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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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2011년 09월 02일 14시 40분  조회:3280  추천:3  작성자: 한오수
       산길을 걷거나 여행을 다니거나 벤치에 앉아 쉴 때나 잠시 홀로 있는 시간을 가질 때면 어느날 문득 인생의 가장 본질적인 의문에 부딪치게 된다.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가? 인생은 어디에서 왔고 또 어디로 가는가?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하는 등등의 가장 간단한 질문들이다. 이러한 의문과 질문은 문맥상 참으로 간단하지만 그 해답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석학들이 이 인생의 본질에 대해 깊이 연구해왔고 지금도 고민을 하고 있지만 명쾌하게 풀리지 않은 것이 바로 이 문제이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볼 수 있다고 말한 '갈매기의 꿈'의 저자 리챠드 버크도 생의 본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고뇌하고 있다.

  "가장 간단한 의문이 가장 심오한 질문이 될 수 있다. 그대의 집은 어디인가? 그대는 어디에서 왔는가? 그대는 누구인가? 그리고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으며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생각하라. 가끔씩 이런 것들에 관해 그리고 보라. 그대의 대답이 바뀌는 것을"

  이 간단한 질문과 문제에 대해 식음을 전폐하고 밤을 지새고, 고민하고 연구한다고 하더라도 시원한 정답을 얻을 수 없다. 거기까지가 우리 인간의 한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사람마다 인생관이나 생사관 가치관이 다르듯이 이 문제에 대한 해답도 각기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은 자신이 정한 그 해답과 기준을 가지고 자신의 한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 대한 공통적이고 변할 수 없는 진리는 다음과 같다. 우리 인간은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우리 인생의 본질은 한덩이 흙이다. 누가 인정을 하던 하지 않던 간에 그 본질과 진리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은 잠시 세상을 여행하는 나그네이며 산다는 것 자체가 깊은 고독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한덩이 흙덩이에 불과한 인생이 길지 않은 한 세월 살면서 잘났다고 우쭐되며 거만하게 흔들거리며 살아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본질 앞에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 이 땅에 올때에 아무것도 가져온 것이 없었고, 또 이땅을 떠날 때 아무것도 가져갈 것이 없는 단지 순례객인 우리가 잠시 이 땅에 살면서 이기와 탐욕의 노예가 되어서도 안된다. 돈과 재물과 명예의 주인이 되어야 할 우리가 노예로 낮아질 수는 없는 일이다.

  죽음이란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일임을 깨닫게 될 때 어떤 일이 참으로 가치있고 영원하며 어떤 일이 무가치하고 일시적인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잔치집에 들러 함께 즐기는 인생은 좋지만 초상집에 가서 나 역시 언젠가 멀지 않는 자리에 저렇게 반드시 관 속에 드러누워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의 본질에 대해 깊이 고뇌하며 삶을 사는 것이 이 시대 현자의 삶인지를 깨닫는 것 또한 중요하다.

  어느 현자가 말했듯이 오늘의 문제는 싸우는 것이고, 내일의 문제는 이기는 것이고, 모든 날의 문제는 바로 죽는 일일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읽은 자신은 어느 날 문득 이 인생의 본질적인 문제에 의문이 생길 때 먼저 자신의 가슴 속에 무엇이 살아 숨쉬고 있는가를 감지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정한 그 가치와 기준을 가지고 힘차게 살아가야 한다. 언젠가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흙 한 덩어리에 불과한 남들이 정한 인생의 본질에 대한 고정관념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배가 항구를 떠나려면 먼저 항구에 메어있는 닻줄을 풀어야 하듯이 내 마음 속에서 나를 붙잡고 있는 모든 관념과 사상에서 풀려나 인생의 가장 원초적인 질문 앞에 자유로워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 메어 있어도 안되고 고여 있어도 안된다. 멈추어서도 안된다. 출발했으면 뒤돌아 볼 필요가 없다. 오직 자신의 인생은 자신만이 지고 갈 수밖에 없는 단 한번의 인생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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