한다.) 아버지: 국영아, 국영아 그만 나와 밥 먹어라. 밥은 먹고 봐야지. #87 국영의 방- (국영이 컴퓨터 화면의 어머니와의 합성사진을 지운다. 차가운 표정으로 앉은 국영이 아버지의 부름이 들려오나 응대조차 앉는다.)  #88 주방- (응답이 없으니 아버지 다시 주방으로 돌아와 멍하니 앉아 있다가 프라이팬을 닦는다. 열심히 닦는다. ) #89 응접실, 늦은 밤-  (국영이 방에서 나온다.  TV가 켜진 대로이다. 비디오가 끝나 빈 화면이 씩 소리를 내며 지글거린다.  아버지가 소파에 꼬부라진 채 잠에 골아 떨어져 있다.  아버지의 못나게 잠자는 모습을 지켜본다 국영의 눈에 발광체가 어린다.) #90 주방- (국영이 무언가 찾는다. 식칼을 찾아든다. 다시 내려놓고 과일칼을 찾아 든다. 다시 내려놓는다. 국영 금방 닦아놓은 반짝반짝 빛나는 프라이팬을 본다.  국영이 그 프라이팬을 거머쥔다.) #91 응접실- (아버지 그냥 잠에 곯아져 있다.  국영이 이를 악물고 나서 프라이팬으로 아버지의 머리를 후려친다. 아버지 소리 없이 꼬꾸라진다.  국영이 광분하며 연이어 후려친다.) #92 국영이네 집 뜰- 문을 빠끔히 연 국영이 머리를 내 밀고 사위를 두리번거린다.  아버지의 시체를 끌고 나온다 헛간으로 끌고 들어간다. #93 헛간- 국영이 허둥거리며 옷가지로 시체를 덮는다.  얼굴에 튄 핏자국을 닦으며 돌아서던 국영이 무언가 발견하고 돌아선다.  헛간 구석으로 다가간다. 국영이의 눈동자가 커진다  반짝이며 실체를 드러내는 그 것은 자전거이다. 국영이가 그처럼 바라던 새 자전거이다.  #94 밤거리- (국영이가 새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다.) #95 밤, 파출소의 뜰- (국영이가 멈춰 선 곳은 파출소이다. 국영이 파출소 옥상 위에 걸린 휘장을 쳐다보다가 뜰로 들어간다. 국영이 자전거를 타고 파출소의 뜰을 맴돈다.  파출소의 당직경찰 창으로 내다본다. 경찰: 뭐야 저 사람? 국영이 그냥 맴을 돈다. 경찰 뜰로 뛰쳐나온다.) 경찰: 야! 넌 뭐야? 이 곳을 니들 집 마당으로 알어? 국영이 듣는 척도 않고 그냥 맴을 돈다.  경찰: 이런 미친 새끼봤냐 (경찰 붙잡으려 한다. 국영이 속도를 내여 맴을 돈다.  경찰과 국영이 쫓거니 잡거니 파출소 뜰에서 각축전을 벌린다.) #96 구치소 면회실- (《뚱뚱컴》면회를 와있다) 《뚱뚱컴》: 뭐 먹고 싶은 거 없냐? 국영이 고개를 떨어뜨린 채 아무 말도 없다.  《뚱뚱컴》: 뭐 딱 요구하는 거 없냐구? 국영이 머리를 쳐든다. #97 구치소 면회실- (댄스 친구1 면회를 와있다.) 댄스친구12: (말머리를 찾다가) 나 한국 간다. (국영이를 훔쳐보며) 미안해! 나 작문 딱히 잘 쓸려 한 건 아닌데 운이 좋았나봐 #98 구치소 면회실- (《연변잭슨》 면회를 와 있다.) 《연변잭슨》: (아무 말도 없는 국영에게 중국말로 묻는다) 워이썬머??? #99 구치소 면회실- (《비디오 공주》면회를 와 있다. 국영이 앞에 요구르트 한 두름을 내놓는다.) 《비디오 공주》: 왜 하필이면 요구르트 생각이 났어? 좋아하지 않더니 (국영 아무 말도 없이 요구르트포장을 찢는다.) 《비디오 공주》: 다 가져. 다 가져다 마셔. 다 마신 다음 내 또 가져다줄게. (말을 잇지 못하고 운다.) (국영이 요구르트를 한 개만 달랑 든 채 몸을 일으킨다.) #100 감방- (감방 구석에 국영이 쪼그리고 앉아 있다.  요구르트를 들여다 보다 빨대를 꽂아 마신다. 요구르트가 굽이 나고 빨대에서 끄르륵 소리가 난다. 국영이 눈에 눈물이 그득한 채 빨대를 그냥 입에 물고 있다.) #101 밤거리- (아버지와 국영이 밤거리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다 슬로모션으로 달리는 자전거.  가로등 빛이 찬란한 거리에서 부자간 웃음을 흘리며 어디론가 가고 또 가고 있다. 자막으로 스텝진영의 이름이 올라간다.) #102 《뚱뚱컴》의 방- 《뚱뚱컴》이 초콜릿 파이를 씹으며 컴퓨터 합성을 하고 있다 화면에 드러나는 합성사진 백두산 천지 가에서 국영이와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가 웃고있다.     ☞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    
5    잊혀진 “영화황제” 댓글:  조회:3248  추천:35  2010-12-06
  . 칼럼.   잊혀진 “영화황제”      김 혁   1   아시아 영화권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곳은 향항, 북경, 대만이다. 그러나 이곳의 영화는 모두 그 뿌리를 1930년대의 상해영화에 두고있다. 1930년대의 상해는 중국 영화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하며 “동양의할리우드”로 불렸다. 바로 그 당시 상해 영화계에 혜성같이 나타나 약관의 나이에 “영화황제”로 등극한 한 조선인 청년이 있었다. 바로 김염이다.   김염(金焰본명은 김덕린)은 1910년 4월 7일 서울의 명문 의사집안에서 태여났다. 독립운동자금을 조달했던 아버지 김필순은 중국으로 망명했고 이어 일본인에게 독살 당했다.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어린 김염은 고모의 집에 의탁되였다. 고학으로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운동과 예술 분야에서 감출수없는 끼를 보였던 김염은 1927년 열일곱살때 친구들이 마련해준 차비7원을 갖고 상해로 향했다.     당시 세계에서 뉴욕과 시카고 다음으로 가장 번화한 금융 도시이자 무역 중심지였던 상해에서 무일푼으로 비참한 생활을 영위하던 김염은 1929년 손유 감독의 과감한 기용으로 드디여 꿈을 펼치게 되였다. 손유감독은 코날이 오뚝하고 눈매가 시원시원한 발군(拔郡)의 풍모를 금세 알아보고는 그를 무성영화 “풍류검객”에 주연으로 내세웠다. 영화속에서 펼치는 그의 개성적 연기, 준수한 외모와 건강미, 지성미는 당시 고정적인 매너리즘(틀)에 빠져있던 중국 영화계에 일대 충격을 안겨주며 새로운 영화스타의 탄생을 예고했다.      그후로 김염은 ”일전매'(1931년) “도화읍혈기'(1932년) “모성지광'(1933년) 등에 주연으로 발탁된다. 내용은 대부분 중국 봉건시대의 계급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로 그의 뛰여난 연기력과 용모를 연거번거 확인해 주었다. 1932년 그는 서생과 건달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을 그려낸 영화 “야초한화(野草闲花)”로 스타덤에 올랐다. 김염과 그의 첫 부인 왕인미. 왕인미는 당시 유명 녀배우로서 영화 "어강곡(渔光曲)"에 출연, 이 영화는 중국영화사상 처음으로 외국에서 영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 "야초한화"의 한 장면, 김염의 상대역으로는 유명한 녀배우 완령옥이다.     영화 "대로"의 한 장면. 영화의 주제가도 김염이 직접 불렀다.     이후 그는 손유감독과 손잡고 대표적 항일영화경전인 “대로(大路1934년)”를 제작했고 조선침탈의 괴수 이또 히로부미 암살사건을 다룬 “애국혼'과 항일영화 “장공만리' 등에 출연하는 등 예술인으로서 반일활동에 적극 가담했다. 항일 영화인 “장지릉운'(1936년)은 일본이 향항을 점령했을 때 가장 먼저 필림을 찾아 없애버린 영화이기도 하다. 그는 만주사변이 발발하자 자신의 싸인을 담은 브로마이드(肖像)를 판매해 항일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출연작마다 대성공을 거둔 김염은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영화 황제”로 뽑혔고, 중국 영화계에서 유일한 이 계관을 쓴 사람으로 그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중일 전쟁이 터지자 일본이 제안한 출연요구를 거절하고 향항으로 피신했고 1947년 녀배우 진이(秦怡)와 재혼했다.   1962년 은퇴할때까지 30여년간 총 4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김염은 중국 영화사에 커다란 궤적을 남겼다.   신중국이 성립된후 김염은 상해 영화제작소 부주임, 상해 시 인민대표대회 대표, 중국영화작가협회 리사 등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하지만 그의 생활은 여느 거장의 운명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리혼의 아픔에다 재혼한 진이와의 사이에 태여난 아들이 정신질환을 앓게되는 불행을 겪었으며 문화대혁명때는 농촌으로 하방되고 안해와 함께 수용소에 갖히는 비운을 경험했다. 장기간의 고역에서 얻은 폐기종 등의 합병증으로 투병 생활을 하던 김염은 1983년 12월 27일 73세로 상해에서 눈을 감았다. 현재 상해시내 용화렬사릉원 기념관에 그의 유골이 안치되여 있고 북경영화박물관에 기념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2   올해는 김염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중국영화사 100년을 통틀어 유일하게 영화황제라는 칭호를 얻은 그이지만 그의 탄생100주년이라는 이 명기해야할 날자에 그에 대해 그에 그렇다할만한 기념행사도 관련이슈도 없다.   기억심리학의 연구성과에 따르면 사람의 뇌는 무엇인가를 기억하면서 새로운 흔적을 남긴다. 따라서 가장 오래된 기억도 뇌조직속에서 시간과 함께 려행하면서 수시로 새로운 복사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오래된 일일수록 또렷이 기억나는 “망각의 역현상” 은 20살에 정점에 이른뒤 계속 하강한다고한다.   기억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들의 삶을 만드는 하나의 큰 요소가 바로 기억이라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심리학 학자이자 영화감독인 루이스 브뉘엘은 일찍 “기억은 우리들의 일관성이자 우리들의 리성이며, 우리들의 행동이며,우리들의 감정이다. 기억없이는 우리들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한적있다. 그 누구나 과거의 기억과 망각들을 같이 끌어안고 앞으로도 삶을 살아가야 한다. 어제의 세대를 기억해둘 우리의 지금의 세대가 사라진후 이 세상에는 어떤 기억들이 기억되고 어떤 기억들이 망각될까? 우리 또한 다음세대들에게 아무런 기억도 없이 망각되지 않을가? 3   어딘가 쓸슬하기만 한 김염탄생 100주년에 김염연구회 발족식이 상해에서 조촐하게나마 열려 다행이라 하겠다.   학자 문인 기업가들로 결성된 이 연구회는  "영화황제의 명성에 맞지 않게 그에 대한 자료발굴 연구 및 기념모임이 활발하게 전개되지 못한 점에 미루어 앞으로 김염에 대한 연구와 자료수집 및 발굴 홍보에 만전을 기할터”라고 설립취지를 밝혔다. 현존하는 89세 고령의 김염 부인 진이     “어떤 사실을 잊어버리는” 망각과 비슷한 단어는 “지워버린다”는 말 즉 삭제를 가리켜 말한다. 따라서 기억과 비슷한 말은 저장이다.    과거의 력사와 그 굴곡진 장하를 거슬로 온 인걸들, 그들의 력사의 공적을 새기며 그 보고를 후세에 남기는것은 그 나라 그 민족에게서 밀어버릴수 없는 책임이며 또한 망각할수 없는, 망각해서는 안되는 그 기억들이 그 민족의 소급과 비전을 위한 받침돌이 된다.     수난많은 민족사와 중국영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우리민족의 걸출한 인걸- 김염, 그의 모습을 퇴색하지않는 한컷의 필림으로 가슴 골방깊이 저장하고싶다.   “종합신문” 2010년12월6일     ☞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         김염 주연의 영화 "대로"의 주제곡  
4    어디선가 탱고소리 들려온다 댓글:  조회:2880  추천:51  2009-09-18
    . 수필 .   어디선가 탱고소리 들려온다       김 혁          영화 포스터     창작에 쫓겨 오전 내내 키보드를 두드려대다가 머리도 쉬울겸 영화테잎도 살겸 점심도 먹을겸 거리로 나갔다.   국제무역청사 앞에 이르러 연길에 하나뿐인 육교(天橋)에 올랐다. 그런데 나를 이상케 하는 것은 점심이 가까운 무렵 이였는데 륙교우에 사람하나 없이 나 홀로 뿐 이였다는 것이다.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서야 뒤미처 영문을 깨 달았다. 길 복판에 가설했던 가드레일을 철수하면서 사람들은 더는 육교를 건너는 번거로움이 없이 길을 자유롭게 가로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육교에 오르고 육교를 지나고 있는 자신이 바보처럼 보였다.     그리고 홀로 육교위를 걷노라니 하나의 영상이 머리에 그물거리며 떠올랐다.   쇄잔한 겨울 해살. 앙상한 철교의 아치. 보도에는 사람들이 묵묵히 오가고 있고. 무뚝뚝한 표정의 남자가 껌을 씹으며(슬픔을 씹으며?) 가고 있다. 세느강 위를 달리는 기차, 교각 아래 한 중년의 남자가 량손으로 귀를 막은 채 괴로운 듯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그 비명은 기차의 기적 소리에 이내 파묻혀 버린다. 허탈하게 허공을 보고 걸어가는 그의 얼굴에 눈물이 흐른다. 랭소적이고 우울한 반면 천진하고 따스한 구석도 있는 남자...   요사이 후배들에 의해 갑절 떠올려 져있고 내 블로그의 조회수를 달구고 있는 영화 의 첫 장면이다. (성과 륜리의 타락이 특별히 새삼스런 일도 아닌 오늘날에 뭐 이렇게까지 야단스럽게 한 영화를 들먹이면서…)하고 생각하다가 나 자신도 그 무드에 젖어 들어 몇 마디 적어 보기로 한다. 사실 그 영화를 내가 후배에게 빌려 주었으니 내가 그 때아닌 열기의 조작자임이 틀림없다는 자괴(?)를 머금으면서...       출생에서 성장에 이르기까지 상처로 얼룩진 과거 때문에 마냥 우울한 중년 남자 폴. 외도를 하던 안해가 자살하고 폴은 자신이 지낼 세방 집을 구하러 다니던 중 아파트에서 우연히 숙명의 녀인 잔느를 만난다. 두 사람은 격렬한 정사를 나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정사만 나누고 인사도 없이 헤어진다. 그 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남자와 녀자. 남자는 자신의 신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녀자에게 소리친다. "나는 너의 이름을 알고 싶지도 않아! 너도나도 이름이 없어. 우리는 모든 것을 잊는 작업을 하고있는 거야." 둘은 당연한 듯이 또 정사를 나눈다. 정사를 마치고 나서 이들은 술을 마신다. 탱고 경연대회에 끼여들어 대회를 난장판으로 만든다. 그들은 미친 듯이 파격적인 춤을 추면서 심사위원들에게 엉덩이를 까 보인다. 남자는 녀자와의 진정한 관계를 원한다. 하지만 남자의 슬픔을 리해할 수 없고 리해하고 싶지도 않은 녀자는 남자의 파행적인 행동에서 도망치고 싶은 생각뿐이다. 남자는 집요하게도 녀자를 붙잡는다. 남자는 녀자의 뺨을 어루만지며 속삭인다. "너는 도망갔지만 나는 끝까지 너를 쫓아왔어. 너는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할거야. 나는 너를 사랑해" 녀자는 마침내 남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남자는 녀자의 집 문 켠에 씹던 껌을 뱉어서 붙여놓고 웅크린 채 죽어간다. 남자의 죽음을 보면서 녀자는 중얼거린다. "난 저 사람을 몰라. 저 사람이 날 쫓아왔어. 저 사람은 모르는 사라난 저 사람이 누군지 몰라.. 누군지 몰라…”     이런 파행적인 영화도 있다는것을 일찍 80년대 중국의 유일한 영화지였던 잡지에서 알았었다. 허나 영화에 대한 소개는 겨우 몇 줄에 고작해 그쳤고 당시의 우수꽝스러운 사회풍조에 의해 자본주의 나라에서만 나올 수 있는 퇴페적인 영화라고 정평이 되여 있었다. 그후 여러 영화잡지들에서 이 영화에 관한 무수한 평론들을 읽어왔지만 영화를 진짜 영상으로 접 한 것은 2000년 겨울, 참으로 늦기도 하고 참으로 빠르기도 하다고 할가? 왜냐면 조선족문단의 내 노라는 작가들과 한 자리에서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었는데 놀라웁게도 거의 모든 작가가 이 영화를 모르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다른 지역의 팬들은 믿을 수 있을가? 어떤 극단적인 예로 촌스런 우리 문단을 잣대질하려는 용의는 절대 없고.)   영화는 우울하면서도 보는 내내 인생을 생각하게 한다. 소외된 현대인의 인간 관계를 변태적이고 충격적인 성행위 묘사를 통해 그려낸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대표작. 이딸리아에서는 개봉 후 며칠만에 상영금지가 되였다가 87년에 와서야 해금되었다. 시대가 변해도 국적이 달라도 나름대로 해석을 하고, 새로운 발견이 계속되는 그런  영화다.   이야기 줄거리만으로 본다면 야한 포르노 영화로 오해될 수도 있다. 한국에서도 상영이 금지되었다가 영화가 나온 지 25년 만에야 수입 개봉되었다고 한다. 영국에선 X등급 판정을 받았고, 자유의 국도라 일컫는 미국에서도 극장 개봉 때는 성행위 묘사 장면 몇 군데를 삭제하고 별도의 'R' 등급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사회주의 중국에서는 언제 공개 개봉될지 누구도 모른다. 지금의 풍토로서는 영원히 개봉되지 못할 듯? 그리고 우리는 아울러 해적판에서 이런 명작들을 접해야하는 팬으로서의 행복과 괴로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영화는 60년대 말, 파리 사람들의 마지막 절망의 몸짓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론가들은 해설하고 있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공감을 자아내고 있는 것은 아직도 좌적인 이데올로기의 철쇄에 억압된 우리들의 침묵, 그로서 저도 모르게 솟아오르는 파격의 충동과 이룰 수 없는 무가내의 꿈... 우리 누구에게나 내재되어 있을 그것을 영화가 말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나같이 금방 40대를 맞은 작가도 좋고 아직 섹스도 모르면서 남녀의 허무의 종국을 감동하며 말하는 신세대도 좋고...   영화의 성공의 주요요인은 주인공역을 열연한 말론 브란도에게 있다고 나는 단정한다. 말론 브랜드가 연기하는 미국인 남자 폴은 우울과 권태와 절망이 뒤섞인,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존재하는 현실의 모든 것들에 대해 조롱하고 모욕도 서슴치 않는다. 면도날로 벽에 피를 뿌리며 자살한 안해와 그의 친구가 아내의 정부였다는 사실이 그를 그렇고 만들고 있다. 절망과 권태와 고통으로 우울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폴은 젊은 녀자에게 자신의 가학적인 광기를 분출한다. 녀자가 자기의 이름을 묻자 "세상의 모든 이름들보다는 돼지가 꿀꿀거리는 소리가 더 나아"라고 말한다. 폴의 그런 조롱은 탱고를 추는 댄스경연장에서의 행동에서 폭발한다. 심판관 앞에서 엉덩이를 내보임으로서, 자기만족의 세상에 안주하는 속물들을 통렬하게 조롱한 것이다.   영화는 말론 브론도의 이러한 일탈, 조롱, 광기의 장면들로 시종 점철되여 있다. 우리 팬들에게는 대부(代父)로 이름이 통하는 말론브란도! 그가 떠난지 얼마안되여 그의 영화에 대해 우리가 감동하는 것은 추억이라 해야 할가 아니면 아이러니라 해야 할가?   대통령도 아니고 전쟁영웅도 아닌 남자, 사생활도 지극히 복잡한 한 남자의 죽음에 세계가 아쉬움을 표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위대한 배우를 잃었다''며 애달픈 조문을 발표했고 〈타임〉지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배우로 그를 선정했다. 본능적 연기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그는 "배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며 돈을 벌기 위해 영화에 출연할 뿐"이라고 자신을 폄하 했지만, 그래서 그의 위대한 연기력은 더욱 빛을 발하고 지독히 노력해도 안 되는 보통배우들을(속인들을?)  어리둥절하게 속상하게 했다.   그는 섹시한 외모와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카리스마로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두려움을 주기도 했다. 쉰 듯한 목소리, 들숨을 삼키는 듯한 목소리로 그는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와 분노를 완벽히 드러냈다. 빠리에서 사는 미국 남자. 안해의  장례식을 앞두고 이름도 모르는 프랑스 처녀와 파괴적인 섹스에 탐닉하는 중년남자의 공허함은 말론 브랜도가 아니면 그토록 실감나게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연기는 노력형이 아니라 동물적 본능에서 나온 즉흥적 연기다. 브란도의 아버지는 알콜중독자로서 쩍하면 그의 어머니에게 매를 들이댔다고 한다. 말론 브란도의 웅성(雄性)의 매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남성미는 이러한 가정배경에서 나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는 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매맞는 어머니에게 멋진 남자로 보이고 보호해주려고 노력하며 어려서부터 자신의 남성미를 극대화했던것이다. 한면 영화에서의 광기와 일탈의 몸짓역시 그런 가정배경이 있었기에 그렇듯 광분함에 가깝게 연기된것일것이다.   “연기는 부랑아의 삶”이라고 탄식한 말론 브란도에게서 그의 말을 빈다면 "섹스는 초콜렛을 먹거나 아스피린을 삼키는것만큼의 의미밖에 없다”고 한다. 그의 식탐과 녀탐은 심해서 미친 듯이 먹어댔고 천문수자 만큼 한 녀성 편력으로 만년에 양육권 분쟁 소송에 시달리기도 했다.그리고 가장 사랑했던 딸은 이복오빠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살해한 것에 충격을 받아 스물다섯 살 나이에 자살했으며 그의 아들 역시 살인범으로 옥살이를 했다.     "덜 미치려고 평생 노력했다"는 천재 배우 말론 브랜도. 이제 현란한 인간세상을 떠난 그는 하늘에서도 여전히 그 특유의 랭소적인 미소를 지을지 모른다. 붉은 와인과 붉은 녀자의 입술을 되뇌여 보면서. 아직도 자기의 30여년전의 작품을 보면서 흥분하는 늙은 팬, 젊은 팬들을 굽어 보면서...   그와 역시 내가 좋아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녀주역 비비안 리와의 열연이 돋보인 영화"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아직 테잎을 구하지 못해 안타까웁다.     감독 베르나르도 베를톨루치는 영화 "마지막 황제"로 중국관중들에게 알려진 감독이다.   베르톨루치는 "원래 나는 남녀 사이의 관계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영화의 륜곽이 잡혀갈 무렵 문득 내 자신이 고독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이 영화의 성격에 대해 표방했다.     영화로 세상에 대한 그 모든 신념을 포기한 감독 베르톨루치는 종말론적 무정부주의자임이 틀림없다.   베르톨루치는 이 허무한 세계를 마치 돼지우리를 련상시키게 만든다.   영화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을 물어보면서 돼지처럼 꿀꿀거리기도 한다.   기실 영화에서 잔느는 육체는 풍만하나 머리는 텅 빈 녀자에 지나지 않는다. 젊은 녀자는 젊은 남자가 있지만, 중년 남자의 흡인력(이를테면 오랜 경륜과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데서 오는 신뢰감, 그리고 중년의 통찰력 등등)에 발이 묶여버린다.그녀는 중년 남자의 무뚝뚝한 매너, 가변적인 성격에 오히려 맘을 빼앗기고 만 것이다. 하지만 심히 말해 그녀는 그저 거대한 유방에 기름진 치부를 가진 관능미 적인 갈보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하고 또 어느 한쪽을 거부하지도 못한다. 그녀는 어찌할 줄을 모르면서 결혼이라는 제도와 육체라는 욕망 사이에서 방황한다. 그녀는 심지어 폴이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요구하는 그 새로운 의지에 대해서도 판단 못하고 거부한다. 그것의 두 사람의 응분의 귀소를 위한 추구의 몸부림임을 모른다. 때문에 그녀의 몸부림에는 단지 비릿한 욕망만이 배여 있을 뿐이다. 그에 비하면 폴의 얻기 위해 버려야만 하는 반항적인 몸부림은 퍽 차원 높은 몸부림이라 해야겠다.   문명과 산업의 발전은 현대인들에게 성적인 억압을 주었고 인간은 동물적인 본능을 감추면서 살아간다. 때로는 그것을 표출하지만 체제로부터 혹은 사회적 윤리와 자신이 설정한 가치관에 의해 제재 당하고 그로서 공허감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영화는 그 현대인들이 감추고 살아가는 본능의 발톱을 상징과 은유로서 보여주는 수작이다. 샐러드를 신고 메니큐어도 바르고 다니는 게 요즘의 풍조지만 기실 누구도 진정한 욕망의 발톱만은 내보이려 하지 않는다.   영화를 몇 번째였던지 또 다시 보았던 며칠 전, 늦은 밤에 친구를 불러내여 술을 마셨는데 술 주량이 큰 나로서는 이내 취했고 그 숙취의 원인이 영화가 내내 사로잡은 감정에 의해서 라는 것을 술이 깨여서야 깨달았다. 그만큼 이 영화를 보면서 인간이란 존재의 외로운 숙명과 본원적 고독이 그 어느 영화보다 아프게 다가왔다.   폴은 안해가 생전에 같은 아파트에 자신의 정부를 두고 있었는지도, 왜 자살하게 되었는지도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여 그에게는 미칠 듯한 울분과 싸늘한 냉소와 허망한 욕정만이 남았다. 잔느를 만나 관계를 가지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것은 너무도 허망하고 끔찍하리만큼 우울했다. 그리고 그들의 결론은 참담하다. 때문에 영화에서 모든 것은 죽음으로 끝맺는다. 아마도 이보다 더 과격하고 절망적인 결론으로 끝나는 남자의 부서짐은 어느 영화에서도 달리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현대인의 고독과 단절을 떠올리게 한다. 따위의 골치 아픈 평론가들의 분석은 빌고 싶지 않다. 하지만 "세대간의 단절, 한 시대, 한 공간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허망한 인식의 단절에 관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저마다 외로운 사람들. 이제 어떻게 어디에 기대야 할 지도 모르는 사람들. 하지만 또 기대서야 사는 사람들. 사람들은 왜 저마다 그렇게 복잡한 현실을 부여잡고 살고 있을까.   영화에서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남자와 여자는 섹스를 즐긴다. 서로 외롭기 때문에 서로 기대이고 싶기 때문에. 그리고 기대인 결과 주인공남자는 여자의 이름도 모른 채 죽고 만다. 생물적 본능의 즐거움과 쾌락은 좌절한 삶에 처한 평범한 사람의 최대의 도피처가 된다. 하지만 삶의 공허함은 육체적인 욕망으로만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년의 남자와 전혀 모르던 연하 여자와의 동물적인 섹스는 그들의 불행한 결말을 애초부터 가늠 짓는 암시를 주게된다.    이처럼 씁쓸하면서 일탈적인 분위기가 영상 곳곳에 담겨 있었다. 그 분위기는 주인공이 씹던, 벽에 붙여 놓고 죽어간 껌에서도 더욱 확연히 나타난다.   씹고 난 껌이란 폐기물이다. 즉 서로 형태 다른 욕망을 씹고 있는 이 세상이 남기고있는 것은 황폐한 정신 페기물 밖에 없다는 은유다. (이 영화에 감동하는 우리의 후배들이 그 세대가 반죽하고있는 사색을 씹을가? 아니면 요즘의 병든 사회가 뱉어낸 정신적 페기물을 씹을가? 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선택일터지만)   녀자와 남자, 혹은 인간들의 모든 관계, 진정한 소통이란 과연 가능한 것일까? 가능하다면 어떤 양태로 나타날가? 서로의 마음을 주는 대화로서? 그래도 안되면 서로를 갖게되는 섹스에서? 그래도 안되면 서로를 망가뜨리는 죽음에서? 남녀끼리 만나서 모든 것을 나누고 모든 것을 공유하는 완벽한 공존이라는 것은 기실 없다고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 사이에서마저도 이러한 소통과 단절은 쉽게 알린다. 이처럼 관계에서의 괴리와 소통의 부재, 죽음과 같은 고독과 끔찍한 허망함들이 우리 주변 곳곳에 숨어 있다. 그러면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란 왜 이토록 허무한 것일까. 그리고 그 허무함에 대해 왜 뒤미처야 깨닫게 된걸가? 나는? 과연 나는 상대를(혹여 친구 혹여 동료 혹여 동인 혹여 안해 혹여 애인...) 얼마만큼 알고 있는 것인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들이 다만 적막한 환영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면 정말 그러한 것이라면 나는 폴처럼 어느 여자의 총구 앞에 흔연히 마주서고 싶다. 허무의 껌을 잇몸 아프게 씹으며, 그 씹다만 껌을 어느 골목길, 돌팔이 의사들의 양위치료 광고가 난무하는 벽에 붙여 놓고서...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3    영화, 그 현란한 중독 댓글:  조회:3652  추천:75  2007-06-29
                                          이렇게 광언(狂言)할 정도로 나는 극성스런 영화광이다. 개구쟁이 시절부터 나는 영화에 사로잡힌 아이였었다. 술래잡이, 유리알 치기, 썰매타기 등등으로 그 놀음거리들이 많았지만 스크린(銀幕)처럼 무진한 흥심을 포박(捕縛)해 가는 유혹은 더 없었다. 영화라면 사죽을 못쓰는 나는 짬만 나면 영화관으로 달려가곤 했고 그 무슨 일과를 완수하듯이 새로 개봉된 영화들을 낱낱이 빠짐없이 보곤 했다. 내가 동년을 보낸 70년대는 영화의 전성시대였다. 고색 창연한 자그만 현 소재지였던 나의 고향 룡정에서 겨우 세 곳밖에 없는 영화관은 뭇 사람들의 신심을 가장 사로잡는 곳 이였다. 영화관옥상의 이마 전에 떠인 영화포스터는 달마다 새것으로 바뀌곤 했는데 달 초가 되여 영화포스터를 바꿀 때면 사람들은 영화관 앞에 웅기중기 모여들곤 했다. 명절 맞는 기분 같은 얼굴들을 하고 새로 걸린 영화포스타를 목덜미 시큰하게 쳐다보며 새 영화의 상영일시를 깐깐히 읽곤 했다. 너나가 영화를 좋아하는 지라 아침 7시 반에 첫 영화가 있었고 9시 반, 11시 반, 2시 반, 5시 반, 7시 반, 다시 9시 반으로 영화방영이 하루종일 빼곡이 배치되여 있었다. 좋은 영화가 나오면 아침 5시 반과 저녁 11시 반으로 상영차수를 증가하기도 했다. 그래도 영화관은 언제 보나 초 만원이였다. 영화관에서의 관람표 구입은 한차례의 전투나 다름없었다. 아침 일찍부터 영화관 매표구 앞에는 해바라기 씨 기름 받으러 량점(糧店)에 몰려들듯이 사람들이 떼지어 기다린다. 그렇게 줄을 서있는 사람들이 족히 100여명은 넘겼다. 그러다 매표구의 창에 드리워졌던 문발이 걷히면 그것을 신호로 하듯이 줄은 삽시간에 흩어지고 모두들은 크레물리궁을 점령하는 쏘련 전사들처럼 매표구를 향해 덮쳐간다. 비집고 밀고 헤치고 사람우에 사람이 덮치기도 한다. 손 하나만 들어가게 만든 비좁은 매표구입구로 승벽내기로 손을 밀어 넣는다. 그러다 손을 빼지 못해 비명을 지르고 서로 낯을 붉히고 싸움질도 벌어진다. 하여 그때 영화관의 매표구마다는 부역하는 죄수들의 감방처럼 쇠 살이 대여져 있었다. 표를 사든 사람은 복 받은 사람처럼 밝은 표정을 짓고 표를 수기처럼 흔들며 사람 숲을 헤치고 나온다. 표가 다 팔려 미처 사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영화관으로 미친 듯이 달려간다. 그때면 꼭 마치 귀향하는 막차의 차표를 사지 못한 사람 같은 초조한 얼굴들이다. 그 박절함과 열정은 지금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영화 표를 미처 사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림시표를 팔기도 했다. 림시표는 말 그대로 림시로 발급하기에 자리가 없다. 맨 뒤 켠 아니면 량 켠의 인도에 서서 영화를 봐야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맥풀려 오금이 접힐 듯 했지만 그런 대가라도 치러가며 영화를 보는 것이 너 나의 소원이였다. 림시표라도 얻지 못한 사람들은 아프리카난민같이 불쌍한 표정으로 영화가 반 남아 상영되도록 영화관 앞을 뜨지 못해 한다. 영화관에 들어서면 사막에서 오아시스로 들어선듯 열뜬 기분을 감추지 못해한다. 소리쳐 서로를 부르고 영화 표를 쳐들고 번호를 소리내여 읽으며 자기자리를 찾아 앉는다. 영화관에서는 상영 종을 두 번 울리곤 했다. 예고종이 먼저 울리고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는 것이다. 그사이를 10분의 간격을 두었다. 그러나 그 10분의 시간이 나에게는 10년 맞잡이로 기다려 내기가 바쁘다. 드디여 영화관 천장에 달린 무리 등이 꺼지고 영사기의 빛 보라가 물줄기처럼 하얀 영사 막을 향해 쏟아질 때면 사람들은 흥분해서 갈채를 지르고 휘파람을 불곤 했다. 어둠 속에서 혹간 뒤돌아보면 수백 쌍의 유난히도 빛나는 눈동자들이 일제히 영사 막 쪽을 향해 있다. 그 어둠 속에 반짝이는 격조(格調)는 그 시기를 지나온 사람이 아니면 감득(感得)해 내는 수가 없을 것이다. 암울했던 70년대, 중국의 영화관들에서는 모택동의 부인 강청이 만들어낸 등 이른바 만을 상영했다. 영화에 앞서 기록영화를 꼭꼭 끼워 넣곤 했다. 당의 지도자들이 외국지도자들을 접견하는 영화가 아니면 와 같은 과학기록편이였다. 그 세월에는 새로 개봉하는 영화가 많지 못했다. 주로 혁명적 본보기 극영화들 뿐 이였다. 언제 봐도 , , , ... 등 8부의 영화를 낡은 레코드 풀 듯이 되풀이했고 쏘련영화 과 을 그 사이사이에 방영하곤 했다. 그런 영화라도 우리는 싫증을 몰랐다. 독실한 신자가 경서를 되새겨 읽듯이 보고보고 또 보았다. 당시 프로테리아사상으로 철저히 무장 되였던 사람에게 있어서 사회주의의 도사 레닌의 영화만큼 우리들의 심성을 매료시킨 영화는 없었다. 레닌 시리즈영화 속에 나오는 레닌의 신변 근위병 와씰리를 우리는 제일 좋아했다. 이 와씰리의 대사는 우리가 가장 즐겨 외우는 구절이였다. 영화 속에서 마뜨예브가 레닌을 암살하려는 적들의 음모를 알리려 총탄을 맞으며 하고 외치며 창문으로 뛰여 내리는 장면은 당시 우리가 뽑은 제1위 경전장면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장면을 재현해 층집이나 다리우에서 겁 없이 뛰여내리곤 했다. 그 장면을 모방하다 우리 학교의 한 애는 다리뼈를 분질러 먹고 한 학기 휴학한 일도 있었다. 또 어느 한번, 보이니치의 동명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를 보고 주인공의 오금 꺾을 줄 모르는 강직한 성미에 나는 깜박 심취되여 버렸다. 지어 주인공의 얼굴에 생긴 기다란 칼자국 흉터마저도 사나이의 그 어떤 강의를 대변해주는 징표처럼 멋지게 안겨왔다. 그래서 미술도료로 얼굴에 인공칼자국을 열심히 새겼다. 그 모양을 보고 멋지다며 반 급의 애들이 자기 얼굴에도 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렇게 서로가 네 얼골 내 얼골에 을 새기는 해괴한 짓거리가 벌어졌다. 저마다 선명한 을 달고 학교로 등교했다. 첫 수업시간은 한어시간, 교실로 들어섰던 한어과 교원의 입으로 맙시사!하는 가는 비명이 새여나갔고 코마루에서 안경이 껑충 막대 잡고 뛰기를 하였다. 반 급 남자애들은 정원 28명, 그중 반장 하나만 빼놓고 모두의 얼굴에 선명한 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반주임이 달려왔고 교장선생이 달려왔다. 요란하게 신칙을 당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영화 속의 혁명자의 본을 내였다는 말에 교장선생도 막무가내라는 듯 웃으면서 그에 그치고 말았다. 이렇게 외국영화가 나오면, 알바니아 영화나 루마니아영화만 나오면 우리는 금세 붉은 색을 본 투우처럼 더 흥분해했다. 그것은 맨 날 옥수수떡을 먹다가 허연 쌀밥을 먹는 듯한 감미로운 맛의 느낌이였다. 그 이방인들의 멋진 체격과 이색적인 모습, 호방한 성격과 유머적인 대사들을 나는 좋아했다. 루마니아 영화 를 보고는 침착하게 해바라기 씨를 까며 륙혈포로 적수를 쏴 넘기는 독특한 제슈체어(行爲)에 홀딱 반해 입안에 구창이 생길 때까지 해바라기를 까기도 하였고 프랑스영화 를 보고는 주인공의 본을 내여 남의 집 바람벽이나 담에 졸로의 징표인 Z를 커다랗게 써놓기도 하였다. 현 시가지에서는 때때로 로천영화도 돌리곤 했다. 그날이 우리에겐 명절이였다. 체육장이나 학교마당에서 커다란 향연이 펼쳐지군 했다. 어둘 녘에 방영원들이 마당에 하얀 영사 막을 칠 때부터 우리는 좋은 자리를 지키느라 찬 땅에 앉아있군 했다. 모두들 엉덩이에 깔 쪽 걸상이나 신문지들을 들고 그렇게 많이 몰려들곤 했다. 보았던 영화일지라도 쪼그리고 앉거나 엉거주춤 선 불편한 자세로 마지막까지 보군 했다. 그 즈음 조선영화 한 부가 현 시가지는 물론 온 중국을 들썩케 했다. , 지주에게 가혹한 억압을 받던 한 가정의 오누이가 나중에는 혁명의 길에 오르는 과정을 그린 영화였다. 영화의 주제가는 그후로 장장 10년 동안 모두가 가장 즐겨 부르는 톱 가요로 떠올랐다. 광폭영화였는데 아직 룡정이나 화룡과 같은 현의 영화관들에는 광폭렌즈와 광폭영사막 설비가 마련되지 못했던지라 모두들 뻐스를 타고 연길로 가서 영화를 관람했다. 그 기간 연길로 오는 뻐스는 마냥 초만원 이였고 식당, 려관이 관람객들로 넘쳐 났으며 영화관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썩 후에 집계에서 본데 의하면 연변지역에서 이 영화를 4천 여차 방영하였고 관람객이 연인수로 258만 7천 여명에 달하여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의 흥행기록을 올리고 있었다. 중국관중들의 눈물샘을 무던히도 자극하였던 감정색채가 짙은 영화는 10년간 줄곧 정치운동에만 매여 경직 되였던 사람들의 정감을 폭팔 하듯 건드렸던 것이다. 요즘 같은 호(好)세월에 우리는 구태여 영화관을 찾지 않고도 안방에서도 비디오로, VCD로 DVD로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다. 컴퓨터의 동영상으로도 지어 핸드폰의 윈도우로도 무선인터넷서비스에 힘입어 신작영화예고편을 볼 수 있는 살맛 나는 세상이다. 그러나 영화관이라는 어제 날의 질박한 향수의 장소는 나의 심방에 색 바랜 사진처럼 클로즈업(特寫)되여 있다. 그 애틋한 감수를 못 이겨 문예지에 라는 산문시를 발표한 적이 있다. 영화를 테잎들을 본격적으로 수장하기 시작한 것 은 6, 7년 전부터였다. 불운한 운명을 지니고 태여난 내게서 행복은 극장의 맨 뒤끝에서 본 영화처럼 거리가 멀었다. 청빈한 문인신세로 가정이 깨여진 뒤로 수천 권의 책과 비디오 하나만 달랑 지니고 북대의 작은 셋방 집에서 몇 해를 홀로 지냈다. 그때 나의 외로움을 크게 달래준 것이 바로 영화였다. 홀로 만의 지지리 한 밤을 이겨내려고 비디오 대여 점에서 매일이고 테잎을 3개씩 빌려다 보았다. 97년 한해 여름사이에 만도 나는 무려 300여부의 영화를 빌려 보았다. 세계영화사의 경전은 물론 할리우드의 흥행작이며 인도의 가무영화이며 홍콩의 깽 영화며 지어 애니메이션영화까지도 걸탐스레 보았다. 북대부근의 비디오대여 점을 다 돌고는 지어 철남 멀리의 대여 점에까지 뻐스를 타고 가서 테잎을 빌려다 보기도 하였다. 그러다 그저 이렇게 시간 죽이기로 좋은 영화들을 감흥으로 흘려보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영화들을 본격적으로 소장하기 시작했다. 먼저 세계명작개편영화로부터 소장했다. 세익스피어의 이며 살론 브론데의 며 마거릿 미첼의 며 유고의 이며... 문자로만 읽었던 그 명작들이 아름다운 화면과 정감 어린 육성으로 내 눈앞에 펼쳐졌고 나는 새로운 련인과 일견종정(一見鐘情)에 빠지듯 영화에 흠뻑 매료되고 말았다. 그 다음에는 세계영화사의 경전들을 사들였고 그 다음에는 영화천국인 할리우드의 대작들을 사들였고 그 다음에는 중국신예감독들의 전위적인 영화를 사들였고 그 다음에는 요즘 폭발 적인 흥행 세를 보이고있는 한국영화들을 사들였다. 지어 영화평론가들이 라고 지칭하는 홍콩 무협영화나 깽 영화도 선택해 보면서 그 폭력미학이 주는 류다른 감수를 즐기기도 하였다. 그렇게 박봉을 깨서는 사들여 소장한 영화가 테잎으로, DVD디스크로 저그만치 3천 여부, 우리 집은 짜장 하나의 영화고(庫)와도 같다. 영화를 즐기다나니 영화간행물도 많이 사본다. , , 와도 같은 잡지도 달마다 빠짐없이 사들여서는 새로운 개봉 작을 주시해보고 톱스타들의 최근 동향을 알고 경전에 대한 해석을 까근하게 읽어보기도 한다. 중앙TV제8채널의 , 북경TV의 , 길림TV문체채널의 같은 프로들을 나는 다른 프로들을 제쳐놓고 본다. 집의 침실이며 주방 지어 화장실 문에까지 영화잡지에 끼여온 영화포스터가 붙어있고 나의 핸드폰 벨소리도 쏘련 영화 의 주제곡으로 설정되여 흘러나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주제곡이다. 10여년 동안 문예기자로 뛰면서 문화전란을 꾸리는 와중에 영화동태들을 열심히 편집소개, 많은 문화부 기자들 중에서 나만이 영화동태분석을 능수 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었다. 하여 영화발행공사로부터 영화 평론원증을 지급 받았고 년 말이면 영화발행공사 선전과로부터 장려를 받기도 했다. 이렇게 아편의 원액이 주는 것과도 같은 영화의 궁극적인 맛에 나는 차츰차츰 빠져들고 말았다. 시와 노래, 가무, 회화, 조각과 건축에 이어 인류는 영화라는 쟝르를 탄생시켰다. 각 쟝르의 예술은 모두 인류가 세계를 관찰하는 하나 또 하나의 눈이다. 때문에 영화는 이라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유희적 욕망을 충족시켜줌과 동시에 사람들의 지적 수요에 응분의 감수를 안겨주는 영화는 좋은 발명임에 틀림없다. 영화를 보는 것이 우리 삶의 일부라면 영화 속의 기복다단한 스토리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취미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삶 그 자체라고 볼수 있지 않을가! , 의 메가폰을 잡은 내가 좋아하는 중국제5대감독 진개가는 베니스영화제의 기자초대회에서 이렇게 말한 적 있다. 이 말은 나 같은 편집광 적인 영화애호가들의 심성에 꼭 맞는 말이라 하겠다. 이렇게 내 삶을 충족히 해주는 또 하나의 친구- 영화를 나는 좋아한다. 무지무지 좋아한다. □        
2    우 생 순 댓글:  조회:3716  추천:73  2007-06-29
. 칼럼 .    우생순   김 혁   1 우생순. 올들어 한국에서 널리 풍미되고있는 신조어(新造语)이다. 자고나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신조어 중에 “우생순”은 특히 사용빈도가 높은 신조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영화 “우리생애의 최고의 순간”의 줄임말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세계 최초로 핸드볼을 소재로 한 영화,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세계 최고의 명승부를 펼친 녀자핸드볼 선수들의 감동 실화를 그린 영화이다. 당시 한국 녀자핸드볼 대표팀은 력대 국가대표팀 중 최약체로 평가 받고있었다. 전력 보강을 위해 로장들까지 불러 모아야 하는 상황이였기에 아무도 그녀들이 결승까지 올라가리라 예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들은 이런 우려와 예상을 뒤엎고 당당히 결승까지 진출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핸드볼이 국기인 세계 최강 덴마크에 맞서 연장에, 재연장, 그리고 승부 던지기까지 마지막 1초까지 투혼을 발휘한 그녀들의 경기는 AP통신 선정 “2004 아테네올림픽 10대 명승부전”으로 선정되며, 전세계를 감동시켰다. 녀자핸드볼의 선전(宣战)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후로 사람들은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핸드볼 활성화 운동을 벌렸으며 마침내는 “우생순”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것이다. 2  이번 2008북경올림픽에서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꿈꿨던 한국녀자핸드볼은 다시한번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금메달을 따냈던 88년 서울 올림픽이나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보다 더 감동스러운 모습을 선사했다. 크고 작은 부상 때문에 정상적으로 뛸수있는 상황이 아니였지만 몇몇 선수는 진통제까지 맞아가면서 경기장에 나섰다. 극강의 순발력과 돌파력, 더불어 대세의 흐름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넓은 시야, 무서운 집중력의 발휘, 폭발적인 돌파로 그 자리를 선점하고야 마는 순발력으로 신기에 가까운 재능을 펼치며 상대의 꼴문을 한번 또 한번 헤갈랐다. 노르웨이와의 4강전에서 경기종료벨이  울리는 순간 까지도 공을 던져 꼴문을 갈랐으며 마지막 3~4위 전에서 웽그리아를 33대28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덩치가 크고 산만한 유럽선수들에 비해 작고 여리고 힘이 부족하지만 그들에게 강한 정신력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심판의 오심속에서도 감동의 투혼을 보여주면서 오히려 금메달 보다 값진 동메달을 한국녀자핸들볼은 끌어낸 것이다.  3  발달한 미디어 덕분에 변강의 오지인 연길에서 나도 “우리생애의 최고의 순간”을 DVD로 구해서 볼수있었다. 스포츠영화를 잘 보지않던 나에게 직접 육안으로 보는 경기보다 재미없을것이라는 선입견, 그 섣부른 편견조차 부끄러워하게 만든 영화였다. 역경을 헤치고 끝내는 1등을 한다는 그런 결론이 뻔히 보이는 식이 아니였다.세상은 오직 1등만을 기억한다는 론리로 사람을 몰아붙이고 폐기처분하는 요즘의 사회에서 인생의 정답은 최고 혹은 맨 웃자리가 아닌 최선에 있다는, 1등만이 대우받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것이 현실이지만 때로는 1등보다 더 값진 2등이 있다는 것을 역설함으로써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물들인 영화였다. 영화때문에 핸드볼이라는 경기를 알게되였고 이번 올림픽에서는 눈앞이 현란하게 펼쳐지는 각종 경기중에서 핸드볼 경기만은 빼놓지않고 모조리 관람했다. 사람들은 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긴장ㆍ괴로움ㆍ슬픔ㆍ기쁨 등 인간의 진솔한 감정들이 스포츠 경기 안에 농축되여 있다. 스포츠의 순간 순간이 곧 삶의 한순간으로부터 영원으로 자리매김 되는 자리이기때문이다. 올림픽현장에서 우리들의 생에 “스카이 슛”으로 꽂던 그 섬광같은 순간은 정말로 찬란했다.        
1    위장결혼 그리고 사랑 댓글:  조회:4416  추천:73  2007-06-29
. 칼럼 . 위장결혼 그리고 사랑   김 혁   영화 "댄서의 순정" 포스터 1 “댄서의 순정”이라는 한국영화가 있다. 한국의 “국민 녀동생”으로 불리는 문근영의 주연으로 흥행한 멜로영화이다.      영화 "댄서의 순정"의 한 장면   언니 대신 돈을 벌기 위해 연변에서 한국을 찾은 채린(문근영 분)은 왕년에 잘 나가던 댄스 스포츠 선수 영새(박건형 분)와 위장결혼을 한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위장결혼자를 검거하려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든다. 위장결혼으로 들어온 조선족 처녀를 한국 무용가가 만나 설레고 좌절하고 헤여지고 그리워하다 결국 사랑을 이뤄간다는 내용의 무공해 청정(淸淨)멜로에 룸바, 쌈바 등 경쾌한 스포츠 댄스를 버무려 코끝 진한 감동으로 담은 영화. 연변처녀답게 등려군의 노래를 부르는 문근영, 촌스러운 곤색 운동복 바지에 “연변3중학”이라 쓰인 하얀색 반팔 티셔츠를 입은 문근영은 한 위장결혼자가 한국에서 댄스 무용가로 거듭나기까지의 가슴 아린 감동을 맑은 수채화처럼 풀어냈다.  영화 "파이란"의 한 장면   위장결혼을 소재로 한 또 한편의 영화가 있다. 칸 국제영화수상으로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린 “올드보이”의 주연 최민식과 향항의 톱스타 장백지가 열연을 펼친2001년 작 “파이란”. “파이란”은 영화속 녀주인공 백란(白蘭)의 중국식 발음이다.    강재(최민식 분)는 인천바닥에서 3류 양아치로 전전하는 위인이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강재의 집에 경찰들이 찾아와 강재의 부인인 파이란(장백지 분)이 죽었다고 전한다. 파이란은 유일한 친척을 찾아 인천에 온 중국 녀인. 그러나 그 친척은 카나다로 이민을 떠난 상태였다. 혈혈단신이 된 파이란은 한국에 머물러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위장결혼을 선택한다. 이에 강재는 돈을 받고 파이란과 결혼한다. 파이란의 장례를 치르러 떠나는 기차속에서 강재는 그녀가 남긴 편지를 읽는다. 그리고 그 편지에서 그녀의 행적과 아픔을 알고는 눈물을 흘린다.   “파이란”은 최근년 또 다시 화제 아닌 화제가 됐다. 한국 고등학교 국어 문법 교과서에 “파이란”의 홍보문구인 “세상은 날 삼류라 하고 이 녀자는 날 사랑이라 한다”가 홑문장과 겹문장의 실례로 영화 포스터와 함께 실렸던것이다.   누드사진 류출사고로 큰 곤욕을 치렀지만 당시 장백지는 제법 위장결혼이라는 극단적인 길을 택한 비운의 중국녀인을 근사하게 연기해 냈다. 두 영화의 쟝르는 모두가 멜로영화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조선족관객들에게는 단순한 멜로영화를 뛰여넘어 위장결혼자들의 아픔과 신산(辛酸)스러움에 눈굽을 적시게 하는 농도와 줄기가 다른 영화였다. 영화에서는 행복한 위장결혼으로 끝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서글픈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한면을 보여주는 아픔이기때문이였다. 2  멜로영화에서나 있을법한, 위장결혼자들의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가 한국에서 회자(膾炙)되고 있다. 위장결혼을 의도로 해 결혼했다고 해도 동거와중에 사랑이 싹터 안정적으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다문화가정에 대해 대법원이 관용을 베풀어 무죄판결을 한것이다. 일전 한국 서울동부지법은 위장결혼을 목적으로 허위 혼인신고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모(53)씨와 부인 최모(46)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위장결혼을 위해서는 위장결혼 상대자가 있는 국가에 한 번만 가는것이 보통인데 박씨는 두번이나 찾아갔고 브로커에게도 최씨와 실제 결혼생활을 꾸리고싶다고 말한점 등으로 볼 때 위장결혼으로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위장결혼 브로커로부터 400만원(한화)을 받기로 하고 조선족 녀자와 위장결혼해 줄것을 권유 받은 박씨는 2004년 3월 위장결혼 상대를 만나기 위해 중국으로 갔다. 그러나 박씨는 최씨를 직접 만난뒤 진정한 사랑에 빠졌다. 같은 해 6월 박씨는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현지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두 사람은 2005년 1월부터 경기도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해 사랑을 키웠다. 부인 최씨는 박씨와 그의 전처 사이에 태여난 딸의 돌잔치에도 엄마 자격으로 참석하는 등 실제 부부로서 생활을 하며 량쪽 집안으로부터도 인정을 받았다. 비단 박씨의 경우만이 아니다. 한국 수원지법 역시 위장결혼 혐의로 기소된 한모(53)씨 부부에게 무죄를, 부산지법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모(58)씨 부부에게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한국 대법원 관계자는 “위장결혼이라도 실제 결혼 생활이 인정되면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하는 경우도 있어 법원도 위장결혼 정황에 대한 립증과 증거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며 “하지만결혼을 대가로 한국측 배우자가 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는 등명백하게 위장결혼 의사가 립증될 경우에는 실제 결혼생활이 인정되더라도 유죄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3   자유로운 이동으로 삶의 모든 령역이 새롭게 재편되는 글로벌시대에 국제결혼은 불가피적이다. 특히 한국내에서는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남성과 국제결혼 하는 외국녀성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그중 대다수가 중국, 윁남 등 아시아 녀성들, 조선족의 수가 압도적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제는 코시안(한국인과 아시아인 사이에 태여난 2세)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만큼 국제결혼에 대한 거부감, 순수혈통에에 대한 집착도 약화되고 있다.   한국의 국제결혼광고 그런데 문제는 결혼의 동기와 내용이다. 국제결혼의 상당수가 “사랑과 책임”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에 의해 이뤄지고 있기때문이다. 사실상 물건 고르듯 배우자를 택하는 “매매혼”, 돈을 벌기 위해 위장, 사기 결혼을 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이들중 대부분은 결혼을 리용해 한국에 들어온후 곧바로 가출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아 또 다른 사회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 결혼이주녀성은 결혼후 2년을 경과해야 한국 국적을 취득할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을 채우지 못한채 리혼, 가출을 감행하고 있기때문이다. 한국 법무부가 제출한 “결혼이민자 불법체류 및 출국 현황”에 따르면 한국내에 거주하는 결혼이주녀성 10만4290명 중 7.8%에 달하는 8137명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했다. 이는 2004년 3249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라고한다. 이들은 어찌보면 한국경제의 저변을 받치는 필수인력이 되여있음에도 한국내의 합법적인 근로자를 밀어내고 임금구조를 왜곡하면서 고용시장의 혼란을 초래한다는등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으며 그 처지때문에 스스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진정한 사랑과 결혼을 통해 한국사회로 출가하는 녀성들 모두가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면서 보다 보다 풍부한 삶의 경험과 보다 섬세한 삶의 결을 느끼며 살수 있기를 우리는 바란다. 단순한 실용주의적 경제론리나 왜곡된 혼인관을 넘어서는 좀더 륜리적인 삶의 지평이 열리기를 바란다. 위의 사례와 같은 이야기들이 아직도 위장결혼이 성행하고있는 우리 사회에 깨도가 될가? 아니면 위안이 될가? 대략난감이다.    기자 블로그: http://blog.hani.co.kr/kh99 "연변일보" 週刊 "종합신문"  2009- 9- 14   영화 파이란ost 스치듯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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