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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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패기와 사나이 (김관웅51)
2007년 03월 11일 10시 36분  조회:3802  추천:77  작성자: 김관웅

패기와 사나이

김 관 웅


 물론 인간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의식주,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선 자신의 신체를 보존하고자 하는 자연적인 욕망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인간은 근본적으로 동물과 구별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이러한 자연적인 욕구와 더불어 다른 인간의 선망에 대한 욕구, 즉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를 갖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은 하나의 “인간으로서”, 즉 어떤 가치나 존엄성을 지닌 존재로서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이러한 인간으로서의 가치욕구는 우선 순수한 위신을 위한 투쟁에서 기꺼이 목숨을 거는 자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로씨야의 시인 뿌쉬낀이 자기의 안해를 유혹하는 단테스에게 아무런 승산이 없었으면서도 결투를 걸었고 그로 해서 36살에 자기의 목숨을 잃지 않았던가.

  헤겔에 따르면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욕망으로 인해 두 명의 전사(戰士)는 서로 상대에게 자신의 인간다움을 인정받을 욕심으로 목숨을 걸고 치명적인 결투를 벌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한편이 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로 인해 두 손을 들었을 때, 두 전사 사이에는 주군(主君)과 노예(奴隸)의 관계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에 대한 추구와 수호는 인간이 기타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근본적인 속성이다. 인간의 이러한 속성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국가』에서 처음으로 묘사되었는데, 여기서 플라톤은 인간의 영혼에는 욕망(慾望) ‧ 이성(理性)  그리고 그가 말하는 튜모스(Thymos), 즉 “패기(覇氣)” 의 세가지부분이 있다고 갈파했다. 인간 행동의 대부분은 처음 두 가지부분, 즉 욕망과 이성의 조합으로 설명될 수 있다.  욕망은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구하도록 인간을 충동하며, 인간은 이성 또는 계산에 의해 그것을 손에 넣는 최선의 방법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자기 자신이나 남들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

  자기 자신에게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그와 같은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속성은 오늘날 일상 쓰는 말로 하자면 “자존심”이라고 부를 수 있다. 자존심을 느끼는 속성은 인간 영혼의 “패기(覇氣)” 라고 부르는 부분에서 발생한다.

  오늘날 인욕(人慾)이 횡류(橫流)하는 이 물질주의의 시대에  인간의 욕망은 넘쳐나서 주체할 바를 모르고 또 각자는  그런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갖은 술수는 다 부리고 갖은 계산을 다 하면서 살아가야 하므로 이성도 대단히 발달하여 가고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 가장 발달되지 못했고 오히려 나날이 증발해가는 것이 인간 영혼 중의 “패기(覇氣)” 라는 이 부분이다. 김학철 옹의 말에 대입을 한다면 “사람답게 살려고 하는 마음”이 바로 “패기(覇氣)”이다.

  특히 우리 남자들에게서 이런 패기가 점점 증발해버리고 있는 추세이다.  패기가 없는 남자는 골격이 없는 무골충이다. 남자로서 이 세상에서 당당하게 설 수가 없는 것이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가장 일상적인 가정생활이나 부부생활에서 마누라한테 사람 이하의 수모를 당하고도 그냥 머리를 숙이고 살아가겠다는 남자는 적어도 패기가 있는 남자라고 볼 수 없다.

  오쟁이를 지고서도 “어쩌겠는가? 아이들을 보고서라도 다시 살아야지”하면서 정부와 놀아나서 5, 6년씩 바깥에서 나돌던 여자를 용서하고 복혼을 해서 살고 있는 남자는 패기를 상실한 남자이다. 혹은 “어쩌겠는가? 마누라가  돈을 그냥 자식한테 송금하는데…” 하면서 다른 남자와 외국에서 임시 부부로 살아가는 것을 번히 알면서도 알량한 돈 타산 때문에 모르는 체 하거나 눈을 질끈 감아주는 남자는 패기를 숫제 포기한 남자다. 그리고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마누라가 위장결혼하는데 동의를 하는 남자는 패기만이 아니라 쓸개까지 빠져버린 남자다. 진정한 사내대장부들에게 있어서 패기는 바로 생명 그 자체임을 잘 알아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바보 같고 등신 같은 패기를 상실했거나 포기한 남자들이 기수부지이다.   

  패기를 상실했거나 포기한 남자는 노예 그 자체이다.  

                                                              2007년 3월 8일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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