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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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씨수상록 18 )고사신편 네댓편
2014년 07월 22일 00시 33분  조회:5287  추천:2  작성자: 최균선
                                                     고사신편 네댓편
                                    
                                                           진 언
 
    력사서에는 현대인들이 미치지 못할 수많은 현자들이 기록되여있지만 욕망으로 빚어진 현대인들의 시각으로는 도저히 리해할수 없고 용납할수 없는 현인군자들도 많다. 그러나 그들을 경이원지함은 제할탓일세 폄하할수는 없는것이요 더구나 폄훼할 자격이 없으니 기껏해야 “딱한 사람들”이였다고 안타깝게 여길수밖에 없다. 사서를 펼쳐놓고 한사람 한사람 줄을 세울것도없이 얼핏 떠오르는 실례만 들자.
    우선 범려(范蠡) 를 참으로 딱한 괴재라 하겠다. 와신상담하는 월왕구천을 보좌하여 오나라를 멸하고 월국의 중흥을 이룬 공훈이 력력하니 권력을 향수해야 명실상부하다. 그런데 불가사의하게도 그는 고관대작의 후한 록도 사양하고 배를 타고 북상하여 제나라에 가서 장사군이 되였는데 워낙 비범한 인재 인지라 일대상성(代商圣)이 되였다. 제나라에서 그가 재능이 비범한줄 알고 재상으로 모셨다. 그러나 얼마후 곧 사직하고 제나라를 떠나 정도(定陶)에 가서 장사질을 하였다. 그리하여 후세사람들은 그를 “도주공(陶朱公)”칭하였다.
    그의 선택이 과연 명지한가? 가치관문제는 아닌가? 매관매직이 성행하는 현시점에서 분석한다면 범려어른은 정말이지 관직을 버리지 말아야 했다. 대권을 쥐였는데 축재할 기회가 없으며 시간이 오래걸릴가봐 걱정인가? 나아가면 권력봉을 휘두르고 들어와 일확천금할수 있는 전권(钱权) 교역의 오묘함을 모르고 처첩을 거느리고 일세영달의 즐거움을 마다했으니 굴러온 복을 제발로 걷어찬격이 아닌가?
    서시에 대한 애정에서도 그렇다. 서로 첫눈에 정이 들어 금쪽같은 녀자였건만 “애국”의 미명하에 사랑마저 팔아버렸다. 미인박명이라고 나라를 위해 한몸을 바친 서시에 대해 후설이 여러가지인데 가령 전해오는것처럼 범려가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혼란한 틈에 서시를 데리고 북상하여 만년을 함께 했다면 사랑했던 자기의 녀자를 늦게나마 책임진 다정한이라 할것이다. 애첩 진원원(陈圆圆)원을 빼앗긴데 노하여 마침내 청군을 끌어들인 만고역적 오삼계와는 대조적이나 역시 석연치는 않다.
    일언이페지하고, 랭정하게 생각하면 범려야말로 사람이 크게 공명을 떨치면 그 자리에 오래있지 못한다는 처세의 진수를 꿰뚫었으니 과시 현인이다. 거금을 먹이여 벼슬감투를 얻어쓴 사람들, 어렵사리 한자리 차지했을 때 한몫 단단히 챙겨야 한다는 현대관리들의 가치관에서 평가한다면 이래저래 참 딱한 사람이 아닐수 없다.
    한광무제시기, 청렴하고 강직하기로 이름높은 동선(董宣)이라는 사람도 불가사의하다고 하겠다. 동선이 지방관리로 있을때 아첨할줄 모르고 집법에 일호차착이 없이 엄정하였다. 후에 락양령(洛阳令)으로 부임하였는데 마침 류수의 누이인 호양공주의 노복이 주인의 세력을 등대고 백주대낮에 공공연히 살인행각을 벌렸다. 동선이 가차없이 잡아들여 문죄하는데 호양공주의 저애가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그러나 동선은  호양공주에게 흉범을 감싸는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훈계하고 즉각 처결해버렸다.
    호양공주의 공소에 대노한 류수는 동선을 잡아들여 누이의 면전에서 때려죽이려 작정하였다. 하지만 계하수가 된 동선은 추호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이 당당하고 강개한 어조로 변호하고나서 대궐기둥에 머리를 들이받았다. 피투성이가 된 동선의 얼굴을 얼없이 굽어보다가 감동먹은 류수는 죄를 사면했다.
    그러나 누이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동선더러 사죄하라고 일렀다. 그러나 동선은 단연히 거부하였다. 류수는 무사들을시켜 억지로라도 머리를 조아리게 하려하였으나 동선은 종시 고개를 꺽지않았다. 하여 그는 “강항령(强项令)”라는 탁호를 가지 게 되였다. 물론  현대탐관들은 가능하게현대인들도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엄정하게 법을 다스린 그를 시야비야할수는 없겠지만 속으로는 림기응변능력이나 령활성이라곤 전혀없는 불통관리라고 왼고개를 저으며 혀를 끌끌 찰것이다.
    일인천하에 황제의 어명이라면 껍적 죽는시늉이라도 해야 할 신하로서 언감생심 거역했을뿐만아니라 황친국척(皇亲国戚)에게마저 득죄하였으니 처세술마저 제로가 되였은즉 앞으로 고배를 마시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참으로 그를 위해서는 딱한 심성이요 “싸가지”가 없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사람들이 이렇쿵 저렇쿵해도 이미 백골이 진토되여도 그 정신은 영생하리니 얼마나 “딱한”가 ?!
    양진(杨震)이라면 사람들은 동한시기 동래태수 동진이의 각금(却金)“사지(四知ㅡ天知、地知、你知、我知)”라는 이야기를 떠올릴것이다. 화설, 양진이 공무로 창읍현을 지나게 되였는데 현령 왕밀이 양진이 전에 자기를 천거해준 은혜를 갚으려고 심야에 황금열근을 사례로 바치였다. 왕밀로서는 의례당당하다고 생각했으나 오판했다. 양진 은 한마디로 거절했던것이다. 이에 왕밀이 “밤이 어두워서 아는자가 없나이다.”라고 하자 양진이“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알고있는데 어찌모른다고 하는고?”하고 퇴박을 놓았다. 왕밀은 부끄러운 마음으로 별수없이 황금을 거둬가지고 물러갔다. 양진의 “각금(却金)”사건을 두고 현대인들은 동선이가 마음은 굴뚝같으면서도 혹시 들통이 나면 오사모를 잃거나 목숨을 잃가봐 두려워서 그냥 거절한것이라고 해석할것이다.
    송조때 변법으로 유명한 왕안석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것이다. 그의 변법이 실패했지만 “천하의 재물을 고루나누어 빈한한 백성이 없도록 한다(均天下之财,使百姓无贫)”는 리상을 실현하려 하였으므로 크게 민심을 얻었더랬다. 그는 백성을 위하는 마음만큼 동류들에게 외목이 나기까지 하면서도 청렴하기로 이름이 있었다.
    송신종의 신임을 얻어 권세가 당당하였고 봉록이 600-700문(文)이였는데 현재 인민페로 9만원(2011-02-17新华网)이 되였지만 자기의 관저도 없었고 벼슬에서 물러난후 금릉교외에 “반산원(半山园)”이라는 집을 지었으나 담장도 없이 허술하기 짝이없는 집이였다. 그 집에서 8년을 살다가 그나마도 헌납하고 세집에서 림종하였다. 호화형 아빠틀르 수십채씩 챙기고도 별장에 정부들을 숨겨놓고 질탕거리는 수많은 탐관오리들의 눈에는 왕안석이야말로 살줄모르는 맹꽁이로 여겨질것이다.
    명나라때의 저명한 청관 해서(海瑞)도 그렇다. 그리고 참말을 할것을 제창한다는 권위자의 말을 곧이들은 오함이 격앙된 심정으로 일필휘지하야《해서가 황제를 욕하다(海瑞骂皇帝)》,《해서파직(海瑞罢官)》등 문장과 극본을 썼는데 강청의 모해로 모진 박해를 받다가 원혼이 되였으니 력사를 꿰뚫어본 사학가로서는 딱하지 아니하랴, 아니라면 승자가 기록하는 력사의 아이러니가 되는건가?  
    물론 상술한 일부 고인을 “딱한 사람”들이라고 하는것은 역설로서 그들이야말로 참으로 도덕적으로 완성된 사람들이다. 그러나 아무리 문명개화한 현시대인들이라도 범려의 명지함이나 동선처럼 강직하고 대공무사하여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사회해충을 제거한 해서의 장거나 청렴한 왕안석을 본받을 사람이 몇몇이나 될가?
    소크라테스는 “미덕은 지혜”라고 단언하였다. 미덕이란 도덕품질의 총화이다. 인간의 도덕수양을 결정하는것은 곧 지혜이다. 한사람의 도덕수양은 다분히 인생의 지혜에서 형성되는것이지 의식형태가 아니다. 그처럼 의식형태와 인생의 지혜는 별개의것이다. 전자는 인간의 두뇌에 속한것이고 후자는 심령의 문제이다. 아니면 속은  굴뚝같이 시커매가지고도 입만 벌리면 렴결봉공을 외우는 위군자들이 득시글거리겠는가? 상술한 고인들이 딱하기는 했어도 만고불후의 지자들이라 하리라. 

                                               2010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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