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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농민 10년후 자기땅 어딘지 모를수도
박광성 중앙민족대학 사회학과 교수
2010년 7월 17일부터 8월 2일 사이에 필자는 동북지역의 부분 조선족농촌에 대한 방문에 나섰다. 연변 도문시 월청향, 흑룡강성 해림시 신안진, 상지시 하동향으로 거친 방문을 통하여 도시화과정 속에서 조선족농촌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해체되고 있는 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들 지역에서 인구 유출이 심한 마을은 실제거주 인구가 호적인구의 1/8도 되지 않았으며, 많이 남아있는 마을도 호적인구의 1/3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사람들도 50세 좌우가 젊은 층으로 분류될 정도로 노년인구위주로 되어 있어 조선족 농촌은 완전히 “노년생활형” 마을로 변화되어 있었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15년 전만 하여도 고향에 가면 사람들로 북적이여, 정다운 농촌생활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현재는 사람을 찾아야 할 정도로 마을들이 텅텅 비어 있었다. 15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격세지감의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조선족처럼 빠른 기간 내에 도시화를 경험하는 집단은 보기 드물다. 유례없이 빠른 도시화를 경험하였다는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 신흥공업국가와 지역도 30여년이라는 도시화의 단계를 경험하였지만 조선족은 15년 이라는 짧은 시간을 통하여 높은 도시화 단계로 진입하였다. 물론 도시화의 질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조선족농촌의 인구 유출상황을 감안해 볼 때, 현재 조선족 총인구의 75~80%가 장기적으로 도시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있다. 수치로만 본다면 이는 선진국들의 도시화율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따라서 현재의 조선족농촌의 해체는 조선족사회의 해체를 의미하기 보다는 도시화과정에서의 농촌사회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또한 도시화와 유리되어 조선족농촌문제를 고민할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 조선족사회의 중심은 이미 도시로 옮겨져 도시에서의 적응과 발전, 도시민족공동체의 창출과 네트워크형성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업으로 되고 있으며, 농촌의 관건적인 문제는 도시화에 의하여 초래된 후유증을 어떻게 정리、해소하는 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토지사용 문제이다. 도시화의 과정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농민들이 다시 귀향하여 농사를 짓는 것을 기대할 수 없을 뿐더러, 또다시 영세농업의 길로 가서도 안된다. 따라서 조선족농촌의 핵심적인 과제는 이농한 상황에서 어떻게 토지의 경영권을 잘 지키고 활용하여 최대한의 임대수익을 확보하는 가에 있다.
농토의 중요성과 가치는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재 세계적으로 발전도상국가를 중심으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공업화와 도시화、환경악화에 따른 수토유실로 양질의 경작지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식량안전이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을 놓고 보면, 현재 일인당 경작지 면적이 세계적으로 최하권 6위를 차지하며, 국토의 64%차지하는 서부지역이 토지가 척박하여 5%인구만이 이 지역에서 생활하고, 95%인구가 국토의 36%차지하는 동부지역에서 생활하고 양질의 경작지가 점차 귀중한 전략자원으로 부상되고 있다.
따라서 농촌지역에서 토지의 임대비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가령, 현재 동북의 수전지역을 볼 때, 임대료가 높은 지역은 한쌍당 6500위안에 달하며, 대부분 지역의 임대료가 5500위안 정도 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임대료가 2000위안도 되지 않았 음을 감안하면 10년래 임대수익이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경제발전과 수요에 따른 양곡가격의 상승추세와 양질의 경작지의 감소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 경작지의 임대수익이 안정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의 사회복지체계가 낙후되어 있어 대부분 농민들이 노후보장이 없고, 앞으로도 짧은 기한 내에 그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또한 세월이 변하여 자식에 기대에 노년을 보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토지를 잘 지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는 것이 농민들이 노후를 위한 가장 중요한 준비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풍족하지 않더라도 최저생계비 정도는 확보하고 있는 셈이고,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는 마직막 삶을 터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부여한 이 토지경영권을 어떻게 잘 지키고 활용하는 가가 조선족농촌의 중요한 난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현재 마을에 남아 있는 농촌지도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 기도 하다. 2009년 8월 동북지역 20여개 농촌 476농호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80%정도의 농호가 년 단위로 임대계약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10년 이상 계약을 맺은 농호는 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농토경영권을 헐값으로 넘기거나 혹은 장기임대하는 것을 통한 농토상실의 위험은 현재로선 돌출하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 큰 위험은 이농의 시간이 길어지고, 토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며, 세대교체가 되면서 생기는 문제이다. “조선족은 이제 10년 정도 지나면 제 땅이 어딘지도 모를 사람이 많습니다. 농사를 지어온 부모세대들이 세상을 떠나면 농사를 지어본 적도 없고, 땅에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던 자식들이 자기집 땅이 어던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박선생님도 지금 고향에 가면 자기집 땅이 어딘지 알만 합니까? 아직까지는 어려서부터 농사로 뼈 꿁어온 일부 노인들이 마을에 계시고, 고향을 지키고 있으니 괜찮지만, 이 분들이 돌아가시면 그때는 정말 제 땅이 어딘지 모르는 젊은이들이 수두룩할 것이고, 마을에도 알려줄만한 사람도 없게 됩니다. 결국 조선족이 제 땅이 어딘지 모르니 실제 농사짓던 사람들의 땅으로 되는 것이죠.?” 해림시 신안진 중화촌의 촌장의 말이다. 현재 이미 토지 임대에서 자기땅의 지경을 똑똑히 몰라 일부 토지를 떼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농촌의 고령화가 심해지고, 귀향하는 젊은이들이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구경 누군가가 마을을 지키면서 토지임대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것이며, 누군가가 마을 사람들의 토지지경을 똑똑히 기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정말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조선족농민들은 지금부터 이러한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비하여야 한다.
우선은 개인적으로 자신의 농토에 관심을 가지고, 주기적으로 점검해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는 자식들에게 토지의 지경과 지도를 그려 똑똑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이외 말뚝을 막아 지경을 표시하는 등 물리적인 방법들을 고려해볼 수 도 있다.
둘째는 아직까지 마을에 일부 경험있는 노인들과 촌간부들이 남아있는 기회를 잘 이용하여 마을의 토지 지경과 각 농호들의 토지지경을 소상한 그린 지도같은 것을 만들어 두어 이 후를 대비 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외지에 진출한 농호들에서 매년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기금을 조성하여 촌정부와 노인협회 등 조직을 지원함으로써 상기와 같은 일들을 벌리고 고향을 지켜갈 수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줄 필요가 있다.
지금의 세상은 귀중한 자원을 놓고 혈투를 벌리는 시대이다. 한 집단의 힘은 얼마나 많은 중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가에 달려 있다. 조선족은 소수집단으로 현재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원확보전쟁에 가담할 만한 역량이 없다. 따라서 조상들의 피땀으로 일궈오고 지켜온 농토라도 잘 지켜가야 한다. 그것이 집단과 개인이 번성해갈 수 있는 중요한 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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