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시/시조
가을날의 생각
□ 김학송
어슬렁 8월이 왔다.
자연이 펼친 화폭 속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계절은 바람처럼 소리없이 왔다가
주름과 아쉬움을 선물하고 총망히 사라진다
풀벌레 우는 들판에 서서 나는
가을의 청신함을 감수한다
눈을 껌뻑이며 추연한 표정을 짓는
이슬을 보노라면 내 맘도 으스스 추워진다
홀연 갈바람 속에서 요동치는 내 마음이 보인다
잡아둘 수 없는 시간이 아쉬워
뒤돌아보니 모든 과거는
눈물과 탄식으로 변한다
인생사 영고성쇠가 한낱 물안개이고
운명의 부침도 세월의 장난임을 알 것 같다
황금의 해살 속엔 늦게 핀 들국화의 한숨이 있다
야릇한 쾌감과 상감이 겹쳐지면서
내 눈앞이 흐리마리해진다
락엽지추의 감각이 아물거리자
들창에 앉은 가을이 문득 시로 변한다
조락도 아름답다고 눈물로 말하는 나의 시
가을이면
시도 마음도 물처럼 단순하고 차분해진다
만물 만상이 사색 속에 깊어가는데
이 시각 나는 침묵으로
가을인사를 대신한다
순식간에 8월도 저물어간다
내 인생의 호시절도 저물어간다
계절의 뒤뜰에 서서 뒤늦게야 나는 깨닫는다
오직 호기심과 순수함만이 생명의
가장 좋은 친구라는 걸
오늘은 바람이 서늘하다 가을의 청아함이
시의 행간에 축적되고 풍겨오는 암향 속에
월색 황혼이 흐른다
달밤에 보는 기러기 행렬이 장엄하고 슬프다
이 시각 나는 나무처럼 서서
바람의 시와 새의 음악을 듣는다
피는 꽃과 지는 꽃 사이에서
나는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간다
아무튼 가을이면 우수도 많고 그리움도 많다
잔잔한 상념이 번져오며 내 심신을 감상의 늪에
빠지게 한다
“아득히 돌아가는 천리길-
가을바람이 차다
이럴 때면 머리에
백발이 는다”
처절한 생각이 담긴 옛사람의 시구다,
내 마음도 그렇다.
가을을 타는 마음은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른 게 하나 없는 것 같다.
이제 우리 생애에 을처럼 고운 가을을 몇번이나
만나게 될가?…
매양 가을이면 나는 열차게 앓는다
그리움을 앓고 후회를 앓고
그리고 나의 영혼은 나의 시와 함께
아픔 속에서 영글어간다
그래서 가을이 밉다 그래서 가을이 좋다.
연변일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