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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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과 고국, 그리고 조선족의 정체성
2007년 11월 09일 20시 41분  조회:6422  추천:466  작성자: 김범송
  중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조선족은 한민족의 일원으로 같은 조상을 가지고 있는 고국인 남북한과 경제 및 문화적인 면을 포함해 여러 가지 방면에서 불가분리적인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역사적인 원인으로 복잡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중국조선족은 중화민족이란 하나의 조국관을 가지고 있는 중국인이나 국적과 민족을 하나로 생각하는 고국의 한국인들과는 엄연히 다른 조국관과 고국 및 모국관을 가지고 있다.


  조국과 고국 및 모국은 비슷한 애정 및 감정유대를 가진 국가적 개념이지만, 분명한 차별과 뉘앙스가 있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조국의 개념은 조상 때부터 대대손손 살아오던 곳을 이르는 말로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중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조선족들에게는 중국이 엄연한 조국이 된다. 고국의 한국인들은 조선족들의 (중국)조국관 인식에 대해 난해하고 섭섭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중국국적을 가지고 중국국민으로서 중국법률을 지키면서 살아가야 하는 조선족들은 중국을 당연히 조국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한국(조선)은 조상의 뼈가 묻혀 있고 민족문화의 뿌리가 있는 곳이지만 그들에게는 고국으로 간주되지 조국으로는 되지 않는다.

 

  현재 고국에서 생활하면서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적지 않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많은 중국동포들은 엄연한 조국관과 고국관을 가지고 있다. 고국인 한국은 조상들이 대대손손 살아왔던 고향의 나라로 문화적인 뿌리와 역사적인 혈연관계가 얽혀져 있는 곳이지만, 엄연한 국적 때문에 민족성과 국적을 동일시하는 ‘한국국민’으로는 될 수 없는 것이다.

 

  조선족은 중국국적을 소유한 중화인민공화국 56개 민족의 일원에 속하는 소수민족이며, 한민족의 문화와 생활습관을 보유하고 있는 한민족의 일원인 조선족동포들은 최근 고국에 대한 대량 방문 및 불·합법체류를 통해 한국에서 경제적 부(富)를 이루고 있다. 이런 면에서 고국은 한민족의 문화적인 동질감과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곳이며, 아울러 언어가 통하고 문화의 근저인 고국은 많은 중국동포들이 ‘코리안 드림’을 실현하는 노다지의 땅이지만 고마움과 섭섭함이 교차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고국인 한국은 생소한 이방(異邦)이 아니라 한겨레이자 같은 핏줄의 동포가 살고 있는 매정하지만 허물없는 ‘친정’이기도 하다.

 

  또 다른 고국인 조선은 같은 사회주의국가이고 냉전시기에도 상호방문과 교류가 지속되었지만 개혁개방으로 시장경제를 일찍 접촉한 조선족동포들과 북한인들 사이에는 여전히 동포지정과 문화적인 유대감은 상존하는 반면, 삶의 가치관과 생활관념 및 이념적 차이가 현저히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생활고로 많은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연고로 북한동포에 대한 조선족들의 시각은 매우 복잡하며, 이해와 편견을 동반한 동정과 관심 및 기시가 공존해 오늘날 한국인들이 중국동포를 바라보는 시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조국이란 개념은 국가와 국민의 개념으로 국적과 태어난 곳을 강조하는 의미가 짙게 깔려있고 정치이념에 대한 충성까지 포함되어 있으며, 단순한 개념에서 조국은 공민으로서의 의무와 국가에 납세하고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는 국가적인 개념이다. 고국은 민족과 혈연의 의미를 많이 부여한 개념이고 선조의 고향으로 문화적인 유대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이다. 조선족들에게는 민족과 국가의 개념은 별개의 존재로 이는 역사가 남겨놓은 복잡한 정체성에서 기인되며, 따라서 엄연한 조국관과 고국관을 갖는 것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모국(母國)은 외국에서 자기나라를 지칭하는 조국을 뜻하며 조국과 같은 의미로 통하지만, 고국과는 좀 차별된다. 현재 일부학자들이 한국을 고국이자 모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 필자는 좀 견해를 달리한다. 물론 최근 일부 동포학자들이 고국인 한국(조선)을 ‘생모(生母)’로 중국을 ‘양모(養母)’로 주장하고 있어 조선족들이 한국을 고국이자 ‘모국’으로 인정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중국과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는 2~3세의 대부분 조선족동포들은 자기가 생장(生長)한 중국을 조국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 이처럼 모국은 엄연한 조국관과 고국관을 가지고 있는 중국동포들에게는 변수가 많은 국가적 개념이다.

 

  중국국적을 소유하고 있는 조선족은 엄연한 중국인이자 한국족의 일원으로 해외동포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조국관과 고국관 및 변수로 존재하는 모국관은 중국조선족만이 가지고 있는 민족특색으로 특유의 민족성과 국가관으로부터 형성된다. 특히 민족과 국가개념을 동일시하는 한국인들은 한민족이라 해서 모두 한국인이 될 수 없으며, 조선족이란 개념은 완전히 독립적인 민족개념이 아닌 중국국적을 가진 한민족에 대한 별칭으로 중국동포라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조선족은 중국국적을 가진 700만 해외동포의 한민족 일원이다.

 

  현재 중국공민으로 국가에 대한 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조국인 중국에 충성해야 하며, 동시에 조상의 뼈와 민족의 얼이 묻혀있는 고국산천을 동경하고 고국을 사랑해야 하는 것이 중국조선족들의 고민이자 딜레마이기도 하다. 한편 고국인 한국에서 한민족이면서도 이방인의 대우를 받고 있는 중국동포들의 현황에 대해 한국정부의 대책과 한겨레인 한국인들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국의 한국인들은 조선족들의 민족관과 국가관에 대해 역지사지의 차원에서 관용적인 사고가 소요되며, 다차원적인 너그러운 이해가 필요하다.


  요컨대 민족은 고유한 전통이고 문화이며 생활인 반면에 국적 및 국가관은 현상으로 정치적 의무이자 이념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현재 2~3중의 복잡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조선족들은 자기의 정체성과 민족성을 지키는 한편 조국(중국)과 고국(한국·조선)관계를 원활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조선족들의 현명한 인식과 슬기로운 선택이 필요한 이유이다.

                                                                                            -2007년 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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