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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다가오니 마음이 설레이였고 월드컵 기간에는 밤잠을 설쳤으며 월드컵이 끝나니 여운이 짙다. 이번 월드컵축제는 류달리 화려했고 볼만 했다. 다음 월드컵이 올 때까지 4년을 어떻게 기다려야 할지? 행복한 고민이다.
이번 로씨야 월드컵에서는 적잖은 이변이 있었고 화제도 많았다. 한국은 카잔경기장에서 전력의 렬세를 뒤집고 경기 막판 두꼴을 몰아치며 세계 랭킹 1위 독일을 2대0으로 멋지게 잡고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세계는 크게 한번 놀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이 꼽은 력대 월드컵 중 가장 충격적인 13선(选)에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2위에 올랐다. 가장 충격적인 경기 1위는 2014 브라질 월드컵 4강전이였다. 당시 독일은 브라질을 7대1로 완파했었다.
필자에게 있어서 한국과 독일의 경기는 이번 월드컵 결승전 보다도 더 넋을 잃게 하는 명승부였다. 피를 나눈 민족의 동질성때문이여서일가? 하여튼 여러가지로 사색을 주는 경기였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0대1로 메히꼬에 패했던 독일은 2차전에서 스웨리예를 2대1로 역전승해 사기가 잔뜩 올라있었고 독일은 한국을 반드시 이겨야 하며 1대0으로 이겨도 16강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였다.
반면 한국은 2련패를 당했고 게다가 “한국팀은 한꼴도 넣지 못하고 전패 탈락할 것”, “세계의 망신거리가 될 것” 등 루머로 선수 개개인들은 나라 안팎으로부터 비난과 조롱을 받는 형국이여서 선수들의 정신적 부담감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경기에 앞서 세계의 도박사들은 한국이 이기기 보다는 독일이 7대0으로 승전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점 쳤다. 하지만 한국팀은 투지를 밑거름으로 투혼을 불사르며 사력을 다해 반전 드라마를 엮었다. 김영권의 결승꼴에 이어 손흥민의 쐐기꼴, 패색 짙은 경기를 펼치던 독일은 꼴키퍼 노이어까지 꼴문을 비우고 공격에 일조하러 나왔지만 패전을 면치 못했다. 손흥민이 질풍같이 달려 쐐기꼴을 넣는 기 막히게 아름다운 그 명장면은 살아 생전 잊혀질것 같지 않다.
한국은 118킬로메터룰 뛰여 115킬로메터를 달린 독일을 앞섰다. 경기후 한국선수들은 내장이 밖으로 나올 정도로 죽기살기로 뛰였다고 말했다.
경기를 관전한 세계인들은 독일팀을 두고 독일답지 않은 경기를 치렀다고 평했다. 원래 독일팀은 불굴의 정신력으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결코 버리지 않으며 마지막 1초까지 최선을 다해 역전을 만들어내며 무서운 집중력과 승전의 집념으로 한치의 흐트럼이 없이 교과서처럼 과학적인 경기를 하는 팀이였다.
독일축구가 갖는 세계적인 위상 또한 대단하다. 잉글랜드 력대 최고의 축구스타중 한명인 게리 리네커는 독일축구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축구는 22명이 90분 동안 공을 쫓아다니다가 결국 독일이 이기는 스포츠이다.”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잉글랜드 축구전설의 평가는 사람들에게 묵직한 사색을 준다.
그러나 승전에 대한 한국선수들의 간절한 소망과 기세에 눌려서일가? 천하의 독일팀이 한국팀에게 어이없이 무너졌다. 자만심, 체력부족, 단조로운 전술, 주력선수들의 부진 등이 주요 원인이였다. 핵심선수 외질과 뮬러의 두 눈은 경기 내내 빛을 잃고 초점없이 풀려있었으며 기고만장했던 크로스도 기 죽어 있었으니 패전은 당연지사일터.
독일은 자기들의 자만심을 자인했다. 경기 후 독일팀 주장 노이어는 “독일답지 않았다. 우리는 조별리그 무게에 대한 존중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대 팀들을 깔보며 건방 떨었던 것은 확실했다.
독일은 80년만에 조별예선에서 탈락했으며 한국팀은 월드컵에서 독일팀을 소조예선에서 도태시킨 유일한 아시아 국가라는 기록을 세웠다. 정신력의 힘이 무엇이며 투혼이란 무엇인지 확실하게 가르쳐 주는 경기였다.
축구분석의 선구자인 미국 코넬대학의 크리스 앤더슨 교수는 1938년 이후 수만건의 국제축구대회의 경기결과를 분석하고 “축구는 ‘50 대 50’의 게임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운이 절반, 실력이 절반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팀은 운도 ‘별로’였고 실력 또한 독일에 비해 한수뿐 아닌 한참 아래다. 그런 한국팀이 독일을 격파했으니 과연 운과 실력으로 격파했을가? 답은 하나, 투혼으로 사활을 걸었다.
전반전을 득점없이 끝낸 상황에서 손흥민이 휴식실에서 크게 웨쳤다. “봐! 지금 독일이 우리 보다 더 긴장했어. 쫄지마.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그전까지 긴장해있던 팀동료들의 눈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자신감이 들면서 투지를 다시 끌어올렸다고 경기후 선수들은 확언했다.
연변팀은 2015 갑급리그 우승을 따내 슈퍼리그에 진출했고 2016 슈퍼리그에서 금원축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민족 특유의 불굴의 투혼으로 강팀들을 쩔쩔 매게 했다. 거만하던 광주항대도 연변팀에게서 수모를 당했다. 원정에서는 지지 않고 홈장에서는 이기는 연변팀, 선꼴을 먹고도 역전승하는 통쾌한 경기들을 펼쳤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원정에서는 패하고 홈장에서도 졸전을 치르는 상황이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선꼴을 넣고도 역전패 당하는 분루(愤泪)를 삼켜야 하는 현실이다. 투혼으로 번뜩이던 선수들의 눈빛은 사라졌고 자신감으로 몸놀림이 원활하던 선수들의 모습도 기억에 희미하다. 경기장 변선에서 승전욕을 불태우며 격정으로 진두 지휘하는 감독의 모습도 옛날 얘기다. 기술이 안되면 체력으로, 체력이 안되면 투혼으로 싸우던 그제날의 모습은 어딜 갔나.
남자가 투지를 잃는다면 그는 이미 남성성을 잃은 것이다. 연변팀이 투혼을 잃는다면 그는 이미 연변팀이 아니다. 포효하던 장백 호랑이가 야웅하는 고양이로 전락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곪은 부위는 놔둬봤자 살이 되지 않는다. 환부는 도려내야 한다.
그라운드에서 투혼을 불사르는 연변팀의 모습이 애타게 그립다. 그래서 다같이 납함해보자. “힘내라, 연변팀!”이 아닌 “투혼이여, 다시 한번!”
연변일보 2018-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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