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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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연필의 계시
2017년 03월 29일 19시 22분  조회:2928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뾰족한 연필의 계시
 
                                               최 균 선
 
    매번 연필을 깍아줄 때 아이는 마냥 뾰족하게 깎으란다. “너무 뾰족하게 깎으면 부러지기 쉬운데…”라고 말하면서 엉뚱하게 사람이 처사함에서도 너무 예리하여도 좋지 않다는 철리가 떠오른다. 사실 부대껴야 하는 인생현장에서 감각이 도끼등 같아도 불가하지만 뾰족한 열필끝 같은 감각, 신경을 내들고 나서면 남에게 지울수 없는 상처를 줄수도 있기때문이다.
    지나치게 뾰족한 감각은 하는 말도 날이 서게 된다. 자기가 내뱉는 말은 자기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가를 드러내고 말은 그 자신이 풍기는 첫번째 향기이자 듣는 사람의 뇌리에 새겨주는 최후의 기억이 된다. 자기가 무심하게 내던지는 한마디가 스스로의 삶은 물론 주위사람들의 정서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심지어 삶까지 고양 할수도 있고 혹은 망가버릴수도 있음을 모를 사람은 없을게다.
    “뾰족하다”에서 빼여났다는 개념이 련상되지만 풋풋한 인정은 나올수 없다. 왜 뾰족한 인생은 위태로운가? “모난 돌이 정맞는다”는 속담의 뜻은 여러가지로 풀이 된다.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남에게 미움을 받게 된다는 말도 되고 강직한 사람은 남의 공박을 받는다는 말도 되고 너그럽지 못하면 대인관계가 원만할수 없음을 이른다.
    뾰족한 부분이 닳고닳아 뭉툭해진다는것, 그것을 예감하고 그 뭉툭해질 운명을 받아들일수밖에 없다는 마음챙김부터 벌써 위태위태하다. 영화부귀가 일장춘몽이 될수도 있다는 반복무상의 원리를 미리 받아들이는것은 해당자로서는 너무너무 기분이 찜찜해지고 슬퍼지는 일일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해석할수도 있다. 모난돌은 정을 맞고 다듬어져야 이런저런 곳에 쓸모있는 돌이 되는것은 사실이다. 둥근돌은 정은 피하지만 어쨋든 둥근 그자체 뿐이지 그다지 실용가치가 없다. 이는 역향사유인가? 발산사유인가? 잘 모르겠다.
    진달래 피고 함박꽃이 웃고 하얀, 노란 나리꽃이 반기여도 미구에는 속절없이 질것이라는 예감때문에 애틋한 마음을 주름잡는것과는 다른 심경이다. 꽃이 질거라는 징후인 봄비가 싫다는것은 변덕많은 풋소녀의 심태이다. 한겨울 나무는 라목으로 온 추위를 맞고 있으면서도 다가오는 봄에 활짝 핀 꽃을 기약하고있다.
    꿈이 사라지면 미래가 없고 사람이 떠나면 그나마 살고있던 터전마저 무너지고만다. 사람이 역경에 처하여 더 자위할수 없을 때 술로 세월을 보내며 한순간이나마 자신을 취생몽사에 맡기려 할 때 취하고싶다는 그 마음이 바로 신경이 뭉툭해지고 둔탁해지고싶다는 표지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인생이란 모종 의미에서는 유감의 반복이고 연장선이라 할수 있다. 인생에 가장 심각한 유감은 어떤것일가? 정답이 없다. 관용을 베풀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어주어 뱀을 품어준 우둔한 농부처럼 도리여 해를 입었을 때, 아첨을 질색하면서도 극진히 개여올리는 달콤한 아첨에 엿가락이 되고 그만큼 보상을 베풀어 주고나서 자기 량심에 향하여 그 유감의 깊이를 물을수도 있다.
    로신선생은 “사람에게 필연고 부족점이 있게 된다. 그래야 자기의 수요를 생각하게 될것이기때문이다. 그들이 원망하라면 하라. 나는 하나도 용서하지 않을것이다” 라고 하였는데 보아하니 자기 일생에 무슨 유감같은것을 대수로이 여기지 않았으며 관용도 쉽게 믿지 않은것 같다. 그래서《이이집•유항선생에게 답함 (而已集,答有恒先 生)》에서 이렇게 쓰고있다.“나는 자기를 해부함에서 다른 사람을 해부할 때보다 더 인정사정 두지 않는다. 모란꽃을 심은자는 꽃을 얻을것이요, 납가새(蒺藜)를 심은자 는 가시를 얻을것이다.”
    지구는 돌고 세상은 변해도 유감이란 영존한다, 생활이 있는 곳에 유감이 있고 사람에 따라 유감의 내용이 다르며 시대색채를 띠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유감속 에서 생활을 투시하고 유감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새긴다. 후회는 유감의 결과물이라 할지…
    이승과 저승 사이가 먼것일가? 우리의 생 또한 그 사이에서 물리적인 진짜운동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수많은 사람들이 뾰족한 연필끝에서 위태위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조심조심 처신하고 막무가내한 현실과 소망의 락차에 실망 하여 체념 비슷한 마음으로 두루두루를 방패로 삼는 시대이기도 하다. 내 마음에 불편한 시대에 무디게 적응하며 살아가는 자세는 그 자신의 잘못만은 아니다.
    하루낮새에도 수많은 글자들을 오리느라고 안깐힘 쓰다보니 뭉툭해졌거나 아예 속대가 깊이 부러진 연필을 깎노라면 뾰족뾰족한 삶도 아닌 어려운 삶을 견뎌오느라 뭉툭해진 나의 몽당인생을 락서하게 된다. 내 이제 연필처럼 뾰족하게 깎을 무엇이 있을것인가?
완벽한 인생에는 세가지 감각이 있다고 할수 있는데 사명감,실락감, 위기감 이다. 자기의 사명을 다하느라 하면 때론 뾰족하게 나오지 않을수 없고 실락감에 자신을 매몰시키지 않으려고 안깐힘을 쓰다보면 더구나 뾰족한 연필끝처럼 부러지게 되기도 하고 위기감을 느낄 때마다 자신을 더 내세우려고 모지름 쓰게 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생각하지 않은 무모한 일들을 저지르게도 된다.
    누구나 자기 념두속에서 우둔한 판단을 쫓아내고 싶어한다. 그러나 부정적사고는 일종 악습과 같고 습관은 습성이 된 사고방식의 결과이다. 그래서 때론 역향사유가 유익한것이다. 사람들은 꽃을 좋아하지만 가시있는 꽃은 꺼린다. 말도 글도 마찬가지다. 가시돋힌 말은 대방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통쾌하겠지만 제 손에 쥔 가시나 무에 자기가 찔릴수도 있다는것은 영원한 이률배반이다.
    그래서 자고로 중용지도가 처세술의 정수가 되였는지 모른다. 너무 사나우면 남들이 꺼리고 무골충같이 나약하면 남이 업신여기니 사나움과 나약함을 버리고 지혜롭게 중도를 지키는것이 좋지만 타고난 천성은 어찌해야 할가?
 
                                      연변일보          201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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