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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등산문화
얼마 전 한국의 수도 서울은 중국·일본·태국 관광객들이 ‘1년 내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로 3년 연속 선정되었다. 천만 인구의 특대도시 서울의 매력은 도심을 흐르고 있는 한강, 수려하고 푸르른 산들에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환경과 밀접히 관련된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산을 유난히 사랑하는 한국인의 등산문화는 생활규범 속에 체화되었고, 대중화된 등산은 한국인의 중요한 생활문화이다. 최근 10년 동안 등산은 한국인의 생활체육 종목 중 1~2위를 차지하는 취미활동이다.
“오대산 소금강은 관동의 대표적 절경이며, 산중에 ‘관동 제1 명승지’ 구룡폭포가 있다. 소금강 등산 코스는 계곡물을 따라 이어졌고, 위험하고 가파른 곳에는 철 계단과 보호난간이 설치되었다. 이따금 길옆에 세워진 산중의 동식물 및 희귀나무 설명그림판이 보였고, 등산객이 계곡의 샘물을 먹을 수 있도록 설치된 수도설비가 있다. 산속에는 계곡을 가로지른 철다리난간과 공중전화·구급함이 설치되었고, 등산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발달한 등산문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이는 몇 년 전 강원도 구룡폭포 견학에서 체험한 필자의 등산 소감이다.
최근 한국등산지원센터의 등산실태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18~69세 인구 중 절반이 매달 1~2차 산에 오르며, 등산인구는 무려 1,800만에 달한다. 국토 64%가 산림이라는 자연적 조건과 주5일 근무제로 생긴 시간적 여유, 사회적인 ‘웰빙’ 붐으로 등산은 한국인의 국민운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편 IMF 외환위기 후 가장 급성장한 산업분야는 등산의류업체이며, 등산에 별로 ‘관심이 없는’ 신세대들조차 알바 수입으로 우선 마련하는 것이 등산의류다. 미상불 대중화된 레포츠로서의 등산 신드롬은 한국인의 생활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모 등산단체 홈페이지에는 ‘등산이 몸에 좋은 이유’가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등산은 젊게 사는 비결이며, 심신이 유쾌한 운동이다. 등산은 기분을 좋게 하며, 힘들게 할수록 성취감이 커진다. 등산은 심근을 단련시켜 강심장을 만들며, 심근경색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 등산은 폐 기능을 강화시키며, 폐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한다. 등산은 뼈를 튼튼하게 하고 관절 연골에 좋으며, 비만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한편 등산은 가족·친구 간 팀워크를 강화시키고, 바쁜 일상과 생활 속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특효약’이기도 하다.
가끔 헬기가 출동해 위험에 빠진 등산객을 구출하는 TV장면은 발달한 한국의 여가산업을 보여준다. 현재 대중운동 등산은 이미 범국민화되었고, 전 국민이 등산애호가로 불릴 정도로 주말이면 수많은 등산객이 전국의 산하를 누비고 있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한국인의 체화된 등산문화이다. 초면인 등산객들은 서로 친절하게 인사를 나누며, 여러 명이 함께 먹은 음식자리는 항상 깨끗하다. 또한 한사람 같이 비슷한 등산복장과 ‘전신무장’한 등산객을 보면, 단일민족 정체성과 올림픽·월드컵을 치른 스포츠 강국의 국민성이 감지된다.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한 것만 아니다. 가끔 TV뉴스에 보도되는 등산객의 추락 사고를 보면서 등산객의 안전보호 설치를 보강할 필요성과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등산’은 자제해야 한다는 노파심이 앞선다. 최근 봄철 등산객이 증가됨에 따라 국립공원 동식물이 피해를 입는 현상이 매스컴에 부각돼 아쉬움이 든다. 산중 약수터에서 샘물을 먹을 때마다 필자는 어느 지인이 들려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머릿속에 떠올린다. “한국인은 공용 바가지를 가신 후 물을 받아먹지만, 일본인은 물을 마신 후 나중에 바가지를 씻어놓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필자는 서울의 곽승지 박사와 북경에서 온 정인갑 선생님 두 분 부부와 함께 서울 관악산을 주파(走破)한 적이 있다. 몇 시간 동안 함께 등산코스를 오르면서 ‘지천(知天)’과 ‘이순(耳順)’을 넘긴 그들의 프로급 등산기량에 감복했고, 모처럼 번거로운 일상을 탈피해 산이 주는 향기와 매력을 향수하는 기회를 가졌다. 우리 일행은 4~5시간 동안 예정된 코스를 끝내고 아름다운 도시 과천에 도착, 시원한 막걸리와 맛있는 보쌈을 먹으면서 등산이 우리에게 준 희열을 만끽했다.
‘등산애호가’인 필자는 한국인들과의 등산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프로수준으로 산을 잘 타고 체화된 등산문화에 감복하며, 연세가 지긋한 여성분들의 지구력과 등산기능에 내심 감탄한다. 공기 좋고 오염이 적은 산속에서 잠시 ‘자연인’이 된다는 것은 자연으로 향한 인간의 회귀본능으로,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되는 아름다운 진풍경이다. 이 또한 수많은 등산객들이 타이트한 일상에서 벗어나 힘들지만 심신이 유쾌한 등산을 즐기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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