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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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내 손이 말 한다
2013년 08월 11일 09시 18분  조회:5402  추천:6  작성자: 김문학

3. 내 손이 말 한다

 

나는 손이 유달리 작다.

어렸을 때부터 키가 작은 것과 손이 작은 것은 나의 신체적 양대 콤플렉스로 되어 있다.

그것은 일종의 핸디캡으로 내 생에 따라다닌 그림자와도 같았다.

여성들까지도 내 손을 보기만 하면 “아이고, 손이 참 작기도 하네요! 하고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 한 것처럼 탄성을 지른다.

누구 말마따나 옛적부터 남자들은 “기생의 손을 쥔다”는데, 나는 오히려 “기생한테 손을 잡히운다”. 실제로 친구들과 어울려 술집이나 빠 같은데 가면 호스티스들은 나의 손을 보고 귀엽다고 하며 자기의 손보다도 야들야들 하다고 감탄한다.

나의 손을 본 여성은 나의 “닭도 잡을 힘이 없는 손으로부터 결코 강탈할 위협이 없으니 안심 한다” 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안심하고 내 손을 누구에게 맡길 수 없다. 세상사람 들은 수상(手相)을 잘 보는데 나는 상대의 손금은 잘 보아주지만, 내 손금은 보여주기 꺼려한다. 이유는 작은 손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작은 손에 애착을 느끼는 이유가 따로 있다.

“남자는 손이 작으면 보배를 잡고, 손이 크면 풀을 쥔 다” 라는 중국의 속담이 그렇게 감미롭게 들릴 수가 없다.

우리의 속담에도 “남자는 손이 고우면 귀하고 여자는 손이 고우면 천하다” 라는 말이 있다. 아마 손이 고운 여자가 천하다는 얘기는 옛날부터 화류계의 기생이나 또는 창녀를 가리키는 전통적 조선의 가치관에서 온 말 일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매일 노동과 가사에 시달려 소나무껍질같이 투박한 손을 한 농민의 여자가 귀하다는 逆說이 될 터 인데, 그렇다면 찬성하기 어렵다.

전통적 관념으로 말하면 내 작은 고운 손은 샌님(先員)의 손이다. 망치와 괭이나 삽 따위를 쥐지 않고 붓을 쥐고 부채를 쥔 문장과 풍류를 일삼는 “고귀”한 선비의 손이다.

그러니 나의 손은 으레 미수(美手 )요, 귀수(貴手)일 것이다. 이렇게라도 한번 내 작은 손을 위해 옹호하는 예찬을 해야 내 손에 위안을 줄 것이 아닐까.

손은 무엇인가?

“그대는 그곳에서

귀한 손으로 저희를 이끌고

오른손으로 저희를 잡아주십니다.“

<<구약성서>> (시편) 139의 시구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손을 의미하는 단어는 기둥을 가리켜 말하는 언어와 관련돼있으며 지지, 힘, 강함을 나타냈다. 로마에서는 손은 보호, 권위의 상징이었다. 초기 기독교 교도들은 神 의 모습을 구름 속에서 내민 손으로 그렸다고 한다.

상징으로서의 손은 언어의 대신이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언어장애자는 손짓의 수화(手話)로 말을 하고, 맹인은 손으로 점자를 통해 글을 읽었다.

손은 말이고, 손은 눈이다.--- 나는 이것이 손의 무엇이냐? 에 대한 가장 함축적이고 실질적인 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손은 인간에게 있어서 무엇이나? 하는 연구는 생물진화론, 인류학, 심리학, 교육학, 생리학 등 여러 연구 분야에서 해답이 속출하고 있다. 나는 손은 생리적인 역할(도구)의 뿐만 아니라 그 집단 인간의 문화자체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인간 자체가 그의 손안에 축소돼 있어 손이 인간의 대변이라고 간주한다.

그래서 우리는 수(手)자로 인간의 하는 일, 직업을 말한다. 가수(歌手)로부터 시작하여 일본어에는 聞き 手 , ヤリ 手, 買い手, 賣手, 相手.... 차례로 듣는 사람, 하는 사람, 사는 사람 파는 사람, 상대의 사람이라는 뜻을 이렇게 수(手)롤 표현한다. 수당手當, 打手, 견본이란 뜻의 手本, 그리고 스스로 하는 일을 勝手(손이 이긴다)고 표현한다.

손이 이긴다. “손은 밖으로 튀어나온 뇌”라고 하니 손은 인간 신체의 최고 신기수(神技手)가 아닌가!

손재주, 말재주란 말은 있어도 발재주란 말은 없다. 나는 발재주라면 축구를 드리불 하는 것 밖에 모른다.

기실 손재주 하면 나는 별 신통한 재주가 모자란다. Aㆍ비어스는 <<악마의 사전>>에서 손은 “인간의 팔 끝에 달린 통상 타인의 포켓에 들어갔다 나오는 기묘한 도구”라고 그 스리의 신기를 야유하고 있으나 그러한 신기는 물론, 나는 컴퓨터의 건판을 치는 가장 쉬운 일도 못하며 자동차 운전은 고사하고 주방의 가스 불 점화기 켤 줄도 모른다.

어이없다고 친구는 “손이 발에 붙었냐?” 라고 조롱하는 말에 나는 “아니 사타구니에 달렸어”하고 자조한다. 나는 또 흔한 젓가락질도 잘못하여 늘 음식물을 떨 군다.

내 손이 단 하나 중요한 일을 해주는 것은 내 두뇌 속에 사유를 펜으로 써 주는 것뿐이다. 그래서 내 손이 내손일수 있는 가장 큰 까닭은 육필로 글쓰기를 하는 것인가 한다.

내 손은 내 입보다 더 말을 한다. 입도 못 하는 말을 내 손이 척척 해준다.

그러므로 나는 내 손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아마 내 육신에서 제일 작고 귀여운 내 손가락들이 필을 잘 쥐고 글을 줄줄 써내려가는 재간이 유일한 자랑거리일까?

눈, 귀, 코, 위장, 간장, 그리고 대장, 소장, 어디하나 자랑할 만한 데 없는 내 병신 같은 육체에서 작은 손이 나를 대변해준다. 심리학자 융의 지론대로 “창조와 생산의 힘의 상징”인 손만은 작으나 건강하고 아무리 부려 먹어도 고달프단 말 한마디 쉬자는 말 원성 없이 수걱수걱 움직여준다.

누가 나를 귀재라 하는가? 나는 귀재(鬼才)도 기재(奇才)도 아닌 수재(手才)다. 수재인 만큼 손으로 글을 쓰는 컴퓨터 기계문명의 복을 누릴 자격도 없는 나이다.

유년기부터 병약한 나는 신체의 모든 부위가 작고 약하여 타자와 나와의 접촉에서 매우 민감 체질의 인간이었다. 이를테면 음식물 반응이 예민하여 먹고 마시는데서 맞지 않으면 곧 설사를 하곤 했다. 그래서 주위 어른들의 보육과 관심을 많이 받아오면서 민감한 체질적 감수성을 키운 것 같다.

내가 곰 같이 터프한 체질, 건강한 아이였다면 주위의 배려는 적었을 것이며, 민감한 감수성이 훈육되지 못했을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감수성은 사유하고 글 쓰는 것으로 집중된 것 같다.

공자진(龔自珍)이 노래했던 병신의 病梅병매가 더 아릿다운 것은 그 病態 때문이다. 병태 적으로 작거나 이상하거나 하는 것이 때로는 아름다움으로 되는 것이다.

작아도 자기 구실을 하는 것이 좋다. 연장만 대자로 크고 제 구실을 못하는 것은 오히려 큰 것이 비난의 상대로 되기에 충분한 것이다.

자신의 몸의 핸디캡이 오히려 그것을 넘어서면 창조적 에너지로 변신하는 힘이 있는 법이다.

오른손에는 학문, 왼손에는 문학을, 나는 내 이름을 이렇게 해석 하고 싶다. 관념적으로 좌우의 손의 중요함의 차이가 거의 문제시 되지 않는 오늘날, 오른손도 이성(理性), 사유를, 왼손은 신비, 감성의 상징체이기도 하다,

서양 신화에서 크로노스가 아버지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왼손으로 쥐고 고환을 나꿔챘다는 것에서 왼손은 불길한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좌우의 양손이 합치면 큰 역량이 되며, 타자와 손과 손을 잡는 것은 결속과 강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악수와 같이 신임과 평화를 상징한다.

아무튼 ‘학문’과 ‘문학’의 경계를 넘어서 연구와 글쓰기, 이것은 내 작은 손이 다 해주니 너무 고마운 존재이다. 이 손에 대해 나는 거수경례로 가장 큰 경의를 표하고 싶다.

며칠 전 12살의 아들 녀석이 내손을 보고 “아빠 손은 내 손 만큼 작아요” 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아빠보다 키도 크고 손도 큰 남자가 된다고 말한다.

그 말에 나는 희열을 느꼈다. 나의 후대는 나만큼 되지 말고 부디 큰손, 큰 키의 사나이로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염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필을 쥐든, 화필을 쥐든 아니면 무엇을 하든 큰 손만큼 마음이 큰 사나이로 성장했으면 한다.

어쨌거나 나는 내 작은 손을 아프리카 땅덩이를 준대도 바꾸고 싶지 않다. 말하는 내 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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