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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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월드컵 동반 진출, 축하한다
2009년 06월 19일 08시 11분  조회:4670  추천:149  작성자: 김범송

  꿈이 아닌 현실이 기적같이 발생했다! 남북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지구촌의 최대 축구잔치인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란히 올랐다. 남과 북은 중동강호 이란과 사우디를 물리치고, ‘죽음의 조’에서 1~2위로 월드컵에 동반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는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7회 연속 (월드컵)본선에 진출하는 동시에 ‘축구변방’인 조선(남자)대표팀이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고, 남과 북이 공동으로 만들어낸 축구잔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월드컵 역사상 분단국가가 동반 진출한 것은 1974년 (서독)월드컵에서 당시 분단된 동·서독에 이어서 두 번째이다.

  그동안의 월드컵(예선)에서 강세를 탔던 중동강호 사우디와 이란을 제치고, ‘약체’인 조선대표팀이 다크호스(黑馬)로 등장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1950∼60년대 조선(남자)축구는 아시아 최강 전력을 자랑했고,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는 유럽축구강호 이태리를 전승하면서 아시아 최초로 8강에 진출해 세계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그 후 조선축구는 국제무대에서 점차 존재감을 잃어갔고, 1998년~2002년 월드컵에는 출전을 포기했다. 금번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한국과의 홈경기를 두 번이나 중국 상하이에서 치르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다. 그만큼 역경 속에서 이뤄낸 쾌거이기에 더욱 값지고 괄목상대를 받게 된 것이다.

  조선대표팀에는 ‘인민루니’로 불리는 정대세(일본)와 홍영조(러시아), 안영학(수원삼성) 등 3~4명의 프로리거들이 있었지만, 박지성과 같이 유럽 최고의 명문클럽에서 뛰고 있는 월드스타들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11명’의 끈끈한 팀워크와 탄탄한 조직력, 국내파 골키퍼 리명국을 포함한 ‘철벽라인’이 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뛰어난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강한 정신력과 역경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강인한 의지가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을 꿈에도 그리던 월드컵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며, ‘기적을 창조’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어려운 경제적 환경과 여건 속에도 축구의 진면모를 보여준 조선대표팀이 ‘동병상련’의 연변팀에게 주는 계시가 크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다.

  금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라이벌이자 ‘동반자’인 남북 대표팀의 격전과 페어플레이 스포츠정신 속에서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조 내에서 가장 강력한 적수인 이란전과의 경기에서 남북 모두가 역경 속에서 이뤄낸 ‘값진 무승부’는 결과적으로 (본선)동반 진출에 중요한 작용을 했다. 일찍 ‘승자의 여유’를 찾은 한국이 끝가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두 경기(사우디와 이란전)에서 거둔 무승부는 결국 한국대표팀의 무패진출 쾌거를 이룩함과 동시에 같은 조의 조선팀의 진출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유럽스타’ 박지성이 뽑아낸 두 차례의 동점골은 천금 같은 골이었고, 이 또한 월드스타가 발산한 특유의 매력이다.

  지난 세월 남북관계가 반목과 질시를 거듭해오는 와중에도 국가대항전 종목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축구는 남과 북의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스포츠 가교’ 역할을 해왔다. 일제 강점기(1929~1946년) 서울과 평양에서 진행된 ‘경평축구’는 한민족의 의 동질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냉전시대를 경유하면서 1990년 10월에는 ‘남북통일 축구대회’로 부활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은 모두 9차례의 국제종합대회 개막식에서 공동입장을 이뤄냈지만,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개막식 공동입장이 결렬되었다. 이 또한 동반진출을 이뤄낸 남아공 월드컵에서 ‘코리아 형제’의 (성적)귀추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최근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실험 및 개성공단 존폐위기 등 급격하게 냉각된 남북관계 속에서 남북이 함께 이뤄낸 동반 진출은 긴장된 남북관계를 완화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았다는 점에서, 축하해야 함이 마땅하다. 남북이 나란히 본선에 오른 것은 1930년 초대 월드컵 우루과이 대회 이후 70년 만에 이룬 쾌거이며, 해외동포를 비롯한 7.700만 한민족의 (스포츠)경사이다. 또한 한민족의 동질성과 강인한 의지 및 정신력을 축구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요컨대 금번 월드컵 동반 진출은 경색된 작금의 남북관계 속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이뤄낸 스포츠 잔치로, 남북이 ‘하나’가 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겨루게 되는 유럽대표팀과 남미 강호들의 벽은 높다. 현재 남과 북에 모두 존재하는 골 결정력 부족과 ‘허점이 보이는’ 수비라인을 시급히 보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남과 북이 2002년 홈에서의 ‘4강 신화’와 아득히 먼 시대의 ‘8강 기적’을 하루빨리 잊어버리고, 머나먼 아프리카 남아공에서 새로운 기적(16강 진출)을 다시 한 번 이뤄내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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