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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일본, 그러면 내 머리속에는 대개 안좋은 기억들로 도배돼있다. 현재의 일본, 그러면 내 머리속에는 눈부신 발전과 그 세계에 대한 미묘한 동경이 오버랩돼있다.
나는 일본어도 배운적이 없고, 일본에 가본적은 더더욱 없다. 일본 국적을 가진 친구 한명 없고, 책을 통해서 배운 짧은 일본에 대한 지식외에 일본에 대해 아는게 전무하다. 그런 내가 이렇듯 긴 시간 동안 일본국민과 일본을 깊이 생각해본적은 전에 없었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고요한 오후 일본 해변가 도시를 강타한 진도 9.0의 대지진이 몰고온 쓰나미는 1만 1천명을 넘는 피해자(사망자, 실종자)를 냈다. 일본 열도에 닥친 쓰나미는 전세계를 경악시켰고, 그런 재해속에서 보여준 일본국민들의 질서의식은 다시 한번 세계를 경악시켰다.
한 언론은 일본의 절제된 시민의식은 -인류정신의 진화-라고까지 표현했다. 또 어떤 사람은 -만약 세계 종말이 온다고 할때, 우리 모두의 모습이 지금의 일본인들 모습과 같았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수천년 재난이 끊이지 않았던 땅에서 살면서 생득적으로 터득한 그리고 후천적으로 훈련받은 그들의 재해 대처 정신은 가히 놀랄만한 수준이였다. 대개 그 정도의 피해앞에서 인간은 이성을 잃기 마련이고 참혹한 현장은 아비규환으로 눈뜨고 차마 보기 어렵게 되는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혈육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고도 절규가 없는 그들의 침착한 모습은 조금은 인간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게도 했지만 고도로 된 절제와 이성적인 반응은 전사회에 닥친 비극을 최소화하고 하루 빨리 안정을 되찾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됐음에 틀림없다.
쓰나미 이후, 일본산 기저귀를 경쟁적으로 사들인 홍콩, 한국, 대만의 애기어머니들과 중국을 발칵 뒤집은 <소금파동>을 돌아보면 사뭇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역사는 흐르고 우리 또한 느리기는 하지만, 현재에 멈춰있지 않음에 감사한다. 과거에 지은 죄값을 받는다, 잘코사니야! 라는 식의 생각없이 웨치는 사람에 대해 질타하는 사회분위기가 한결같았고, 재난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과거를 들먹이는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도 지배적이였다. 어제는 얼굴 붉히는 사이였을지라도 남에게 닥친 어려움을 몰라라 하지 않고 앞다투어 지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남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은 반인륜적이고 나 또한 언제 어떻게 재난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역지사지의 감정이 우리를 조금 성숙하게 만든것 같다.
우리 지구는 아직도 어떤 곳은 내전에 시름시름 앓고 있고, 어떤 곳은 기아에 허덕이고, 또 어떤 곳은 열악한 정치환경에 로출돼 있다. 하지만 세계는 또 서로 보듬으며 진정 하나가 되어가려고 화합의 몸짓을 시도하고 있다.
이제 서서히 우리 기억속에서 옅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피해지역의 일본국민들은 고난의 련속일것이다. 아무쪼록 일본 국민 모두가 이번 재앙에서 보여준 침착함을 잃지 말고 복구사업에 전력할수 있기를 두손 모아 기원한다. 아울러 세계 모든 인민들이 지혜를 모아 자연재해를 줄여갈수 있는 기술들이 나날이 업그레이드 될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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