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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동시집-외롭지 않다

동심으로 쓰는 이야기*최학송
2012년 04월 24일 08시 23분  조회:2888  추천:1  작성자: 동녘해







평론

 
동심으로 쓰는 이야기
최학송 (중앙민족대학교)
 
 
최동일선생이 “동심”에 다가가는 또 다른 길을 찾았다.
16살에 아동소설 “나의 동생”을 발표하며 문학의 길에 들어선 최동일선생은 그후 줄곧 아동문학창작에 정진해오고있다. 그사이 연변인민방송국 청소년부, 연변텔레비죤방송국 청소년부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해오면서 바쁜 일정 때문에 한동안 창작활동이 뜸해지긴 하였지만 이런 경력은 그에게 동심으로 보다 가까이 다가갈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2007년, 그는 중국작가협회 로신문학원에서 연수를 하던 기간에 중국조선족아동문단에서 10여년간 장편소설이 창작되지 못했던 공백을 메우며 장편소설 《천사는 웃는다》를 창작하였다. 아동장편소설 《천사는 웃는다》(2007. 12)의 출간을 계기로 또다시 왕성한 창작활동을 시작한 최동일선생은 그후 산문집 《엄마의 별》(2008. 5), 아동소설집 《민이의 산》(2008. 5), 중편성장소설집 《아직은 초순이야》(2009. 5) 등 작품집을 륙속 내놓았다. 이미 출간된 작품집으로부터도 알수 있는바 최동일선생은 지금까지 주로 소설을 중심으로 하는 산문적글쓰기를 통하여 동심에 다가가고 동심을 그려냈다.
청소년들과 제일 가까운 거리에서 진실하게 그들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그들의 현장감 넘치는 성장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신념으로 필을 잡았기에 최동일선생의 글쓰기는 여직 이를 가장 잘 표현할수 있는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하여 진행되여 왔다. 소설은 작가의 주장이나 견해, 감수, 인식을 론리적으로 폭넓게 드러냄에 있어서는 효과적이나 작가의 미세한 감정이나 느낌을 즉흥적으로 표현하는데서는 비효과적인 일면이 없지 않다. 소설이라는 산문적글쓰기를 통하여 표현하지 못하였던 “동심”을 최동일선생은 이번에 동시라는 쟝르를 통하여 표현해냈다.
최동일선생은 소설은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쓴것이지만 동시는 순전히 마음으로 써보고싶어 시작한것이라고 말한다. 개인취미로 시작한 문학카페(동심여선: http://cafe.daum.net/ybcdr)에 동시를 옮겨오면서 한국의 동시들을 접촉하게 되였고 차츰 동시의 매력에 빠지게 되였으며 자신도 무언가를 써보고싶다는 충동을 받고 시작한것이 동시 쓰기라고 한다.
최동일선생은 동시는 “짓는것이 아니라 줏는것”이라고 말한다. 일상속 곳곳에 숨어있는, 머릿속에서 반짝이는 그것들을 주어 글줄에 꿰면 가장 소박하면서도 진솔한 동시가 된다는것이다. 때문에 최동일선생은 자신의 동시가 특별히 예쁠것을 바라지 않으며 그냥 자신의 모습 그대로 솔직하고 조용하고 해맑기만을 기대한다.
 
동심으로 보는 세계
 
동시의 가장 큰 특점이 바로 어린이 특유의 감각과 목소리를 통하여 시적효과를 발생하는것이다. 최동일선생은 어린이의 눈높이로 어린이들을 둘러싼 사물과 환경 그리고 어린이들이 관심을 갖는 모든것을 바라봄으로써 동심에 공명과 감동을 주는 동시를 써내고있다.
 
조 꽃을 똑 따서
엄마를 주고
조 꽃을 똑 따서
아빠를 주고
조 꽃을 똑 따서
……
속구구를 하는 새에
녹아버렸다
창문을 가득 메운
성에꽃들이
―“속구구”전문
 
“속구구”는 성에라는 한 사물을 소재로 한다. 성에란 영하의 기온에서 수증기가 사물에 부딪쳐 맺힌 덩어리를 말한다. 북방에서 생활해본 사람이라면 아침마다 창가에서 쉽게 볼수 있는것이다. 동시는 성에꽃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겠다는 어린이다운 발상과 이런 속구구를 하는 사이에 성에꽃이 녹아버렸다는 간단한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아침이 되여 해살이 비추면 성에가 녹아내리는 자연현상을 동심으로 재해석함으로써 동시가 어린이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서게 한다. 성에꽃을 따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줌에 있어서도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 순서이다. 자신을 가장 아껴주는 사람들 순서로 성에꽃을 “선물”하겠다는 그 마음에 어린이다운 순수함이 숨겨져 있는것이다.
 
하늘아

까만 천으로
얼굴을 가렸니?
부끄러워그래
낮에
나쁜 일을 했었거든
밝은 얼굴로
세상을 볼수 없거든
―“밤”전문
 
“밤”은 하늘과의 대화라는 형식을 취하고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밤은 “본래 어두운것”이라는 형상으로 자리잡고있다. 우리는 이것을 상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적화자는 이러한 상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모든것에 의문을 달고 사는 어린이다운 발상이라 할수 있겠다. 그리고 그 원인을 “하늘이 낮에 나쁜 일을 하고 부끄러워 까만 천으로 얼굴을 가렸기때문”이라고 한다. 어린이다운 질문에 어린이다운 해답이 아닐수 없다. 보다 중요한것은 이 어린이다운 해답에는 “착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삶의 도리가 내재되여 있다는것이다. 재미와 교육을 동시에 가져다주고있다고 해야겠다. 이처럼 최동일선생의 동시는 단풍, 눈, 성에꽃, 태양, 가로등, 시계 등 우리의 주변에서 누구나 쉽게 접하면서도 또 무심코 지나쳐 버리던 사물들을 설교가 아닌 동심으로 다시 바라봄으로써 어린이들의 공감과 취미를 유발하며 그 과정에 일정한 교육적효과도 가져오고있다. 그 형식에 있어서도 현란한 수사적기법의 사용보다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비유, 의인 등 가장 간단한 수사적기법의 활용을 통하여 형상성을 확보한다.
 
동심으로 보는 어린이의 일상
 
최동일선생의 동시는 동심으로 주변의 사물들을 바라봄과 동시에 또 어린이가 직접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다.
 
아침이면 아침마다
내앞으로 달려오는
짝궁 엉뎅이차주기
계집애들 놀래우기
시간에 발언 잘하기
간식 날라오기
오늘도 나 보고
놀아달라 조른다
어느 놈을 선택할가?
나는 고민 많은 대장이다
―“나는 대장”전문
 
매일 아침 오늘은 무엇을 하면서 놀것인가를 “고민”하는것이 어린이이다. “나는 대장”은 이런 행복한 “고민”에 빠진 개구쟁이를 주인공으로 하였고 그 “고민”의 내용을 시로 다루었 다.
이처럼 최동일선생의 동시는 천진란만한 어린이들의 모습, 어른이 보기에는 조금 엉뚱해 보이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진지하면서도 엄숙한 문제와 고민들을 포착하여 려과없이 보여준다. 그러기에 어린이들로부터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있는것이다. “매롱 매로롱”, “낮잠”, “나는 부자다”와 같은 동시들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최동일선생에게 있어 어린이들은 천사이다. 천사로서의 어린이는 천진란만하며 개구쟁이다. 해맑은 내면을 가졌기에 그들의 시선으로 본 세계도 밝고 명랑하다. 이는 최동일선생의 동시의 기본구조이다. 그러나 그의 동시가 우리 조선족어린이들이 직면한 현실적고뇌를 전부 비켜간것은 결코 아니다. 해맑은 동심을 그림과 동시에 그 동심에 비낀 어두운 그림자도 보여준다. 이는 흔히 “어머니의 부재”라는 형식을 통하여 나타난다.
 
엄마가
떠나가신지 5년철
그해
네살의 철부지가
인젠
아홉살의 소녀로 자랐습니다
……
주룩주룩 비가 내립니다
주룩주룩 엄마가 내립니다
주룩주룩 비가 내리면
나는
밖으로 달려나가
엄마를 찾습니다
비를 맞습니다
―“주룩주룩” 일부
 
동시는 9살나는 소녀가 비 내리는 날이면 한국으로 떠나간 어머니를 더욱 그리게 된다는 내용을 다루고있다. 어머니는 한국에 간지 5년이 되였지만 아직도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이제 소녀에게 남은것은 막연한 그리움뿐이다. 최동일선생의 동시중에는 이처럼 한국에 나간 어머니에 대한 소녀의 그리움을 다룬것이 적지 않다.
동시에서 어린이가 멀리 떨어져 있는 어머니를 그린다는 설정은 어쩌면 이제 너무나 식상한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조선족사회와 만날 때는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어린이가 동년을 량친 부모와 함께 보내는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런 자연스러운 일이 오늘날 조선족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 되고있다. 다년간 계속된 한국행의 결과인것이다. 한국행은 조선족들에게 경제적풍요와 함께 많은 사회적문제들을 가져다주었다. 이런 부작용은 어린이들에게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있다. 소설을 통하여 어린이들에게 나타난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다루어온 저자는 동시에서는 “그리움”만을 집중적으로 부각한다. 문제의 근원이 부모님 사랑의 결여에 있다면 “그리움”은 사랑의 결여를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낼수 있다고 보기때문이다.
“어머니의 부재”와 그에 따른 “그리움”은 “빈집”, “정답”, “누구네 집일가”와 같은 동시에 와서는 “조선족사회의 해체”와 “집을 잃은 어린이의 고민”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를 통하여 최동일선생은 조선족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있다.
 
동심으로 본 어른의 세계
 
배가 아프다
빠질빠질
식은 땀이 돋도록
병원에도 가기 싫고
약 먹기도 싫고
엄마, 나 배 아프오―
한소리 지르고싶다
여섯살의 까까머리
머슴애처럼
뜨개 뜨던 엄마가
무릎걸음으로 내게 다가와
엄마손이 약손이다
노래하면서
아픈 배를 스리슬쩍
만져주면 좋겠다
나그네의 꿈도
ㅋㅋㅋ
요렇게
야무질 때가 있다
―“나그네의 꿈” 전문
 
나그네는 식은 땀이 돋도록 배가 아프나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지 않는다. 전날 폭음한 후유증이기에 시간이 지나야만 완치된다는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때문이다. 그러기에 약보다는 “엄마”의 관심과 리해를 더 바란다. 이 엄마는 애엄마 즉 “안해”를 가리키는것이다.
“나그네의 꿈”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작품이라 보기 어렵다. 다루고있는 내용이 어린이의 생활과는 거리가 멀기때문이다. 최동일선생의 동시에는 술, 커피, 빼빼로데이 등 어린이의 세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물을 소재로 한것이 적지 않다. 어린이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술, 커피, 빼빼로데이를 바라보는 작품도 있지만 “나그네의 꿈”처럼 직접 어른의 이야기를 다룬 어른을 독자대상으로 한 작품들도 가끔 보인다.
동시 리론서에서는 “시적화자는 어린이가 될수도 있고 어른이 될수도 있으나 그 독자는 흔히 어린이에 한정해두고있다.”고 쓰고있다. 때문에 동시는 소재나 주제도 어린이와 관련되며 나아가 어린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수 있는것을 우선으로 한다. 그러나 오늘날 갈수록 많은 어른들이 어린이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그림영화나 만화의 관중, 독자가 되는것처럼 어른도 동시의 독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져있는것이다. 어른들의 내면에도 동심이 살아 숨쉬기때문이다. 어른들의 삶의 이야기도 그들 내면에 숨겨진 동심을 만나면 동시가 되기때문다. 최동일선생은 동시라는 형식을 통하여 이런 어른들의 동심에도 말을 걸고있다. 그 점에서 최동일선생의 동시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읊을수 있다고도 할수 있겠다.
최동일선생의 동시는 이야기를 담고있다. 매일 접하기에 무감각해져 무심코 지나쳐 버리던 사물, 현상들로부터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그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이야기를 찾아내여 그것을 동시로 쓰고있는것이다. 천사와 같은 동심을 가진 개구쟁이들의 일상이 곧 최동일선생의 동시로 된다는 말이 되겠다.
최동일선생의 동시는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소박하지만 친근감이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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