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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와 미국의 교차로에서~ 김 광림의 보스턴통신(3)
기차로 횡단해본 미국(3)
중부의 곡창지대
7월27일 오전 6시반경에 기차에서 깨어나서 차창밖을 내다보니 양측에 끝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 강냉이밭과 콩밭이 펼쳐지고 가끔 가다가 마을과 도시, 곡물가공소가 보인다. 서부에서 보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중부의 풍경이 파노라처럼 펼쳐졌다. 서부와 중부사이에는 시차도 2시간이나 났다. 나는 기차를 타고 미국 중부의 풍경을 직접 보기전에는 중부지역도 건조하고 땅이 메마른 가운데 강냉이나 밀같은 곡물을 재배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실지 제 눈으로 본 풍경은 상상해보던 이미지와 전혀 달랐다. 완전히 녹색으로 뒤덮인 대평원이었다. 실은 전날 저녁에 도착한 콜로라도 주의 주도 Denver를 지나면서부터 Great Plains라고 불리우는 미국 최대의 대평원지대인데 밤중에 지나다니 그 사이 기차가 통과한 콜로라도주와Nebraska주의 대평원은 거의다 보지 못했다. 아침에 깨어나서 처음 본 중부 대평야의 풍경은Nebraska의 주도인 Lincoln을 지난 직후인 것 같았다. 오전 7시반경에 Nebraska주의 최대의 도시 Omaha에 기차가 도착하였다. 인구 40만 정도된다는 Omaha시는 내가 중부에서 처음 본 큰 도시였는데 벽돌건물이 많은 것이 서부지역의 도시들과 외관이 달랐다. 서부지역의 도시들에서는 벽돌로 지은 건물이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았다.
오전 10시경에 아이오와주 경내에 있는 Creston이라는 역에 도착하였다. 이 지역부터 주가 바뀌어 아이오아주 경내를 기차가 달리고 있다. 창밖의 풍경은 아침에 일어나서 본 것 같이 대평야에 줄곧 강냉이와 콩밭이 지평선 끝까지 이어지고 그런 밭들사이에 수목이 우거지고 가끔 자그마한 구릉이나 소택지가 보이며 또 간간히 마을과 도시, 목장이 나타난다. 말로 이루 다 형언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대곡창지대이었다.
오후 1시경에 큰 강이 나타나고 소택지가 많이 보였는데 Mississippi강 지류같았다. 3시경에 아이오와주의 Burlington역을 지나자 아주 큰 강이 나타나고 기차가 철교로 강을 통과하였다. 지도를 보면Mississippi강이 틀림없었다. 한여름의 우기여서 그런지 강물이 많이 불어나 제방뚝 정상까지 물이 거의 차 올랐다. 미국 중부의 곡창지대는 바로 Mississippi강이나 Missouri강 같은 큰 강들이 있어서 가능한 것 같다. 대평야에 습윤한 기후, 그리고 수원이 보장되기에 곡창지대로서는 천혜의 조건을 다 갖추었다.
기차는 오후 3시40분경에 일리노이주의 Galesburg역에 도착했다. 이 역에 도착하기 직전부터 기차가 일리노이주 경내를 달리고 있었다. 일리노이주에 들어서도 가도가도 끝없는 대평야이고 곡창지대가 줄곧 이어졌다. 오후 6시20분경에 일리노이주의 Naperville라는 역을 지나면서부터 시카고의 도시권에 들어서 밭들이 보이지 않고 시카고 외곽의 도시들이 이어졌다. 오후 7시 직전에 끊내 종점역인 시카고에 도착하였다. 기차가 예정시간보다 약 한시간 반이나 늦게 시카고에 도착하였다. 25일 오전 10시경에 캘리포니아의 Emeryville역을 출발하여 27일 저녁에 시카고에 도착하기까지 약 53시간이 걸렸다. 26일 저녁 9기경에 콜로라도주의 주도 Denver를 통과하여서부터 종점인 시카고까지 중부의 대평야를 기차가 달린 시간을 계산해보니 약 22시간이었다. 대단히 큰 평야이고 거기가 거의다 곡창지대이니 미국 농업의 저력이 새삼스레 느껴졌다. 내가 이번 기차로 미국횡단 여행을 마치고 나서 제일 인상이 남은 구간도 중부의 대평야이다. 가도가도 끊없이 강냉이와 콩밭이 보이고 기타작물이나 목초지가 보였다. 내가 특히 중국 연변의 농촌출신이기에 이런 곡창지대에 관심이 컸을 수도 있다. 그래도 식량문제는 인류의 제일 중요한 관심거리이고 이만한 거대한 곡창지대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저력을 장래에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에서 2006년 7월에 할빈에서 장춘까지 차로 달리면서 동북대평야를 본적이 있는데 그 때도 가는데마다 강냉이밭이었다. 미국 중부지역의 자연환경이나 풍경이 그 때 본 중국 동북지역과 비슷했다. 자세히 보면 미국 중부지역이 습윤하고 수원이 더 풍부한 것 같고, 중국보다 인구밀도가 적으니 대평야가 더 유족해보인다. 대평야를 지나면서 보니 이 지역 농촌의 풍요로움이 눈에 띄었다. 어디가도 마을들이 녹음으로 둘러쌓이고 농민들이 여유있게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시카고대학방문
7월28일, 하루 동안 시카고대학교를 방문하기로 했다. 내가 작년에 UC 버클리의 동아시아연구소에 방문학자로 오는 과정에서 추천을 해주신 시카고대학교 최 경희교수 (한국문학전공) 을 만나보고, 겸사하여 시카고대학교를 견학하기 위해서였다. 시카고대학교는 전세계 대학평가에서도 항상 7위정도에 들어가는 세계적인 명문대학교이니 시카고를 거친던 김에 꼭 들러보고 싶었다. 시카고대학교 출신중에서 노벨상 받은 사람만도 80여명
이라 하고 경제학분야에서는 항상 세계1위로 평가받고 있다.
28일 오전, 시카고시내의 숙박한 호텔을 나와 전차를 타고 시카고대학교에 찾아가서 최경희교수를 반갑게 만나고, 최교수가 대학 구내의 지하에 있는 미로처럼 복잡하고 큰 서점을 안내해주면서 이 서점이 시카고대학교의 명물중의 하나라고 설명해주었다. 역시 대학교와 책은 떼놓을 수 없는 관계이다. 대체 큰 대학교들은 다 자체의 서점을 가지고 있다. 그 다음 시카고대학교의 동양학연구소 부설박물관을 안내해주었는데 주로 이집트, 중동지
역의 문물이 소장되어 있었다. 놀라운 것은 대학교박물관인데도 미이라가 7구나 전시되어 있었다. 시카고대학교는 이집트, 중동의 고대사 연구에서 세계적인 선도적인 지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교회관에서 최교수의 주선으로 중국출신의 교수, 미국인 중국학 교수와 점심을 하면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약간한 학문적인 대화를 영어, 중국어,한국어를 섞어가면서 나누었다.
오후에는 시카고대학교 캠퍼스를 구경하였다. 시카고시내의 남부에 위치한 캠퍼스는 기복이 없는 평평한 대지위에 있었는데 건물들이 아주 멋지고 건물들 사이에는 수목이 우거지고 캠퍼스전체가 아주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주요건물들은 19세기 후기에 지어졌는데 서양 중세의 고딕건축양식을 복고풍으로 지은 Gotic Revival 건물이 많았다. 이런 건물들은 벽을 석회암으로 짓고 조각물이 많이 달려있으며 지붕도 뾰족하게 치솟아 전체적으로 장중한 감을 준다. 영국의 옥스포드대학교, 켐브리지대학교의 건물양식을 본받아 지은 것이라 하는데 내가 서부의 대학교 캠퍼스들에서 거의 보지 못하던 풍경이었다. 역시 서부지역은 미국에서도 좀 특이한 지역이고 중부에 들어서니 시내건물도, 대학교 건물도 여기가 서양같구나 하는 느낌을 주었다. 미국의 도시들은 일반적으로 그리 잘 정돈된 것이 아니고 어지러울 때도 있는데 대학교캠퍼스들은 완전히 별다른 세계이다. 보통 어디나 잘 정돈되고 공원같이 깨끗하다.
오후에 캠퍼스를 구경하고 시간이 남아서 도서관에 들러 장서들을 구경하고 몇시간 열람실에서 공부를 했다. 주로 동야학에 관계되는 장서들을 둘러봤는데 장서가 많은 것도 놀랍거니와 동양학 도서들은 다 한 곳에 모아놓고 있어 책 찾고 보는데 아주 편리하다. 미국의 도서관에서는 중국, 한국, 일본의 책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동양학도서관이 있거나 전문도서관이 없어도 보통 한 곳에 모아놓는다. 때문에 미국의 명문대학교에 오면 오히려 중국,한국, 일본보다 동양학 도서들을 찾아보는데 더 편리할 때가 많다. 동아시아의 대학교들에서는 동양학에 관한 책들을 한 곳에 모아놓지 않다니 책 찾는데 품이 많이 든다.
저녁에는 최교수의 초청으로 한국 연세대학교에서 방문연구 온 연구원과 같이 최교수의 자택을 방문하여 저녁식사를 하면서 세상돌아가는 얘기를 재미있게 나누었다.
시카고시내구경
29일에는 낮에 혼자서 시카고시내 구경을 하였다. 수선 유람선을 타고 시카고 시내를 흐르는 강과 Michigan호 관광을 하였다. 시카고 시내는 가까이에서 보면 복잡하고 비좁아 보이는데 유람선을 타고 Michigan호에서 멀리서 바라보면 정말 멋지다. 시카고는 세계적으로 고층건물이 많은 도시, 그래서 고층건물의 갤러리라고도 불리우는데 멀리서 바라보면 도시모습이 아름답고 고층건물들이 한데 어울러져 이루는 건축라인이 종합예술품같기도 하다. Michigan호는 호수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너무 커서 끝이 거의 안보이고 파도가 바다처럼 크게 일어난다. 시카고주변에 있는 5대호의 면적만도 미국의 주 두개 정도의 크기에 맞먹는 것 같다.
유람선 여행을 마치고나서 이번에는 시카고에서 제일 높은 건물인 Willis Tower를 구경하였다. 이 건물의 높이는 442m (첨단부분까지 합치면527.3m) 이고 한때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라 불리웠다 하는데 현재는 초고층 건물이 하도 많이 지어지니 세계최고층 순위에서 많이 밀린 것 같다. 그래도 전망대에 올라서니 시카고 시내만이 아니라 중부지역의 대평야가 멀리까지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왔다.
시카고 시내구경으로 마지막에 들른 것이 시카고미술관이었다. 미국의3대 미술관중의 하나로 꼽히는 미술관인만큼 볼만한 전시품이 많았다. 중국의 청동기나 도자기중 일부는 중국에서도 보기 어려운 국보급의 제품이 진렬되어 있었다. 이집트나 중동지역의 문물들도 볼만했다. 특히 관람객이 많아 모이고 나도 크게 감명을 받은 것이 유럽근대미술 전시실이었다. 말로 많이 들어왔고 간혹 일본에서 유럽미술전시회에서 일부작품을 본적이 있는데 시카고미술관에서는 이런 유럽의 근대미술작품을 한번에 대량으로 볼수 있었다. 고흐의 작품도 여러 폭 있고, 프랑스의 인상파 작품은 대량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하나하나 보는데 많은 시간과 정력이 필요하였다. 그 외에도 미국현대미술전시관에는 대량의 현대미술작품이 있어 미국 현대미술의 흐름은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왜 이름있는 도시들은 대체 유명한 미술관을 가지고 있는가? 결국 이런 미술관들이 그런 도시의 정신적인 GNP를 높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시카고 시내를 하루 둘러보면서 관찰하니 전철, 지하철 같은 도시 인프라기반이 노후해보였다. 미국의 전성기에는 다 좋아보였겠으나 이제는 동아시아 나라들의 발전이 너무나 빠르니 도시만 보면 미국의 우월한 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성급한 사람은 그래서 이제 미국은 정말 볼 것이 없다는 글도 쓸 수 있는데 기차로 미국을 횡단해보면서 풍요로운 대지를 많이 본 나에게는 미국의 저력은 그런 도시만이 아니라 드넓은 대지속에서 찾아보라고 권고하고 싶다.
(2010년9월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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