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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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법석(野壇法席)이란 말의 유래
2007년 10월 06일 09시 47분  조회:6267  추천:69  작성자: 김정룡
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7

야단법석(野壇法席)이란 말의 유래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사람들은 흔히 서구민주화의 뿌리가 고대그리스의 광장문화에 있다고 해서, 그게 뭐 굉장히 대단한 줄로 여기고 있는데 기실 알고 보면 그리 대단한 것 아니다. 인류 고대사회에 있어서 그런 ‘광장문화’는 고대그리스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인류 사회생활의 보편현상이었으며, 중국에도 있었고 한국에도 있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야단치다.’, ‘야단맞다.’, ‘야단법석을 떤다.’, ‘야단법석거리다’ 라는 등의 말을 곧잘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말의 유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매우 드물 것으로 짐작된다. 

 이 ‘야단법석’이란 말은 고대 중국에서 불교의 유입과 전파에 따라 생겨난 것이며, 고대그리스의 광장문화와 같은 것이었다. 

 야단(野壇)이란 세속도시(世俗都市)의 빈 공터, 즉 사람들이 부담 없이 모일 수 있는 곳에 단(壇)을 설치하는 것이며, 법석(法席)이란 법어(法語:佛語)를 말하는 자리를 의미한다. 불교로 놓고 말하자면 절간은 ‘성(聖)의 세계’라면 야단법석은 ‘속(俗)의 세계’이다. 쉽게 말하자면 불교가 백성들을 신도로 불러들이려고 세속화(世俗化)하기 위해 야단법석이란 아이디어를 발굴했던 것이다.

 이 야단법석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흔히 계급적 구분이 없이 각설이, 갑돌이, 짚세기 할 것 없이 아무나 모여서 한바탕 난장을 벌였다. 예하면 씨름, 널뛰기, 제기차기, 재주넘기, 수수께끼내기, 남녀데이트, 심지어 어떻게 하면 남녀가 더 자극적이고 또 어떻게 하면 애를 쉽게 배고 낳고 하는 등등의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부담 없이 서로 주고받고 맘이 내키는 대로 한바탕 떠들어대는 장소였다. 야단법석이란 말은 한바탕 떠들어 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야단법석은 그냥 한바탕 떠들어 대는 난장으로 끝나버리고 마는가? 아니다! 이 야단법석은 겉보기에는 일종 난장 같지만 역사적으로 변문(變文)이란 최대의 성과를 이룩해냈다. 

 변문이란 당대(唐代) 승려(和尙)들이 야단법석에서 불교의 심오한 교리를 무지한 민중에게 알아먹기 쉽게 이야기 형식으로 바꿔놓은 것(변경)을 의미한다. 불경(佛經)이야기의 재미를 북돋우려고 악기도 곁들고 노래도 부르면서 잡예(雜藝)식으로 설경(說經)하였는데, 이로부터 강창문학(講唱文學)이 생겨났고, 제궁조(諸宮調:스님들이 비파를 타면서 노래와 이야기를 섞어 설경하는 설창법)가 생겨났고, 송사(宋詞)가 생겨났고, 원곡(元曲)이 생겨났고, 명대(明代)에 이르러 설화문학(說話文學)이 소설문학으로 발전했고, 이윽고 20세기 초에는 백화문(白話文)이 생겨나게 되었다. 

 우리민족 역사에서는 야단법석을 통해 불교를 대중화 시킨 주인공으로서는 7세기 신라에 살았던 원효대사(元曉大師)이다. 

 원효대사는 660년 당나라에 유학 가는 도중 해골 물을 마시고 득도하여 유학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 신라로 돌아왔다. 그는 불교를 대중화 시키려고 촌촌락락(村村落落)을 찾아다니면서 낫 놓고 기윽(ㄱ) 자도 모르는 백성들에게 어려운 불경을 재미있고 쉬운 이야기로 꾸며서 들려주고 바가지를 악기로 삼아 반주하며 노래를 곁들어 부르면서 무지몽매한 민중을 깨우쳤다. 원효가 이르는 곳마다 민중들이 떼를 지어 모여들었고 한바탕 떠들썩하게 판을 벌이었다. 

 필자가 시골에 있을 적에 잔치 집에서 물독에 바가지를 엎어놓고 두드리면서 반주하는 모습을 목격했는데 후에 알고 보니 이러한 관습이 원효대사가 바가지를 악기로 사용하는 것을 널리 보급시킨 데서 유래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공중장소에서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우리민족이 각종 판을 벌리기를 좋아하고 한바탕 떠들썩하게 놀기를 즐기는 관습이 모두 야단법석문화에서 유래된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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