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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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수상록78) 운명을 짓씹어본다
2018년 05월 20일 07시 35분  조회:2456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운명을 짓씹어본다
 
                                                      진 언
 
    사람들은 흔히 바라던 일이 꼬이여 마뜩치 않으면 운수가 없다 한탄하고 돌이킬수 없는 불행과 고통에 맞다들면 명이 사납다고 개탄한다. 운명이란 인간의 일생을 지배하는 초인간적힘으로서 그것은 불가피한 필연의 힘, 예측하기 어려운 절대적인 힘이기에 통탄하게 되는것이다. 운명은 명확한 목적의지를 갖는 합리적인 힘으로서가 아니라 비합리적,초론리적인 힘으로 작용하기에 더구나 막무가내함에 주저앉게 되고 미리 주어진 생명운동의 궤적우에서 가슴을 두드린다.
    이처럼 우리의 운명의식은 불가항력적인 일이 눈앞에 벌어졌을 때, 인생을 다 살고나서 불만족의 눈길로 돌이켜볼 때, 여의치 못한 많은 일들을 총괄적으로 해석 할 때 더욱 새겨지는 법이다. 운명과 같은 의미로서 숙명, 천명 등을 쓰는데 운명관의 제1형식은 숙명론이다. 이것은 운명의 힘을 필연적인것으로 보고 인간의 존재 모두를 지배하고 있다는 소박한 신앙으로 정립된것으로서 종교적색채가 짙다.
    운명은 운과 명을 포함하고 있는데 간단한 의미로서의 생명이 아니라 인생의 장하 (长河)에 실린 객관적조건이고 조우이며 한 사람에게 주어진 개인력사의 변수다. 명은 선택할수 없고 운은 배워서 되는것이 아니요 얻자해서 얻어지는것도 아니다. 운명은 아는것과 모르는것 사이에 한갈래 다리로 련계되여 있지만 다 알수 없거니와 파악할수도 없기에 지자나 우자나 운명의 적수가 못된다.    
    인생과 운명은 점철되여 있지만 꼭 같은것은 아니다. 인생을 먼먼 려행길이라 한다면 운명은 그 길에서 발생할수 있는 어떤 사건일수 있다. 인생길에 어느 때 무슨 일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 불상사가 발생한 후에야 개탄하기 일쑤이다.《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면, 그 길로 가지 말아야 했는데…》라고 후회하지만 운명은 이미 발생하였고 하나의 미지의 틀로 그려져있었다. 인생에 운명이 포함 되지만 인생은 운명에 매이기도 한다. 그래서 운명을 개변할수 없지만 보충할수는 있다고 한다. 이것이 인생과 운명의 구별점이라 할지 모르겠다.
    티끌세상에서 다사분주하게 뒹굴다가 인생이 저물때 운명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였지만 생각할수록 모순에 빠지고 알똥말똥하다. 운명은 공정한가 불공평한가? 하늘은 창창하고 세월의 강물은 도도한데 왜 나의 운명은 얄궂기만하냐? 나서부터 잘 사는자, 못사는자, 강자, 약자, 똑똑한자, 우직한자, 착한 사람, 악한 사람, 순한 사람, 음흉한 사람, 웃음을 흘리며 다니는자, 우수에 잠긴자…인생마당은 천층만층이요 인간은 류류별별이라 운명은 분명 공평하지 못할수밖에 없으렸다.
    나서 곧 재부의 소유자가 되는자는 운명의 불공평을 잘 모를것이요 숙명인양 빈궁속에서 일생을 허덕인자는 운명을 저주할것이요 끝까지 운명의 조롱을 받은자는 반역정신으로 심신이 찌들어버릴것이다. 세상엔 절대적이란게 없다. 운명의 공평과 불공평은 상대적이고 서로 얽혀있다. 복속에 화가 있고 화속에 복이 있다는 말이나 전화위복이란 말도 있는 말로 자기를 위안하지만 결국은 허황하다. 
    운명은 한가지 면에서는 공평하다. 영웅호걸도 좋고 초민백성도 좋고 부귀영화를 누려도 좋고 초근목피로 목숨을 부지해도 좋고 마감에는 흙으로 돌아가고 백골이 진토되여 한오리 먼지로 날려가 버리는 일이다. 일희일비의 인생이라 단지 살아서 숨쉬며 이 땅을 밟으며 걸어다닌다는 그 한가지만으로 인생의 희열을 만끽해야 하나?
    사실 자기 삶의 취향과 세상사가 돌아가는 꼴이 모순될 때 슬프지 않을수 없다. 만사여의란 말이 있지만 속타는 일이 한가지도 없다는것도 불행, 비극이 아닐수 없다. 고통을 맛보지 못한 삶은 진정한 행복의 진미를 모를것이고 처절한 비애를 느껴보지 못한자는 크낙한 기쁨이 무엇인지 알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철학가 쇼펜하우엘도 인생은 슬프고 숙명적이라고 했던가,
    행복에 주어진 표준이 없듯이 운명에 대한 평가는 일치할수 없다. 석가모니 교리에는 전생에 무엇을 심었으면 이승에서 무슨 열매를 얻고 금생(今生)에 무엇을 심으면 후세에 무슨 열매를 얻는다고 설교한다. 복잡하게 말할것이 없이 덕은 닦은데로 가고 죄는 지은데로 간다는 인과보응의 순환을 말하는것으로서 운명의 지배자는 자기 자신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실천적으로는 역시 막연한 설교이다.
    운명을 개변할수 있는가? 여러가지 좋은 조언들도 많더라만 살생하는 악한 일도 삼가했고 어려운 자를 도와 적덕도 해보느라 했으며 어린애를 사랑하고 로인을 존중했으며 인욕(忍辱)을 배우고 관용도 베푸느라 애썼으며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면서 겸손하고 성실하게 사람을 대하고 손해를 볼지언정 분복에 없는것을 차지하려고 다투지 않았으며 마음을 맑게 하고 따스한 가슴으로 세상을 마주하는라 애썼지만 내사 운명에 무엇이 개변되기나 했는지 인생을 거의 살고나서도 알수 없다.
    누가 운명앞에서 자유로울수 있단말인가? 생각하는 갈대밖에 안되는 연약한 인간이기에 운명을 피해갈수 없어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하는건지 아니면 운명의 장난에 서 탈출할수 있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인생이 너무나도 기구하다고 개탄하게 될 때, 매사 뜻하는대로 되지 않고 비탈리기만 할 때, 인생은 고해라 고생이 장고생이라고 절감할 때, 운명이란게 주어졌다고 생각하게 된다. 왜 안되는 사람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데 잘 되는놈 앞엔 호박이 넝쿨채 떨어진다고 하는가? 왜 어떤 사람은 넘어져도 팥죽함지에 코를 박는다고 하는가?  
    인생은 촉박하고 운명의 장난은 짓꿎다. 그러나 어떻게 주어졌는지 미리 알수도 없는 운명대로 세상을 살기는 너무나 억울하다. 가난한 집에서 태여난것은 운명이지만 가난하게 사는것은 운명이 아닌것이다. 황차 좋은 운명을 가지고 태여났다고 하여서 평생 행복한 삶을 사는것도 아니며 나쁜 운명을 갖고 태여났다고 하여서 줄창 불행한 인생을 사는것이 아니라고 믿고 살아야 그나마 어려운 인생을 지탱할것이다.
    인생관은 교육으로 수립될지 모르나 인생은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요, 인생과 운명에 도전해야 한다고들 가볍게 말하지 말라. 주어진 자기 운명이 어느때, 어떻게 불만족스러울지 어찌 알고 도전한단 말인가? 자기 인생극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대단원을 이룰지 어찌 알고 마음 가지기에 달렸다고 한단말인가? 그런 말들은 기성된 구절을 나름대로 옮겨놓은데 불과한것이다.
    혹자는 운명의 동의어는 성격이라 하고 운명은 환경과 성격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환경이란 한 개인이 조우할수 있는 가능성의 범주이고 성격이란 그 조우에 반응하는 방식이다. 성격이 운을 결정할수도 있고 운이 성격을 결정할수도 있다면 성격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 운명이 외재적력량이라 할 때 사람이 운명을 지배한다는것은 잠꼬대이다. 다만 운명에 대한 자기의 태도를 지배할수 있을뿐이겠지,
    차라리 역경에 도전한다거나 불만족스러운 처지에 도전한다면 사개가 좀 맞을듯싶다. 인생이 장하일 때 자신을 하나의 물고기라면 흐르는 강물에 육신을 맡겨두고 순순히 떠내려가는것이 운명이다. 바람따라 구름이 가듯이 살면 운명에 순응하는것 이다. 그런데 강물을 따라 흐르는것은 무생명체와 죽은것과 혹은 기진맥진하여 삶을 포기한것들이다. 생생 살아서 헤염치는 고기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기를 좋아한다. 살아있음이 물을 거슬러 오르는데서 체현되고있다. 그렇다. 인간은 누구나 인생의 장하를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로는 될수는 있다.
 
                                                        2012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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