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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지역의 경제성장률을 통해서도 그곳의 발전이 다른 지역에 비해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한 보도에 따르면 연변조선족자치주의 금년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9% 증가했다. 이는 금년 상반기 중국의 GDP 성장률 9.6%를 크게 웃도는 것일 뿐 아니라 중국의 31개 성·시·자치구 가운데 1위를 차지한 천진의 16.6%보다도 높은 수치다.
조선족동포들에게 있어서 발전하는 연변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실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선족자치주인 연변의 실질적인 주인으로서 해외에서 연간 1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돈을 송금하며 연변의 발전을 견인해온데 대한 자부심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갖가지 아픔과 설움을 견디어 냄으로써 숙명처럼 끌어안고 살았던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됐다는 기쁨을 확인하는 실증적 사례로도 받아들여 질 것이다.
▲ 번화한 연길시 로짠버스터미널 지역 | ||
이는 연변 출신이든 아니든 모든 조선족동포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일 것으로 생각한다. 대부분의 조선족동포들은, 연변이 지리적으로 중국 동북지역의 변방을 지칭하지만 지문화적으로는 조선족동포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일 뿐 아니라 문화의 중심이라는 사실에 대해 동의할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연변과 비연변으로 나누어 서로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지만 연변은 조선족동포들에게 있어서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마음의 고향인 것은 분명하다.
이방인인 필자 역시, 단지 조선족사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러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연변은 하나의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모든 조선족동포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삶의 터전으로서 조선족사회를 지탱해온 핵심지역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평소의 생각이 그런 감정에 기여했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방인인 필자에게는, 연변의 이러한 가치를 생각하면 할수록, 연변의 급속한 발전에 가려진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가 더 크게 느껴진다. 연변의 발전 속도에 비례해 조선족동포들의 위상과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연변의 발전은 그 자체로도 마땅히 평가받아야 하지만 조선족동포들이 그 중심에 서 있어야만 의미있다. 조선족자치주인 연변의 발전은 당연히 조선족사회의 발전을 추동하고 조선족동포들의 행복을 담보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연변을 방문하는 동안 발전하고 있는 연변의 모습은 쉽게 확인할 수 있었지만 조선족동포들의 위상은 작아지고 역할 또한 위축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연길시 신축천지교 | ||
창지투선도구개발계획과 연룡도일체화사업을 추진하면서 조선족동포들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크지만 대부분의 동포들은 아직 적극 나서지 않는 것 같다. 어디를 가도 사람은 넘쳐났지만 조선족자치주 주도인 연길시에서 조차 전체인구의 57% 이상을 차지한다는 조선족동포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거리에서도 시장에서도 조선족동포들은 이미 소수자로 전락한 듯했다. 실제 연변에 거주하는 조선족동포의 수가 호구를 근거로 한 인구조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던 염려가 기우가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현실에 대해 인식하면서도 대안을 마련하는데 소홀히 하며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조선족동포 중에는 연변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그동안 연변의 발전을 견인했기 때문에 연변의 발전은 응당 조선족사회의 미래를 보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조선족동포들은 연변에 대해 특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연변은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변지역의 지경학적 가치와 중국의 정책을 보면 이곳은 앞으로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할 것이 분명하다. 조선족동포들은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연변의 발전이 조선족사회의 발전을 견인하도록 하는데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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