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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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과 민족정체성
2014년 11월 20일 08시 04분  조회:4175  추천:4  작성자: 박광성
       ◇조선족의 문화단절 위기

  요즘 연해지역 대도시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는 우리민족 학부모들에게는 한 가지 큰 고민이 있다. 학부모들은 집거지역에서 성장하여 우리문화에 익숙해 있고 애착이 있지만, 자녀들은 학부모들과는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서 민족의 전통과 문화에 대하여 전혀 모른다. 이러한 자녀들을 보면서 학부모들은 늘 걱정에 잠기게 된다. 얘가 앞으로 커서 도대체 어떻게 될고말까?

  한 교수님이 나에게 해준 얘기이다.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운동장에서 조선족운동회가 열리게 되었는데, 그 분위기에 들떠있는 자신과 베이징에서 자란 아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랐다고 한다. "조선족운동회이니 좀 나가 봐라"하는 권고에 아들이 "제가 왜 나가 보아야 하는 데요?"라고 되받아 치더라는 것이다.

  이 어찌 남의 일이기만 하겠는가? 냉면을 좋아하는 나는 외식만 하면 냉면집으로 발길이 간다. 어린 딸에게 같이 냉면을 먹자하면 늘 싫다고 하여서, "냉면은 조선족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데 너는 왜 싫어하냐?"했더니, 아예 "저를 한족으로 바꾸어 주면 안돼요?"하고 물어온다. 그래서 다시 "왜?"하고 되물었더니 "한족으로 바꾸면 냉면을 먹을 필요가 없잖아요"하고 천연스럽게 대답한다. 즉 이는 우리말을 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의 완전한 문화단절인 것이다. 말하자면 내가 난 자식이 나와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자라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생물학적 의미에서만 부모와 자식이지, 실제로는 부모자식 간의 "문화적 공동성"이 사라진 것이다. 소위 말하는 "공동의 언어와 정서"가 상실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한 사회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수명이 제한되어 있는 인간 생명체와 달리, 공동의 문화가 한세대 또 한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문화적 단절위기에 있는 조선족을 이러한 시각으로 볼 때, 사회적 지속성의 위기에 직면하여 있다고 볼 수 있다.

  ◇ "민족"이 가지는 의미

  그럼 한 개인에게 있어서 "민족"이란 구경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의 생활실제와 결부하여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래와 같은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민족이란 우리 개개인의 "이마에 박힌 딱지이다". 즉 현대사회에 있어서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한 개인은 반드시 종족 혹은 민족의 신분을 부여받아야 한다. 그것은 현대의 세계체계가 "민족국가" 중심으로 되어 있으며, 국가를 구성하는 핵심원리가 "민족"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경쟁의 단위로 형성된 국가는 "민족"이라는 개념을 통하여 "우리는 같은 집단"(여기에는 "공동의 조상"을 가진 혈연집단이라는 은유까지 포함)이라는 상상력을 탄생시키고, 이를 통하여 타자와의 경계를 설정함으로써 하나의 배타적인 생존단위로 된다.

  따라서 "민족"을 구분하는 것은 현대 민족국가에서 반드시 행해지는 것이며, 그 신분에 따라서 매개인의 기회구조가 영향받기도 한다. 즉 "민족신분"은 내가 싫어한다고 버려지는 것도 아니요, 내가 좋아한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닌, 본의 아니게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측면이 있다.

  둘째는 자신의 기원을 알 수 있는 역사이고 기억이다. 인간은 손오공처럼 돌에서 튀어나온 것이 아니어서 누구나 조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같은 조상을 가진 사람들도 몇 대에 지나면 촌수를 가릴 수 없어 남남으로 되고만다. 인류의 번성과정은 이러한 끊임없는 분열에 기초하고 있다. 민족은 바로 이러한 끊임없이 분열되는 집단을 담아내는 "하나의 큰 그릇"으로 볼 수 있다. 민족이론에서 흔히 민족형성을 "종족→종족동맹→지연(地緣)집단→즉자적 민족집단→대자적 민족집단"의 변화과정으로 해석한다.

  아무리 족보가 있소, 대물림 보배가 있소 하여도 한 가문의 역사는 그 기억과 기록에 있어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많은 경우, 우리는 민족 집단의 역사에 대한 기억과 기록을 통하여 조상들의 발자취를 더듬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즉 민족을 안다는 것은 정체성의 확립과 연관되어 있다. 강건한 정체성 확립은 험한 세파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갈 수 있는 신념이고 동력이다.

  가령, 다사다난한 민족사를 보면서, 한 개인은 온갖 역경을 뚫고 생존해온 조상들의 강인한 의지에 감명받을 수 있고, 또한 다시는 비운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질 수 도 있다. 이런 것들은 알게 모르게 한 개인이 삶을 살아가는 데 든든한 원동력으로 된다. 오늘날 세계를 주무르는 유대인들의 경우, 자녀에게 꼭 민족역사에 대한 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실제로 다사다난한 역사에 대한 이해가 그들을 결집시키고 분발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많은 연구가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하면, "뿌리 든든한 나무가 큰 나무로 클 수 있"듯이, 인간도 자기의 기원과 역사를 똑똑히 알아야 바르고 꿋꿋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셋째는 민족문화는 일종의 삶의 방식의 창조이다. 민족이란 언어, 문자부터 시작하여 윤리도덕, 사상문화, 제도문화, 물질문화까지 두루 갖춘 집단이다. 완벽한 문화체계는 그 집단이 역사적으로 집적(集积)한 "힘"을 설명한다. 하나의 문화는 하나의 생활방식으로서, 전체 인류의 시각으로 볼 때 일종의 삶의 페러다임이고, 인류 문화지도의 한 획이다. 따라서 이 한 획을 더 잘 그리는 것이 그 집단이 인류사회에 기여 할 수 있는 공헌이기도 하다.

  인류의 모든 창조는 계발에서 시작된다. 근데 그 계발이 많은 경우 동질성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타자성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즉 내가 익숙한 것보다 익숙하지 못한 현상과 사물을 접할 때 사유의 폭과 깊이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류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그 다양성은 하나하나의 문화가 그 존재의 가치를 찾아갈 때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를 민족과 개인의 차원으로 환원해보면, 한 민족성원이 자신의 문화에 기반하여 창조한 "문화적 생산물"이야말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가령, 우리가 아무리 피자를 세계수준으로 만들어 내더라도 영원히 우리의 공헌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이와 반대로 된장이나 김치, 냉면을 세계인들이 접수할 수 있게 최고로 만든다면 이는 세계의 식문화에 대한 공헌으로 길이길이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는 어떻게 우리의 것을 세계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최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자기의 전통만 고집하지 말고 위에서 말한 계발의 원리처럼 남의 것을 보고 배우고 연구하여 부단히 자신의 것에 접목하여야 한다. 스시(壽司)는 일본의 전통적 음식이지만, 미국에서 다른 민족의 음식문화와 융합되어 새로운 맛으로 태어나 세계 각국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고 한다.

  또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문제는 타자에 대한 배움도 결국 "나"라는 주체가 확실할 때 가능하고 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선진국의 이론을 배우는 것은 결국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의 문제"라는 것이 없을 때, 그 배움은 결국 맹목적인 것이고 큰 의미가 없다. 남의 것을 배워서 "우리의 문제"를 잘 해결할 때, 그것은 역으로 남에게 본보기가 되고, 이러한 과정이 인류의 진화를 구성하는 것이다. 즉 "민족"을 안다는 것은 자신의 주체를 확인하는 과정이고, 확실한 주체의식이야말로 "타(他)"를 수용하고 배울 수 있는 기초라는 것이다.

  ◇ 민족학교와 민족문화교육은 구별되어야

  "민족"이란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 보편적으로나 구체적으로나를 막론하고 우리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의미와 가치, 영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주류집단에게는 당연한 이러한 논리가 조선족과 같이 늘 적응이 우선적인 과제로 되는 이민집단에게는 "별 필요없는 것"으로 인식되기 쉽다는 점이다. 빨리 현지에 동화되어 적응되어야지 뭘 "민족"이고 뭐고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주류사회로의 동화는 단기적 안목으로 볼 때 효율적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큰 손실이다. 왜냐하면, 사회적 가치는 "나"로서 어떠한 차별적 가치가 확보될 때 부각되는 것이지, 다수와 같아 질 때는 그 가치가 급감되기 때문이다.

  또한 "주류에 대한 학습"과 "민족에 대한 학습"은 결코 대립적인 것이 아니다. 영어를 배운다고 중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듯이. 많은 가정에서 자녀에게 영어도 배워주고 중국어공부도 시킨다. 진정한 사고력과 창의력은 다양성에 대한 접촉과 비교 분석 속에서 생성된다. 따라서 조선족과 같은 이민집단은 오늘날과 같은 세상에서 바른 생각만 가지고 있다면 태생적인 우세를 지녔다고 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민족학교가 없는 대도시에서 어떻게 자녀에게 민족과 전통에 관한 교육을 시킬 수 있을까? 문제는 "학교가 없으면, 교육이 없는가?"하는 것이다. 학교는 교육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교육 자체가 아니다. 학교와 교육을 동등히 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학교가 없어 안된다"식의 논리는 자기 최면에 불과하다.

  연해 지역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민족의 후대들이 바른 정체성과 주체를 가지고 성장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부모들의 정확한 인식과 의지에 달려있다. 학부모들은 "융합과 개성"관계를 변증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의미를 잘 새겨 볼 필요가 있다. 자녀들을 넓은 주류사회에 "융합"할 수 있으면서도 자기의 "개성"을 유지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로 키우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흑룡강신문 201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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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4 ]

4   작성자 : 신기하다
날자:2014-12-08 17:03:34
이분 글은 대부분 교수를 언급하는데..
교수가 그리도 대단한가??
위대한 학자도 아니고..
그냥 자기 의견을 펼치면 되는데..
굳이 교수를 왜 언굽하지??
3   작성자 : 말이야 쉽지
날자:2014-11-26 15:19:07
말로 안되는 것이 세상에 있나?
2   작성자 : 제대로 알고 말하자
날자:2014-11-21 08:41:19
아래 댓글은 다른글에 단다는 것이 그만 엉뚱한 이 글에 올려졌네요. 관리자님께서 수고스러운대로 지워주시기 바람니다.
1   작성자 : 제대로 알고 말하자
날자:2014-11-21 08:38:18
1992년 중한수교가 이루어지고 또 때마침 90년대초 훈춘,두만강개발개방붐이 한창 일면서 중국의 중앙령도(주석,총리,부장급)들이 줄을 지어 훈춘,연변을 방문,고찰당시 일부 한국의 규모 기업들이 훈춘,연길 등 곳에 농후한 흥취를 가지고 투자하거나 투자의향을 비친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후 훈춘,두만강지구개발개열이 퇴조하고 흐지브지해지자 연길,훈춘에서의 별 투자 가치를 못느낀 일부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하던 기업들이 떠나거나 투자처를 다른 곳에 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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