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를 살펴보면 근 7백 년간 막후 정치를 해왔다. 그 막후의 최고 관위는 한낱 '정이대장군(征夷大将军'에 불과하다. 이들은 천황의 권리는 빼앗아가도 누구나 천황을 밀어내고 자신이 그 보좌에 오르려고는 하지 않는다. 2차세계대전 때, 천황은 실제상 장병들에게는 ‘정신지주支柱’이었다. 절대 비정의 침략군을 두둔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중국이나 조선시대에서 야심 품은 권력자가, 처음 생각하는 것이 황제나 왕을 밀어 내고 자신이 그 보좌에 오르려고 했다. 또 잔혹한 수단으로 이미 권력을 상실한 제왕을 사경에 몰아 넣기 까지 한다.
그래서 중국이나 조선 왕조시대 정치제도하의 제왕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을 느끼는 자들이었다. 포악한 제왕들은 야심가들의 속내를 간파하면 가차없이 처단한다. 유약한 군주는 공포 심리로 하여, 국가의 금고, 서민의 혈세를 갉아먹는 많은 탐관오리들을 온상 시켰다. 그 탐오는 수백 년, 수천 년을 이어졌다. 그것은 제왕들이 의식적으로 묵과하고 ‘배양’했기 때문이다. 높은 권력자들이 탐오에 정신을 팔다 보면 권력을 찬탈하려는 욕망이 사그라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양심 있는 지식인, 분노한 사람들이 탐욕자의 일관된 비리를 적발하고 폭로 시킬 때, 드디어 제왕은 민간의 힘을 빌어 탐욕자들을 일거이 제거해 버린다. 그러면서 자신의 권좌를 굳건히 지켜왔다.
오늘 세계는 고도의 문명 시대에 들어섰다. 옛날의 잔인하고 무능한 치국(治国) 수단이 사라졌다. 허나 권좌 지속, ‘권력 쟁탈전’은 여전히 과거 못지 않다. 오히려 방법과 수단이 얼마나 무섭고 영악해졌는 지 모른다. 지난 역사는 피를 흘리며 하는 ‘권쟁权争’이었다면, 지금은 피를 말리는 ‘정쟁政争’이다. 여느 정당이나 자기 정당에서 대통령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 자유민주국가에서 당파들의 정권재탈전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아주 기이한 정치를 연출하고 있다. 그것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북분단이라는 아픔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평화로 가는데, 보수 야당 강경파는 적극 반대해 나선다. 김대중, 노무현 집권 때, 북한이 약속을 저버렸다는 말을 반복하며 북한을 절대 믿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종북프레임을 들고 나와 저들의 보수 지지층 결집에 사활을 건다. 한국인에게 피해를 준 북한을 생각하면 많은 국민들이 치를 떨고있다는 점을 잘 포착한 것이다.
또 지금 보수 꼴통에 ‘용맹 투사’도 많다. 어떤 보수정치인들은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험담과 막말까지 마구 해댄다. 이런 자들의 막말은 한마디로 ‘증오’의 폭발이다. 북한을 증오하다니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고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대통령까지 죽도록 미운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가슴속에 서린 ‘증오’는 잘 통하지 않고 있다. 우리 국민이 현명하고, 그만큼 성숙해졌기 때문이다. 계속 그런 식으로 나가면 한반도는 영원히 화해와 통합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주류다. 진보 여당은 이런 주류 생각을 잘 부흥하려고 뚜벅뚜벅 자기 갈 길을 걷고 있다. 또 남북 협치도 아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니 언제나 북한을 적대시 하면서, 국가 안보를 ‘철저히’ 해 왔던 보수당으로서는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진보정권하에서는 저들의 마음대로 될 수 없으니, 어떻게 해서든 정권을 다시 빼앗으려고 젖 먹던 힘까지 다 쓰고있다.
대한민국은 언론, 표현, 인권의 민주국가이다. 국민의 직접 선거 제도로 나오는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 선거- 이것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헌법정신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러니 국민의 염원을 위배하는 정치인은 배제되고 버림을 받는다. 지금 절대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대통령, 여당은 실로 뒷심이 튼튼하다는 것을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동북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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