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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역한(中譯韓)에서 드러나는 몇 가지 문제점
2008년 10월 30일 09시 37분  조회:7800  추천:46  작성자: 김정룡


중역한(中譯韓)에서 드러나는 몇 가지 문제점



자민족어를 타민족어로, 타민족어를 자민족어로 옮기는 것이 바로 번역이다. 때문에 번역은 십분 정확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대학 교수의 평가에서 번역물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번역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원생들이나 하는 노릇, 혹은 교수가 번역을 맡아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제자들을 시켜먹고 자기 이름을 역자로 박아 넣기가 일쑤이다. 때문에 한국인의 번역수준은 매우 차하다. 아래에 세 가지 실례를 들어보자.

첫째 천자문식의 번역
한국도교학회 회장이신 최창록 교수는 도교계열서인 <<황제·내경>>과 <<황제·소녀경>>을 번역해냈다. 그런데 그의 번역은 ‘번역’이 아니라 한문을 한 글자씩 하늘 천, 따지 식으로 옮겨놓아 원의(原意)가 거의 전달되지 못해 한마디로 엉망이다.

이를테면 최창록 교수는 옛날 천자문 식으로 한문을 알고 있을 뿐 현대한어는 전혀 모르고 있다. 그리하여 가령 ‘立刻’이 현대한어에서 ‘즉시’라는 뜻을 글자 그대로 ‘세워서 조각하다’로 옮겨 놓았다. 또 ‘摸不淸’이 현대한어에서 ‘올바로 만지지 못하다.’라는 뜻을 글자 그대로 ‘깨끗하지 못한 것을 만지다’로 번역했다.

최창록 교수의 번역물은 전부 이런 식이어서 90%이상이 오역이다. 출판사는 오역이란 것을 모르고 교수분의 번역물이라고 그대로 믿고 출판한다. 이런 오역 투성인 출판물을 독자들이 보게 되니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둘째 중국역사문화에 대한 상식 부족
<<단군은 실존했다>>는 저자 강무학 씨는 ‘魯司寇’가 공자를, ‘周柱史’가 노자를 지칭하는 말이라는 상식을 몰라 엉뚱하게 “寇가 본래 徒인 것을 선생(최치원)이 잘못 썼지 않느냐니, 주나라 역사를 꾸미는 것이 어쩌고저쩌고, 주나라 문화를 숭상해서 ‘주주사’란 언사를 썼다느니”, 하여튼 번역이 아예 개판이다. 그가 원문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민족주의학자인 최치원을 오히려 사대주의자로 몰기에 이르렀다. 이런 분들이 ‘단군의 실존’을 운운하니 무슨 설득력이 있겠는가?

셋째 언어 환경의 문제
언어란 그 언어 환경의 체험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전공으로 대학을 나오고 석, 박사를 졸업해도 그 언어 환경의 체험을 해보지 못하면 타민족의 언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이를테면 “車到山前必有路”란 속담이 있는데, 나의 딸애가 소학교 때 이미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허나 <<장자>>라는 소설의 역자인 이선옥(李先玉) 씨는 서울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동교 석, 박사를 나왔으나 이 속담을 “수레가 산에 오르려면 길이 있어야 한다.”라고 옮겼다. 원의가 한심하게 왜곡된 한심한 번역이다. 이 속담의 원의는 “수레가 산 밑에 이르면 길이 나지는 법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우리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에 해당된다.

이외에도 한국인의 번역물을 읽어보면 “이것 아닌데”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거나 아예 머리를 가로 젓게 될 때가 많다. 일본인은 자신이 모르는 고전구절을 인용하지 않고 파고들어 알고 난 다음 인용한다. 이것이 학자가 갖춰야할 자세이다. 그렇지 않고 한국의 일부학자들은 자신이 그 뜻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무작정 남의 것이 맞는지 틀린 것인지도 모르고 인용하기를 좋아하는 듯하다. 그리고 출판사들에서는 책을 인쇄에 들어가기 전에 관련된 전문가들을 청해 교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엉뚱한 번역을 그대로 내보내 애꿎은 독자들을 피해보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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