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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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인생
2015년 01월 03일 21시 21분  조회:6061  추천:1  작성자: 최균선

                                       “발바닥인생”
 
                                              최 균 선
 
   인체부위에서 가장 재수없는 말단부위를 차지한것이 발이다. 그런 발에서 발바닥은 최하층에 최하층이다. 이 세상에 올때 맨나중에 나와서인가? 인체의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큰 부하를 견뎌내는만큼 제일 홀대받는것도 맨발이다. 조물주가 태초에 인간을 만드실 때 두발로 걸으라고 튼튼하게 만들어주었는데 항간에서는 발이 크면 도적놈의 발같다하고 옛날 중국에서는 펀펀히 자라는 발을 옥죄여 전족을 만들어 녀자들을 속박하기도 하였다. 결국 발은 비천함의 대명사로 되였다.
   머리는 발명창조의 기수이고 손은 제작왕이다. 그만큼 모든 발명은 머리가 하였지만 첫불씨를 일구어 인류문명의 새 아침을 맞아온것은 아직 털부숭이였던 인류의 거친 손이였고 인류발전에 큰걸음을 떼여준 불의 발명도 제련술도 손에서 체현되였다. 그래서 인류의 손을 위대하다고 한다. 그런데 손에 의한 광석채굴에 선행하여 찾음을 앞세운 발의 로고가 막심였다. 말하자면 발은 위대한 모든것의 개척자인것이요 누구나의 인생의 선구자이고 대변자이기도 한것이다.
   주인이 걷는데만 충성하는듯, 붉었다가 희어지는 과정의 련속이라는듯 희끄무레 한 발바닥, 걸으면 절뚝거리게 하지 않으려고, 서면 똑바로 서게 하려고 안깐힘 쓰는 발바닥, 때때로 상위에 고귀한것들과 무거운 체중에 귀찮아지기도 했으련만, 자신을 억누르는 그 모든 압력에 용케도 인내하는 발바닥은 슬픈 존재이다. 꼼질거리는 발가락의 도움만으로 주인의 한평생이 다하도록 맨아래에서 지탱하는 발바닥이다.
   서있어도, 앉아있어도, 걸어가도 단한번도 호사를 모르는 발바닥은 주인이 걸으라면 걷는, 마치 순종이 존재의 리유인것처럼 처음부터 그렇게 태여났던 모양이다. 주인이 날마다 동분서주하는 리유를 모르는 발바닥은 풀썩거리는 먼지속에서 숨이 막혔건만, 맨발이면 가시에 찔리고 돌부리에 피터져도 말없이 혼자 감내한다. 발바닥은 땀을 낼줄 모른다. 말썽은 발의 새끼들인 발가락들이다. 감발속에서, 신발속에서 꼼지락거리던 발가락이 땀에 절면 악취가 난다고 주인마저 코를 찡그린다. 그래도 인간은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지고있는줄 모르는 얌체없는 물종이다.
   발이 편해야 인생이 만족(满足)이라는 말도 있거니와 발의 행복조건은 다섯가지가 없어야 한다고 한다. 즉, 무통(无痛) ,무변형(无变形) ,무부종(無浮腫) ,무냉(無冷) 무육자(無肉刺)가 그것이다. 풀어서 말하면 아프지않고 뒤틀림이 없고 붓지않고 차지않으며 티눈같은 나쁜조직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서 웬간한 사람이면 그렇게 값없이 굴어대는 발바닥에 생명의 경락계통이 제일 많아서 제2의 심장이라고 불릴만큼 중요한 부위라는것을 알고있다. 그래서 족부안마청이 나와서 일종 향수의 장소로 되고있지만 발의 수고로움을 알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흐른뒤인 최근년간이다.
   인생길은 길을 떠난 나그네의 길이다. 한쌍의 발바닥을 믿고 난전같은 자갈밭길을 걸어나간다. 말아놓은 국밥같은 사연들을 엮으면서, 소설같은, 희비극같은 인생을 엮으면서 갈래갈래 크고작은 시내물을 건너서, 가시덤불 숲길도 헤치면서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허위허위 걸어야 하는 우리네 인생길이 아니던가!
   그래서 인생을 맨손으로 왔다가 맨손으로 간다고 하지만 기실 맨발로 살다가 맨발로 돌아가는 인생이기도 하다, 그래서 파란만장한 인생행로를 수없이 반복되는 만동작으로 걸어가는 발은 강자이다. 맨발로 살다 맨발로 돌아가는 모든것들은 평범한 세파를 견뎌내는 존재들이다.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도록 먼먼 길을 걸어본적이 있는가? 그러면 발바닥이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고역을 겪는가를 알수 있다. 발바닥의 고역이 바로 인생의 고역인것이다.
   세세대대로 호의호식하며 부귀영화를 누리던 자들의 인생을 무엇이라 이름할지 모르지만 초로인생을 살아온 민초들의 인생을 발바닥인생이라 이름한다. 망국의 한을 눈물로 삼키며 아리랑 열두고개를 초신발로 이 땅에 찾아온 우리네 할아버지들이 그 모진 인생을 살면서 자식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가시밭과 돌길을 걸었을가? 그 범속한 빈궁속에서도 묘연한 희망의 언덕을 바라보며 허위단심 걸었을것이다.
   성경에는 “모세야, 네발에서 신을 벗으라”는 말은 네인생은 끝났다. 너는 이제 죽었다는 뜻이라고 한다. 아이가 신을 신고 자기발로 걸으면 자기인생이 시작됨을 말한다. 새 세계창출을 위해 천신만고를 무릅쓰고 걷고걸은 선구자들의 머나먼 로정을 2만5천리장정이라 하는데 그에는 감히 비길바가 못되지만 생계를 위해 다람쥐가 채바퀴돌듯하면서 한생을 아글타글하는 민초들의 인생로정도 짧다고는 못하리라.
   락후하고 가난해서 웬간한 산촌마을에 뻐스가 통하지 않았거나 드믈게 통하던 그 시대를 살아본 사람들은 누구나 걷는 일의 로고가 무엇인지 절실히 체험했을것이고 발바닥의 수고로움을 인지했을것이다. 나도 반평생나마 참으로 많은 길을 허위허위 걷고걸었다.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도록 걸어야 하는 나그네의 길은 그야말로 백년설이 부른《나그네의 설음》을 외우며 걷는 길이였다.
    오늘도 걷는다만은 정처없는 이발길 / 지나온 자국마다 눈물고였다 
    선창가 고동소리 옛님이 그리워도 / 나그네 흐를길은 한이 없어라 (하략)
    워낙 노래와 척을 지고 태여난 놈이여서인지 노래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건만 가장 곡조가 비틀어지게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다. “오늘 도오오 걷는다마아는/ 정처없는 이 바아알기일…”이라는 식으로 겨우겨우 뽑고나면 나그네의 설음은커녕 저절로도 허구픈 웃음이 물리는 가창이 되였다. 그러나 노래가사만이라도 읊고 또 읊다보니 몇십년이 지나도록 얼음판에 박밀듯이 거침없이 달달 외우고있다.

                                       2014년 <<송화강>> 제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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