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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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인내 처세술
2010년 01월 06일 12시 38분  조회:5638  추천:26  작성자: 김정룡




중국인의 인내 처세술

중국인은 화가 날수록 웃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중국인의 인내를 두고 생겨난 것이다. 중국인이 화가 나도 반드시 웃는 것은 아니지만 하여튼 세상에서 인내심이 가장 강한 민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전국시대 위나라 방연은 귀곡자에게서 함께 병법을 배운 손빈이 자기보다 지략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질투했다. 그의 음모는 바로 손빈의 슬개골을 깎아내어 병신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렇게 손빈은 반신불수가 되어버렸다. 방연은 이젠 경쟁대상이 아니니 질투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고 시름 놓았다. 허나 손빈은 참지 못할 수모를 당하고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그 유명한 <<손자병법>>을 지어냈으며 방연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월왕 구천이 오왕 부차에게 패하게 되자 오나라에 끌려가 부차의 노예로 살아야 했다. 구천은 부차에게 온갖 비인간적인 수모를 당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구천이 심지어 부차의 대변을 맞보기까지 했다고 한다. 허나 구천은 수모를 참고 견디어 훗날 와신상담하여 끝내 부차를 멸망시켰다.

한신은 건달의 바짓가랑이 밑으로 기어들어간 일이 있었는데 이를 ‘사타구니 아래의 치욕’이라 불렀다. 훗날 한신은 이 일을 이렇게 변명하였다. “나는 장사일지니 나에게 모욕을 주었을 때 내 어찌 그 사람을 죽일 수 없었겠는가? 하지만 그 사람을 죽인다 하더라도 이름이 드러날 것이 없었기 때문에 참고 오늘의 공을 이룬 것이니라.”

사마천은 사서를 지으려고 여러 차례 한무제에게 원고를 바치면 제는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제는 사마천을 죽이는 대신 궁형(宮刑)을 가했다. 사마천은 남자로서 가장 치명적인 수치를 당하고도 참고 견디어 끝내 <<서기>>를 완성했다.

당대(唐代) 누사덕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남겨 유명해진 인물이다. 여기서 <<자치통감>>에 실린 그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를 말해보자.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던 누사덕은 동생이 대주자사에 임명되어 부임지로 떠나게 되자 동생에게 물었다. “나는 재상의 자리에 있고 네가 주목(州牧)이 되었으니 우리 집안에 대한 황제의 은총이 지극하여 필시 사람들의 질시를 받을 것이다. 너는 앞으로 사람들의 질시를 어떻게 피할 것인가?” 동생이 대답했다. “지금부터 어떤 사람이 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화내거나 싸우지 않고 얼굴에 묻은 침을 닦기만 하겠나이다.” 이 말을 들은 누사덕이 얼굴빛을 흐리며 걱정스레 말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우려하는 바이다. 어떤 사람이 네 얼굴에 침을 뱉는 까닭은 너에게 단단히 화가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가 침을 닦으면 그의 뜻에 반감을 품는 것이므로 그의 분노를 더욱 크게 하는 것이니 침을 뱉으면 닦지 말고 스스로 마를 때까지 기다리고 웃어넘겨야 한다.”

후세 사람들이 누사덕의 이야기가 나오면 ‘얼굴에 침을 뱉어도 닦지 않고 저절로 마르기를 기다린다.’는 말을 들먹인다.

누사덕이 살아 있을 때 사람들은 그를 ‘촌놈’ ‘멍청이’이라고 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누사덕은 겉으로는 ‘촌놈’ ‘멍청이’인 것처럼 보였으나 속내는 아주 교활한 사람이었다.

불교를 숭상했던 무측천이 조서를 내려 온 나라에서 가축도살을 금지한 적이 있다. 당시 누사덕은 공무 수행 차 섬서 지방에 갔는데 연회석상에 양고기 요리가 오른 것을 보고 주방장에게 “웬 일인가?”고 물었다. “이것은 늑대에게 물려 죽은 양으로 만든 요리이나이다.” 주방장이 대답했다. 잠시 후 또 물고기 요리가 나오자 누사덕이 따져 물었다. “이것은 표범에게 물려 죽은 물고기입니다.”는 주방장의 말에 누사덕이 화를 내며 말했다. “이 멍청한 녀석아, 왜 수달에게 물려 죽은 물고기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주방장이 시켜주는 대로 말을 바꿔하자 누사덕이 그 요리들을 다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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