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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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쓰시라 (최균선)
2011년 08월 04일 09시 20분  조회:10131  추천:1  작성자: 최균선
            
                                                         편지를 쓰시라.
 
                                                               최 균 선
 
    편지란 한때는 저저의 입에 오르고 귀에 익던 개념이다. 편지를 서신이라고도 하는데 멀리 떨어져있는 상대편에게 전하려는 사연이나 묻고 싶은 일, 요구되는 일이 있을 때 쓰는 글이다. 아무튼 편지란 쓰는 사람은 써서 즐겁고 읽는 사람은 받아서 반가운 글이다. 하지만 지금은 편지란 우리들의 기억속에 한낱 단어로 남아있게 되였다.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디지털시대에도 번거로움을 마다하고 손편지를 고집한다면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아집이겠지만 인정이 갈수록 삭막해지는 이 시대에는 사람냄새 풋풋해서 좋지 않은가?그 많은 글들 가운데서 편지만큼 쓰는 사람이 진정을 토로하는 글이 어데 있으며 읽는 사람이 감동을 안고 읽는 값진 문자가 더 있으랴!
    편지를 쓸 시간이 없다는것은 아무래도 구차한 변명이다. 물먹은 해면을 비틀어 짜면 물이 나오듯 시간은 특수 경우 아니면 짜낼수 있다. 정 안되면 잠자는 시간을 줄이면 된다. 특히 먼곳에 벗의 정성담긴 편지에 여러차례 회답을 하지 않으면 벗을 잃을수도 있다. 그리고 응당한 감사편지나 위문편지를 쓴다거나 하는것은 문필활동이 아니라 인정의 나눔이다. 편지는 진솔하고 소박한 감정을 담는게 위주이기에 철자가 틀리거나 띄여쓰기가 틀렸다해도 대수가 아니다.
    편지는 개인서한이라도 값매길수 없을만큼 보귀할 때가 있다. 편지는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어놓기도 한다. 문학거장 체호브도 처음엔 지방신문에 풍자소품이나 발표하는 무명작가였다. 그런데 평론가였던 그리고리예위치가 그의 작가적재능을 발견하고 그에게 축하의 편지를 써보냈다. 그의 편지에 감동된 체호브는 답장을 썼다.
  《당신은 당신의 편지가 나의 자존심에 얼마나 큰 작용을 일으켰는가를 능히 판단할수 있을것입니다. 당신의 편지는 그 어떤 장금보다 귀중하며 한 초학자로 말하면 현재는 물론 장래에 있어서도 일종의 보수로 될것입니다. 나는 다만 반복할수 밖 에 없습니다. 이런 장려는 정말 저를 진동시켰습니다.》이렇듯 체호브가 후일의 문호로 된데는 한차례 힘있게 등을 밀어준 그리고리위치이다. 바꾸어 말하면 체호브에 대한 그리고리예위치의 원견성있는 평가를 담은 한통의 편지가 세계적인 단편소설 가를 낳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편지봉투에 우표를 붙여서 먼곳에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전자우편이 주지 못하는 매력인 인간의 따스한 정이 한가득 안겨오는 장점이 있다. 현대젊은이들에게는 불편하고 답답할수 있겠지만 가끔 한글자한글자 정성들여 편지 를 쓰는것은 문화인으로서의 또 다른 정취라는것을 모르기때문이다.  
    통신수단이 지금같이 발달되지 못했던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은 거개 가슴을 설레이며 련애편지를 써본 경험이 있을것이다. 지금 젊은이들이라면 아무렇지도 않을 편지를 보지도 않는 곳에서 혼자 쓰건만 그냥 신비롭게만 생각하며 쓰던 그 아름답던 기억에 회심의 미소가 지어질것이다. 한마을에 살고 매일 일밭에서 얼굴을 맞대는 처지건만 감히 진정을 토로하지 못하고 끙끙거리다가 유일한 고백의 수단으로 편지를 택하였던 옛그날은 결코 락후하던 시대의 재고품만은 아니다.
    마음을 다져먹고 쓴 사랑의 꽃편지를 써본 사람은 알수 있다. 저저히 순정을 지녔던 그 시절엔 부끄러움을 잘 타는 사람에게는 남몰래 편지를 쓰는게 상책이였다. 아니면 하고싶은 말이 이발에 걸려서 나오지 못하고 평생의 유감으로 될수 있다. 내심으로 아무리 격렬한 사랑에 휩싸인 사람이라도 편지지를 앞에 두면 말문이 막혔을것이다. 그러나 머뭇거림이 편지에 고유한 미덕이고 지우고 생각을 구겨버리고 파지를 내는 시간에 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게 만나게 되고 더 다지게 되였던것이다.
식구들도 몰래 밤새워 쓴 편지가 사랑하는 이의 손과 눈앞에 전달되기까지의 그 시간을 목마르게 헤아리며 가슴설레이던 그 기다림은 세상에 그 무엇보다 미쁜 기다림이였으리라. 강물이 흘러가는 그 기다림의 거리를 겪는 동안 사랑은 맑고 푸른 강 물처럼 소용돌이치며 더욱 수심이 깊어졌으리라.
    편지는 력사성적인 기록이다. 그 어떤 최신기술도 세월령감이 돌리는 망각의 맷돌을 멈추지 못한다. 비록 허구한 세월이 흘러 편지지가 색이 바래고 보풀이 일었을지라도 그때, 그곳에서의 그 감정을 고스란히 새겨두고있는것이 바로 낡은 편지봉투안에 고이 접어둔 편지이다. 세상에는 간난신고를 거쳐 몇십년만에 마침내는 임자에게 전해진 사랑의 편지얘기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런 편지는 생명의 연장선 그 자체이고 박동을 멈출줄 모르는 심령의 긴 메아리이다.
    지금은 인터넷시대, 현대화통신망이 지구를 하나의 촌으로 만들어서 핸드폰으로 만리이역도 지척인듯이 육성을 들을수 있고 당면해서 말하기 딱할 때 쓰는 좋은 방법이지만 시간촉박을 받고 청각적인 전달이여서 일차성적인 교류에 그친다. 문안편지는 차분하게 앉아 가장 다정한 말을 고르며 쓰기에 가장 사람답고 인정스러운 교류이다.
    편지는 시각적인것으로서 장기성을 고유할뿐만아니라 편지를 쓰는 사람의 그 정성과 진실한 마음을 마음으로 감지하면서 두고두고 교류할수 있기에 소중한것이다. 그래서 편지는 아직도 편지로서의 특색이 색바래지 않고있다, 편지는 친혈육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좋은 례물이 된다는것을 잊지 마시라.
    편지는 아름다운 인연의 무지개이며 마음과 마음의 골짜기에서 울리는 그윽한 정감의 부름이고 화답이며 시간과 공간을 날아넘어 길게 뻗어가는 뜨거운 포옹이다. 그것이 비보이든 희소식이든 심장의 울림을 실은 편지, 날아가고 날아오가는 편지 마다에 절절한 감정이 새겨지고 무릎을 맞대고 나누는 서로의 속삭임과 간절한 념원 이 담긴다. 편지지위에서의 만남은 비록 육성은 들을수 없으나 가장 진솔한 담화의 장이 되여 마음과 마음의 언덕에 지성의 금탑을 높이높이 쌓아준다.
    지금 컴퓨터의 보급으로 영상을 마주하고 대화를 할수도 있는 고기술시대에 사는 현대청년들은 편지라는 이 전통적인 통신수단을 가볍게 보고 때지난 정감교류의 수단으로 보는것이 상례이다. 피아노를 치듯 키보드를 두드려 쓰는 이메일은 기계의 작동으로 되기에 풋풋한 사람냄새와 인정이 많이 희석된다.
    편지를 받아보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편지쓰기는 게으름 부린다. 편지를 받아읽는 기쁨이 누구에게나 있다면 당연히 누군가는 편지를 써야하는데 모두들 쓰기는 싫어한다. 비록 몇장의 종이장이긴 하지만 외롭고 슬플때 포근히 감싸주는 미더운 사람의 심령의 전파이고 리해와 지성으로 쌓아올리는 정감의 철옹성이기도 한데도 말이다. 쓰는 편지는 온 마음을 다하고 읽는 편지는 그저 부호를 보는것이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보듬으며 마음의 귀도 귀울인다.
   편지는 손으로가 아니라 마음으로 쓰는 일이다. 편지를 쓰시라, 편리한 현대전파통신에 만족하지 말고 고향에 계신 부모들과 먼곳에 벗들에게 편지한통을 띄우시라. 편지는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무지개 다리이며 진정에 호소하는 충정의 전파이다. 때때로 편지를 쓰시라. 편지는 지성을 지닌 문화인만이 향수할수 있는 특권이며 지성인들끼리 나눌수 있는 진솔한 대화이다.
    편지를 쓰시라, 두보의《전란이 심한 때에 집에서 온 편지 만금보다 귀하여 라!》라는 시구를 누구나 감명깊게 읊었을것이다. 두보가 먼곳에서 어렵사리 받은 그 편지에 담겨지 그 의미는 그저 편지의 의미만은 아니다. 그리움을 앞세우고 한가득 정을 담은 편지를 쓰고 편지를 읽는 마음은 순수하며 그 모습 성스럽기 그지없거늘, 그대여, 종종 편지 한통 쓰시라!   


                                                                     2010.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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