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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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빈락도(安貧樂道)
2013년 07월 09일 16시 34분  조회:4961  추천:1  작성자: 박정일

공자의 제자 원헌(原憲)의 집은 매우 가난했다. 그의 집은 잡초로 엮었고 문은 쑥으로 만들었으며 문기둥은 뽕나무 가지로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지붕에선 물이 새고 방바닥은 습기가 찼다.

하지만 원헌은 단정하게 집안에 앉아 전혀 고통스럽게 여기지 않았으며 공자의 가르침을 성실히 닦으며 도(道)를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자의 또다른 제자 자공(子貢)이 원헌을 방문했다. 그는 거대한 마차를 타고 순백색의 화려한 의상을 걸쳤다. 하지만 원헌이 사는 곳은 골목이 좁아 마차가 지나갈 수 없자 자공은 어쩔 수 없이 걸어서 원헌의 집을 찾았다.

원헌은 남루한 옷을 걸리고 손에는 지팡이를 짚은 채 자공을 맞았다. 가난하고 병들어 보이는 원헌의 모습을 본 자공이 물었다. “아! 선생께선 병이 나셨습니까?”

원헌이 대답했다. “내가 들으니 돈과 재물이 없는 것을 가난하다고 하고 도를 배웠음에도 힘써 행하지 않는 것을 병들었다고 합니다. 나는 지금 가난하긴 하지만 병이 든 것은 아닙니다.” 자공이 이 말을 들은 후 매우 부끄러워 했다.

공자에게는 또 안회(顔回)라는 제자가 있었는데 그 역시 한 그릇의 밥과 표주박 물만 먹으며 간소하고 비루한 곳에 살았다. 모두들 이런 생활을 고생스럽게 여겼지만 그는 오히려 한마음으로 도를 추구하며 시종일관 즐거워했다. 공자도 이런 안회를 칭찬하며 현명하다고 했다.

중국 고대 문화에서는 ‘득도(得道)’을 인생의 최고 목표로 삼았다. 빈곤 속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도를 찾고 도를 배우며 도를 얻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즐거움으로 여긴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안빈락도(安貧樂道)다.

(글 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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