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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와 미국의 교차로에서~
김 광림의 버클리통신 (13)
미국에서 느끼는 중국,한국,일본
달라지고 있는 중국의 위상
국제사회에서 동아시아의 존재감이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다. 세계에서 사람, 물자, 정보가 많이 모이는 미국에서 동아시아의 나라들이 각각 어떠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지 관찰해보는 것은 동아시아의 금후의 미래를 전망해보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음직하다.
미국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은 극히 크다고 할수 있다. 미디어에서는 중국에 관한 보도가 눈에 띄우고 있고, 국제정치에서 미국과 중국의 2극체제라는 의미의 「G2」라는 생소한 용어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중국제품은 여기에서도 일상생활에 보편화되어 중국제품없이는 기본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곧 잘 들린다.
미국에는 350만명을 넘는 중국사람들이 살고 있고, 중국사람들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각지에 차이나타운, 중국계쇼핑센터가 설치되어 있고, 미국에서 중국레스토랑이 없는 도시를 찾기가 힘들 정도이다. 중국 유학생수도 인도다음으로 많다고 하는데 약 60만명이 되는 외국 유학생중에서 중국 유학생이 8만명 이상에 이르고 있다. 미국의 IT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연구개발자중에는 인도인과 중국인이 제일 많다고 한다.
나는 금년 2월에 미국서부지역을 여행하면서 중국에서 온 여행객이 유난히 많은 것을 보고 정말 감개스러웠다. 내가 방문한 라스베가스, 그랜드캐니언, 로스안젤스, 샌디에고 등 도시와 관광지의 어디에도 중국 단체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고, 마침 설기간이었기에 라스베가스의 호텔과 시내 도처에 중국식의 붉은 초롱을 내걸고 한자로 쓴 춘련을 붙혀놓았다. 중국계 여행사 관계자들의 얘기에 의하면 미국의 뉴욕, 위싱턴 같은 도시에 가면 더 많은 중국관광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20여년전만해도 중국인의 외국여행이 극히 드물었는데 이제는 세계의 거의 어느나라에도 중국인들이 여행을 다니는 시대가 도래했고, 중국하면 돈이 많고 잘사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국제사회에서 퍼지고 있다.
그런데「Made in China」라는 상품이 도처에 널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고유의 브랜드상품이 아직까지는 적은 것도 현실이다. 이런 현상은 중국경제발전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중국의 산업화는 이제부터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약진하는 한국의 모습
미국에서는 한국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반핸드폰은 약 절반정도가 삼성, 엘지의 제품이고 일본메커의 핸드폰은 찾기조차 어렵다. 일본 핸드폰메커 제품은「가라파고스현상」이라고 불릴만큰 국내시장에 몰려있다가 해외에서는 완전히 한국회사들에 선점을 당하고 있다. 단지 최근에 애플과 구글의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핸드폰시장에서는 한국회사들이 다소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텔레비,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도 일본제품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던 시대는 사라지고, 한국제품이 일본제와 비슷하거나 오하려 그 이상의 시장점유률을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도 한국차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어, 거리를 다녀보면 현대, 기아의 간판이 붙은 차를 찾기가 어렵지 않다.
미국에 유학하고 있는 한국유학생수는 약 7만명이라 하는데 수자상으로는 인도, 중국에 이어 세번째이지만, 한국의 인구규모로 말하면 상당히 많은 수자라 할 수 있다.
미국에는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가지고 미국에 정착한 한국인이 약 140만명 있고, 한국인 특유의 민족성과 단결력을 바탕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다. 로스안젤스에는 한국의 시가지와 별로 다르지 않은 거대한 코리아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2007년7월에 미국 하원에서「종군위안부문제의 대일사죄요구결의」가 가결된 배경에도 한국계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행사되었다고 알려져있다.
다만 한국요리는 상당히 좋은 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 미국에서 중국요리나 일본요리처럼 보급되지 않고 있다. 요리도 결국 국가의 이미지와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한국요리(한식)의 세계화는 이제 시작이라 볼 수 있다.
좋은 이미지를 남기는 일본
중국, 한국이 미국에서 존재감을 키워가는데 비하면, 일본의 존재감은 오히려 약간 축소되고 있는 느낌이다. 때마침 도요타자동차의 리콜문제가 클러즈업하여 일본제품의 안전신화가 문제시되고 있다. 미국에서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이 비교적 단결하고 모국과의 관계를 끈끈하게 유지하고 있는데 비하면, 일계인(日系人)이라 불리우는 2차대전이전에 미국에 이민하여 정착한 일본사람들과 그 후손들은 모국과의 관계가 느슨하고 자체적인 네트워코가 그리 강해보이지 않는다.
일본학생들의 미국유학도 2000년대에 들어서 감소되어가고 있다. 최근에 하버드대학교 총장이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다른 아시아 나라의 학생들이 하버드대에 많이 유학하는데 비하면 일본유학생은 손꼽아 헬수 있을 정도로 적다고 지적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대학가에서 중국과 한국에 비하면 일본유학생수는 현저히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미국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일본의 저력도 만만치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거리를 달리는 승용차를 보면 일본차가 유난히도 많아, 10대의 승용차가 있다면 아마 5, 6대는 도요타, 닛싼, 혼다 등 일본차들이다. 최근에 도요타자동차의 리콜문제가 발생하여 일본차의 이미지가 흔들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자동차만큼은 어느나라도 일본의 아성을 쉽게 허물기 어려울 것 같다. 카메라, 프린터 등 광학관련제품을 보면 일본제의 우세는 자명하고, 일상생활에서 잘 관찰안되는 전자부품, 정밀기기에서도 일본산업의 파워는 아직도 막강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일본요리가 건강식품으로 아주 환영을 받고 있어, 때로는 중국요리이상의 취급을 받고 있다. 그 때문에 한국인, 중국인들이 경영하는 짝퉁 일본레스토랑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요리라 하여도 별 것은 아닌데 나라의 이미지가 좋으니 요리의 인기도 동반상승하는 것이다.
현재는 많이 식어있지만 80년대경에는 미국에서 일본의 존재감이 크게 늘어나고 일본이 상당한 붐을 이루었던 것이다. 일본말 속담에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다싶이 미국내에서 중국과 한국의 존재감에 다소 가리워지는 면이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으로 불리우는 일본의 파워는 결코 무시하기가 어렵다고 생각된다.
미국에서 동아시아의 중국, 한국, 일본의 존재감을 살펴보면서, 동아시아를 전체적으로 볼 때 그 존재감은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느낀다. 동아시아 국가사이가 보다 더 가까워지고, EU와 같은 공동체를 형성해나갈 때 이 지역의 가능성은 더욱 열려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해본다.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2010년5월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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