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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장편소설-천사는 웃는다

세상을 사는 법
2010년 03월 10일 15시 19분  조회:1947  추천:0  작성자: 동녘해
세상을 사는 법

<<네? 승화를 형이라 부르라구요? 안돼요. 그럴수가 없어요.>>
군이는 고통스러워 머리를 쥐여 뜯으며 버럭버럭 소리쳤다. 하지만 아버지는 에누리가 없다는듯 다시 한번 정중하게 말했다.
<<그래, 승화가 너보다 생일이 3달 앞이니, 물론 형이라고 불러야지. 우리는 이제 부터 가족이 아니냐? 가족이라면 서렬이 있어야 하는거다.>>
<<누가 승화와 가족을 하겠대요? 그럴수가 없어요. 전 승화와 한집에서 살수가 없어요. 그리구 저 아줌마도 싫어요.>>
군이가 승화의 어머니를 가리키며 히스테리적으로 소리쳤다.
<<에익, 덜 된 놈!>>
아버지가 목소리를 부르르 떨더니 불이나게 군이의 귀뺨을 올리쳤다. 군이는 그러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악에 받혀 시위했다.
<<그럼, 아버지가 저 사람들과 한 가족을 하세요. 전 나갈래요. 이 집에서 나갈래요. 혼자 살래요.>>
말을 마친 군이는 문을 차고 밖으로 나갔다. 종주먹을 부르쥐고 어디론가를 향해 죽어라고 뛰여갔다. 하지만 애타게도 걸음이 되여주지 않았다. 두발은 허공에서 허둥거리기만 했다. 뒤에서는 아버지며 승화며 승화의 어머니가 쫓아오고있었다. 군이는 너무도 당황스러워 젖먹던 힘까지 다해 발걸음을 옮기느라 악을 썼다.
<<어머니, 어머니~>>
군이는 어머니를 부르다가 눈을 떴다. 얼굴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여있었다. 군이는 주먹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휴~>>가슴속에 침침하게 막았던 한숨이 터져 나왔다.
<<꿈이였구나.>>
군이는 중얼거리며 일어나 앉았다. 창문넘어로 반짝이는 별들이 군이를 지켜보고있었다. 군이는 다시 한번 얼굴의 땀을 훔치며 창가로 다가갔다. 창턱에 턱을 고이고 앉아 무수한 별바다를 응시했다. 별들은 뭔가를 속삭이는듯 쉼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별찌 하나가 긴 꼬리를 그으며 떨어져내렸다.
(별찌구나!)
군이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였다. 그러자 할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릴 때, 할아버지네 집을 찾아 시골로 내려가면 할아버지께서는 군이와 함께 창문가에 붙어서서 늘 별자리를 살피시군 했다. 그러다가 별찌를 발견하면 군이를 보고 소망을 빌어보라고 했다. 군이에게는 정말 소망이 많았다. 너무도 많아서 어떤 것을 제일 갈망하고있는지 자기로서도 아리숭했다. 하지만 그래도 별자리를 살피며 별찌를 보고 별찌를 보면서 자기의 꿈을 그리는 재미가 그렇게도 좋았다.
(별찌를 보고 소망을 빌면 이루어 진다구?)
군이의 입가에 서글픈 웃음이 피여올랐다.
(그럼 진짜 소망이나 빌어볼가? 그래, 지금 내게 무슨 소망이 있지?)
어머니를 보고 싶었다. 언젠가 꿈에서 보았던 그 얼굴, 서울의 작은 식당 뒤울안에서 손수건으로 눈굽을 찍던 어머니의 초췌한 얼굴이 새삼스럽게 눈앞에 떠올랐다.
(과연 어머니는 이 밤을 어떻게 보내고 계실가?)
저녁에 승화와 함께 보았던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승화의 어머니를 보면서 시무룩히 웃음을 날리던 아버지의 얼굴이 어머니의 고통스러운 얼굴과 겹쳐지면서 군이의 눈앞에서 어룽거렸다. 군이는 벌떡 일어섰다. 침대를 내려 객실로 나갔다.
언제 돌아오셨는지 아버지의 침실에서 불빛이 새여나왔다. 군이는 발볌발볌 아버지의 침실로 다가갔다. 열어놓은 출입문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원고를 보고계셨다. 인기척에 아버지는 눈길을 돌렸다.
<<어, 깨여났니? 오늘 많이 곤했나 보구나, 아까 아버지가 들어간것도 모르고 자더구나. 그래서 깨우지 않았다.>>
<<네, 아직 안쉬셨어요?>>
<<오늘까지 끝내야 할 원고가 밀려서 마저 볼려구…>>
아버지께서 손에 들었던 필을 원고지 우에 내려 놓으며 말씀했다.
<<그럼 원고를 보시지 왜 늦게까지 밖에 계셨어요? >>
군이가 아버지를 힐끗 훔쳐보며 말했다.
<<그럴려구 했는데, 한 작자와 토론할 문제가 있어서 나갔댔구나. 조금만 수정하면 참 좋은 시가 될것 같았지. 그래서 시를 둘러싸고 이것저것 얘기하는 사이 저도모르게 시간이 많이 흘렀거든.>>
아버지는 못내 기분좋아 보였다. 군이는 아버지가 얄미워지기 시작했다. <<위선자>>라는 낱말이 머리를 쳤다.
(흥, 왜 승화 어머니와 함께 노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구는 말 못하세요? 원고를 보는게 중요했어요? 아님 함께 있는게 좋았어요?)
군이는 아버지에게 <<쉬세요.>> 하고 짤막하게 한마디 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래, 푹 자거라. 잠을 제대로 자야 래일 힘이나지.>>
아버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뒤에서 날아왔다. 하지만 군이는 아버지의 그 목소리마저 거짓으로 똘똘 쌓여진듯 싶었다.
군이는 침실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창문넘어로 자기를 훔쳐보는 별들이 싫어졌다. 군이는 일어나서 신경질적으로 카텐을 당겼다. 별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군이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도무지 잠을 이룰수 없었다. 오만가지 생각들이 뇌리를 치며 군이를 엄습해왔다.
(구경 어떻게 해야 하나? 그저 지켜 보고만있어야 하는가? 아니지, 난 아들이니까, 어머니에게 이 집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럼 아버지에게 직접 자초지종을 묻구 아버지에게서 다시는 승화어머니를 만나지 않겠다는 다짐이라도 받아낼가? 역시 아니야, 아버지가 정말 승화 어머니와 좋아 한다 해도 내 앞에서는 절대 승인하지 않을거야. 과연 아버지는 승화 어머니와 좋아 하는걸가?방금 꿈에서 본것과 같은 일이 정말 일어나면 나는 어떻게 하지? …)
군이는 긴긴 밤을 뜬눈으로 밝혔다.
날이 휘붐히 밝아오자 군이는 자리를 차고 일어나 책상앞에 앉았다.
<<아버지, 어제 저녁에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토론할 일이 있다면서 오전 아홉시에 메신저에 오르랍니다. 전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어서 먼저 나갑니다.>>
군이는 글을 써놓은 종이를 쭉 찢어들고 아버지의 침실로 건너갔다. 아버지는 군이가 들어온것도 모르고 곤하게 주무시고 계셨다. 군이는 글을 적은 종이를 아버지가 보시던 원고지우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일어나자마자 아버지께서 발견할수 있을가를 가늠해보다가 베개옆에 놓여져 있는 아버지의 안경을 들어 종이 우에 가져갔다. 안경을 찾기위해서라도 아버지는 일어나자마자 종이곁으로 갈것같았다.
군이의 입가에는 묘한 웃음이 약간 스치고 지나갔다.
군이는 어머니의 아이디 <<민들레>>로 메신저에 올랐다. 언젠가 군이가 신청해서 어머니께 알려준 아이디였다. 아니나다를가 아버지는 정각 아홉시에 메신저에 올라왔다. <<믿음직한 기둥>>이라는 아이디를 보는 순간 군이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쩔가? 먼저 말을 건넬가?)
군이는 생각을 굴리며 손을 자판우에 올려놓았다.
(아니야, 먼저 말을 걸면 안돼. 아버지를 보구 먼저 어머니의 아이디를 찾게해야 돼, 그리구 나는 좀 성난체 한 어투로 말을 받아야 해. 글구 지금 누구와 좋아하고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걸 명백하게 말하구, 아버지가 해석을 하게 해야 해!)
군이가 이렇게 속구구를 하고있을 때 아버지가 말을 건네왔다.
<<잘 있었소? 정말 올라왔구만>.
<<네, 잘 보냈어요?>>
자판을 두드리는 군이의 손이 저도몰래 후들후둘 떨렸다.
<<군이가 말할길래 혹시나 했지. 오늘은 무슨 시간이 있어서 메신저에 까지 올랐소?>>
<<일요일이 아닌가요? 그래서 하루 쉬기로 했어요. 당신하구 꼭 할말두 있구요.>>
<<허허허, 긴장되네, 무슨 말인데?>>
<<시를 쓰는 녀자하고 친하다는 소문이 여기까지 왔던데, 재미 좋겠습니다.>>
군이는 단숨에 이 글을 써서 띄우고는 <<아차!>>하고 후회했다. 너무도 중요한것을 너무 빨리 물어본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아버지가 방금 보낸 글을 보고 흥분해서 대화를 거절할가와 근심스러웠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시를 쓰는 녀자야 어디 한두 사람이요?>>
생각밖으로 아버지가 느긋하게 반격을 해왔다. 군이는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뭐라고 해야 하는거야? 승화 어머니라고 딱 짚어? 말아! 아니야, 짚으면 안되지. 승화 어머니라고 딱 짚으면 아버지께서 누가 그러던가고 물을 테지? 그럼 완전히 할말이 없어지는 거야.)
<<아니예요. 그럴것 같아서요. 조심하라는 거예요.>>
<<사람은 참, 유치하긴. 아직도 남편을 그렇게도 못믿소? 그게 세상을 사는 법이 아닌데… 믿음이 없으면 이 세상을 살아가기가 점점 힘들어 질테구. 허허허…>>
아버지께서는 배포유유하게 <<허허허허…>>하고 웃음까지 띄워보냈다. 느긋한 아버지의 글을 보면서 군이는 정말 어제 저녁, 승화의 어머니와 함께 있던 아버지를 상상할수 없었다. 정말이지 아버지가 진짜 승화의 어머니와 좋아한다면 이렇게 스스럼없이 <<어머니>>와 대화를 하지못할것 같았다.
(그래, 우리가 잘 못 알고있는 걸거야. 승화도 나도 말이야. 아버지는 편집이시니까, 작자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할수도 있는거지뭐… 그럼 뭐야, 승화의 어머니가 우리 아버지를 꼬시는게 아냐? 그날도 크담한 입을 헤 벌리구 킥킥 거리던 것이…)
생각이 별랗게 흘러갔다. 군이는 더는 어떻게 아버지와 대화를 해야할지 갈피를 잡을수가 없었다.
(그래, 아버지는 나쁜 일을 안하셔. 내가 잘 못 알고있는 거야. 혹시라도 일이 생기면 다 승화의 어머니가 아버지를 꼬신거야.)
군이는 급히 자판을 두드렸다.
<<됐어요. 시간이 없어요. 몸 조심하세요.>>
군이는 일방적으로 메신저에서 내려버렸다. 군이는 컴퓨터앞에 앉은채로 두눈을 꼭 감았다. 자신이 잠간 어딘가 높은 곳에서 조용히 땅으로 날아내리는듯한 환각에 잠겼다. 높은 곳이 어디고 땅우의 그 곳이 어딘지 감지할수 없었다. 갑자기 엄마의 얼굴이 커다랗게 군이의 머리를 채웠다.
군이는 번쩍 눈을 떴다.
엉뚱한 구상이 꿈틀거리며 군이를 불렀다.
(그래, 아버지와 직접 맞서 보는거야. 난 아버지의 눈을 보면 거짓말인지 정말인지를 알수가 있어. 아버지의 눈은 거짓말을 못하시거든.)
군이는 벌떡 일어섰다. 카운터에 가서 돈을 물고 PC방을 나섰다. 군이는 곧추 집주변에 있는 새마을진료소를 향했다. 감기를 앓을 때 몇번 와서 링겔을 맞은 일이 있어서 의사하고도 초면이 아니였다. 진료소 문앞에까지 도착한 군이는 들숨을 몰아쉬고는 아래배를 움켜잡았다. 제법 복통으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의사선생님 앞으로 다가갔다. 의사선생님이 군이를 발견하고 안경을 올리추며 입을 열었다.
<<아니, 작가량반네 도련님이 아닌가? 어디가 아파서 왔니?>>
군이는 힘껏 목소리를 누르며 말했다.
<<배…배가 아파서 죽을것 같아요. 으으으…>>
<<보자, 저기, 누워라.>>
의사선생님이 침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군이는 신을 벗고 침대에 겨우 기여올라가는 시늉을 했다. 의사선생님이 명치끝을 누르며 물었다.
<<여기냐?>>
<<아니요.>>
군이가 머리를 저었다. 미리 자기의 병을 설사나 리질정도로 진단하고 왔던것이다.
<<그럼 여기냐?>>
의사선생님이 아래배를 눌렀다.
<<예, 아이고… 거깁니다. 거기 맞습니다. 아이고…>>
군이가 죽어가는듯 신음소리를 냈다.
<<아침에 화장실에 몇번 갔댔니?>>
<<두번…아니, 세번이요.>>
<<저런, 설사로구나, 리질이 도는가?>>
의사선생님이 머리를 저으며 이상하다는듯한 눈길로 군이를 내려다 보았다.
<<어제 저녁엔 뭘 먹었니?>>
<<빵두 먹구요, 아이스크림도 먹구요, 소세지도 먹구요, 사과도 먹구요, 바나나도 먹었어요.>>
군이가 두눈을 지긋이 내리뜨고 주어섬겼다. 그러자 의사선생님이 허허허 웃으며 말했다.
<<이 자식아. 무슨 음식을 그렇게 주어 먹었니? 제대로 씻지도 않고 먹었겠구나. 먼저 링게르나 한병 맞구, 갈 때 약을 지어줄게.>>
<<링게르요?>>
군이는 일이 제대로 되여간다고 흐믓하게 생각했다. 의사선생님이 처방을 쓰는 사이 군이는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아버지의 번호를 눌렀다. 아버지의 핸드폰과 인차 련결되였다.
<<군이야, 웬 일이니? 아침부터 어디 가서 헤매는거야?>>
아버지의 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군이가 앓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아버지, 빨리 오세요. 배가 아파요. 새마을진료소에 있어요. 아이구,,,>>
<<어떻게 아픈데?>>
아버지께서 다급히 물었다.
<<모르겠어요. 의사가 그러시는데 설사같대요. 아이구…>>
<<그래, 알았다. 곧 갈게.>>
십분도 걸리지 않아 아버지께서 진료소에 도착했다. 아버지께서는 들어오자 바람으로 의사선생님과 무엇인가를 급히 이야기하셨다.
<<급성리질인것 같다는구나, 링겔을 맞구 약을 좀 먹으면 인츰 나을거래.>>
<<네.>>
<<자, 도련님. 저기 관찰실에 갑시다.>>
얼굴이 넓즈그레한 호사가 롱담기 섞인 목소리로 군이에게 말했다. 군이는 이마를 잔뜩 찌프리고 마지못해 관찰실로 발을 옮겼다.
링게르가 고르롭게 떨어지는것을 확인하고서야 호사가 관찰실에서 나갔다. 아버지는 근심어린 눈길로 침대 옆에 앉아서 군이를 바라보았다.
<<급성리질이라니? 뭘 잘못먹어서 그런가?>>
<<……>>
<<언제부터 아팠는데?>>
<<……>>
군이는 두눈을 꼭 감고 못들은듯 누워있었다. 어떻게 서두를 뗄가고 궁리를 해보았다. 군이가 대답이 없자 아버지는 군이가 너무 힘들어서 그러는가보다고 생각하셨는지 손으로 군이의 이마를 짚어보고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잠간 침묵이 흘렀다.
<<아버지, 우리 반에 련애를 하는 애들이 있어요. 웃기죠?>>
<<엉?>>
너무나도 엉뚱한 군이의 말에 아버지는 잠깐 멍해있다가 인차 얼굴에 웃음을 띄우고 말을 받았다.
<<자식들, 련애가 뭔데?>>
<<남자하구 녀자가 서로 좋아하는게 련애가 아닌가요?>>
군이가 대답하며 아버지의 표정을 힐긋 살폈다.
<<서로 좋아하는게 련애라… 서로 좋아하면 좋은게 아니니?>>
<<안 웃겨요?>>
<<글쎄다. 련애가 웃기는게 아니라 아직은 련애를 할 때가 아니면서, 그리구 련애라는게 뭔지를 잘 모르면서 납뜨는게 좀 웃기기는 하지, 허허허… 군이도 련애하니?>>
아버지께서 약물이 흐르는 비닐관을 손끝으로 톡톡 치며 물었다.
<<아니요. 내가 뭘요… 아버지, 참 웃기죠? 우리반 승화 어머니는 시를 쓴다면서 자주 집에 늦게 들어온대요.>>
<<엉?>>
아버지께서 또 군이의 엉뚱함에 깜짝 놀라는듯한 표정이였다.
<<시를 쓰는데 왜 집에 늦게 들어온대? 시라는건 더구나 집에서 열심히 써야하는건데.>>
아버지께서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편집을 만난다구 늘 밖에서 돈대요.>>
<<허허허, 그 편집은 늘 밖에서 작자를 앉혀놓고 글을 보나봐. 나쁜 편집인데.>>
말을 하는 아버지의 눈가에서 깜짝 놀라움이 스쳤다.
<<그래서 승화는 자기 어머니와 함께 다니는 그 편집이란 사람을 잡겠다구 미행을 했대요.>>
<<그래서?>>
아버지가 다잡아 물었다.
<<그래서 잡았대요.>>
<<잡아서 어쨌대?>>
<<잡아서…>>
군이는 차마 승화가 아버지와 승화의 어머니가 함께 있는 현장을 잡고 자기를 부르더라는 말을 할수가 없었다. 군이는 괜히 이마를 한번 쓸어보고는 말머리를 돌렸다.
<<아버지, 승화의 어머니, 참 나쁜 사람이죠?>>
<<승화가 그래? 어머니가 나쁘다구?>>
<<승화는 자기의 어머니와 함께 있는 그 편집을 나쁘대요. 그 편집이 자기의 어머니를 꼬신대요.>>
<<어떻게?>>
<<……>>
군이는 또 말문이 막혔다.
아버지께서 온화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군이야, 세상일이란 나쁜 눈으로 보면 다 나빠 보이고 좋은 눈으로 보면 다 좋아 보이게 돼있단다. 어떤 마음에서 문제를 보는가가 중요하거든. 사람이 살면서 사람을 좋아 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겠니?>>
아버지는 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아래 말을 이었다.
<<문제는 어떤 마음으로 그 사람을 좋아 하는가 하는 것이다. 건전한 마음이 아니구, 저속한 욕심때문에 한 사람을 좋아 한다면 그 사람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될것이다. 아버지는 늘 이 점만은 명기하고있거든. 이게 바로 아버지가 세상을 사는 법이구. 승화라는 애도 아마 자기 엄마를 다 리해하지 못해서 그럴거다. 이 세상에는 자기의 가정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자기의 가족을 커하지 않는 사람이 없단다. 가정마저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사회가 용서하지 않을거다. 참, 내가 오늘 우리 아픈 군이에게 너무 힘든 말을 하는게 아닌지 모르겠네.>>
아버지는 말을 마치고 빨갛게 상기된 군이의 볼을 쓸어주었다. 그때 아버지는 분명 군이의 두눈에 맑디맑은 눈물이 고였다가 눈귀를 타고 또르르르 굴러 내리는것을 보았다.
그랬다.
군이는 분명 울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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