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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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오리, 민족정신 그리고…
2007년 10월 17일 16시 56분  조회:4702  추천:86  작성자: 박문희
 

     어미오리, 민족정신 그리고


한국작가 강준희선생의 작품집에서 기행문 <옥스나드 가는 길>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 강선생은 그 글에서 미국 려행차 로스안젤스에서 옥스나드로 가는 길에 겪은 일을 썼다. 

그 사연인즉 이러했다. 로스안젤스에서 출발해서 한 40분 가량 달렸을 때 앞서 가던 차들이 일제히 멈춰서는 통에 영문도 모른 채 차를 세웠다. 멈춰선 차량의 행렬은 순식간에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되였다. 궁금해서 리유나 알아볼 요량으로 아득히 보이는 맨 앞으로 스적스적 걸어가 보았더니 이게 웬 일이냐? 첫 차가 멈춰선 바로 그 앞에 오리 한떼가 꽥꽥거리며 뒤뚱뒤뚱 길을 건너고있었던것이다. 오리는 모두 여섯마리였는데 다섯마리는 새끼였고 한 마리는 어미인듯 했다. 어미는 새끼들이 다치기라도 할가봐 몸이 부쩍 달아 연신 길건너쪽으로 새끼들을 몰았지만 철부지들은 들은체도 않고 오던 길을 다시 가고 가던 길을 다시 오고 하며 말썽을 부리고있었다. 놀라고 불안해서 표정이 사색이 된 어미오리(적어도 저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고 한다)는 뭐라고 꽥꽥거리며 새끼고집불통들을 한마리씩 길 건너로 물어다놓기 시작했는데 7, 8분 좋이 걸려서 다섯마리 새끼를 물어나르는데 성공했다. 경적소리도 말소리도 없이 조용한 가운데 그 진귀한 광경을 웃음띈 얼굴로 지켜보던 수백명 사람들이 오! 오! 하고 감탄사를 터뜨리며 박수를 쳤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저자는 어쩐지 자꾸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이 글을 읽으며 필자도 괜시리 코마루가 시큰해났다.

어미오리한테 감동되였던것만이 아니였다. 한갓 미물에 불과한 오리에 대한 미국인들의 자세에서 대수롭지 않게 보아서는 결코 안될 위대한 정신을 느낌과 아울러 우리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수 없었기때문이였다. 그들과 비교할 때 우리 자신이 어딘가 초라하고 작아보이는것이였다.

우리 중국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면 사태가 어떻게 돌아갈가를 가정해 보자. 과연 미국인과 같은 평화롭고 감동적인 장면이 출연될수 있었을가? 재미나는 볼거리가 생겼다고 차를 세워놓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물론 있을테지만 이거 오리 몇마리 뭐 볼게 있다구 숱한 차를 막아놓고 야단들이야? 경적을 빵빵 요란스레 울리며 그놈들 아주 깔아뭉개구 가지 뭣들하고있어?

입에 담지 못할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야단법석을 떨었을수도 있었을게다.

오리와 관련된 재미나는 이야기는 중국에도 있다. 그 이야기는 명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국운이 다한 원나라의 뒤를 이어 주원장이 세운  명나라와 장사성이 이끄는 오나라가 세력 다툼을 벌릴 때였다. 하루는 주원장이 양자강하류에 있는 강소성에서 장사성의 부대를 격파하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그는 겨우 말 한마리만 통과할 정도로 좁은 협곡으로 진격명령을 내렸다. 병사들이 장사성의 부대를 치기 위해 좁은 협곡을 지나는데 좁은 협곡길 복판에 오리 한마리가 버들잎을 입에 물고 알을 품고있는것이 보였다.

주원장은 어미오리가 전쟁터  한복판인 줄도 모르고 알을 품었을거라 생각하니 도저히 진격을 계속할수 없었다. 그는 병사들의 행진을 멈추게 한뒤 오리가  알을 품고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수십일을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전쟁을 늦추게 한 버들잎을 문 오리는 당시 주원장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큰  힘이 되였다. 작은 미물마져 사랑한 그의 자비심이 장사성의 병사들 사이에 퍼져 주원장에게로 끊임없이 항복해온것이다. 결국 주원장은 이렇다 할 전투도 없이 전쟁에서 승리했다.

참, 미물인 오리를 대하는 태도에서 우리는 일개 인간의 마음, 나아가 일개 민족의 정신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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