려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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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연길의車문화
2011년 08월 22일 10시 40분  조회:4297  추천:2  작성자: 려호길
중국의 선물옵션(期货)시장에서 타이어에 쓰이는 고무가 전체시장의 향방과 환급을 가리는 주도주로 자리를 잡았다면 중국의 자가용열기를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자전거로 15분이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연길이 승용차로 15분에 도착할 수 없는 시대를 맞고 있다. 도로는 물론 인도와 주택가 구석구석이 승용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조선족들의 허영심과 사치로 전국에서 인구비율로 제일 많은 택시를 보유하고 있는 소도시가 이제는 급격한 자가용의 보급으로 무질서 무절제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벌써 번화가는 매일 주차 때문에 전쟁을 치른다. 지하주차장이 없는 연길에서는 인도가 곧 주차장이다. 행인들은 요리조리 차를 피해 인도와 도로를 오르내리면서 차가 되었다, 사람이 되었다, 다시 사람이 되기를 반복하면서 걷다보니 보행이 '장애물경주'로 되었다. 주택구역의 주차공간도 초읽기에 들어가 저녁 늦게 귀가하면 차를 댈만한 공간이 없어 도로가에 주차하기 일쑤다.

  최근 들어 도로사정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자가용의 보급 속도에 비하면 어린애의 배꼽정도다. 도로사정이 좋아진 곳은 외곽에 치우치고 실제 번화가의 낡은 도로개조는 별로 개선이 없다. 도로노면이 울퉁불퉁하고 도처에 파놓고 마무리되지 않은 흔적들이 남아있으며 중앙선이 없고 차선이 없는 도로가 기지부수다. 간선도로 사정이 그렇다보니 지선도로는 대부분이 자전거와 리어카도로로 안성맞춤이다.

  불편한 도로사정은 도로교통법을 해이하게 만들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요즘 사람들의 자기중심주의만 키워주는 꼴이 되었다. 하다 보니 양보를 무시당하는 정도로 알고 있다. 운전자들은 악을 써서라도 아슬아슬하게 질러가고 차선변경 시 깜빡이를 켜는 것은 사치로 알며 제멋대로 U턴하고 제멋대로 주차하고 시도 때도 없이 경적을 울린다. 운전 중에 전화를 받는 것은 물론, 전화를 하는 것도 뒤에 차가 밀리든 말든 아무런 주저도 없다.

  도로사정이 탐탁하지 않지만 차는 자꾸만 늘어나고 달려야 할 승용차가 거북이걸음을 하니 모두들 달리고 싶은 욕망으로 불타 있다.

  오늘날 시민들의 생활수준은 눈에 띄게 향상된 반면, 정신세계는 동이나버렸다. 자기밖에 모르고 괜한 일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남아서 버릴지언정 남한테 주지 않으며 타인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은 더더구나 바보천치쯤으로 안다. 이런 궁핍한 정신세계를 핸들과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가 보여주고 있다. 무질서 무절제의 차 문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비록 늦었지만 차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우선, 주행 시 다음 신호를 기다릴 수 있는 넉넉한 마음가짐으로 운전에 임해야 한다. 안전거리확보와 자연스럽게 차 흐름을 타는 습관이 안전운행과 올바른 차 문화의 발단으로 된다. 급한 일이 있어 앞차를 추월 시에는 손이라도 저어 사의를 표함으로써 격한 감정을 유발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며 통화가 필요할 시에는 도로변에 정차시키고 깜박이를 켜야 하며 음주운전은 '살인미수행위'라는 개념 확립이 필요하다.

  주차는 꼭 행인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주차공간은 짧게 작게 점유함으로써 다음 차량의 주차를 배려하는 마음과 자세가 필요하다. 임시주차 시에는 구역주민 혹은 가게주인에 양해를 구해야 하며 미처 양해를 구하지 못했을 시에는 메모지에 핸드폰번호를 적어서 눈에 띄는 곳에 두어 필요 시 연락이 닿도록 해야 한다.

  경적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횡단보도와 주택구역은 보행자구역이므로 경적을 울려 보행자를 닦달하는 것은 보행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부득이 경적을 울려야 할 경우에도 은근슬쩍 쳐주어 상대방으로부터 깍듯한 반응을 돌려받을 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차의 청결을 확보하여야 한다. 불결상태의 차는 운전자의 이미지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도시의 미관을 떨어뜨리고 뭇사람들에게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차 소지자들을 보면 옷도 자주 갈아입지 않고 양말 한 켤레도 며칠씩 신고 세수는 고양이세수를 하고 이도 자주 닦지 않는 불결사유의 사람들이다.

  이제 우리사회는 차를 보는 시각부터 바꾸어야 한다. 당장 폐차를 앞둔 차일지라도 도로교통법을 모범적으로 준수하고 행인을 염려할 줄 알며 기다릴 줄 알고 양보할 줄 알며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운전자의 바른 성품과 바른 예의가 존중받아야 한다. 그 때면 좁은 길도 뻥 뚫리고 유쾌한 운전생활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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