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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애가 (2000년대)
2012년 10월 07일 19시 46분
조회:10689
추천:4
작성자: 최균선
황혼애가 ( 2000 년대 )
고향이여
세월의 묵은 언덕우에 선 내고향!
동구밖 굽이진 뚝길은 그대로인데
함께 뛰놀던 옛친구들은 가고없고
허물린 옛집터에 잡초만 엉성하네
천년을 씻어어내린 아란석 사이로
고패치던 맑은 강물도 메말랐구나
푸들치던 버들치들도 보이질 않고
물장구 신나던 개구쟁이도 없어라
일송정 정자가에 빈바람만 스치여
울바자 잠자리 날개들도 찢겼는가
부엉이 울던밤 반딧불 반갑더니만
비암산 비둘기야 너도 슬퍼우느냐
어서오라 맞아줄 피붙이들도 없고
은모래 반짝이던 강기슭 굽이굽이
버들숲 간데없고 뽕나무도 없건만
추억속에 고향이라 정겨워 서럽네
아, 가슴저리게 그리웁던 고향아!
동년을 키워준 칼바위도 낮아져서
세월의 비바람 무정한줄 알겠다만
색바랜 꿈결에 옛정만은 푸르구나
2005년 8월 20일 (일송정에서)
바다의 숨결
갈매기 사랑에 가슴 부푸는가
파도는 바람을 안고 설레이며
대해의 은총을 읊조리누나
풍어기 펄펄 날리는 고기배
오늘도 어족들을 싹쓸이해
바다는 격파솟아 성토하네
해빛도 부서지는 만경창파
만천하의 강물을 받아주는
호한한 그 아량을 새기노라
하늘은 바다를 감싸안고
바다는 창천을 우러러
령장들을 성토하는데…
2009년, 6월 (황해가에서)
바다의 그리움
어스름 바다가에 마주서면
빈바다 얼어붙은 백사장에
하늘이 부서진듯 눈내리고
어두운 그리움이 서성인다
펄펄펄 흩날리는 눈꽃들은
소리도 못내보고 녹아내려
검푸른 물결우에 실리는데
파도는 장송곡을 부르는가
전할길 바이없는 내그리움
눈처럼 하이얗게 부서져서
흐느껴 쿨쩍이는 거품처럼
내마음 골방에서 부글댄다
슬픔을 쫓아내려 숨고르고
피더운 가슴으로 노래하며
후회를 내버리려 휘저으니
허허한 밤바다만 안기누나
어두운 저너머를 바라보며
어째서 왔는지도 다잊은듯
무거운 침묵으로 굳어진채
해풍에 덜덜떨며 내가섰다
혼자서 마주보는 밤바다에
목까지 차오르는 그리움을
끝내는 토해내지 못한설음
처절썩 바다기슭 적시누나
2009년 1월 30일 (청도에서)
어머니
열달을 잉태해
피흘리며 낳으신
소중한 새생명이
자신의 살점임에
고생만 삼키시고
단즙만 짜내시여
왕거미 되셨건만
쓴줄도 모르셨소
평생을 내주시며
받을줄 모르시고
다함이 없으시던
고마운 어머니여
북망산 황천깊이
소원을 베고누운
당신의 그 사랑은
불효도 보듬으리
2010년 9월 12일
금사탄시
햇살이 송송송 쪼아먹은
금사탄 은모래 금모래가
고요히 어둠을 재우는데
상념은 저만치 굼닐어라
하많은 기억이 달려와서
해묵은 야망을 보듬으면
동해의 아들이 되고프던
옛시절 청춘도 푸르러라
밀물은 격정을 몰아오며
어둠에 묻히여 갈앉는데
썰물은 그리움 실어가고
석별만 기슭에 젖는구나
돌아서 가야지 하다가도
못떠나 바다물 움켜쥐면
파도가 솟구쳐 달려와서
내발목 적시며 말리누나
가노라 바다야 잘있거라
차분히 누웠던 모래밭도
말없이 바래듯 가슴열고
밤바다 바람도 옷깃잡네
2011년 7월 16일
(금사탄에 써본 시)
흘러간 고향마을
제비야, 잊지않고 이 봄도
너는야 왔구나 정든땅에
보은박씨 꼬옥 물고왔어도
옛고장 황페해져 놀랍지
구름헤쳐 몇만리 먼먼 길에
지쳐버린 날개를 접고보니
빨래줄에 걸렸던 묵은 노래도
새끼를 낳던 옛둥지도 없구나
이제 딴마을 어느집 헛간에나
새생명의 보금자리 틀어야겠지
제비야, 상전벽해가 아니란다
돈바람이 내가원을 쓸어갔니라.
2011년 8월 25일
(묻혀버린 고향의 논벌을 보며)
싸리나무 베듯하면
연집하 무성한 싸리나무
해마다 모조리 베내건만
보란듯 더구나 기승부려
길길이 무성해 야단이네
베내도 태워도 악착하니
비온뒤 죽순이 저같으랴
개천에 돌밭도 좋다하니
옥토면 더구나 우쭐하리
옳거니 뿌리가 살았거늘
왕성한 생명력 뉘당햐랴
부패도 싸리를 베듯하면
지천에 뻗어서 야단나리
2012년 8월 6 일
너 시혼아!
시는 보슬비속에 젖어있냐?
꽃지는 소리에 잠자고있냐?
사랑의 입김속에 녹아있냐?
돌돌돌 물소리에 흘러오냐?
열여덟 청년은 저저시인이라
시의없는 심령은 사막이던들
란삽한 랑만의 횡설수설아녀
진실한 령혼심처에 웨침이야
시야, 너는 무엇을 먹고사냐?
하고픈 말, 운률먹고 사노라
상아탑속에 구겨진 잠꼬대도
간드러진 삘리리도 아니노라
네가슴속에 고패치는 메아리
알쏭달쏭 잠언도 수수께끼도
권태를 잠재우는 하품소리도
병없는 신음소리도 아니여라
시는 정서의 파도 서정적호소
정서의 반응에 론증은 몰라라
시는 멋없이 증명하진 않지만
가슴가슴에 정감을 확인시켜라
슬퍼서 행복해서 감동의 순간
최상의 언어를 최고로 엮으매
언어의 모자이크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신묘 자체여라
시는 차분히 격정을 갈앉혀주고
눈물젖은 너의 비애를 보듬으리
시를 쓰노라고 애간장을 태워도
즐거움만 얻자고 쓰지는 마시라.
시는 자득 (自得)이라 하더라만은
싸구려감동, 미사려구가 아니여라
너와나 서로의 가슴을 흔들어주는
마술사의 신비한 힘이 시혼인것을,
씨없는 해바라기도 보기는 좋다만
네고백이 나의 고충이 되여질때에
나의노래 네마음의 금선을 울릴때
시는 숨쉬고 거기서 살고 나래치리
붓을놓자 풍우가 놀라고
시편이 완성되자 귀신이 우는구나…
시성에야 어찌 미치랴만 시를 쓰되
진실한 마음의 메아리-시를 쓰거라
2012년 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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