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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의 곤혹
2011년 09월 14일 10시 51분  조회:2692  추천:2  작성자: 리명근
                                   “화이트”의 곤혹
                                                           리명근

     일전에 친구아들의 결혼잔치에 참석하였다가 산듯하고 눈부신 하얀 셔츠에다 고급넥타이까지 받친 양복차림을 한 점잖은분으로부터 덥석 손을 잡아주는 인사를 받고 멍하던 와중에 한참 기억을 더듬어서야 20여년전 국영기업이 파산되면서 막벌이로 고생하던 이웃임을 알아보게 되였다. 어렵게 지내는 이웃을 돕고저 한번은 단위의 총무과 과장을 꼬드겨 단위의 차고를 증축하는 자그만한 일감을 그한테 청부하도록 알선해준것을 잊지 않고 반기는줄로 알고 제나름대로 반갑게 인사를 받으면서 롱을 걸었다.
      “인젠 따궁(打工)신세를 영 벗어낫겠지?”
      롱담조가 분명한데 옛 이웃은 인차 얼굴이 지지벌개나더니 거칠게 한마디 내쏘는것이였다.
      “따궁같은 말을 하지도 마오. 빠이링(白领)생활을 한지도 십여년이 넘는다니!”
      그러고는 홱 돌아서서 어깨를 으쓱하면서 배포가 유하게 늘쩡늘쩡 결혼잔치석으로 들어가는것이였다. 내 롱담이 지나쳤을가?. 아마도 그전날의 막벌이삶을 두고 이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면 치욕으로까지 느끼고있는상 싶었다.
      “빠이링(白领)”은 우리 말로 옮겨놓으면 “사무직” 또는 “화이트(칼라)”로 일컫는다. 근년에 사회적으로도 “화이트”와 관련한 화제들이 본의를 떠나서 너무도 많이 거론된줄로 안다. 말하자면 “화이트족”에 이르자면 천문수자의 년로임에 호화로운 자가용은 물론 우아한 기품을 가진 별장까지 갖추고 매일 으늑한 정취가 흐르는 바에서 식사하는것… 등등의 “화이트”적격기준이 적지 않은 사람들의 심목에 굳어진상 싶다. 그러나 이처럼 “화이트”의 소비수준, 소득정도거나 생활양식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있는 사람들은 매우 많지만 도대체 “화이트”란 무슨 재간으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분들이냐에 대해서는 별로 흥미를 갖고있는것 같지 않다. 따라서 옛 이웃을 망라한 많은 사람들은 “화이트”의 개념을 두고 현대인들의 선진적이고 고급적인 생활방식의 일종으로 리해하고있는게 분명하다.
     가령 고로임계층의 기준으로 “화이트”를 규정한다면 사회적으로도 명망이 높고 로임도 괜찮다는 대학교 교수라 할지라도 진정 화이트의 문턱을 넘어설 사람은 매우 희소할것이다. 기업분야라고 할지라도 상장한 대회사의 “로쭝(老总)”부류에 휩쓸려야만 명실상부한 화이트로 인정받을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과소비계층, 과소득계층의 기준으로 화이트를 점명한다면 주식투기매매시장에서 한번의 기회를 다잡고 일조일석에 수백만, 수천만원을 딴 “벼락부자”도 “화이트”의 적임자로 점찍을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나 아랍추장국련방의 왕자일 경우라면 “화이트”의 “아버지” 아니 “할아버지”라고 해도 분수에 넘치지는 않을것이다. 경제개발정책의 힘을 입어 토지가 징용되여 고액의 징용비용을 받고 향후의 로후생활까지 담보되여 고급아빠트에서 여유작작한 삶을 꿈처럼 황홀하게 꾸미고있는 대도시주변의 농민들도 실로 화이트와 같은 생활을 누리고있어 정녕 화이트행렬에 보무당당히 들어섰지 않을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을 “화이트족”이라고 긍정할수 있을가?
     기실 “화이트칼라”란 업무를 수행할 때 신사복(흰색 셔츠)과 넥타이를 입은데서 비롯된 용어로 푸른색 작업복을 입고 육체로동을 주로하는 “블루칼라(蓝领)”에 대응된다. 그러하기에 “화이트”와 “블루”의 구별은 근근히 사업성격의 차이에서 생길뿐이다. 량자의 수입을 따져볼 경우 “화이트”의 로임이 꼭 “블루”보다 높은것은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 있어서 일부 트럭운전수들의 소득은 대학교의 일부 교수들보다도 높아서 생활도 교수들보다 못지 않게 윤택한 삶을 누리고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럭운전수는 “화이트”가 아니라 알짜배기 “블루”이다. 그러나 그들은 “화이트”보다 사회적신분이 떨어졌다는 자비감을 조금도 느끼지 않고 열심히 자기 삶을 엮고있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화이트”나 “블루”를 대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점 즉 “화이트”이든 “블루”이든 모두 자기의 신근한 로동으로 밥을 벌어먹고있다는 점이 망각되고있다. 대학교 교수가 밤을 패면서 과학적론증과 철리가 담긴 훌륭한 론문을 내놓는거나 농민이 일년사시절 비지땀을 흘리면서 알뜰히 농사하여 무공해쌀을 시장에 내놓는거나 모두 그들의 알찬 로동의 결실이 아닐수 없다. 물론 교수의 생활방식과 농민의 생활방식에는 구별이 있다지만 이런 차이점은 직업성격에 의한것이지 인격이나 신분의 고상여부에 의해 규정된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은 “화이트”와 “블루”를 두고 흔히 사회적신분의 구분으로 곡해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화이트”를 단순히 특권적신분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대명사로만 간주한다면 이런 “화이트”는 위진남북조시기의 “사족(士族)”과 같은 무위도식(无为徒食)의 벼슬아치들이나 청나라의 “팔기제자(八旗子弟)”와 같은 건달배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바로 이런 사람들을 사회의 흐름을 주도함에 있어서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날이면 우리의 사회는 인격평등의 리념을 앞세운 시대발전의 요구와는 갈수록 거리가 멀어져갈것이다.
     현대화하고 문명한 사회는 부자만이 판을 치는 사회가 아니다. 사회가 발전하고 물질적 및 문화적 수준이 높을수록 인간의 자유와 독립적인격이 보장되고 인간과 인간사이의 평등관계가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굳어진다. 물론 정신로동자를 일컫는 “화이트”를 사회발전을 추진함에 있어서의 중견력량으로 지목하여 그 힘과 능력을 최대한으로 동원시키는것은 과학적발전관의 리념에는 어긋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화이트”를 신분이 높고 특권이 있는 우위적인 계층으로 내세우는 날이면 우리 사회는 우리 말 속담에 이른 그대로 “한솥의 밥먹고 송사가는” 격이나“오추(五驺)에 다리를 드는” 격이 되여 결집력이라곤 없이 불안정상태에서 곤혹을 치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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