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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Ⅸ. 창조적인 대안
2008년 07월 18일 11시 06분  조회:3000  추천:100  작성자: 이승률
『원더풀 데이즈』

이승률 연변과학기술대학 대외부총장


Ⅸ. 창조적인 대안



간밤에 비가 그치는가 했더니 북경을 떠나는 날 아침에도 보슬비가 내렸다. 만개했던 목련의 하얀 잎들이 땅에 떨어져 빗물에 젖어있는 모습이, 마치 금새 사라진 영화(榮華)의 잔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에 서글픔이 묻어났다. 전신자 교수와 우리 내외는 조찬을 마친 후 서둘러서 체크아웃을 했다.

얼마있지 않아 연변과기대 북경 주재원인 박혜명 비서가 승용차를 갖고 우리를 픽업하기 위해 호텔로 찾아왔다. 전 교수는 오늘 연길로 갔다가 일주일 후 다시 또 북경에 나와야 된다고 했다. 북경대, 한국 극동문제연구소, 조선사회과학원 등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국제세미나 준비를 돕기 위해 평양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이와같이 국제세미나를 기획하고 조정하는 중개 역할을 벌써 10년이 넘도록 진행해 오고있다.

“ 전 선생이 없으면 아예 회의가 성립되지 않겠구먼”
특히 중국에서 북한이 참여하는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할 경우, 거의 대부분의 준비 작업을 조선족 엘리트들이 주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여성인력으로서는 전신자 교수가 가장 뛰어난 실력자로 평가 받고 있다.

공항으로 가는 도중에 전 교수를 차에서 내려주고 우리들은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북경대에서 4환로를 거쳐 서우두(首都)공항으로 접속되는 도시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도로 위에 횡으로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제한속도 표지판이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 주행속도를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차선에 따라 구별해 놓은 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편도 3차선인 공항로를, 1차선 주행속도 120-90㎞, 2차선 100-80㎞, 3차선 100-60㎞로 구별해 놓은 것이다. 중국인들의 실용정신과 유연성이 크게 돋보이는 교통규칙이었다. 사소한 일 같아 보이지만, 이런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한국의 고속도로에도 한번 적용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이 올림픽을 잘 치르기 위해 여러면에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박 비서가 어제 오후부터 오늘 아침까지 온 비가 사실은 인공 비였다고 알려주었다. 황사가 심할때나 대기오염치가 아주 높을때는 공기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가끔 강제 강우를 실시한다고 했다.

나는 최근에, 올림픽 출전이 결정된 외국 선수들이 해외전지 훈련장소로 개최지인 중국을 택하지 않고 한국 제주도에 많이 와서 연습하는 이유가 바로 공기 청정도 때문이라는 기사를 읽은적이 있어서 그 얘기가 실감나게 들렸다.

박 비서는 날씨가 덥고 비가 올지도 모르는 8월에 올림픽 대회를 개최하는 중국정부의 처사에 대해 매우 못 마땅한 심경을 토로했다.

“북경 날씨가 봄은 짧고 가을이 긴게 특징이예요. 9월 중순부터 10월의 북경 날씨는 하늘도 청명하고 공기가 아주 좋아요. 기온도 덥지 않고, 그땐 비도 거의 안와요. 1990년 북경 아시아게임도 10월초에 했었는데 10월 8일이나 또는 중국 국가 성립일인 10월1일 같은 날 개막식을 하면 오죽 좋겠어요?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 8분에 개막식을 한다고 하니, 중국 사람들이 아무리 8자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이건 좀 너무했다 싶어요.”

8자의 중국식 발음이 ‘빠’로 발성되는데, 이 말은 ‘ (대박이)터진다’를 뜻하는  発(發)와 같은 발음으로 들린다. 그래서 8자는 곧 부(富)를 상징하는 숫자가 되어, 최근 중국 사람들이 8자가 많이 들어가는 차량 번호와 핸드폰 번호를 구입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마디로 물질만능주의와 주술적인 미신행위가 합쳐진 천민자본주의 형태의 사회풍조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와같은 풍조를 민간 차원에 그치지 않고 정부당국에서 조차 용인하고 조장하는 듯한 분위기여서, 중국은 문자 그대로 용이 지배하는 미신대국인가 싶을 정도이다.

나는 중국이란 나라가 참 알다가도 모를 나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서우두(首都)공항 제3터미널에 거의 다 왔을 때 전신자 교수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조금 전에 이문 박사의 연락이 있었다고 한다. 이번 “동북아시대와 조선족사회” 출판발행죄담회가 국가기관에 알려지면서 ‘정협보(전국정치협상회의 관보)’에서 특별 인터뷰를 요청해 왔다는 소식이다. 나는 속으로“내가 뭐 특별난 사람도 아닌데...”하면서도 웬지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이 남으로부터 인정 받는다는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중국에 있어서 “전국정치협상회의”는 중국을 중국답게 유지하고 관리하는 최고도의 정치기술 메카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중국 주요기관의 언론매체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었다는 점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무척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때 얼핏 내 머릿속을 지나가는 단어가 바로‘협상’이란 단어였다.

“협상이란 무엇인가?”

나는‘협상’이란 용어를 무척 중시한다. 특히 5년전에 「Win-Win Paradigm」이란 책을 발간한 이후 가장 중요시 해왔던 전문 용어가 바로 ‘협상’이었다. (최근에 들어와 내가 줄 곧 강조하고 있는) 상생과 협동과 융합을 지향하는 통합윤리 시대에 즈음하여‘협상’이라는 용어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Key Word가 되고 있다. 표현이 좀 지날칠지 모르지만, (사람이 죽고사는 문제를 빼 놓고는) 이 세상만사가 다‘협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요즘 세상은‘협상’의 성공여부가 시장경제에서의 승패를 가늠하는 지렛대로 평가되고 있다.

모임에 가서 가끔 농담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이 세상에서 타협이 안 되는 두 부류가 있다. 그건 누구일까요?”

다들 이러쿵저러쿵 대답을 늘어놓지만 맞추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나는 천연스럽게 씩 웃고는 이렇게 대답한다.

“하나는 테러집단이고, 다른 한 부류는 교수들이지요.”
사람들이 왁자지껄 웃는다. 사실 이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테러단체와 교수사회는 독선적이고 자기중심논리에 강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이란 나라는 자고로 이 지구촌 사회에서‘협상’을 가장 잘해온 국가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그것이 정복과 지배논리를 위한‘협상’이란점이 오늘날 경영학에서 가르치는 상생논리의 협상론과 그 개념이 다를뿐이다. 아무튼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同化시키는 탁월한 협상의 능력을 갖춘 민족이 바로 중화민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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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의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창의적인 대안(creative option)’이 아니겠는가. 좋은 협상가란 상대의 요구(position)가 아닌 욕구(interest)에 초점을 맞춘 후 나와 상대의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께서 좋은 협상가가 되어서 세계를 그들의 품안에 끌어안는,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평화대국의 지도자들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생각이 여기에까지 이르자 나는 비로소 며칠 전 서우두(首都)공항의 제 3터미널에 첫발을 딛고 북경에 입경했을 때 느꼈던, 중국에 대한 경이로움과 두려움이 복합된, 자존심을 긁는 묘한 굴욕감 같은 것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마음에 차 올랐다. 비로소 중국을 대응하고 경쟁할만한 용기와 지략이 생겨났다. 그것은 결국 중국과 한국의 욕구(interest)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상생논리의 협상 즉, ‘창의적인 대안’을 찾아내서 그것을 선제공격하듯 과감하게 제안하고 베팅(betting)하는 ‘우정있는 설복의 능력’임을 깨닫게 되었다. 제 3터미널 신청사에 도착한 후 박혜명 비서를 돌려보내고 나서 우리 내외는 여유있게 출국 수속을 밟았다.

그러고나서 옷가게에 들려 손자들(준혁, 준호)과 손녀(지민)에게 줄 선물을 골랐다. 세 아이에게 똑같은 디자인의 2008년 북경올림픽 휘장과 글씨가 새겨진 티셔츠를 구입했다. 아이들의 옷을 고르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북경 올림픽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는 중국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세계평화 발전을 위해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리고 또한 이 일은 21세기 세계역사를 ‘삼족정립론’의 기초위에서 새롭게 구성하는 대 서사시의 서막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이것을 꿈꾸고 희망한다.”

* 본문은 편집자의 부득이한 삭제편집으로 상하문맥이 통하지 않는부분이 생겨 해독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에 필자와 독자들의 양해를 구합니다.-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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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연암
날자:2008-07-18 13:46:24
북경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그 마음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가운데 왜 8월 8일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선 오해가 계시는것 같습니다. 중국 정부에서도 올림픽개막일을 비가 적게 오는 9월로 해보자고 IOC와 여러차례 햅상을 했었는데 여러가지 원인으로 해서(그증엔 올림픽을 협찬하는 국제상사들의 주장도 포함) 8월에 진행하게 되였다고 합니다. 특히 올림픽TV중개특허를 따낸 미국의 일부매스껨엄체가 9월엔 미국의 스포츠행사가 많은데 북경올림픽과 시간적으로 겹치는 것을 극구 반대해서 9월 개최가 성사되지 못했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혹시 다른 독자들도 같은 오해가 있을가 우려되여 몇마디 대글을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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