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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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인(忍)’자의 비밀
2013년 04월 08일 14시 04분  조회:5761  추천:18  작성자: 박정일

한자는 참으로 재미있다. ‘참을 인(忍)’자를 잘 보면 ‘마음(心)’에 ‘칼날(刃)’이 박혀 있다. 큰 고통에서도 마음이 안정되고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단순히 고통을 참는 것이 아닌, 아픔마저도 느끼지 않는 경지를 형상한 것이라 본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인(忍)’의 경지이며 고인이 이 글자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뜻인지도 모른다.

중국에서는 옛부터 ‘인’의 정신이 구전되어 왔다. 한고조 유방(劉邦)을 도와 한나라를 일으켰던 대장군 한신(韓信)은 어릴 때부터 ‘인’의 경지가 보통이 아니었다.

한신은 소년 시절부터 무술을 즐겨왔으며 늘 칼을 차고 다녔다. 어느 날 그가 거리를 지나고 있는데 한 깡패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한신을 가로막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네 몰골을 봐라, 그런 주제에 칼을 차고 잘난체 하다니, 과연 사람을 죽일 배짱이 있느냐?! 죽일 수 있다면 내 목을 베어봐라. 만약 날 죽일 배짱이 없다면 내 가랭이 밑으로 기어나가야 해!”

한신은 주위의 비웃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깡패 가랭이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높은 ‘인’의 경지를 지녔던 한신은 훗날 큰 위업을 완수할 수 있었으며 후세의 칭송을 받았다.

청나라 시기, 백성들의 존경을 받던 대흥(大興)스님이 구화산(九華山)에서 수행하고 있었을 때였다. 어느 날, 갑자기 절에 많은 사람이 몰려 들어 스님을 심하게 때리고 욕설을 퍼부었다. 실은 산기슭 마을에서 지주의 딸이 결혼전에 출산을 하자 부친이 격노하며 어찌된 일인지 캐물었는데 딸이 ‘대흥스님에게 겁탈을 당했다’고 대답한 것이었다.

지주는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스님을 혼내주러 온 것으로 태어난지 얼마 안된 갓난아기도 절에 버리고 갔다. 곧 나쁜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일찌기 존경받던 대흥스님은 순식간에 멸시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스님은 버려진 갓난아기를 키우기 위해 매일 수치심을 참고 젖동냥을 하러 마을로 내려왔다. 그는 이러한 굴욕을 매일 같이 참으며 갓난아기를 건강하게 길러냈다.

수년이 지난 어느 날, 절에 갑자기 또 지주가 찾아왔다. 스님은 웃으며, “계속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주의 딸은 사실 수년전 어느 서생과 은밀하게 사귀다 임신한 것이었지만 분노한 아버지 앞에서 당황해 대흥스님의 아이라고 둘러댔던 것이다. 훗날 공직에 오른 이 서생이 지주의 딸에게 청혼하러 왔고 딸은 간신히 아버지에게 사실을 고했다.

지주와 그 가족들은 스님에게 용서를 빌며 제발 아이를 돌려달라고 간청했다. 대흥스님은 “제가 화낸 적이 없는데 무엇을 용서하겠습니까? 아이를 데리고 가시지요”라고 조용히 말했다. 백성들은 이때부터 대흥스님을 더욱 존경하게 됐다.

공자의 논어에는 ‘소불인즉란대모(小不忍則亂大謀)’란 말이 있다. 작은 일을 참을 수 없어서는 큰 일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칼에 찔려도 동요하지 않는 의지와 용기, 진정한 의미의 ‘인(忍)’을 지녀야 하겠다.
문장작자/ (唐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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