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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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수상록 (21) 얼굴값
2014년 12월 07일 13시 32분  조회:5376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얼굴값
 
                                    진 언
 
   얼굴이란 무엇일가? “얼굴, 감출수 없는 내면의 지도”의 저자 벵자맹은 오관을 가진 해부학적의미의 얼굴과 상징의 집합체로서의 얼굴로 나누어 서술하였다. 인간에게 있어서 얼굴은 그 존재의 특징, 정체라는 의미를 지니고있다. 사람은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자신의 자아를 형성한다. 개성적인 얼굴이 없는 자아란 없다. 거울이 없던 고대에 자신의 이미지는 불완전할수는 있지만 자아가 없을수 없다.
   인간은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을 한다. 타인과의 소통의 최고중심인 얼굴이 한 사람의 정체성, 특징을 형성한다. 그래서 거울을 통해 얼굴을 보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타인의 시선을 생각하며 끊임없이 가꾼다. 얼굴이 자아형성의 전부는 아니지만 오감을 통해 소통하고 표정으로 내심의 색채를 전달한다. 물론 얼굴의 구성만으로는 얼굴의 상징을 나타낼수 없다.
   중요한것은 얼굴에서 나타나는 표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얼굴을 볼 때 표정을 보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표정만으로 대방의 감정과 느낌을 류추하기 어렵다. 무표정이라는것도 있거니와 표정을 숨길수 있기때문이다. 동물에게도 대가리가 있지만 얼굴이라 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희노애락이 비끼는 얼굴이 없다면 인간은 섬세한 감정의 고급동물로 진화되지 못했을것이다.
   얼굴은 얼(넋, 령혼)의 굴(통로)이라는 뜻으로서 얼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곳이 라해서 얼굴이라 한다는 재미있는 해석이 있다. 얼은 그 사람의 얼굴에서 알수 있으므로 보통 멍청하니 굳어진 얼굴을 보고 얼이 빠진것같다고 말한다. 관상쟁이들이 얼의 근원인 얼굴기색을 보고 얼의 바탕인 골상을 살펴서 길흉화복을 말한다.
   아무튼 얼굴은 사람의 육체에서 늘 로출되여있고 방비없다. 얼굴에서 얼이 바르게 제대로 박혀있는지 빠져있는지, 마음이 편안한지, 불안한지 여실히 읽어낼수 있는 심리의 현주소임은 자명하다. 그래서 성숙한 사람에게 있어서는 타고난 얼굴보다 후천적인 표정관리가 중요한것이다. 웃는얼굴, 화난얼굴, 경악한 얼굴, 기쁜얼굴 슬픈 얼굴… 변화무상한 예측불가한 우리 인간의 얼굴이다.
   얼굴은 인격의 대명사이며 곧 인격을 내비치는 거울로서 그 사람됨을 가장 잘나타내고있어 인격의 체현자라고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량심에 책임지기보 다 자기 얼굴에 더 신경쓰는것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숨겨진 자신과 드러난 자신이 있듯이 얼굴에도 거울에 비춰보는 제얼굴과 남들의 눈에 의해 판정되는 얼굴이 있고 타고난 얼굴과 분장한 얼굴도 있다. 아무튼 잘났건 못생겼건 사람마다 목숨처럼 아끼는것이 바로 두손바닥으로 가리울수 있는 조그마한 얼굴이다.
   얼굴은 자초에 유전인소가 만들어준대로 가지고 나와서 겉이자 속이라는 공자님 말씀처럼 흉칙스럽게 생긴 사람은 흉칙한 짓만 하면서 살았을것이고 교활하게 생긴 사람은 여우처럼 살았을것이다. 얼굴에 무엇이 씌여지는가? 착하게 살았으면 긍정적인 모습을 굳히고 악하게 살았으면 악을 새겨줄것이다. 명랑한 인생태도는 여유 작작한 얼굴을 만들어주고 짜증과 불만을 짓이기며 살아왔다면 끝까지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표정을 지닐수밖에 없을것이다.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고있는가? 미움의 얼굴, 항상 초조하고 불안에 쫓기는 얼굴인가? 아니면 고요함과 평안함과 감사와 아름다움과 찬양으로 가득차있는 밝은 얼굴인가? 사람들이 “나”를 떠올릴 때마다 "그 사람의 얼굴은 군자의 얼굴이여!" 라고 말할수 있다면 인생을 헛되이는 살지 않았다고 자부할수 있겠다.
   인생을 한장의 종이에 비유할수 있다면 거기에 천사의 얼굴을 그리냐 악마의 얼 굴을 그리냐는 자신이 그릴나름이다. 나이가 들면 원래 생긴 모습의 얼굴외에 또 하 나의 얼굴을 갖게 되기마련이다. 즉 인격의 얼굴이다. 남북전쟁을 거쳐 노예제를 끝 낸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이였던 링컨의“사람이 사십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는 말의 의미를 모두 알고있을것이다.
   사람이 중년기를 넘으면 그 사람의 얼굴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내용을 담게 된다. 천성 잘생기고 못생긴 얼굴이 탈태환골하지는 않지만 그가 어떤 성품과 인격을 가지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 왔느냐가 또렷이 새겨진다는 말이다. 인격의 얼굴은 그 사람 이 살아온 자취와 내면의 세계를 거울처럼 비추어준다. 녀자들이 거울앞에서 바르고 찍고 그리여 얼굴이 보기좋게 되였을지라도 그 자신의 인격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듯 자신을 변화시키는것은 유리거울이 아니라 내자신의 마음의 거울이고 객관의 큰거울이다. 그래서 표정관리가 수요되는것이다.
    내얼굴이 바로 내안에 모습이다.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에게 주는것중에 중요한것은 인상이다. 서로 어울리다가 갈라지게 되였더라도 기억되는것은 그 사람의 인상밖에 없다. 한 사람의 진정한 모습은 외모가 아니라 얼굴을 통해서 나타나는 성품이기때문이다. 흔히 후더워 보인다거나 깔끔해 보인다거나 사납게 보인다거나 선량해 보인다는 등등의 인상은 얼굴에서 비쳐진 인격에 대한 인상인것이다
    사람이 체면을 지키려하고 체면이 손상되면 속상해하는 까닭은 다 조그마한 얼굴때문이다. 흔히 무슨 면목으로 낯을 들고다니랴는 체면을 말한다. 그래서 얼굴이자 체면이고 체면이자 얼굴이다. 사람이 체면학을 모르면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그렇듯 체면학이 가장 요긴한 인생철학이 되는것이다.
   나무는 껍질이 있어야 하고 사람은 낯가죽이 있어야 한다. 얼굴에는 크고 작음이 있는데 생김새를 말하는것이 아니라 바로 체면을 말하는것이다. 일반적으로 체면의 대소와 직위의 높고낮음, 명망의 크고 작음과 정비례된다. 바로 얼굴의 광범성과 가치성이다. 등급사회에서 얼굴이 클수록 값이 높고 얼굴이 작을수록 값이 낮을것은 당연하다. “숙인사회”의 특징이라고나 할가? 아는 얼굴이 없으면 처처에서 벽에 코가 부딪치고 얼굴이 넓으면 얼굴이 창조하는 부가치의 차이가 현저한 세상이므로 얼굴 가치규률을 잘 운용한다면 어디서든 푸른등이 켜질것이다.
   얼굴도 분류법에 따라 금으로 된 얼굴이 있고 쇠로 된 얼굴이 있으며 흙으로 된 얼굴이 있다. 황제의 몸뚱아리를 옥체라 하듯이 얼굴을 룡안이라 하였고 황후나 승상들의 얼굴은 귀안이라 하며 흙처럼 흔해빠져 지천으로 널린 로백성의 얼굴은 값이 나갈수 없는 세상이였다. 고구같은 평지돌출의 얼굴도 있었지만 영원히 빛나는 얼굴이란 없다. 무릇 만물이 흥망성쇠의 섭리를 벗어나지 못하니까.
   상품화시대, 얼굴도 교역권을 고유한다. 특히 녀자가 잘생기면 어디서나 행운이 기다린다. 옛날 왕비가 된 녀자들이 왜 미녀들이였겠는가를 생각하면 도리가 자명해 진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얼굴에는 시간성도 있다. 세상에 열흘붉은 꽃이 없다는 말처럼 절세가인의 홍안도 세월령감의 심술을 말려내지 못한다. 그래서 성형수술로 아름다운 얼굴을 보존하려 안달이지만 그것은 벌써 진실한 자기 얼굴이 아닌것이다.
   얼굴의 그 사람의 풍경이라 할 때 생리적양상을 말하면서도 내심세계의 투영을 말하기도 한다. 얼굴은 그 사람의 인생기록이기도 할 때 밑바닥인생을 사는 민초라도 가진만큼의 얼굴값을 해야 할것이며 설사 대단한 얼굴이라도 체면을 구기지 말고 어떤 얼굴로 세상을 마주할것인가 성찰하면서 진실한 얼굴로 부연되도록 처신해야 하리라. 발자끄는 얼굴은 속이지 않는다고 했다. 절대적은 아니지만,

                                          2012년 2 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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