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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와 미국의 교차로에서~
김 광림의 버클리통신 (7)
한국의 중국 인명, 지명 표기법의 혼돈
북경올림픽에서 드러낸 혼돈의 극치
나는 작년 8월의 북경올림픽을 보면서 한국과 일본의 중국 지명, 인명에 대한 표기법을 음미해보았다.
그 당시 한국의 주류 미디어는 북경올림픽 주경기장을 ‘궈자티위창’, 그 애칭을 ‘냐오차오’라고 불렀는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중국어로는 ‘國家體育場’, ‘鳥巢’ 이니 ‘국가체육관’ ‘새 둥지’ 라고 한국어로 알기 쉽게 풀어서 부룰수 있는데 고유명칭도 아닌 것을 하필 한국 독자에게는 의미불명한 중국어로 불러야 하는가 말이다. 일본에서 같은 명칭을 어떻게 부르는가 관찰했더니, ‘국가스타디움’ ‘새 둥지’라고 풀어서 불렀고, 영어권에서도 ‘National Stadium’, ‘The Bird’s Nest’라고 불렀다. 북경올림픽 기간 이런 식으로 외래어도 아닌 의미모호한 용어를 사용한 나라는 아마 드물 것이다.
한국에서는 1989년부터 현대 중국의 인명, 지명을 중국어 표기에 따라 부르고 있다. 이것은 1986년에 당시의 한국 문교부가 고시한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중국의 인명에 대하여 1911년의 중국의 신해혁명을 기준으로 하여 그 이전에는 한국의 한자음으로, 그 이후에는 중국어 표기에 따라 부르기로 하고, 중국의 지명에 대하여서도 역사적 지명은 한국의 한자음으로, 현재의 지명에 대해서는 중국어 표기대로 부르기로 규정되어 있다. 일본의 인명, 지명에 대해서는 과거와 현재의 구별이 없이 일본어 표기대로 부르기로 되어있다.
그러나 중국 인명, 지명에 대한 이상의 규범은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의 특성과 한국의 한자음의 역사적 가치를 충분히 고려치 않은 면이 있고, 그 때문에 사용과정에서 혼돈이 잘 빚어지고 있다. 북경올림픽 주경기장을 ‘궈자티위창’, ‘냐오차오’라고 부르는 점이 이러한 모순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언론 매체에서는 중국의 꼭 고유명사가 아닌 단체명칭이나 시설명칭도 원음으로, 예를 들면 ‘환츄스보’ 라거나 ‘궁런체육관’이라는 식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환구시보’(環球時報) ‘노동자 체육관’ 이라고 부르는 것이 알기 쉽다. 중국과의 체육경기를 보고할 때도 중국팀의 명칭이 고유명사가 아닌데도 원음으로만 표기하니 독자들이 무엇이 무엇인지 이해조차 하기 어렵다. 이러한 혼돈은 한국의 중국 인명, 지명의 표기과정에서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문제라 볼 수 있다. 한국은 중국의 한자를 독자적인 한자음으로 수용하여 사용한 전통이 있는데, 현대의 중국 인명, 지명을 너무 지나치게 중국어 원음대로 받아들이느라면 한자음의 전통 가치가 무색해질 우려도 생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젊은층을 상대로 한 “삼국지” 만화에서는 그 속의 인명과 지명을 중국어 발음대로 표기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예를 더 들면, 2007년에 중국에서 달탐사로켓 ‘嫦娥1호’를 발사했을때 한국에서는 ‘창어1호’ 라고 표기했는데, ‘상아’의 전설은 한국의 고전에서도 알려진 이야기이기에 ‘상아1호’ 라고 부를수 있는 명칭이고 그것이 한국사람들에게 알기도 쉽다.
일본에 대해서 인명과 지명을 일본어 원음대로 부르는 것은 기본적으로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지나친 현상을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경단련’ 이라고 하는 일본경제단체연합회의 약칭을 ‘게이단렌’이라 하고 ‘시사통신’(時事通信)을 ‘지지통신’ 이라고 일본어 원음대로 부르는 것이 합리적인 일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일본, 조선, 중국 조선족은 한자음을 고수
그럼 일본에서는 중국의 인명과 지명을 어떻게 부르고 있는가? 일본에서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인명과 지명을 일본의 한자음에 따라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모순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작년 여름의 북경 올림픽 보도에서 보면 일본 TV에서는 중국 선수들의 이름을 텔레비전 화면에서 영문으로 표시하면서도 아나운서는 일일히 일본식 한자 발음으로 고쳐서 불렀다. 국제스포츠대회에서 중국선수는 자기 이름을 영문으로 표시하고 나오는데 일본에서는 그때마다 일본식 한자음으로 고쳐서 부르고 있다. 스피드가 요구되는 현대사회에서 이런 번거로움도 문제가 아닐수는 없다.
일본에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의 얘기에 의하면, 일본에 있을 때는 중국의 인명과 지명을 일본어 한자음으로 익혔는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중국어 원음대로 표기하니 이해가 힘들다고 한다. 이와 같이 무조건 중국의 인명, 지명을 자국의 한자음으로 부르는데도 일종의 모순은 존재한다.
이러한 모순을 느끼기에 내가 2005년에 일본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고 나리타공항에서 중국 광주의 백운 (白雲)공항으로 가는데 비행기 안에서 도착하게 되는 공항의 명칭에 대하여 일본의 한자어 발음인 ‘하쿠인’, 중국어 발음인 ‘빠이윈’ 이라는 두 명칭을 혼용하고 있었다. 일본의 “아시히신문” 에서는 최근년에는 현대중국의 인명에 관해서는 중국어 표기법에 따르려고 하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일본에서는 아주 소수이다.
조선(북한)에서는 중국의 인명, 지명을 어떻게 부르고 있느가? 조선에서는 중국의 인명, 지명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한자음으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중국의 수도인 ‘북경’에 대해서는 ‘베이징’이라고 부르고 있다. 상대 국가의 수도라는 의미에서 원음으로 부르는지 모르겠다. 조선의 항일빨찌산들의 회억록을 읽어보면, 중국 만주의 지명에 대해서 사람에 따라서는 한자음으로, 또는 원음으로 적은 경우도 보인다. 조선에서도 중국의 인명, 지명에 대하여 자로 재듯 하나로 통일하기 힘든 것 같다.
중국 조선족은 중국에서 살고 있지만 중국의 인명, 지명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한자음을 따르고 있다. 1980년대에 중국 조선족 사회에서도 한글과 한자를 혼용하여 사용하자는 의견이 나온 적이 있지만, 혼용을 하면 중국속에 사는 상황에서 조선어의 정체성에 혼돈이 생긴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한글전용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 조선족의 언어환경에서는 주류언어인 한어(중국어)에서 수시로 새로온 용어를 받아들이어야 한다. 그 때마다 힘들지만 원음대로 표기하면서 외래어가 아니고 조선어로서 번역하여 받아들이고 있다.
그럼 입장에서 보면, 모국인 한국에서 조선족의 이름을 중국어 발음에 따라 부르고, ‘연변’을 ‘얜뺀’이라 하고, 한국 근대사에서 너무나 잘 알려진 ‘용정’마저 ‘룽징’이라 부를때에는 우리가 왜서 조선어를 지켜야하는지 하는 회의감마저 든다.
보편성이 없는 원음주의
얼핏보면 한자문화권외에는 세계에서 원음주의가 보편성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각 나라마다 철저한 원음주의보다 자기들이 부르기 쉽게 부르고 있다.
서양의 예를 들면, 프랑스의 수도 ‘파리(Paris)’에 대하여 영어에서는 ‘페리스’, 독일에서는 ‘파리스’, 이탈리아에서는 ‘Parighi’ 라고 하여 원음으로 통일 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작곡가 ‘모차르트(Mozark’에 대하여 영어에서는 ‘모우자아트’, 프랑스에서는 ‘모자아’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유럽화페인 ‘유로(Euro)’에 대하여서도 영어에서는 ‘유로’이지만, 독일에서는 ‘오이’, 프랑스에서는 ‘외로’, 이탈리아에서는 ‘에우로’ 라고 부른다 한다.
영어에서의 중국의 지명 호칭에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할수 있다. 영어에서는 아직도 중국의 ‘북경’을 ‘Peking’, ‘남경’을 ‘Nanking’이라 하고, ‘청도맥주’라는
‘청도’를 ‘Tsingtao’, ‘청화대학’이라는 ‘청화’를 ‘Tsinghua’ 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현재 중국어 발음과 일치하지 않으나 관습을 존중하여 그대로 부르고 있고, 중국에서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의 중국 인명, 지명에 대해서는 한국의 한자음으로 부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서는 원음으로 부르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의 중국 인명, 지명에 대한 원음주의 표기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반대의견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에서 한국의 인명, 지명에 대하여 중국어 발음에 따라 부르는데 하필 한국이 중국의 인명, 지명에 대하여 상호주의를 포기하면서 중국어 원음에 따라 불러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존재한다.
(2009년11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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