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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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담) 유복자
2017년 03월 19일 07시 07분  조회:3139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민담)                                 유복자
 
                                         최 균 선
 
     까마득히 멀고 먼 옛날의 일입니다. 어느 여름날 외진 산속, 호젓한 길에 수상쩍은 길손이 나타났습니다. 나귀등에 앉은이는 파파늙은 안로인이고 고삐를 잡고 길을 다그치는이는 20대의 장정이였습니다. 어찌보면 효성스러운 아들이 로모를 모시고 먼 나들이를 떠난것 같은데 안로인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름니다.
    10, 20리, 굽이굽이 열두굽이 느질령을 지나 높고높은 아득고개를 넘어가고 또 넘어갑니다. 초목이 울울하고 송백이 청청하여 인적이 없는데 원숭이의 구슬픈 울음소리만 간장을 끊입니다. 여기는 무주공산, 그들의 계속 진대나무 우거진 망망림해로 들어가는데 안로인의 옷섶으로 난데없는 가는 베실이 슬슬 풀려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실오리를 따라 이야기를 잠시 뒤로 밀려야 하겠군요.
    젊은이는 그 안로인의 아들입니다. 기둥같이 믿어오던 남편을 너무나 일찌기 잃고 섬약한 녀인의 몸으로 아글타글 궁한 살림 지탱하며 눈물나게 키워온 유복자입 니다. 강보에 싸인 피덩이를 불면 날아날가 쥐면 부서질가 오줌똥 주무르며 애간장을 다 태웠습니다. 독수공방 긴긴 밤을 등불과 동무하며 흘린 눈물인들 얼마였으며 한숨인들 얼마였겠습니까! 춘풍화월 꽃시절을 속절없이 보내면서도 무럭무럭 자라는 아들을 보면 구곡간장에 서리고 서린 과부의 설음도 사라지군 하였지요.
    무정세월 류수같아 해와 달이 바뀌여 아들은 어느덧 장정으로 되였습니다. 허구한 세월, 산전수전 다 겪으며 고역에 시달려온 어머니의 얼굴에 주름이 얼키고 나긋하던 허리도 굽어들어 파파할미가 되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늘그막에 실명까지 하여 청맹과니가 되였으니 이 아니 슬픈 일입니까? 그런데 두손에 고이 받들려 자란 아들은 성가할 나이가 다 되였건만 로모의 고생을 덜어줄대신 흥탕거리며 놀기좋아 하는 백수건달이 되였습니다. 하오나 어머니된 마음에는 아들이 그저 대견해 보였고 아들의 뒤바라지가 락으로 느껴졌을뿐이였습니다. 방종한 자식이라 마음씨 고운 현처나 생기면 밥이든 죽이든 며느리 손에서 받아먹으며 손자손녀 거느리고 여생이나 즐겨보자고 연줄달고 수소문 하여 아들놈을 장가까지 보냈더랍니다.
    옛말에《문턱높은 집에 정갱이 긴 며느리가 들어온다》했건만 며느리 분복이 없었던지 깨진 남비에 꿰맨 뚜껑격으로 그만 심보가 사나운 며느리가 들어올줄이야 어찌 알았겠습니까? 게다가 아들마저 녀편네의 동당이 되여 어미구박이 성화같았습 니다.《귀한자식 매 하나 더 치라》는 속담도 이미 늦어진 후회였습니다.
    어느 하루였습니다. 손주놈이 세살을 넘도록 할미가 추접다고 품에 안길세라 하던 며느리가 마실을 나가면 아이를 맡기였습니다. 얼마나 안아보고싶던 손주였겠습니까, 지정지정 아래방에 내려와 손주놈을 얼싸 안으니 아이는 그만 기겁하여 와~ 하고 우는것이였습니다. 금지옥엽같은 손주를 이리저리 달래던 할머니는 옷고름에 매달았던 변두리가 닳아 반들반들한 동전을 떼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막힐 일이 어데 있겠습니까! 실로 눈섭에서 불행이 떨어진다더니 한창 재미있게 놀던 아이가 그만 두눈을 희뜩 뒤집으며 뒤로 훌렁 너부러지지 않겠습 니까? 입에 물고 놀던 동전이 목구멍에 걸렸던것입니다. 너무도 창졸간에 생긴 일이 라 그저 이거이거 하며 경황실색해 있을 때 며느리가 문을 떼고 들어섰습니다. 생때 같은 아들이 죽어 넘어진것을 보자 급기야 대성통곡을 하며 며느리는 불문곡직하고 시어머니에게 달려들어 행악질을 하였습니다.
    아들도 녀편네의 송사만 듣고 눈에 쌍불을켜고 행패질하였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였습니다. 손주를 잡아먹은 할미가 되였으니 비상을 먹고 죽자해도 없어 못 먹는 애달픈 심정이였습니다.
    이 일로 하여 녀편네의 성화를 받다못해 아들은 로모를 심산속에 던지러 가는 길 이였습니다.
    어느덧 실꾸리도 다 풀리고 맥도 진해버린 로모는 나귀에 내려 말했습니다.
   《이 사람아, 나는 의원도 싫으니 여기다 내버리고 어서 돌아가게, 날이 저물어 산짐승이라도 나오면 어쩌겠나? 난 살 욕심이 없네. 마음놓고 돌아가게!》
    그러나 아들은 들은둥만둥 이번엔 로모를 둘쳐업고 걷기 시작합니다. 이제도 얼마를 가려는지? 로모는 손에 잡히는대로 자꾸만 나무가지를 꺾었습니다. 그 속심을 알길없는 아들은 걸음이 지체된다고 야단입니다. 하건만 로모가 끝이 없는 모성애로 아들이 돌아갈 길이 열려지고 있음을 멧새들이 알는지…
    어느덧 해가 저물고 어둠이 짓을 펼쳤습니다. “까욱, 까욱!” 불길하게 울어대는 까마귀소리는 한결 비감스러웠습니다.(인제 날개가 돋쳐도 못살리라)고 생각한 아들 은 구새먹은 나무아래에 로모를 내려놓고 주자를 놓으려는데 로모가 하는 말입니다.
  《이 사람아, 길없는 수림속에서 어찌 헤쳐나가려나? 올 때에 나무가지를 꺾어 놓았으니 그걸 방향잡고 나가게나.》
    야차같은 마음에도 걸리는데가 있었던지 아들은 주춤 돌아섰습니다. 원망소리 한마디 없는 로모의 초췌한 얼굴에 두줄기 눈물이 주르르 흐름니다. 자기를 버리는 자식에게도 다함없는 사랑을 쏟는 그 마음에 무정한 초목도 흐느끼는데 아들놈은 묵묵 부답입니다. 이윽고 아들이 박정하게 돌아서자 로모는 스스르 모로 쓰러집니다.
    바람이 우수수, 밤은 바닥없이 깊어가는데 비몽사몽간에 난데없는 구러이 한마리가 스르륵 기여왔습니다. 몸뚱이는 아름이나 실히 되고 얼룩얼룩 무늬가 별스러운데 올롱한 종지눈에서는 보기만 해도 락담실혼할 파란 불이 흐름니다.
   《놀라지 마시라, 불우한 어머니시여 , 저는 천지룡왕늪에 사는 수중왕자 해동이 올시다. 불쌍한 어머니에게 약을 드리고저 왔나이다. 이 약은 “환생령지초”이온데 죽은 손자에게 먹이면 능히 재생하오리다…》
    구렁이는 또 옥황님께 염라왕을 시켜 손자의 이름을 호명책에서지워버리게 했은 즉 40일동안 해빛이 없는 곳에 은둔시키고 이 약을 먹이면 끊어졌던 숨이 통하리라 고 세세히 알려주고는 바람같이 사라졌습니다. 너무도 괴이하고 놀라와 뛰는 가슴을 겨우 달래는데 한줄이 청풍이 일며 백년묵은 범이 나타나 안로인에게 넙죽 절하며 말 했습니다.
   《진정하소서, 어머니시여! 나는 이 무주공산 산중대왕 백호이온데 가긍하신 어머니를 위하여 범나라 명약인 야명주를 가져왔나이다. 이 약은 “보안천리명환”이라 복약후 40일간 해빛을 피해있노라면 가히 대명천지 광명세계를 보실수 있으리다.》
    말을 마치자 범은 안개같이 가뭇없이 사라졌습니다. 꼭 꿈만같은데 손에는 과연 향기로운 꽃한송이와 동글동글한 보배약이 쥐여져 있었습니다. 기쁘기가 한량없건만 누운곳이 망망림해라 속만 바질바질 탈뿐이였습니다.
    이때 아들은 길을 잃고 한창 허둥거리고 있었습니다. 진대나무가 척척 길을 막아 나서고 넝쿨이 자꾸만 발목을 휘감았습니다. 천방지축 나아가노라니 아슬한 단애절벽 이 또 눈뿌리를 빼는데 츠렁바위 로송아래에서 백호가 퍼런 불줄기를 내뿜으며 으르 렁, 따웅ㅡ하니 산천초목도 부르르 떨었습니다.   
   《에쿠 어마! 나죽소》하고 비명을 지르며 돌아섰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몸서리 치게 징그러운 큰 구렝이가 종지만한 두눈을 딱 부릅뜨고 불길같은 혀를 날름거리며 꼬리를 휘휘 내젓는데 길길이 높이 자란 풀대들도 몸부림쳤습니다.
   《아이구, 엄마야, 날 살려주오!》하고 비명을 지르며 사지를 와들와들 떨고 식은 땀을 쫙쫙 흘리던 그는 그만 폭 꼬꾸라졌습니다.
   《하느님이시여, 가련한 이 인생을 불쌍히 여겨 잔명이나 보존케 해줍소서…》하며 손이 발이 되여 빌던 아들은 너무도 무서워 오장이 다 찢어지는듯 하더니 정신이 아찔, 하늘땅이 핑그르르 돌아갔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잠풍하던 밀림에 광풍이 대작하고 창살같은 비줄기가 억 수로 쏟아지니 만고밀림도 쏴쏴 울부짖으며 분해서 몸부림치는듯 했습니다.
    이때 하늘에서 벼락치듯 내리는 호령소리가 쩌르렁 산울림합니다.
   《네 이놈, 듣거라!》
아들이 머리를 들고 혼겁해서 쳐다보니 반공중에 풍악소리가 은은한데 구름수레 를 탄 백의신선이 도고히 굽어보고 있었습니다.
   《네 나를 알겠느냐?》
   《모르겠나이다.》아들의 대답이였습니다.
   《음, 그럴수도 있겠지라. 내가 바로 네 아비노라. 살아생전에 단명하고 가세는 궁했으나 부모공양 착심하고 이웃을 어진 례로 대하야 음덕을 많이 쌓았기로 죽은후 천국에 왔느니라. 지금은 인간세상 생사여탈권을 행사하는 성직에 있노라.》
   《예, 아버님! 그러하오면 마침 잘 되였나이다. 이 목숨 경각에 이르렀나이다. 혈육의 정을 보아서 이 목숨 구해주사이다.》
   《에익, 천하에 미욱한 놈아, 제어미를 알은체 않는 놈 감히 아비를 알은체 할가? 자고로 부생모욕지은이 태산대해 같거늘 대역무도한 네놈은 백번죽어 마땅하도다.》
    그 소리에 아들은 유구난언, 머리만 조아릴뿐입니다.
   《듣거라, 우리 부부 백년을 동심동덕으로 해로하면서 남녀간에 일점혈육이 있거든 옳은 인생으로 인도하야 후대를 번성코자했더니 내 명이 짧고 너의 어미 또한 마음이 어질어 너같은 불칙한 자식을 길러냈으니 심히 원통한 일이로다.》하면서 눈 물을 흘렸습니다.
   《죄송하여이다. 아버님! 실은 그런게 아니외다. 저의 귀한 아들놈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선은 불호령을 내렸습니다.
   《네, 이놈! 무슨 망발인고? 그래 네놈이 본디는 효성했더란 말이냐? 대저 땅이 없으면 초목이 번성하지 못하고 뿌리가 없고보면 가지가 못뻗고 열매가 없는 법이온 데 네놈이 사내대장부로 태여났으면 일개 아녀자를 거나려 현처량모로 인도하는것이 천만가당하거늘 외려 언감생심 이런 불칙한 짓을 한단말인고?》
    마디마디 가슴을 찌르는 질책에 아들은 두눈만 꺼벅거릴뿐입니다.
  《네 죄를 인제 알겠느냐?》라는 신선의 질문에《예, 황송하옵니다.》아들은 고두백배(叩頭百拜) 사죄합니다.
  《음, 괘씸하고 괘씸한 네 소행 백번 죽어 마땅하나 네 에미 후반생이 가긍하여 네 죄를 용서할테니 네 자식 살리고 한목숨 보존하려거든 속히 어미를 찾아 속죄를 하고 일후 지성으로 공양할지어다. 그러지 않다가는 산중고혼 면치 못할줄 알라.》말을 마치자 신선은 소매를 훨뤌 털며 표연히 사려졌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정신이 황홀한중에도 아버지의 지엄한 말씀 귀에 쟁쟁 울리는것 같았습니다.《옳지! 어머니를 찾아가렸다.》마음이 금시 밝아지여 기신기신 일어나 둘 러보니 바람은 잠잠 고요한데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 어렵게 어두운 캄캄칠야였습니 다. 그런데 불현듯 저 멀리 밀림속에서 무엇인가 유난히 반짝반짝 빛을 뿜고 있었습 니다. 그 빛을 따라가니 구새먹은 나무아래 유령처럼 누워있는 로모의 손에서 야명주 가 빛을 내고있었습니다. 그 모습 하도 처참하여 철석간장 아들의 마음도 뭉클해지고 고허리가 시큰해 났습니다.
    “어머니, 정신차리시오. 제가…금수보다 못한 이 불효자가…왔나이다…”
     눈물코물 범벅이 되여 소발통같은 주먹으로 땅을 치며 부르짖는 넋두리에 로모가 정신을 차렸습니다.
    “에이구, 이 사람아, 상기 아니 돌아갔나? 무슨 변이라도 당했는가? 옳거니, 자 네 길을 찾지 못한게로군, 내가 올적에 베실을 늘이고 나무가지를 꺾어 길을 표시해 두었으니 그걸 따라 곧추 가면 될거네…”
    실로 자식이 한번 생각할 때 백천번 더 생각해주는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로모는 신기한 꿈얘기를 하면서 두가지 약을 아들에게 주었습니다.
   《얼른 가서 이 약을 써보게…손주놈이 살아난다면 나는 죽어도 원이 없겠네…》
돌부처도 감복하여 돌아앉을 말씀에 다시금 얼굴이 뜨거워나고 주먹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아이고, 어머님, 이놈은 백번 죽어 마땅한 놈이외다. 천지신명이 어머니를 도우시고 초목군생이 불칙한 이 자식을 미워함을 깨달았나이다. 어머님 어서 집으로 돌아 가사이다…》
   《아닐세, 이 늙은것이 더 살아 무엇하겠나? 자네들에게 짐이나 될뿐이지, 그리말고 어서 급히 돌아가게, 손주놈만 재생한다면 내가 죽어도 원이 없겠네.》
《어머님, 저를 용서하시옵소서. 손주야 또 없으리까만 어머님이야 이생에 또 계 시오리까?!》
아들은 두주먹으로 가슴을 쾅쾅 두드리며 자탄했습니다. 앞에서는 무엇인가 스스륵 스르륵 길을 헤쳐주고 파란 불빛은 깜박깜박 잡아주는데 어머님의 야명주 또 한 어둡던 아들의 마음에 빛을 줍니다. 걸음도 날아갈듯 가벼운데 어머님을 태우고 다시 돌아가는 나귀도 건정건정 잘도 걸었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서방을 기다리던 안해가 반겨 내달아 왔습니다. 그러나 시어 머니를 도로 싣고 온것을 보자 그만 샐쭉해집니다. 남편은 그런것쯤은 아랑곳 하지 않고 구들장부터 와락와락 뜯어제꼈습니다.
   《아니, 이 량반 백주에 구들은 왜 뜯어요?》
   《그러니 어쩌란 말이요? 산에 버리고 오자니 천벌이 내려 목숨을 잃을번 했지, 모시자니 당신이 싫다지, 진자리 마른자리 골라가며 키워준 은정을 생각해서라도 마 른 땅에 묻는것이 그래도 시비가 옳은것 같구먼…》
   《아이구, 끔찍스러운 소릴! 산 사람을 어떻게 묻으며 그 우에서 살기는 어떻게 산단말이요?》
안해는 기겁해서 발발 떨었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자구.》
   《어떻게요?》
     남편은 안해의 귀에 무어라 속삭였습니다. 여차여차 하면 일이 성사될것이라고…
     이튿날, 남편은 안해에게 신신당부한후 명산대천을 찾아떠나가고 안해는 남편이 시키는대로 하루세끼를 집안 땅굴속에 모신 시어머니에게 콩죽만 쑤어 대접했습니다. 땅굴속에서는 할머니가 손자에게 약을 먹입니다. 삼일만에 심장이 뛰고 얼굴에 피기가 돌더니 숨을 활 내쉬면서 동전을 왈칵 토했습니다. 할머니도 행여나 소원성취 이룰가 하여 야명주를 꿀꺽 삼키고 천지신명을 울러 성심껏 빌었습니다.
   《귀여운 우리 손자 재생시켜주고 늙은 이 몸이 손주놈 한번이라도 안아보게 해주옵소서…》
날이 가고 달이 가 어언간 40일이 지났습니다. 집에 돌아온 아들은 땅굴문을 활 짝 열어제끼고 목메여 불렀습니다.
   《어머님, 제가 돌아왔소이다.》
    그 소리에 잠들었던 아이가 와뜰 놀라 깨여나《와ㅡ》하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울음소리에 너무 반가와 울먹울먹해진 할머니가 두팔을 벌리며《어디 보자! 내 귀염둥이야!》하며 손자를 담쑥 껴안을제 두눈에서 피고름이 흘러나오더니 삽시에 앞이 환해지면서 손자놈의 해바라기같은 얼굴이 우렷이 안겨왔습니다.
     이게 어찌된 셈판인가! 죽었던 아들이 다시 살아올줄은 천만뜻밖이라 어안이 벙벙해진 며느리도 모성애만은 있었던지 아들을 껴안고《사랑둥이,보매둥이…》하면서 울고불고 야단입니다.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죄꼬만 앵두입술 방긋 열고《엄마, 아빠, 해해…할머니 곱다.》고 새롱거립니다. 그렇습니다. 참으로 불러서 기쁘고 들어서 정겨운 저 티없이 맑은 고운 목소리에 어느 뉜들 가슴이 저리지 않으리까!
    실로 천만갈래 물줄기 대해에 흘러들고 인정의 난류 또한 제곬으로 흐르기 마련인 모양입니다. 눈을 다시 뜬 로모와 죽었다 환생한 아들을 볼수록 얼굴이 붉어지는 아들과 며느리의 두 눈에는 회한의 눈물이 진주로 아롱집니다.
    그때로부터 한집안이 오손도손 화목하게 웃음꽃 피우며 무르녹는 사랑속에 살아 갔다는 유복자의 이야기입니다그려.
 
                                                                             《연변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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