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http://www.zoglo.net/blog/cuijunshan 블로그홈 | 로그인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기행

(진언수상록 44))정한풀이
2016년 09월 20일 18시 10분  조회:4019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정한풀이
 
                                                                   진 언
   
    정과 한은 우리 민족의 문화를 이루고 있는 근원적인 기능이라고 할수 있지만 완미하게 개괄하려면 그리 쉽지 않다. 한은 한 사람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현실의 삶 과 불일치할 때 느끼는 정서로서의 외로움, 서러움, 허전함, 괴로움, 슬픔, 원망 등의 복합적감정상태를 내포하고 분노와 자책의 감정도 포함하고있다.
    한 또는 원한의 의미는 모호하나 욕구나 의지의 좌절과 그에 따르는 삶의 파국, 또는 그에 처하는 편집적이고 강박적인 마음의 자세와 상처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얽힌 복합체이다. 이러한 정의를 가능하게 하는것이 원한의 속성이다. 이 속성들 역시 서로 얽혀있어 파악하기 어렵지만 맺힘과 풀림의 계기성과 대립의 묶음들로 정리할수 있다. 원한의 맺힘은 원한의 발생과 생성을 대표한다.
    정은 안에서 내비치는것이고 한은 밖에서 안으로 들어와 가슴에 맺히는것이다. 정은 표현하는것이요, 한은 삼키는것이다. 그러나 원한이 발생하고 생성되는 내부에  는 맺힘과 맺음이 있다. 맺힘은 타인에 의한것이고 맺음은 스스로에서 기인되는것이 다. 이들 원한의 발생과 생성은 모두가 그 전제조건과 그에 처하는 마음의 자세로 분 리된다. 타인,사회제도, 환경 등이 그것이다.
    앞의 조건들에 의하여 슬픔, 분함, 억울함, 원통함, 저주, 앙갚음 등 원한은 가슴 에 맺힌 응어리로서 죽을때까지 풀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원한의 속성은 맺힘과 맺음만이 전부가 아니다. 맺힌것이든 스스로 맺은것이든 인간이 안고 살아가는 가장 깊은 심리상처이다. 즉 심령의 기본적인 문제는 인간의 원죄, 사랑, 자비 등이 아니라 인간의 가슴속에 사무치게 된 원한이며 이를 어떻게 푸느냐 하는 문제이다.   
    무릇 정은 전 인류에게 공통한것이지만 우리 민족만큼은 자별나다고 해야 하겠다. 모성애 부성애, 우정, 구정, 신정, 무정, 유정, 진정, 애정과 같은 단어가 많다. 뿐만 아니라 정들다, 정떨어지다, 정든 고향, 정많은 사람, 정들자 리별 등 정과 관련된 표현도 풍부하고 다양하다. 심지어 미운정, 고운정과 같이 상호 모순적으로 조합된 “정”도 정이란다. 이로부터 우리의 민족문화는 정(情)의 문화라 할수 있다.
    한은 가장 민족적인 슬픔의 정서이다. 그런데 왜 우리 민족에게만 유독 한이 많을가? 우리 민족의 한(恨)은 지정학적으로 숱한 침략, 략탈속에서 반만년을 버티여온 그 피어린 력사과정에 관성처럼 되였다. 우리 민족처럼 많은 아픔을 경험한 민족도 지구상에 그리 흔하지 않을것이다. 력사적으로 930 여차의 외래침략과 략탈을 경험 하면서 내적갈등과 고민에 시달린 그만큼 민족적한의 뿌리는 얼기설기 얽혀있고 깊 이깊이 내리면서 루루천년 굵어지였다.
    조그마한 반도땅에서 수천년을 지속된 동족상잔은 백성들로 하여금 자비적심리 현상이 굳어졌을것이며 유교적신분제도의 질곡속에서 인간이하의 생활을 한 천민이나 노비들의 원한이 뿌리깊지 않을수 없었다. 그리고 가해자였던 통치자, 량반들에 대한 피학대민중의 한도 하늘에 사무치고 남는다. 통치자들의 수탈과 극심한 빈부차이에 절치부심해야 했던 가난한 사람들은 자연히 가진자를 원한의 대상으로 보지않을수 없었다. 남존녀비사상의 질곡속에서 남자들의 횡포아래 인종의 미덕을 강요당하고 인내하며 살아야 했던 녀자들의 한도 천고에 서리찬것이였다. 녀자가 한(恨)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도 그래서 만들어졌는 모른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한은 력사가 조성한 근원이 깊은 비애로서 슬픈 정감색채를 띠고있다.《한》은 단순히 비탄, 포기, 눈물이 아니며 또한 잔소리 혹은 복수가 아니라 쌓이고 쌓였던 민족내심의 정서로서 일종 분발향상의 동력이기도 한것이다. 이런《한》은 일컬어 반도식의 정감이라 불리운다.
    미학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정도는 부동하지만 배달민족의《한》의 민족성은 비분 정서, 소산, 반항 등 세개 층차로 나타난다. 개인, 민족, 세계의 질서 등 지금의 이 모든 문제는 풀린적이 없었고 아무도 해결지을수 없다. 이러한 개개인의《한》은 단군족의 민족성에서 내심에 앙금으로 가라앉은 기본정서이다.
    민족성인 우리의《한》은 일반의의상에서의 원한과도 구별된다. 중국유교, 석가모니의 장기적인 영향은 민족의 독특한 성격을 형성하였다. 이런 성격은 자연히 우리 민족인들의 심미관념에 침투되였으며 정한이라는 주제가 현대에도 문학작품이나 민속에 심미특징으로 체현되기때문에 이를 민족의 대표적인 정서로 간주하고있다.
    우리 문학에서 리별의 한이나 기다림의 정은 주로 시문학에 나타나고있다. 례하여 김소월은 고려가요와 맥을 이은 정한을 노래하였으며 한용운, 리상화,리륙사 등은 나라를 빼앗긴 한을 노래하였다. 그리고 한용운의 시에 나타난 망국한도 절망도 좌절도, 그냥 앉아서 탄식하는 무책임한 방관이나 숙명론은 아니였다. 여기에서 한의 참뜻은 고난에 찬 행동에의 부름, 새로운 희망의 의지를 담고있다. 한용운의《님의 침묵》에서처럼 기다림은 허탈상태의 막연한 침묵과 기다림이 아니며 빼앗긴 민족주 권을 엄정히 요구하는것이였다.
한용운의《정천한해 [情天恨海 ]》를 다시 한번 읊어보자.
 
                                             가을 하늘이 높다기로
                                             정(精) 하늘을 따를소냐.
                                             봄 바다가 깊다기로
                                             한(恨) 바다만 못하리라. (중략)
 
                                             만일 정 하늘이 무너지고
                                             한 바다가 마른다면
                                             차라리 정천에 떨어지고
                                             한해에 빠지리라. (하략)
    
    님에 대한 정과 나라를 잃은 한은 봄바다보다 깊고 가을하늘보다 높음을 나타낸 다. 그러나 인간은 무기력한 존재라 저 높고 깊은 정한의 세계를 건널수 없다. 시는 정과 한이 아니라 절대적인 님의 존재, 무한한 님의 세계를 웨치고있다. 시에서처럼 우리 민족의 고유한 감정이나 정과 한은 고유한 정서로 되여 매 시대의 사회구성원의 가치관, 정서, 행동, 사고에 영향을 미치였음은 당연하며 나아가 민족 성격형성에도 바탕이 되였다고 하겠다. 지구촌 모든 인간들의 삶의 근본문제도 원한으로 주어졌지만 우리 민족의 정한은 독특하고 유별나다고 해야 하리라.
    왜 인간은 한을 맺지 않을수 없었는가? 무엇이 인간으로 하여금 한을 맺게 하였는가? 인류의 력사과정은 원한의 과정이요, 원한의 확대사로서 약자들은 원한을 물마시듯하며 살아왔다. 보라!지난날의 원한이 얼마나 하늘에 사무쳐 대지의 구석구석 을 울려왔는가! 얼마나 많은 한이 지금 이 세상을 갈기갈기 찢고있는가? 크고 작은 한이 하늘과 땅에 넘쳐흘러서 이 세상의 모든 재앙을 불러오지 않는가? 인류를 근원적으로 구원하기 위해 천년적설마냥 맺혀있는 원한을 쓸어내는 해원(解怨)이란 단 어가 있더라면 해원의 시대가 과연 열릴것인가?
       
                                                                        2011년 12월 30 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82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640 보는 가을, 느끼는 가을 2016-04-06 0 3170
639 (련시조1-10수) 인생이란 그러려니 하고 2016-04-03 0 4197
638 (단편소설) 마래곡의 비애 2016-04-02 0 5244
637 (잡문) 가라지 및 돌피론 2016-03-26 0 4924
636 겨울찬가 2016-03-25 0 4243
635 맹수들도 서로 정을 주고 사는데 2016-03-19 3 5442
634 “망신살”을 소개함 2016-03-18 1 5191
633 가둑나무아래에서 2016-03-17 0 4322
632 인생의 산수식 2016-03-12 0 4422
631 (잡문)거짓말 하곺냐? 믿도록 해라 2016-03-08 0 4559
630 (진언씨수상록 64 )글농사 어려우이 2016-03-05 1 4575
629 (창작담) 기행수필의 진미 2016-03-03 1 4791
628 민들레만가 2016-02-27 1 3894
627 두 엄마 2016-02-27 1 5439
626 (잡문) 소리의 미학초고 2016-02-22 0 4720
625 (진언수상록 47) 감정과 리성의 대결 2016-02-19 0 4500
624 《메밀꽃 필 무렵》의 예술매력 2016-02-13 1 4649
623 (독후감) 우리 민족의 얼과 력사의 화랑 《ㅡ태백산맥》을 읽고서ㅡㅡ 2016-02-13 0 4815
622 로옹의 춘정 2016-02-06 0 5149
621 그대 얻기전에… 2016-02-06 0 4344
‹처음  이전 5 6 7 8 9 10 11 12 13 14 1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