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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의 미학
2016년 10월 03일 17시 40분  조회:3777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등산의 미학
 
                                                                최 균 선

     언제부터인가 일종의 문화생활로 류행된 등산이다, 류행에 좇아 매일처럼 같은 산을 오르는것은 등산이라기보다는 소풍이라 하는게 격에 맞을것이다. 험한봉에 올라야 등산다운 등산일게다. 진정 등산은 산정을 정복하는것이 목적이라지만 땀내나는 매 한발자국은 자기를 이겨가는 과정이 될때 더욱 의미로운것이리라.
    사이좋게 산상에 오르는 길에는 등수를 따질필요가 없다. 먼저 정상에서 큰소리내는 사람이나 조금 뒤처져 숨을 몰아쉬는 사람이나 결국 산정에 동일한 작은 점들에 불과하건만 먼저 축복받은 사람들과 후에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방불케 한다.  
    등산의 험한길 동경하지만 더 쉽게 힘들이지 않고 산정에 오르려한다면 아이러니라 하겠다. 등산자로 말하면 아무리 험한 봉이든 오르고야말겠다는 마음이 가상하고 정상에 오르려고 땀을 쏟는 모습이 열심스러워 보기좋은것이다.
    산은 하나의 교실이다. 높낮이를 비기지 않고 자리다툼 하지 않으며 의좋게 들어선 심산계곡의 여러가지 나무들과 잡풀들과 산꽃들에서 밀치고 밀리우며 찡내는 인간군체속에서는 자기 리익이 시비기준으로 되고있다는 황당함을 새삼스레 절감하게 될것이다. 정상에 올랐다고 으쓱하는 어깨들을 문득 낮추어야 하겠다는 마음도 저도 모르게 가지게 될것이고 산에 올라보니 하늘 높은줄 알겠고 깊은 골짜기에 들어서니 땅이 두터운줄 알겠다는 선인들의 절창을 다시 새겨보게 될것이다.
    산에는 산의 미학이 있다. 례컨대 장백산은 오를수록 숲이 성긴것은 산의 분별있는 배치이다. 나무는 여유있게 마음껏 가지를 뻗으면서 넉넉하게 살줄안다. 허나 비옥한 산기슭애 나무들이 빼빽이 들어사는 모습은 마치 대도회의 빌딩숲을 방불케 한다. 숲이 성긴모양은 인간세상에 상층일수록 삶의 공간이 넓어지고 여유로운것과는 별개이다. 이 지구촌에 산이 살아있어야 인류가 살아남는다는 도리를 콩크리트벽짬에서 물질문명을 향수하다가 마침내 뒤늦게 깨달은것이다.
    깊은 밀림에는 여러가지 수종의 나무들이 다투지 않고 잘들 산다. 인간은 밀집형삶을 선호하지만 나무들처럼 너나없이 화해로운 삶을 살지 못하고있다. 산에 오르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해서 산의 마음을 읽었다고 할수 없다. 면면한 산봉들은 억겁을 어깨겯고 살면서 산봉은 기슭을 비웃지 않고 큰바위는 작은돌멩이를 깔보지 않는다. 산우에 산이 있어 더 높은곳에 오르고 싶어하는것이 인간의 욕망이다.
    산은 하나의 군체이다. 산은 산마다 천태만상으로서 자기 풍격이 있고 기질은 같지만 인간의 본질과는 벌써 다르다. 아아한 산봉은 하늘을 찌른다고 표현하지만 산은 하늘 꿰뚫으려는 야심이 없다. 원래 그렇게 태여났을뿐이다. 산의 선택을 우리 보통사람들은 터득할수 없다,
    그래서 산의 그 모습이 억천년을 두고 내리 우리에게 귀감이 되여진것이 아니랴, 산의 기질, 산의 품성, 산의 혼을 알고저 한다면 그리고 진정 등산의 희열을 느끼려면 자기 두발로 험한봉에 오르시라. 깊은 골짜기가 있기에 고산준령이 솟아음을 느끼게 될것이다.
    현대인들은 순수의 자연에 기갈이 들고나서야 대자연과의 대화를 갈구하며 산이 더없이 친절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잘 다듬어진 산길을 따라 삼삼오오 오르는 군상은 희희락락하지만 자연과의 진솔한 대화는 잘 안된다. 여럿이 하는 대화는 의론이지 대화가 아니다. 근거리 야산에 오를때면 가벼운 발걸음과 즐거운 마음이 동반되지만 심심산속을 홀로 걸으면 무서움이 앞서고 걸음이 무겁다. 결국 산을 좋아한다는 인간의 마음이 유모아를 엮고있다는 반증이 된다.
    산을 먹고 살던 초창기의 인류, 그 끝없는 번식과 더불어 산은 점점 여위여갔고 마침내 희생을 강요당하다가 오늘은 나머지마저 구경거리와 놀이터로 되였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아니, 닿을수 없는 곳에 산들이야말로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산이요 대자연의 기념탑이다. 그러네 산을 짓뭉개고나서 뒤늦게야 산을 즐긴다고 산을 찾는 인간은 육신에 병들어서야 산의 존재가 소중함을 절감한다.
    자연이 좋다고 자연을 찾지만 자연의 순수함을 닮아보려는 가슴들은 몇몇일가? 산은 끝까지 인류의 리용물로서 존재의 가치가 있는것이다. 진정 “속세”의  리기와 인간군의 속박에서 벗어나려면 혼자 깊은 산속에 들어가 보라. 오구작작 모여서 옥신각신하던 문명문화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것이고 인간이 그리워질지 모른다. 산을 잘 아노라고 자랑하는 사람은 많지만 기실 산의 내속을 아무도 다 알수 없다.
    등산자들마다 산을 찬미하지만 산은 예이제 말이 없다. 산의 깊은 내속은 세월만이 알뿐이다. 류행따라 산을 찾고 바위나 거목에 모모가 왔다갔노라고 서정을 쏟고 존함을 남기려 목청을 높이지만 산은 알은체하지 않는다. 우리가 자화자찬하고 자아도취하고 있을뿐이다. 산은 침묵하는 기질이여서가 아니라 별을 스쳐온 바람과 티없는 구름과만 대화할뿐이기때문이다.
    대자연이 인간의 파괴속에 아픔을 웨치지 않는것을 산의 침묵이라는 멋스러운 말로 표현하니 즉흥으로 지어낸 유모아가 아닌가? 그러나 누가 산에서 자신의 소행에 고개를 숙이는가? 어리광부리는 인간에 대해 산은 말이 없지만 우리 스스로 자성해야 함은 두말할것도 없다. 산을 좋아한다면 산의 품격부터 몸에 익혀야 하리라
    산은 인간심령을 정화시키는 교실이다.산에 오를 때 숨차고 힘들어서 번거로운 잡념들이 비켜서고 그리고 류류별별의 욕심들을 잠시 털어버리고 오르기에만 열중하다보니 마음에 빈자리가 생기고 정신도 비워진다고 한다. 흔히들 산은 심신에 쌓였던 온갖 부담스러운것을 뱉아버리기가 제격이라고들 한다. 그래도 산은 말없이 받아들인다. 그게 산의 덕성이다. 아마 그래서 현대인들이 산을 좋아하는가보다.
    등산은 육체운동이기도 하지만 산의 가장 소중한 선물은 심령의 세척이다. 산정에 오르며 인생길 굽이굽이를 돌이켜보는 마음은 등산심리학의 한장절이요 등산길같은 인생길을 헤쳐가는 검증일지도 모른다. 산을 오르는 사람과 산을 내려가는 사람이 서로 마주칠 때 역지사지를 실감하게 된다. 내려오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족감에서 오는 여유로움이 있고 오르는 사람들은 정상을 바라고 허위단심이다.
    흔히 인생길을 등산길에 비긴다. 인생길도 등산처럼 생각하며 산의 덕목을 마음에 옮긴다면 일거량득이 될것이요 저저히“현인”이 되련만 인생길에서“정상”에 오르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등산자로서는 정상에 오를수 있지만 인생길에는 유일한 최고봉이 있을수 없기때문이다. 그러나 끝내 오르지 못하고 인생이 진해버린 사람이라도 산에 오를때처럼 열심히 산다면 역시 아름다운 인생이라 할수 있다.
 
                                                    2008년 4 월 5 일               (2016년 6월 3일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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