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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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이면 어떻고 ‘결산’이면 어떠냐?
2008년 01월 30일 19시 55분  조회:4856  추천:58  작성자: 김정룡
재한조선족문제연구
제3부  조선족의 언어변화실태에 대하여     

4. ‘계산’이면 어떻고 ‘결산’이면 어떠냐?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며칠 전 나는 내가 한턱 쏠 일이 있어 한국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모두 기분 좋게 먹었다. 헌데 식사가 끝나고 자리를 뜰 무렵 나는 내가 돈쓰고도 기분이 되게 나쁜 일을 당했다. 사연은 이러했다.

 식사가 끝나자 내가 “결산합시다.”고 말했더니 좌중의 한국인들이 “계산이지, 뭐 결산이요?”라고 나를 나무랬다. 나는 화가 나서 “계산이든 결산이든 다 중국어 단어에서 온 말이지 순수 우리말이냐? 같은 중국어에서 온 말을 습관상에서 한국에서는 ‘계산’이라 하고 조선족은 ‘결산’이라고 할 뿐이지 내 말이 뭐가 틀렸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날 나는 마치 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해 뒤가 찜찜한 기분이었다.

 나는 1990년부터 여행사 일을 시작해서 현재까지 한국인과의 접촉이 많아 한국인의 언어습관에 대해 알고 있다. 예하면 한국인은 일상생활에서 사소하게 돈을 지불할 때 ‘계산’이란 말을 쓰고 연말총결 같은 ‘거창’한 일에 ‘결산’이란 말을 쓴다. 이렇게 같은 중국어에서 온 단어지만 조선족과 한국인이 다르게 사용하는 말들이 많다.

 허나 평생 나의 몸에 배어온 ‘조선어’가 한국인과의 대화에서도 많이 튀어나온다. 이는 인지상정이다. 이런 것 때문에 콤플렉스를 갖고 살 필요가 없고 위축될 필요성은 더욱 없다. 언어표현은 습관상의 문제일 뿐 한국말이 맞고 조선족의 말이 틀렸다는 도리는 없다. 같은 언어도 지역공동체에 따라 서로 표현법이 다르며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렸다는 법은 없다. 언어란 서로 표현법이 달라도 알아들을 수 있고 의사소통이 되면 그만이다. 조선족도 분명히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기 때문에 조선족의 언어가 틀리고 한국말이 맞다는 법이 없다.

 문제는 한국인은 조선족을 대함에 있어서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것이다. 연변대학 우상렬 교수는 본 학교 조문학부를 졸업하고 1993년 한국에 와서 어학시험을 봤는데 불합격이었다고 한다. 이유는 조선족이 배운 것은 조선어지 한국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조상의 언어를 물려받았으나 단지 지역 언어가 다르다는 것 때문에 한국인은 조선족을 마치 다른 민족을 대하듯 이질감을 갖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한국인은 조선족이 자신들과 언어표현이 다르다는 것 때문에 조선족은 촌스럽고 한국인은 세련되고, 조선족을 마치 ‘맛이 없는 중국산’처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한 가지 부질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 한국인이 통일을 원하지만 앞으로 조선족을 대하듯 북조선인민들을 대할 것은 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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