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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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오기와 골기
2016년 07월 18일 18시 30분  조회:3962  추천:5  작성자: 최균선
                                    문인의 오기와 골기
 
 
       중국고대문인들은 거개 오기가 하늘을 찌를듯 하였다. 문인의 오기는 왕왕 문인의 필명처럼 어디에 없는곳이 없다. 오기는 특히 중국문인들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이다. 어디에 문인이 있으면 어디에 오기가 있었다. 그러나 오기가 있는 문인은 많았지만 골기가 있는 천고의 문인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고대의 굴원으로부터 시작해서 사마천, 사령운, 리백, 류우석, 한유,조설근…현당대에 와서 량계초, 로신, 욱달부, 성방오, 모순… 등은 오기도 있었거니와 골기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확실히 중국에서 가장 우수한 문인들이고 그만큼 문학성취도 높았다.
       문인에게 어이하여 오기가 생기는걸가? 그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으나 우선은 문인들의 학식이 탁월하였기때문이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확실히 지식은 곧 힘이였다. 현대에는 박학다재한 전종서를 로신에 견주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자신은 오기에서 전형이 되고있다
       문인의 오기의 온상은 역시 사회이다. 이런 오기는 지식을 숭배하는 심리의 부산품이다. 지식은 지혜를 담는 그릇이다. 백성들은 자고로 지식인을 우러보았다. 그들은 정신상 물질상에서 백성들보다 우월하였는데 오기는 그 우월감에서 생긴것이다.
       다음 인격의 고저에서 문인의 오기가 생긴다. 굴원이 “세상은 혼탁한데 나만 홀로 맑아있고 모두다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여있네”라는 시구에는 자신은 고결하다는것을 믿어의심치 않은 인격력량의 오기도 담겨있다. 그런 자아긍정은 다른 인격력량과 부딪쳤을 때 필연적으로 교오하게 되고 남을 깔보게 된다.
        이런 오기는 많은 경우 남다른 량심과 정의를 낳는 모체로 되기도 한다. 인격력량상에서의 오기는 지고무상한 오기이다. 그러나 력사가 보여주다싶이 이런 오기는 침중한 대가를 지불하기도 하였다. 생전에는 그리 혁혁하지 못하였지만 죽은다음 차차 이름을 떨친 천고의 문인들도 있다. 이를테면 오두미에 허리를 굽히지 않았던 도연명은 그 도고한 문인의 골기로해서 천고에 이름을 남길수 있었다.
         력대의 중국문인들이 추구한것은 진정한 군자의 경계에 이르는것이였다. 따라서 군자와 소인, 군자와 시정배의 대치는 바로 오기와 비루함, 오기와 용속함의 대치였는바 중국문인들이 기리는 방향이고 귀감이였다. 담사동, 왕국유, 로사 등 문인들의 오기는 내재적오기로서 진정 인격력량이 발산하는 오기였다.
       오기에도 오기 나름으로 여러가지 형태가 있다. 문인의 오기에는 말투, 행위, 문장 등에서 현시된다. 오기는 일종 추상적개념으로서 어떻게 보냐느에는 그야말로 어진자 어진자를 알아보고 지혜로운자가 지혜로운자를 알아본다는 말처럼 부동한 표준이 있고 부동한 각도에서 평가하게 된다.
       오기에도 실속있는 진정한 오기가 있고 자아팽창에서 오는 객기를 부리는격의 가짜오기가 있다. 오기는 본질상에서 우월감이다. 그 자신이 일단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면 곧 오기가 생긴다. 자고로 체면을 중히여기는 중국사람들이기에 문인들 에게는 더구나 허영심이 강렬하다. 가짜오기를 피운 문인들은 자기의 취약성과 무지를 덮어 감추기 위해 오기를 부렸는데 그것은 오기가 아니라 일종 객기이다.
       이를테면 로신의 소설에 공을기같은 문인이 중국문인들속에 기지부수인데 내심의 허무를 달래려고 늘 지호자야따위를 입에걸고 다녔는데 허영심의 충실한 노복이였다. 조비가《전론. 론문》에서 문인상경은 자고로 그러하였다고 썼는데 이런 문인상경의 페습의 근원이 바로 허영심에서 기인된 가짜오기에 있는것이다.
       력대의 걸출한 문인들속에는 확실히 실속있는 진짜 오기를 부릴만한 문인들이 있었다. 례하여《찬눈길로 천부의 손가락질에 대하고 머리숙여 유자의 소가 되련다》고 한 로신이야말로 진정 오기를 부릴만한 인격자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 오기를 부리는가 하는 문제는 개체생명의 표현에 그치지 않고 사회성을 띠게 된다. 례컨대 홍천세계를 마주하여 오기를 부렸다면 그것은 오기만이 아니라 벌써 다른 문제이다. 고대사상가 장자가 그러했고 취옹으로 미친체하고 시끄러운 속세를 도피한 시인 원적이나 울바자밑에서 국화꽃을 따며 유연히 남산을 바라 본 도연명은 후세사람들이 흠모하고 숭상한 오기있는 문인들이다.
       반대로 스스로 종남산의 지름길을 찾는체 표방한 충명한 문인들도 적지 않다. 오기는 결코 천하를 벼짚개ㅡ추구《(以天下为刍狗)》로 여기는 그런 심리상태가 아니라 도가 다르면 함께 도모하지 않는 그런 독특한 방식이였다.
       유명한 화가 서비홍은《사람은 오기가 있어서는 안되지만 오골이 없어서는 안된다.》고 말하였다. 오골(傲骨)은 다분히 문인의 내재적정신품격, 담량을 가리킨다. 말하자면 부귀했다해서 음란하지 않고 위세에 굴복하지 않으며 빈한해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품격이다. 맹자가 말한 대장부란 바로 오골이 있는 사람을 가리킨것이다.
       자신심이 과잉되면 자만으로 넘어간다. 진정한 오기의 전통을 계승하고있는 문인들은 도의를 소중히 여기고 자아의 존엄을 아끼며 자유를 추구하고 공명공리를 멸시하였는바 오기의 체현이라 할수 있다. 그와 반대로 문인의 오기에는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면도 많다.
     문인의 오기는 자칫 문인상경의 악습을 양성할수 있고 류파가 아닌 종파, 패당을 지어서 몇마리 미꾸라지가 온개천을 흐리듯이 문단을 소라스럽게 만들수 있다. 오기를 부리며 설토하는 학술이 진리라해도 벌써 그 값이 곤두박질하기 마련이다. 말은 귀로 들을뿐만아니라 마음으로, 정감으로 듣기도 하기때문이다.
        옛날 문인들은 문벌로 오기를 부렸다면 현대문인들은 학벌과 직위로 오기를 부리기 좋아한다. 오늘 날 우리 문단에는 이런 패당을 지어 오기를 부리는 문인들이 없는가 한번 진맥해 볼 필요가 있다. 문인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모종 리해일면을 가질수 있는지 모르지만 문단밖에 백성은 그런 서생의 오기를 쓴외보듯 한다.
       자고로 문인일반의 오기는 주로 외재적오기였는바 장자나 로신처럼 내적오기와는 인연이 없는것이였다. 이런 오만은 바로 문인의 통병인 비교에서 온것이다. 례컨대《시론》《소설론》,《수필론》등 여러권의 저작을 낸 학자, 교수가 그럴듯한 시 한수, 소설 한편이나 수필 한편을 써내지 못하는 경우가 드믈지 않다.
       그러나 별로 먹물도 많이 먹지 못했고 문학리론지식도 많지 않은 고중생이 애정시집을 련속 펴내여 세인을 놀래우는 경우도 있고 보통로동자가 명소설을 써내여 대번에 문단의 새별로 떠오를수도 있는법이다. 이런 문학현상을 두고 전자와 후자가 서로 배짱치기로 비교를 하지 않는것이 상호 몸에 리롭다.
        그렇지 않고 전자가 후자에게 “너 무슨 대학을 나왔길래? 서방의 문학리론서나 몇권 읽고 소설을 쓰냐? 문학을 알기나 하고 문학을 한답시고 하느냐? 저런 사람들이 문학을 하니 문학의 위상이 안떨어 질수 있는가?”라고 오기를 부리면 후자도 할말이 없는것이 아니다.
       후자가 “그래 학벌이 없다칩시다. 그러나 당신은 그렇게 많은 창작원리, 창작기교, 창작방법같은 책들을 묶어냈지만 어째 비슷한 문학작품 한편도 써내지 못하는가? 당신의 학식은 한푼의 가치도 없는 가짜지식이 아닌지 누가 안담?”라고 반격해올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비교는 서로 삼가하는게 명지하다. 비교하더라도 객관적이고 랭정하게 다른 사람의 장점과 자기의 단점을 비겨본다면 교수, 학자도 자기의 리론이 서방의 리론을 먼저 읽고 옮긴것이거나 계발을 받고 더 전개한것이라도 실제상 지도적인 권위성은 얼마되지 않는 리론에서 리론으로 그치는 리론이라는것을 반성하게 될것이다.
        그러지 않고 서로 안면을 보고 이름을 보아가며 어떤“돌파”이니 “국내외에 중대한 학술공백을 메웠다느니”하는 식으로 하늘만큼 추어올리는 학술이나 별로 문학가치도 없고 사상의의도 없는 작품을 놓고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은 식으로 새기법의 시험작이니 하면서 포장해주고 새로운 서방문학개념으로 깎아맞추고 당대문학정품이니  한다면 자연히 허장성세에 가까운 오기를 길러줄수밖에 없다.
작가들도 그렇다. 내가 쓴 소설은 만천하에 자랑거리지만 남의 소설은 무턱대고 눈이 감기느니 유치하다느니 하면서 오기를 피운다면 얻는것보다 잃는것이 더 많을것이다. 한국영화《상도》에 장사는 리익을 남기는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것이라는 대화가 있는데 문학도 명예를 남기는것이 아니라 독자를 남기는 일이 아닐가싶다.
        여기까지 끄적이다보니 의로운 사나이 김종서의 시조가 생각난다.

                      장백산에 기를 곶고 두만강에 말싯기니
                     서근 저 선븨야 우리 아니 사나희냐
                     엇덧타 능연각상에 뉘얼골을 그릴고,

     문인으로서 무인의 그런 충천하는 골기는 아니라도 쓰잘것없는 유생의 오기보다 지식분자의 골기를 가지도록 자세를 다듬어보자. 
 
 
                              2007 년 9 월 1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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