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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 사실 그대로’를 보도하는 진실성과 보도자의 선입견이 가미되지 않은, 이른바 ‘가치중립’을 지키는 것이다. 가치중립이란 어떤 사물이나 대상이 지니는 중요성과 의의 및 역할에 대해 중립적 차원에서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만약 사건의 어느 한 일면을 과장하거나 주관적 이념을 가미한다면 시청자(독자)의 혼란과 착각을 초래하게 되며, 언론의 생명인 공정성과 신빙성은 상실된다. 최근 한국 언론이 일관하고 있는 편파적 對中 보도가 ‘가치중립’을 상실한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최근 베이징올림픽은 중국국력을 세계에 과시하고 중국문화와 애국심을 고양할 수 있는 ‘호재’로 각광받는 반면, 호사다마로 자연(인위)적 ‘악재’들이 중국대륙에서 연이어 발생했다. 금년연초 세계적 이슈가 된 남방폭설재해, 최근 서방 언론의 쟁점으로 부상했던 ‘티베트사태’, 5월 12일 사천성 문천(汶川)지진 발생은 마치 ‘화(재앙)는 홀로 오지 않는다(禍不單行)’는 속설을 입증해주는 듯하다. 일부 서방 언론들이 이런 ‘악재’를 이용해 ‘反中’기류를 조성하고 있는데, 한국 언론도 동참해 對中 편파적 보도를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서울에서 올림픽성화봉송활동 중 발생된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중국정부가 유학생을 배후조정’했다는 한국 언론의 편향 보도는 한중 네티즌 사이에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최근 한국의 지상파방송사들은 ‘티베트사태’ 과장보도와 함께 중국의 ‘인권’을 대거 거론하면서, 중국의 ‘올림픽개최국 자격’에 짙은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중국 사천성 대지진 발생 이후 일관되는 한국 언론의 편파적 보도는 자연재앙인 지진이 ‘인재(人災)’인 것처럼 왜곡되어, 한국의 시청자들을 오도(誤導)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대지진에 대한 한국 언론보도는 객관적 진실 여부를 넘어서 ‘악재’의 소극적 일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 언론에서 보도된 사망자수는 중국 언론보도와 상당한 편차를 보였고, 자연발생적 지진현상을 중국의 ‘자연환경 파괴’로 유발된 ‘인위적 악재’라는 인상을 각인시켜주고 있다. 한국의 방송3사가 시청률 높은 저녁 8~9시 황금시간대의 (중국지진)관련 뉴스에서는 지진발생 원인이 ‘중국정부의 장강삽협(三峽)댐 건설 때문’이라는 미국학자들의 ‘분석’을 그대로 옮겨와, ‘예고된 재앙(人災)’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지진참사에 대한 한국 언론의 편파적 보도는 아비규환의 ‘절망’ 속에서 울부짖는 이재민들의 모습이 크게 부각, 모든 중국인들이 여진과 ‘전염병’ 속에서 전전긍긍하고 실의 및 망연자실에 빠져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시종 재해현장에서 지휘해온 온가보(溫家寶) 총리를 비롯한 중국정부 노력과 무너진 건물 속에 깔려 있는 이들을 구원하기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사투를 벌이는 인민해방군의 감격적 장면, 13억 중국인의 자원적인 헌금과 헌신적 지원 및 ‘곤란 앞에서 절대 굴복하지 않는’ 국민성 등은 철저히 무시, 간과되었다.
한편 (지진)피해 참상과 ‘정부 불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국 언론은 국제사회가 재해지구에 급파한 구조대원과 의료진, 구호물품 원조와 물심양면의 지원은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실제 많은 한국인들은 중국의 자연재해에 동정하고, 한겨레 등 진보언론들은 보수적 주류 언론들과 달리 “중국 지진피해 지원에 적극 나서자”라는 사설을 발표했다. 한국방송사들이 “구호품 비리의혹으로 이재민 시위, 유혈사태 발생” 등 정부 부패와 관료 비리에 집착하는 것은 新정부 출범 후 ‘친미소중(親美疏中)’ 외교정책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 언론의 편파적 보도에도 불구하고, 안재욱·장나라 등 한류스타들은 지진피해지구에 기부금을 전해 한류 훈풍을 전하고 있으며, 한국 내 화교단체와 유학생들은 성금을 모금해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의 “조선족동포들 지진재해지구에 온정을 보내”는 주목받을만한 기사이다. 실제 연변대학 사생들은 지진피해자를 돕기 위해 몇 십만위안(元) 의연금을 헌납했고, 흑룡강성 조선족들도 180만위안 성금을 재해지구에 보냈다. 사천성 재해지구에서 살아 돌아온 한 조선족대학생은 1000위안 기부금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
이웃나라의 ‘재앙에 잘코사니를 부르는(幸災樂禍)’ 한국 언론의 경박한 언행은 모름지기 삼가야 한다. 또한 단일민족국가 시각으로 다민족국가 민족문제를 거론하면서 베이징올림픽 ‘비하’ 남발은 21세기 전략적동반자 ‘자격’을 상실하고 있다. 올림픽을 계기로 100만 교민이 중국에 진출하고, 현재 100만 중국인이 한국 체류·여행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좀더 중립적이고 적극적 보도자세가 요구된다. 최근 한국 언론이 편파적 보도로 ‘反中’정서를 확산시키고 있지만, 그에 따른 악과 및 이해(利害)득실을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방(友邦) 중국이 자연재해로 수 만 명 사망자를 낸 ‘악재’에 봉착한 것은 ‘순망치한’ 한국에게 결코 ‘행복한 일’이 못된다. 요컨대 이념이 가미된 편파적 보도는 국가간 우의를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국익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 ‘가치중립’이 상실된 언론보도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는 소수인 이익에는 부합되겠지만, 다수인(국민)을 오도하는 ‘악과’를 초래한다. 가끔 ‘남 잡이가 제 잡이’로 반전된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할 필요가 있다.
희망컨대 13억 중국인이 하나로 뭉쳐 자연 ‘악재’의 슬픔을 이겨내고, 힘들게 찾아온 ‘호재’·베이징올림픽을 잘 치르기를 내심 기대한다. 이 또한 대부분 한국국민들의 우방 중국에 대한 진솔한 축복이라고 믿어마지 않는다.
* 본문은 2008년 6월6일 『흑룡강신문』 주일특간에 발표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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