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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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수상록 (26)말을 하기가 쉬운가?
2014년 12월 31일 12시 47분  조회:6163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말을 하기가 쉬운가?
 
                                                진언
 
    말이란 자초에 자기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 만들어졌지만 차차 진화하고 개명해지면서 생각을 감추기 위해서 가공되였다. 하다면 말하기가 쉬운가? 쉽다고 할수도 있겠다. 언어중추가 제대로 돌고 성대에 문제가 없다면야 생각머리없이 소리가 나가는대로 아래위 입술을 나불거리면 된다. 혼자 시벌시벌하는 미치광이의 말도 말이라면 그처럼 쉽게 나올수 없으니 말이다.
   어떤 말을 제일 하기 쉬운가? 일상 교제에서 더없이 “정확”하면서도 아무쓸데도 없는 말은 하기 쉽다. 말하자면 “해볕이 쨍쨍한 날에는 절대 초모자를 쓰는것을 잊지 말야하오.”, “비오면 우산을 들어야 하오.”, “배고프면 제때에 밥을 먹어야지 아니면 위탈이…”등과 같은 말은 심금을 울릴수 없지만 실제적이고 어페가 없어 아무도 말꼬 리를 잡을수 없다. 청자는 귀가 즐겁고 화자도 걱정이 없어서 가장 하기 쉬운 말들이다. 고한어에서 설(说)이란 글자는 기쁠열(悦)에서 계시를 받아 만들었다니까.
   사고없이 되는대로 하는 말은 어두운 밤에 헛총질과 다름이없다. 눈먼총질은 총을 쥐면 아무나 할수 있다. 마찬가지로 눈먼총질과 같은 말은 가히 쉽게 할수 있다. 이에는 둥글둥글, 아리숭하고 긍정도 하지 않고 부정도 하지 않는 애매모호한  말들이 속한다. 신신고 열심히 발닥을 긁는격이지만 재화는 피면해서 좋다. 례컨대 “오늘 날씨가 참… 허허허…”, “형세는 참 좋습니다. 하하하…” 아프지도 않고 가렵지도 않는 이런 말들은 아무리 많이 해야 손해될것이 없다.
   아첨의 말도 하기 어렵지 않다. 보통 회의장에서 많이 류행된다. 이를테면 회의 “○○○령도동지께서 백망중에도 몸소 오늘 회의에 출석하시였는데 오늘 이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말해주며 우리의 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지, 두터운 배려입니다. 뜨거운 박수로 열렬히 환영하면서 충심으로 되는 감사를 표시합시다.” 또 회의를 총화하면서 “○○○의 친절한 관심과 배려, 적극적인 지지하에, 또한 모든 동지들의 공동한 노력으로 이번 회의가 풍만한 성과를 거두게 되였습니다…”등등.
    다음은 윗사람의 의사를 가능껏 짐작하면서 순풍에 돛을 달듯이 하는 말인데 이 역시 아첨을 바탕으로 하고있다. 대방이 무엇이라 말하면 그말에 바싹 따라서 대답하고 무엇이 좋다고 하면 바람따라 연을 날리는식으로 말을 하는데 령도가 “포도가 달지 않군,”하면 “예. 포도가 시쿨지요.”등,《홍루몽》에 설보채가 “로할머님께서 즐겨 하시는것은 나도 다 좋아해요.”라고 했듯이 가능껏 비위를 맞추는 말들도 하기 쉽다.
    큰말, 틀에 박힌 말, 듣기좋은 말을 하기 어렵지 않다. 례하면 지난 한시기 크게 고창되였던 “대목표, 대전략, 대동작, 대사로(大思路), 대규모, 대해방, 대선전… ”등등, 실제에 착안하지 않고 형식적인 문자유희를 하는 틀에 박힌 말, 이를테면 “인식을 한층 높이는것을 전제로, 령도의 중시가 관건, 군중발동이 동력…”등등. 이런 말들은 상하가 다 듣기좋아하는 말로서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이 되는 말이다.
   화제가 되는것은 진실된, 말같은 말을 하기란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로신선생의 “립론”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집에서 만월이 되는 날 아들아이를 안 고나와 객들에게 보여주며 덕담을 듣기를 바랬다. 한 사람이 “이 아이가 장래 큰 부자가 될것같수다.”라고 하니 두번째 손님이 “이 아이가 장차 큰 벼슬을 하겠구료.” 라고 치하하여 륭숭한 대접을 받았다. 그런데 세번째 사람은 “이 아이는 장래에 죽을것입니다.”라고 하여 물매질당했다. 진실한 말을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를 시사하고 있다. 말하기 어렵다는것은 바로 “진실성”에 있는것이다. 
   이야기에서 세번째 사람은 얼때기(사투리)를 모르는 사람이라 할것인가? 잘 모르겠다. 다만 말이란 말하는 자의 지력상수의 저울추이고 인격력량의 척도일진대 말은 말로써만 해석되는것이 아니라 행동으로도 해석된다는것은 자명하다. 자기를 지배하기 어렵다는것은 바로 자기 입을 지배하기 어렵다는 말로서 말문을 어떻게 여닫는가는 일종 처세술이기도 하다. 참말을 하면 바보로 되는 현실사회에서 누군가 참말을 한다면 그런 “바보”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데 그만큼 희귀할수밖에 없다.
   입의 재화의 문이라는것은 웬간히 지각이 든 사람은 거개 알고있다. 옛사람들이 이르기를 무사는 전쟁에서 죽고 문인은 황제에게 간하여 죽는다고 했다. 간한다는것 은 바로 직언하는것이다. 력사상 충신들이 황제에게 바른 말을 하여 죽은 사실들이 직언은 곧 죽음과 인과관계가 있음을 실증하고있다.
   모든 진실된 말은 생각을 내거는 옷걸이와 같다. 검은것은 검다하고 흰것은 희다하고 좋은것은 좋다하고 나쁜것은 나쁘다고 말하는것이 말의 직분인데 누가 성실하고 충분하게 행사하게 할수 있는가? 생각한 다음 말하느라해도 자기가 뜻한바를 다 말하는 사람은 없으니 언행이란 얼마나 신묘한가!언동은 확실히 인생난제이다.
   자기의 의사를 전달하려 하면서도 자신이 어째서 무엇을 말하는지 모를 때가 있기도하니 말이다. 이것은 잠의식의 본능인가? 말에도 관성이라는게 있어 즉흥의 궤도를 따라 일사분란 질주하는것을 누가 말릴수 있을가?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할 말, 꼭 하고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인간사회의 비애가 아닐수 없다.
   언어가 존재의 집이라면 침묵은 언어의 집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들의 내심은 왕왕 침묵상태에 처해있다. 하여 흔히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라는 서양격언을 잘  인용하는데 사실 침묵이 때론 일종의 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벙어리속은 낳은 에미도 모른다는 속담은 말의 교제력과 필요성을 말한다. 우는아이 젖준다고 제앞에 말도 못하는 사람이 농촌말로 “체메안들고” 사람구실을 제대로 하며 살수 있을것인가?
   우리는 할말은 다 못하면서도 언어를 구사함에서 종종 원초적인 언어의 빈곤증을 느끼고 말도 일종 거품이라는것을 절감하게 된다. 자신에 대하여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만 거개 자기가 담당하고 있는 각색의 신분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하물며 타인에 대해 말한다는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자못 근신하는데도 근신하지 못한것으로 되는 경우가 많고 가능한껏 대방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말하느라해도 체면을 살려주지 못하여 랑패를 보는 인간의 언행이 아니던가?
   말이란 자초에 진실한 정보, 곧이곧대로의 의사전달의 도구이였는데 문명인이 자기속심, 생각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을 만들어낸후부터 말이 기로에 빠졌다고 말할수 있겠다. 총체적으로 사람마다 진실한 말을 듣기좋아하지만 진실한 말을 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은것은 아이러니인가, 한마디 속심의 말이 입밖에 튀여나오는 순간, 자기의 존재를 즉시 조정해야 하는 어경에서 대방의 거절 혹은 분노를 야기시키게 되는데 내뱉은 말은 이미 엎지른 물이 되였으니 류행어로 된 “사과”가 먹혀들것인가?
   기실 우리는 일종의 환각속에서 자족하고있다. 그런데 진실한 말을 직설하였으니 환각에 대한 공통한 수요를 깨뜨리여 침중한 대가를 지불하게 된것이다. 직언하라 하지만 직언을 너그럽게, 성근하게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태여났던가? 말을 쉽게 할수 있다고 여기고 그렇게 언동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 아닐수 없다.
   입에서 뱀이 나가는지 구렁이가 나가는지 모르고 허투루 내뱉는 말일지라도 따지고들면 책임성이 있으니 작심하고 하는 직설이야 더 이를데 있으랴. 로자가 아는자는 말하지 않고 지껄이는 자는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사실 말을 많이 한다고 아는것이 많은것은 아니나 역설적으로 말이 없다고 모른다고 말할수 없기도 하다. 이런경우, 저런경우, 참으로 말하기란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도다. 

                                         2013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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