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부터 연변대학까지 30분 로정이지만 나는 걷기를 택한다. 나에게는 빠르고도 가볍게 걷는 비법이 있다. 이 비법으로 걸으면 25분도 안걸려 도착할수 있다. 비법의 한가지가 바로 신들메를 단단히 동여매는 것이다.
오늘 아침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집을 나서면서 신들메를 조이는데 인젠 낡아빠진 신끈이 툭 하고 끊어져 버린다.
그렇잖아도 요즈음은 기분이 언짢은데 신끈까지 방정맞게 끊어져 버리니 정말로 아침부터 재수가 없었다. 나는 신끈을 뽑아버리려다가 다시보니 나머지 부분으로도 신들메를 조일수 있었다. 시간을 빳빳하게 잡았던 난지라 나머지 부분으로 다시 신들메를 단단히 조이고 길을 떠났다.
신끈의 작용은 신들메를 조이는 것이다. 물론 신끈이 새것이면 더욱 좋겠지만 새것이 없는 경우에는 그래도 신에 맞는 신끈이 있는 것도 다행인 법이다.
길을 가면서 나는 이 낡아 빠진 신끈이 별로 나같이 생각되였다.
어떤 때면 나는 이 세상에 태여나지 말아야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군 한다. 우리는 아홉형제였는데 그중에서 둘이 죽고 일곱형제가 남았다. 죽은 두 형제중 하나는 경삼이라고 하는 나의 금방 위의 형이였는데 아마도 대약진 때 부모님이 너무도 영양이 따라가지 못하여 병들어 죽었던것 같다. 물론 나 역시 어머님 뱃속에서 부터 기구한 운명이였다.
어머님은 나를 임신하고 다섯달쯤 되여서부터 큰병으로 앓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약을 쓰시고 또 그 덕에 뱃속의 나도 아마 많은 약을 먹었는가 보다. 열달이 되여 출생을 해야 했는데 아직 소식도 없었다고 한다. 지루히도 백날을 더 기다려 열석달만에 나를 해산하니 나서부터 나는 몸이 허약하였고 또 설상가상으로 어머님이 젖이 없으셔서 안죽을 쑤어 먹으면서 고생스레 자라나게 되였다.
다른 형님, 누님들은 모두 할머니 손에서 건실하게 자랐다고 하는데 유독 나만은 태여나서 돐이 되기도 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시다나니 대대 부녀주임에 접산원 일까지 맡아 하시는 어머님의 손에서 자라나게 되였다. 그래서 일곱형제중 유일하게 어머님이 키우신 자식인데 그나마 어머님이 자주 안 계시니 어린 형님, 누님들이 안죽을 쑤어 먹이며 나를 키웠다.
형제 일곱에 그중 다섯형제가 남자이니 우리집은 말그대로 가난하기 짝이 없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호도거리나 했으면 우리 집도 괜찮았으련만 그때는 생산대 시기라 온 일년 만 출근을 해도 년말에 결산을 하면 오히려 빚을 지고 만다. 그 시기에 우리집은 해마다 계속해서 양식고생, 돈고생을 하였다.
나는 어려서부터 종래로 새옷을 해입는 법이 없었고 대학에 다닐때도 기운 옷을 입고 다닐 정도였다. 이런 가난한 살림은 나로 하여금 더없이 근검하게 생활하게 만들었다. 나는 연변1중에 9달간 보습반을 다녔는데 8달은 숙사에서 보냈다. 그때 나의 형님이 나에게 한달에 5원씩 생활비로 주었는데 대학시험을 치고나니 나에게는 20원이 남아 있었다. 그러니 한달에 2원50전씩 쓴 셈이다. 그 2원50전으로 학습도구를 사고 한달간 밥을 먹고 살아야 했으니 그 간고함은 지금 생각해도 허구픈 웃음만 나온다. 지금 연변텔레비에서 매주일마다 “사랑으로 가는 길”이 생방송되고 있고 많은 불우한 아이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그들의 처지를 나에 비하면 모두 나보다는 나은 편이다.
내가 중학교 다닐때 어머님은 나의 덧이가 보기 싫다고 억지로 뽑게 하였는데 너무 늦게 뽑은 탓에 나의 얼굴은 엄중하게 균형을 잃어 늘 첫눈에 남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주군 한다. 연변 과기대의 한 한국교수님은 사람의 인상은 만나서 첫 30초내에 거의 결정지어진다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언제나 이 첫 30초로 인하여 남에게 많은 시간을 들여야 자기의 진정한 이미지를 보여줄수 있었다. 정말로 피곤한 인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삶의 보람을 느끼군 한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나의 주위의 사람들이 나를 매우 필요로 한다는것을 알았다. 나의 조카들은 완전히 나를 중심으로 하여 삶에서 부딫치는 문제들을 묻고 또 해결방안을 찾군 한다. 주위의 사람들도 나와 거래하는것을 즐겨하게 되고 또 주위에는 나를 믿어주는 여러부류의 친구들이 많이 생겨났다.
대학의 동창생들은 나를 통하여 연계가 되였고 직장에서도 나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게 되였다. 요즈음 내가 꾸려가고 있는 산악회만 보아도 그렇다. 나보다도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 보잘것없는 나로 인하여 호상 연계되고 또 이러한 연계를 통하여 많은 일들이 실질적인 해결을 가져오고 또 상호간의 협력이 이루어져 모든 사람들의 발전을 이룩하게 되군 한다.
허름한 신끈같은 나로 인하여 주위의 사람들이 더욱 잘, 그리고 더욱 굳게 뭉치여지고 민족을 위하여, 후대를 위하여, 무언가 실질적인 일들을 해나아가게 될때면 나의 기쁨은 정말로 무궁무진하다.
누가 “天生我才必有用”이라고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지당한 말 같다. 태여 안 나도 좋을 내가 태여난것은 아마 하느님이 나를 이렇게 낡은 신끈 같은 인생을 살으면서 그나마라도 남들에게 실들메를 동여매고 힘있게 걸을 있게끔 기회를 주신거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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