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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경영칼럼

미국식 경영 신봉파의 반성문
2009년 04월 02일 07시 07분  조회:2816  추천:20  작성자: 조글로
김병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얼마 전 마감된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한·일 두 아시아 국가의 잔치로 자리매김됐다. 나는 이번 한국 야구팀의 성과는 운동경기의 승패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한국팀은 나와 같이 미국적 가치를 철저히 신봉하던 사람들에게 '한국적 가치'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강인한 정신력, 금전적 인센티브 등 한국팀의 성과를 설명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번 한국야구팀의 핵심 성공요인은 탄탄한 팀워크였다고 생각한다. 인적자원관리를 연구하는 경영학자들의 용어를 빌리자면,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팀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스타형 인사정책(star model)'을 채택한 반면, 한국 팀은 '몰입형 인사정책(commitment model)'을 채택했다고 볼 수 있다.

'스타형 인사정책'은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종업원을 채용하고, 구성원 간 경쟁을 유도하여 보다 좋은 업적을 낸 종업원에게 높은 보상을 제공하는 인사정책이다. 미국의 대표 기업들이 주로 채택한 인사정책으로, 최근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핵심인재관리가 스타형 인사정책의 한 예다. 반면 '몰입형 인사정책'은 종업원의 개인적 능력보다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의 적합성과 팀워크를 기초로 종업원을 선발하고 보상하는 인사정책이다. 주로 아시아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채택했던 정책이었지만, 세계화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아시아 기업들보다 일부 미국 기업들이 더 관심을 갖는 인사정책이 됐다.

조직의 성과가 상위 1% 종업원의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믿는 경영자는 '스타형 인사정책'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조직 성과를 결정하는 것은 개개인의 능력보다 구성원 간 팀워크라 믿는 경영자는 '몰입형 인사정책'을 채택하는 편이 타당하다. 조직 성과에 대한 이러한 시각 차이 때문에 몰입형 조직에선 종업원 간 임금 격차가 최소화되고 스타형 조직에선 임금 격차가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경기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몰입형 문화를 갖춘 아시아 팀이 스타형 문화에 익숙한 서구 팀을 상대로 완승한 경기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나는 이번 한국 야구팀의 선전을 계기로 경영학에 있어서 한국적 가치를 재평가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서울대 경영대학은 글로벌화라는 명분으로 미국 경영대학의 복사판으로 변해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수 50명 중 49명이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이고, 교수 승진 및 보상도 미국 대학들이 인정하는 국제 학술지 논문 게재 편수 위주로 이뤄진다. 몇 해 전부터 채용된 신임교수는 강의 역시 전과목 영어로 진행해야 한다. 수업에서는 미국 경영이론을 소개하고 미국 기업의 사례를 토의한다. 가끔 한국 기업 사례를 소개하지만, 이 역시 미국 경영이론의 틀로 바라본 한국 기업일 뿐이다. 돌이켜보면 나 또한 지난 수십 년 무심코 미국 경영학의 전도사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왔던 것 같다.

나와 같은 경영학자들은 최근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순식간에 도탄에 빠져버린 모습을 보면서 지난날을 복기해보곤 할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미국적 가치를 세계에 전파하는 데 앞장섰던 앨런 그린스펀과 잭 웰치가 자신의 실수를 국민들 앞에서 사과했던 사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후 미국은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대신 공적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신자유주의 대신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비(非)미국적인 정책을 폈다.

지금은 경영사상과 철학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이다. 오랜 세월 미국이 제시한 가치를 여과 없이 수용하던 우리 기업들과 경영학자들은 앞으로 잃어버린 한국의 가치 회복에 정진해야 할 것 같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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