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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완퉁 썩궁리 시리즈42
짜장면 단상
허명철
어느 한 학자가 이야기 하기를, 20세기 민족주의의 성행은 마르크스주의와 자유주의 두 사조의 실패라고...거창하게 민족주의를 논하기에 앞서 민족과 그 정체성에 대한 소감을 적어보자고 한다. (조선족에 있어 아직은 주의까지 논하기는 무리라는 판단에서, 물론 틀린 판단일수도 있겠지만)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류]의 한개 분자로 소속되고 있는 만큼 그 [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물론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내가 태어날때 남녀로 구분될 뿐만 아니라 어느 한개 집단의 성원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집단이 일차적으로 제기되는 것이 가족 더 나아가서 민족이라 할수 있다.
그렇다면 조선족이란 이 민족은 어떠한 공동체인가? 그 정체성을 본다면 우선 중국내 기타민족과 구분되어 조선족으로 상징되고 국가적 차원에서 본다면 중국공민이란 정체성을 지니게 되며, 범민족 차원에서 한민족이란 정체성을 소유하게 된다. 즉 조선족은 다원화한 정체성 소유자로 되는 것이다(삼위일체?).
다원화된 오늘의 시대에 조선족은 오히려 다원화된 정체성때문에 고민이 생기고 자아 정체성에 대한 흔들림이 생기는 것이다.
한국인과 조선족, 중국인과 조선족 사이에 생기는 갈등과 벽이 바로 이러한 다원화된 조선족의 정체성에 대한 인정이 아닌 자아 입장에서 오는 정체성의 강요에서 오는 게 아닌가 싶다. 한국인은 한민족 정체성을, 중국인은 중국국민성을 요하고 있는데 조선족은 자기의 정체성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 문제의 관건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겠는가?
어찌보면 과거 우리는 민족을 논의하면서 객관적인 요소에만 집착해 왔었고 주관적인 심리적 경향성과 귀속의식을 홀시해 왔다고 할수 있다. 개체성원들에게 어떠한 정체성 교육을 진행하고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어야 하는가가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가 아니겠는가?
어쩌면 조선족의 현실은 짜장면의 입지와 같다고 할수 있다. 한국에서는 중국요리로, 중국에서는 한국요리로 불리우고 있는 짜장면, 누구나 자기의 것이라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원조가 중국이라는 이유로, 중국은 이미 한국맛으로 변형되었다는 이유로...자기의 귀속처를 잃어버린 짜장면, 그 신세가 가엾다. 조선족도 자기의 정체성에 대한 확인과 의식적인 교육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짜장면의 신세를 면치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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