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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들어 동북아회원들을 중심으로 시론이나 시평 발표시 철학경전을 인용하거나 철학경전속의 개념을 응용하여 시론이나 시평을 전개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학습을 꾸준히 견지하면 좋은 점이 많을 것이라 확신한다.
들뢰즈/가타리의 철학명저 《천개의 고원》을 읽다보면 그 속의 핵심개념 ‘리좀’ 을 중심으로 ‘접속과 단절’ ‘도주와 도주선’ ‘령토화’ ‘탈령토화’ ‘재령토화’ ‘매끈한 공간’ ‘홈패인 공간’ ‘지층’ ‘겉지층’ ‘곁지층’ ‘웃지층’ ‘생성-되기’ ‘다양체’ 등 수많은 신개념과 만나게 되는데, 처음 이런 개념들과 만나는 경우 어쩌면 머리가 때끔때끔 아파날 수도 혹은 무시로 튀여나오는 신개념들에 거부감이 들 수도 짜증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짜증이 나서 책을 덮어버리고 다시는 열어보지 않는다는 것은 이 책의 중요성과 의의를 전혀 모르고 있거나 혹은 필요한 공부에 대한 의욕을 잃은 지 오래 되여 무슨 취미 같은 것을 유발할 가능성이 전무할 때라야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독서가의 경우 이런 책이 있는 줄 알고 찾아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일 것이며 이런 책이 있는 줄 몰라 못 읽는다는 것은 누가 뭐래도 십분 아쉬운 일일 것이다.
솔직히 우리에게 《천개의 고원》속의 허구 많은 신개념들은 모두가 생소한 것이며, 그것들은 하이퍼시를 배우면서 비로소 하나하나 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개념들은 결코 한두번 혹은 십수번 읽거나 들으면 제대로 그 내포를 알 수 있으리만치 리해하기 쉬운 개념들이 아니다.
어느 한 유명한 연구학자는 들뢰즈 가타리 연구에서 가장 큰 성과를 올린 전문적 권위학자도 그들의 사상에 대한 리해가 3분의 1 정도에 그친다고 했을 정도다. 들뢰즈의 리론을 가장 잘 아는 학자가 그 정도라고 하니 가히 들뢰즈리론의 난해도를 알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의욕을 가지고 그의 저작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적어도 나 개인의 각도에서는 우선 들뢰즈리론의 핵심개념 례컨대 리좀(根茎) 등에 대한 접촉, 연찬과 수락을 거쳐 하이퍼시에 대한 리해를 깊이 할 수 있었고 따라서 창작사유면에서 어느 정도 자유(아직은 아주 제한적인 것일 테지만)를 획득할 수 있었다는, 말하자면 그것이 고정관념에 얽매여있던 나의 관념 해방에서 상당한 작용을 했다는 강렬한 느낌 때문이였다.
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천개의 고원》이란 이 철학저작의 강렬한 흡인력은 그것의 세계적 영향력 자체가 충분히 증명해주고도 남음이 있다. 소개에 따르면 20세기 중반 이후 철학적 사유에서 들뢰즈의 리론은 미술, 영화, 문학, 음악, 건축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다. 넷 검색을 해보면 그 영향의 전반에 대해 금방 알 수 있다.
[百度검색: ‘千高原, 德勒兹’.《资本主义与精神分裂(卷2):千高原》(中文版).pdf_微盘下载.]
이딸리아 정치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는 《천개의 고원》에 대하여 “우리 시대에 적합한 유물론의 부활”이며, “맑스의 <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에 필적한다”고 말한바 있고, 프랑스 철학자인 푸코도 “언젠가 21세기는 들뢰즈의 시대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부 15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음악, 미술, 국가론, 문학론, 정신분석비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일관되게 저자들은 새로운 사유의 길을 여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아마 이 책의 서론으로 두 저자의 이론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 1장의 리좀부터 읽기 시작하면 이들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전인미답의 사유의 길을 열어나가고 있는지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사유의 길을 열어주는 책! 생소한 신 개념으로 꽉 차 있고 그 개념들을 리해하는데 힘이 부치는 감이 들긴 하지만, 그러나 례컨대 핵심개념 리좀부분만 해도 수십번 읽었지만 싫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한 호기심이 유발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가?
확실히 들뢰즈와 카타리의 리론은 보기 드물게 웅숭깊은 리론임이 틀림없고 그것은 또 1000페지를 넘기는 방대한 분량의 리론저서이지만 여느 철학서와는 달리 생동한 비유 은유 환유와 상상력으로 충만된 지극히 볼거리 있고 재미있는 책이라는 것이 시종 기분 좋았다. 강한 흡인력이 책을 계속 파고들도록 유혹한다. 뜻 모르면서도 듣기 좋은 노래가 있듯이 의미가 몽롱하지만 재미나는 시가 분명 있다. 《천개의 고원》은 분명 그 이상으로 신비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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