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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룡관
중견시인 도옥 김영건은 1983년 20세의 나이에 연변일보에 <<날자 청춘들아>>를 처녀작으로 발표하면서부터 시창작에 정진한다. 도옥은 지금까지 세권의 시집을 발간한다. 첫시집은 처녀작이 발표된후 12년이 지난 1995년에 발간하는데 명찰을 <<사랑은 전개가 없다>>라고 달았고, 두번째 시집은 2001년 제5회 정지용문학상을 따낸 시집으로서 명찰은 <<빈자리로 남은 리유>>이고, 세번째 시집은 금년에 출간한 시집으로서 <<아침산이 나에게로 와서 안부를 묻다>>는 명찰을 내민다. 도옥시인의 시가 걸어온 길은 탐구로 점철된 길이고 알찬 열매를 가꾸어온 길이다. 그리하여 그는 시의 꽃다발도 많이 받아안는다. 도옥의 첫시집에는 이런 시가 한수 있다
진통
기세차게 어디론가 파도쳐가다
굳어진 사막은 깡깡 가슴 말리운다
바람이 쥐어흔들어도 말이 없다
오직 붉은 심장만을 활활 불태운다
아아 다시 일어서려고
말리우며 태우며 날구는
사막의 마음은
그속에 묻힌 우리만이 안다
<<진통>>이란 이 추상적명제를 시로 만들어서 도옥시인은 자신의 인생을 반추해본다. 화룡시 3중수학경연에서 100점을 맞아 담임 박중덕교원이 전교 사생들앞에서 그의 팔을 추켜들고 만세까지 불렀던것이다. 하지만 후에 와서 이 출중한 리과생은 문학에 발을 들여놓은 길을 걷게 된다.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는 그의 가슴에는 풀수 없는 응어리가 쌓이는데 도옥은 인생의 응어리들을 풀려면 문학이라는 길을 택하여야 한다는 자각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시로 태여난것이 <<진통>>이다. <<진통>>을 사막으로 대용하는 시인의 시적기량이 만만치 않다. 자유에 대한 갈망의 절규라고 할가 아님 끈질긴 추구라고 할가. 시적화자는 가없는 사막에서 <<붉은 심장을 활활 불태우>>면서 자기가 나아갈 길을 개척하고 있는것이다.
첫시집 <<사랑은 전개가 없다>>에 실린 시는 단시도 있지만 <<가을의 선택>>같은 장시들도 있다. 단시와 장시들로 첫시집을 묶는다는자체가 시인의 저력을 여실히 보여주는것이라고 하겠다.
첫시집을 내고 도옥은 자신의 시들을 한번 곰곰이 점검한다. 그것은 도옥 스스로가 刀玉이를 검열하는 하나의 장이였다. 그가 걸어온 길은 사회의 눈치를 보면서, 편집들의 의도를 헤아리면서 시를 쓰던데로부터 점차 자기의 개성을 찾아 자기의 시를 개척하는 길이였고 아직도 한계가 있는 창작이였다. 생활을 진실하게 예술화하면서 자신이 감동을 받으면 독자도 감동을 받으리라는 믿음은 섰으나 자신의 생활한계와 지역한계를 감안하게 되고 울타리속에서 헤염치는것처럼 어떤 모자람을 감안하게 된다.
화룡에서 방송사업을 하였고 후에는 연길에 와서 연변텔레비에서 사업하면서 생활-영상-종합예술이란 무대에서 움직인다. 도옥시인은 새로운 공간속에서 열린 눈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열린 마음으로 사물을 대하는 립지를 세운다. 그리하여 주말극장 프로그램을 끝내고 도옥시인은 두번째 시집 <<빈자리로 남은 리유>>의 창작에 정진한다. 1999년에 반년간 집에서 휴양하면서 시인은 많은 사료를 굴려본다. 그는 현대문명의 거짓을 보게 되었고 세상의 우스움을 보게 된다. 그속에서 자연이란 무엇인가 자연과 나는 어떤 관계인가를 질문하면서 삶과 생명의 가치를 다시 터득하고 나름대로 삶의 환희로움을 느끼게 된다.
산이 산을 딛고
걸어온다.
먼 산은 여운으로 멀어지고
앞산은 산의 얼굴로 절 하나를
그린다.
흰 구름 속으로 산이 내게로 다가온다.
먼 우주 왼쪽 귀에
태양이
작은 눈물방울로 지켜볼 뿐이다
먼 산 깊숙이 내가 나를 딛고
들어간다.
가장 먼 곳에 있는 내가
무궁화 한 송이를 다 그리고
일생은 마친다.
<<산이 산을 딛고 걸어간다>>의 전문
<<산이 산을 딛고 걸어간다>>가 과시 명창으로 되기에 손색이 없다. 산에 대한 시구가 수천수만구에 달하겠지만 산이 산을 딛고 걸어간다는 시구는 아마 처음일것이다. 시인이란 시의 언어로서 새로움을 세상에 내여놓는것이 사명일지도 모른다. 산이 산을 딛고 걸어가면서 해와 달과 구름과 모든 자연물과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자기의 존재를 현시하기고 한다. 조화의 세계속으로 화자는 <<먼산 깊숙이 내가 나를 딛고/들어간다>>. 조화로 혼연일체를 이룬곳이 먼산 깊숙이가 아닐가 그속을 화자는 자신이 자신을 딛고 들어간다고 한다. 산이 산을 딛고 걸어간다도 매짜지만 내가 나를 딛고 들어간다도 멋있다. 내가 나를 딛고 간다는것은 내라는 사람의 무수한 탈피를 말하는것이 아닐가. 그냥 새롭게 태여나야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다>>는 함의는 한입으로 함부로 말할수 있는 시어가 아니다. 나는 산과 함께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산속으로 들어간다. 왜 그산속으로 들어갈가 그 산속의 바로 자연의 사물들이 하나로 융합되여 돌아가는 최고의 경지인것이다. 그곳에서 우주의 질서가 태여나고 자연의 질서가 태여난다 그것은 인간으로서는 거스릴수 없는 법칙으로서 인간은 그 속으로 들어가 그와 하나로 되어야 할뿐이다. 그래야 <<무궁화 한송이>>라도 그려낼수 있는것이다. 자연과의 일치를 에티오피아로 부르짖는 시인의 이미지는 신선하고 아름답고 시인의 상상은 역동적이고 우아하다. 여기서 우리는 시인의 열린 눈길을 보게 되며 생과 자연과의 미묘한 동일성을 추구하는 시인의 자세를 읽게 된다.
도옥시집 <<빈자리로 남은 리유>>가 제5회 정지용문학상을 따냈을 때 필자는 그 선정리유를 이렇게 쓴다
꿈많은 30대의 시인 김영건씨가 시집<<빈자리로 남은 리유>>로 월계관을 장식한다.
김영건시인은 독백식 사색을 정서적인 리듬으로 시화하여 모종정신적인 아름다움이나 신성한 가치의 이미지로 도고한 자기 시의 세계를 구축한다.
우주의식의 넓은 시적상상력과 심오한 철학적사색을 바탕으로 그의 시가 관조하는 모든 시적매개물은 생명체로 움직이며 하나의 거대한 생명우주를 만들어간다.
세파속에 살면서도 아픔, 고독, 곤혹들을 딛고 터득한 달관의 지혜가 돋보이며 어제에 대한 반추와 각성은 공명을 자아낸다.
춤추는 듯한 시상이나 생각을 변용적인 시의 리듬으로 타고 나아가 보다 큰 시적가능성을 개척해 내리라고 믿는다.
두 번째 시집을 발간한후 중견시인 도옥 김영건은 또다시 생활의 충격을 많이 받는다. 조선, 한국나들이도 시인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을뿐만 아니라 다사다난한 연변문단의 일도 시인에게 충격을 주었다. 시인은 연변텔레비죤방송국 문예부주임으로 활약하며 중국백대 방송인이란 조선족 유일의 영예를 받아안기도 한다. 수많은 문예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각광을 받게 되었고 2005년부터는 한국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에가 영화공부를 3년간 마치고 연변작가협회시분과 주임경선에 출마하여 선정되기도 하고, 연변인민출판사로 자리를 옮기여 문화시대 주필사업을 맡기도 한다. 드라마같은 인생길을 걸으면서 도옥시인은 작가는 입으로 말할것이 아니라 시로써 작품으로써 말을 한다는 올곧은 작가적주장을 굳힌다.
도옥은 열린사유로 깊은 생각을 어떻게 가볍게 표현할것인가를 탐구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자연과의 어울림속에서 생활하는데 언어도 지식도 자연속의 하나의 티끌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의 질서속에서 생활하는 나무 한그루나 파도 한방울에 비길만한 인간은 개미보다 나은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되는 때가 있다. 나는 왜 존재하는가 나를 둘러싼 자연은 무엇인가 나와 어떤 관계로 앉아있는가 내가 꿈꾸는것은 무엇인가 왜 오늘도 밥을 먹을가 하는 일련의 물음은 시인을 사념에 젖게 하였고 또 새로운 깨달음을 맛보면서 그것을 시로 적어낸다. 시창작에서 목적을 앞세우면 죽음이다. 오래도록 가슴에 넣고 느껴오던 사물이 어느날 비로소 살아 움직일 때 그것을 따라나가면서 그려내는 마치 고고학자가 백골을 주어내서 력사를 말하듯이 그렇게 뭔가 그려내고싶었다. 설명이나 해석이 없는 시. 깊은 생각을 가볍게 그려내자. 그런 새로운 시학관이 도옥의 머리에서 일어선다. 표현의 단선구조가 아니라 가볍고 다선구조로 우주를 넘나들면서 시를 그려내자는 시인의 추구가 시인을 새로운 경지로 몰아간다. 그렇게 나온 시들이 제3시집 <<아침은 나에게로 와서 안부를 묻는다>>가 묶어진다. 그중 한수를 보자
토실감자와 부자(父子)
토실토실한 감자안에 산이 있고
산속에 절이 있고 절속에
흙을 닮은 아버지가 있고
아버지속에 해를 닮은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속에 아버지가 있고
아버지속에 절이 있고
절속에 산이 있고 산속에 또 해가 있었다
토실토실한 감자들이 지금
내 상우에 옹기종기 모여와서
아버지를 부르고
아버지가 절을 부르고
절이 산을 부르고
산이 해를 부르고 해가 나를 부른다
그날의 해가 지금 내앞에서
아버지 얼굴처럼 붉게 웃고있다
터뜨린 감자안에서
나도 하얗게 웃는다 그리고
아버지와 나는 또 한뙈기
토실감자밭이 그리워서 산에 오른다
산은 토실토실한
아버지를 먼저 받아들이고
그리고 사각사각한 나를
세월에 고루 익혀 다시 받아들이리라
토실토실한 감자안에
산이 있고 산속에 절이 있고
그리고 절속에 흙을 닮은
아버지와 해를 닮은 내가 앉아있었다
<<토실감자와 부자>>라는 시는 하나의 새로운 경계를 이루면서 우리앞에 나타난다. 시인은
토실토실한 감자안에
산이 있고 산속에 절이 있고
그리고 절속에 흙을 닮은
아버지와 해를 닮은 내가 앉아있었다
를 서두와 결말에서 반복하면서 감자, 산, 절, 해, 흙,아버지, 나를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려내고있다. 시속에서 감자, 산, 절, 해, 흙, 아버지, 나가 혼연일체를 이루면서 하늘 땅 인간이라는 우주의 질서를 이야기하고 있다하겠다. 감자속에서 파생되는 이미지가 시인의 상상력의 폭발성을 보여주는데는 아무런 무리도 없이 자연스럽다. 도옥시인의 <<감자>>는 감자라는 사물에 대한 묘사인것이 아니라 감자속에서 새로운 사물이 련속 태여난다. 이 새로운 사물들은 감자와는 너무나 이질저인 사물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인의 상상력의 막강성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사물들의 운동은 생명체의 활동 그 자체이다. 여기에 바로 일반시인들과는 다른 독특한 도옥시인의 예술추구가 있다. 시는 시적대상을 세워놓고 여러모로 설명하는것보다 시적대상속에서 새로운 사물이 태여나고 그 사물들의 운동속에서 또 새로운 사물이 산생하여 서로가 조화롭게 움직이게 하는것은 시의 한 비결이 아닐수 없다. 이런 수법은 우리로 말하면 낯선 수법으로 되며 우리 시가 거듭나기를 할수 있는 새로운 묘방의 하나이고 훌륭한 돌파구의 하나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신선한 충격을 주는 중견시인 도옥 김영건씨의 제3시집을 보면서 필자는 권두언에 이렇게 썼다
참 오랜만에 신선한 시집 한권을 보았다. 도옥 김영건의 시집《아침산이 나에게로 와서 안부를 묻다》이다. 시인이 체험하는 감성이 새롭다. 기성관념에 때묻지 않은 감성으로 필을 날리고있다. 그의 많은 시편들이 펼쳐내는 새로운 세계는 독자의 앞으로 흘러가면서 신선하고 신비로운 충격을 주고있다. 시종 새로운 사물들이 자유자재로 운동하면서 상상의 공간과 시간을 확충시키고있다. 기성의미속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의미망을 형성하고있다. 언어라는 기호로 새로운 뜻을 부여하면서 새로운 개념으로 숨을 쉬게 하고 새로운 소리로 말하게 하고 새로운 생명으로 움직이게 하고있다. 시인은 표현의 슬로건으로 시를 쓰고있다. 어떤 설명이나 해설이 필요 없다. 령활한 시적장치로 시를 리드해가면서 령적이미지로 자연과의 합일, 생명의 환희를 노래하고 존재의 리유를 확인하면서 독자들에게 음미의 향수로 시의 가치를 새롭게 맛보게 하고있다.
중견시인 도옥 김영건은 시의 새로움을 추구하는데 공력을 몰부어 성과를 올린 시인이다. 도옥은 시로서 시를 리드하고 시분과 주임의로서 시단을 이끄는 사람이라 하겠다. 그의 시는 기성리념이나 공리를 추구하는것보다 자아를 추구하는것이 주도적인것으로서 참신한 시의 풍경을 이루고있다. 앞으로 몬따쥬형식을 더 도입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이나 디지털 시를 추구하면 더욱 눈부신 발전이 있으리라 믿는다. 도옥 김영건시인의 새로운 대성을 미리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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