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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神은 우리에게 ‘明鏡’을 주었다(김문학)
2010년 09월 19일 09시 17분  조회:7192  추천:23  작성자: 김문학

《신조선족》월경론

33. 神은 우리에게 ‘明鏡’을 주었다

김문학


신선사장(神仙思想)에 나타나는 東王父, 西王母가 사용하던 ‘거울’이 아니다. 절세미인 양귀비가 화장시 쓰던 아릿다운 거울은 더구나 아니다.

성경에 “태초에 말이 있었다”고 했다면 필자는 “우리에겐 ‘거울’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필자가 말하려고 하는 거울은 곧 “異文化”라는 이름의 거울이다. 그것이야말로 타자를 알고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쳐주는 “明鏡”이다.

월경민족에서 탄생된 조선족에게는 수미일관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거울’을 선물받았다. 漢族과 기타 소수민족과의 조우를 통해 우리의 1,2세대 선대들에게도 막연하지만 어떤 “異文化”라는 거울을 갖게 된것은 사실이다. 단지 그 거울을 오늘의 신조선족 같이 유효하게 사용했는가는 의문은 많이 남는다.

글러벌리즘의 시대 중국 연해로, 바다건너 해외로 진출함에 따라 조선족에게는 하나 또 하나의 “이문화”라는 거울을 획득하게 된다. 물론 우리 스스로 획득했지만 그 축복받을만한 성격을 필자는 神에게 하사받은 선물로 고맙게 생각한다.

고정적인 이문화 거울이라고 생각했던것이 일거에 우리앞에 전개되는 시대, “이문화 이해”의 시대가 조선족역사의 새장을 열어놓았다. 이래서 우리는 기성관념을 깨고 새롭게 리누얼하면서 우리의 모습 자체를 변용시키고자 하고 있다.

“이문화 이해”란 무엇인가? 문화인류학적인 해석을 보자. “자기와 他者 또는 자기집단과 타집단이란 관계의 문맥에서 자기 내지는 자문화에 대하여 “異質的存在”로서의 他者내지는 他文化를 알기 위한 지적(知的), 실천적 영위”를 가리킨다.

인류학의 주요내용이 文化的他者의 이해인것 같이, 인간자체의 생활에도 지금은 他者이해가 日常化되고 있다. 특히 신조선족의 경계를 넘는 경제, 문화활동의 빈번함과 일상화는 꼭 타문화 이해로 직결되는것이 특징적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이문화이해”라고 해도 사실상 그 내실에는 여러가지 이해의 수준과 특질이 존재한다. 심리인류학자 스파이로(SPino)는 예전에 이문화이해-습득에는 다음과 같은 5종의 수준, 내지 단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1)이문화의 어떤 사실을 알게 됐다 (2)그 의미(배경이나 이유)가 알게 됐다 (3)그것을 “정확하다” 또는 “적절하다”고 믿는다 (4)그것을 자기자신도 “할수 있게”된다 (5)그것이 내면화 된다(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착안된다)

여기서 (1)은 초보적 이문화의 차이점을 알게됬다는것이고 점차 상승, 심도있는 인식을 거쳐 (5)단계에서는 그 이문화는 이미 他者가 아닌 자기의 내면의 일부분으로 소화흡수되어 공감을 이룬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이문화이해는 이문화라는 「明鏡」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발견, 인식하는데로 회귀한다. 이같은 他者와 自己사이에 “설치”된 “영경”을 통해서 타자 이해를 자신의 이해로 동시에 섭취하는 과정은 새로운 “自己”의 形成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그 수준과 질적인 정도는 개개인의 사정과 이해력, 적응력에 따라 같지 않지만 이 거울은 우리가 매일 아침 세수하고 자기 얼굴을 보듯이 자신을 비쳐주는 중요한 ‘장치’-문화장치-인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용모를 볼수 있는 장치는 “거울”이 있기때문이다. 그렇다면 같은 맥락에서 말할수 있는것은 異文化의 존재, 그 理解가 곧 이런 文化的 거울의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20년동안 소식이 불통이었던 중학동창 N씨를 최근 서울에서 만났다. 중학 졸업후 농민으로 일하던 그녀는 서울에서 생활한지 15년, 농촌의 부인에서 이미 세련된 도시 “마담”모양으로 탈바꿈 했다. 지성과 외모의 세련을 겸비한 그녀의 변신에서 필자는 해외 근대문화속에서 십분 적응시킨 이문화이해의 “달인”을 발견했다. 물론 외모적 변모뿐만 아니다. 이미 서울의 근대도시문화를 내면화시켜 그 자신도 서울 근대문화의 수준으로 승화시킨것이다. 그녀와 호프집에서 생맥주를 들이키며 환담하면서 이문화의 명경은 역시 村婦도 都市모던 여성으로 이쁘게 화장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구나고 실감했다.

일본에서 만났던 60대의 연변출신의 남자 E씨는 필자와 환담하면서 “일본체험에서 얻는것은 무엇인가”라는 필자의 인터뷰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일본에 온지 8년째입니다. 말그대로 8년 항전이지요. 중국에 있을때도 대련, 청도 연해도시에서도 살아봤습니다만, 일본에서 느낀것은 역시 하나입니다. 조선족이 살아남는 진짜 방법은 연변오지와 같은 땅을 떠나서 밝은 선진문화도시나 지역, 나라로 아주 나와 살아야 한다는것입니다. 어째서 그러냐 하면 그 땅에 너무 집착했기에 땅밖에 모르는 “땅벌레”로 전락되지요. 만일 내가 연변에서 그냥 농민으로 있었다면 너무나 비참했을겁니다. 세상을 모르고 사는 “땅벌레”였을거니까요. 김선생님이 이런 생각들을 책으로 써서 우리 조선족들을 좀 호되게 깨우쳐주십시오.”

이문화라는 명경에서 결국 발견된것은 우리들의 고루한 “토착형” 인간모습이었다. N씨와 E씨, 이들은 이문화의 실체험으로 우리 조선족의 땅에 연연하는 고정관념을 비판한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는 우리의 일부 고루한 지식인의 사고방식보다 수백배 현실적이고 선행성을 띤다.

신은 우리에게 이문화란 明鏡을 주었다. 이것을 버릴것인가 살려서 우리의 변신에 활용할것인가 하는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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