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홍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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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年松
2018년 05월 21일 10시 28분  조회:1541  추천:0  작성자: 방홍국
千年松
 
 
길가에 비술나무 버드나무
축 늘어져 뻘뻘 땀을 흘리고
황둥개는 처마밑에 기여들어
혀 드리우고 헐떡 대던 날
언덕위 천년송 삿갓아래 가면
제법 미풍마저 일어 왔다
 
김을 매다 소나기 밀려오면
동네서 놀던 병아리들은
쫑드르 암탉품에 숨어 들고
사람들은 우르르
천년송으로 몰려 갔다
얼마 못가
구름은 한무리 양떼같이
성자산넘어로 도망가기 바쁘고
해란강은 불어서 소리쳐 흐르고
우리는 짙어진 풀내음을 마셨다
 
어느새 새파랗게 하늘이 높아지면
봉숙이네는 천년송 오른팔에
그네줄 매여 달아
씨엉씨엉 굴러서
날으는 새를 차 떨구기도 했다
 
낮이면 천년송 찾는 발길이
동구밖까지 이어진다
혹은 합장을 하고
혹은 무릎을 꿇고
자식의 행복을
부모의 안녕을
자기의 용서를 빈다
 
서쪽하늘에 노을이 지고
마지막 사람까지 물러가면
조용히 다가가
귀를 댄다
그러면
천년의 숨결이 들린다
하늘님 말씀이 들린다
 
2018.5.18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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